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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사월의 사원〉: 두 개의 공간(으로 이뤄진 극장)
    REVIEW/Theater 2022. 12. 26. 15:30

    연극 〈사월의 사원〉ⓒ박태준[사진 제공=컬처버스](이하 상동). 메싸 역 박수진 배우.

    〈사월의 사원〉은 무대 위에 좌우, 맞은 편으로 3면의 객석을 구성하고 기존 극장의 객석까지를 무대로 활용한다. 무대 위의 두 개의 방 공간을 중심으로 무대 뒤쪽 객석은 그 바깥이 되거나 캄보디아 현지, 그 여타의 장소들로 분한다. 뜨개질 공방을 운영하는 영혜(우미화 배우)의 집과 세상을 떠난 자신의 딸을 찾으러 간 메싸(박수진 배우) 두 존재는 각각 전자와 후자에 해당되는 두 공간에서 대별된다. 〈사월의 사원〉은 무대의 전환이나 교체 없이 극장 공간 전체를 활용하는데, 동시에 수어 통역이 함께 진행되면서 그러하다. 이는 ‘무대 뒤쪽’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진행될 때, 집의 소파 위에 앉거나 실내 공간 안에서 수어 통역이 진행되어 극장 전반은 변화되지만 ‘변경’되지는 않는 결과를 낳는다.

     

    무대는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동시에 물리적인 극장 구조가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분할의 경계는 분명히 드러난다. 〈사월의 사원〉에서 서사는 공간으로 분할되며, 따라서 서사는 두 개의 지층을 이룬다. ‘아래쪽’ 공간인 영혜의 집의 인물들이 가진 개별 서사들의 다양성에 비해 압도적인 부분은 ‘위쪽’ 공간인 주로 캄보디아로 설정된 메싸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어머니에게 상속받은 영혜의 집은 어떤 타인들의 임시 거처로서 사용되며, 공동의 공간이 된다. 이곳에 이미 살고 있는 지수(이세영 배우)와 해영(나경호 배우)과 이후 들어오는 현주(조연희 배우)와 그의 아들 기정(라소영 배우)의 대립이 서사의 주요한 갈등을 이루는 가운데, 각자의 서사가 그 자체로 부상하기보다는 충돌과 대화의 분기 속에 드러난다.

     

    (사진 왼쪽부터) 지수 역 이세영 배우, 영혜 역 우미화 배우.

    〈사월의 사원〉의 가족 형태는 혈족이 아닌, 별다른 연고가 없거나 무엇보다 어떤 조건을 요구하지 않은 채 임시적이고 즉흥적으로 이룬 공동체라는 점에서 일종의 대안적인 가족 공동체의 형태이기도 하고 반려 가족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보인다. 지수와 해영은 공교롭게 길에서 구타당하고 쓰러지고 고립되고 버려진 채 발견된다. 영혜에게 그들은 벌거벗겨진 생명으로, 완전한 타자의 형상으로 제시되며 거부할 수 없는 충동의 결과가 이러한 가족의 양상을 빚어냈다고 하겠다.

    사실상 공간은 영혜를 포함해 분별되는 자기 공간에 대한 민감함, 까다로움 등이 드러나지 않는데, 크게 두 개의 공간 특성만이 드러나며, 거실의 뜨개질 공간을 기본으로 공동의 식사를 하는 등 모두의 열린 공간을 제하고는 방에만 있는 가상의 애인을 설정한 채 독자적인 자기의 생활 양식을 고수하는 해영만이 그 예외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월의 사원〉의 공간은 어떤 특징이 뚜렷하게 부각되기보다 오히려 빈 공간에 가깝게 느껴진다.

     

    (사진 왼쪽부터) 해영 역 나경호 배우, 현주 역 조연희 배우.

    영혜의 집안의 인물들 각자의 개성과 그로부터 연장된 공간의 특성이 부재하기보다도 공연의 작은 부분으로 분별됨은, 〈사월의 사원〉의 성좌가 이념, 곧 특수한 문학적 인공물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건 아무것도 없는 터전, 혐오와 편견의 프레임이 없이, 다만 상처받고 이를 예민하게 삶으로 연장하고 있음‘만’을 공통점으로 취하는 사람들이 이룬 특별한 공동체라는 이념이다.

    반면 해영의 깨지지 않으려는 가상의 연인에 대한 현주(조연희 배우)의 의구심과 그로 인해 자기의 영역을 침범받은 것에 대한 불쾌함을 갖는 해영으로 인한 충돌, 학교에서 잦은 싸움과 폭력을 보이는 기정(라소영 배우)과 그런 그의 삶을 규제하고자 하는 지수(이세영 배우) 사이의 갈등 등이 〈사월의 사원〉에서 근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해영과 지수가 당한 폭력과 상처는 직접 언급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흔적도 아니거나 어떤 흔적도 아니어야 한다. 곧 그 이후에 삶을 추스르는 것, 그것이 가능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로 정상 궤도로 포함될 수 있는지가 단지 관건이다.

    반면 메싸의 상처는 적나라하게 결국은 드러나게 되며, 극에서 절정을 이룬다. 곧 그가 남편에게 받은 폭력, 그리고 딸을 배를 태운 남편에게 하루 맡긴 날 겪은 비극적 사건의 전말과 같이 그것은 충격적이고 무엇보다 충격적이어야 한다. 이 두 대립된 층위, 곧 관객과 같은 층위에서 서 있는 상처를 감내하고 사는 사람들이 일상의 눈높이 역시 동일하다면, 메싸의 서사와 언어, 공간은 모두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상처에 대한 언어의 이중 분절의 층위는 극장이라는 공간의 환상성을 분쇄하면서 다시 극장 전체를 환상의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메싸는 흡사 한국인이지만 외국에서 결혼 생활을 하게 된 건 착각이 아닌 걸까. 그는 외국인을 재현하지 않는다. 그 이름만 그 기호로 남아 있는데, 반면, 그는 지수와 막역한 사이이다. 그와 그의 우정은 영혜가 그러하듯 어떤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유를 소명하지 않는데, 메싸가 애도를 위해 캄보디아로 다시 떠났을 때 거기서 지수를 발견하게 되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는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물리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는 듯 매우 좁은 영역으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며, 놀라움의 서사에 대한 개연성을 주지는 않는다. 곧 메싸와 지수의 친연 관계가 어떤 명확한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 것과 같다.

     

    〈사월의 사원〉은 혐오와 적대가 없이 타자를 환대하는 공간에 대한 이상을 실험한다. 영혜의 현실 공간은 ‘굴러온’ 사람들과 ‘새롭게’ 굴러들어 온 사람들의 갈등을 통해 곧 깨어지는데, 이는 그 이념형의 실패 자체가 아니라 그 이념형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일차적인 시도의 과정을 보여준 것으로, 그에 대해서는 갈등의 봉합이나 다른 관계의 양상을 정교하게 그리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영혜라는 완전히 이타적인 존재로 고착된 유형을 흔들리는 주체로 가시화하는 결말로 이어진다.

    영혜는 그렇게 공간과 같이 무정형의 사람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데, 그러한 실험은 다만 한 개인의 충동에 불과한 것이 되는가. 곧 그의 슬픔은 기존의/숙명적으로 실패한 가족사를 벗어나 그가 현재 가진 공허를 채우며 이상적인 가족을 만들기 위한 그의 시도가 또 다시 실패했음을 알리는 것일까. 그런 그의 슬픔은 오히려 뜬금없고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사후적으로 오히려 예정된 것이었거나 허약한 기반을 가진 실험이었던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타적이며 곧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면서도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가. 메싸의 애도는 다소 낯설고 멀게 느껴지며 그의 삶을 현실로 매개하거나 연장할 수 있는 역량 역시 지수에게는 없다. 〈사월의 사원〉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서 존재한다. 반면 〈사월의 사원〉은 가장 주요한 스펙터클의 차원에서, 이방인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과 폭력성의 면모를 (다른 곳의 언어와 삶으로) 진단하고 접근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우리 삶과 연결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스크린의 자막과 함께 무대 뒤편에서 현전시키는데, 이는 이방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불가해하고 부재하다는 것 자체를 노출하는 것에 가깝다. 곧 〈사월의 사원〉은 그를 어떤 예외의 형상으로 제시하면서 그를 다루는 동기에 대해서는 어떤 단서도 주지 않는데, 그에 대한 접근의 경로를 가져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은 다소 낭만적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연극 〈사월의 사원〉

     

    ■공연 일시: 2022.11.30.~2022.12.11 평일 8시, 주말 3시 (월 공연없음)

    - 수어통역(개방형): 12/8(목)~12/10(토)

    - 음성해설(폐쇄형): 12/8(목)~12/10(토)

    - 한국어자막(폐쇄형): 전회차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러닝타임: 120분 (인터미션 없음)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제작: 전화벨이 울린다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메세나협회

    지원: 벽산문화재단

    공동기획: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출연]

    메싸 역: 박수진

    영혜 역: 우미화

    지수 역: 이세영

    해영 역: 나경호

    현주 역: 조연희

    기정 역: 라소영

     

    [제작진]

    작: 배해률

    연출: 이연주

    무대: 남경식

    조명: 신동선

    사운드: 목소

    의상: 김우성

    분장·소품: 장경숙

    무대감독: 서지훈

    음향감독: 남영모

    영상기술: 윤민철

    그래픽디자인: 황가림

    접근성매니저: 권지현

    수어자문: 이재란

    수어통역: 박훈빈, 김도희

    음성대본·낭독: ㈜한국콘텐츠접근성연구센터 서수연

    자막 제작·오퍼레이터: 이효진

    조연출: 김신혜

    기획·진행: 박서우

    프로듀서: 조하나

    협력 프로듀서: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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