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연극 〈로켓캔디〉: 연극이라는 SF를 가지고 놀기
    REVIEW/Theater 2022. 12. 26. 16:32

    연극 〈로켓캔디〉ⓒ이지응[사진 제공=공놀이클럽](이하 상동).

    공놀이클럽의 〈로켓캔디〉는 인간은 달을 개척하고 로봇이 노동을 대체해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2043년을 다루지만, 정교한 우주 과학적 정보와 변화된 세계의 구체성을 특별히 가져가지는 않는다. 이는 한편, 등장부터 “더 나은 삶…”을 줄기차게 읊는, 솔라리아 최초 개발자 노아―버디-x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었다고 한다.―가 화성에 가려고 하는 기업가 일론 머스크에 대한 기시감을 주는 것과 같이, 2043년 역시 미래가 (또한 달에) 완전히 도착했다기보다 염원과 희망의 슬로건이 세계에 남아 있는 현재의 양상을 띠며, 다른 한편, 질산칼륨과 설탕을 섞은 로봇캔디를 추진제로 해서 아버지를 보러 달로 떠나려는 ‘지구’의 상상계적이고 도착적인 관점에서 극이 연장되기 때문이다. 곧 지구(와 그와 결합하는 우주)의 망상이 극을 그리고 현실을 지배한다.

    〈로켓캔디〉는 “꿈과 현실”이라는 메타포로 연극을 비유하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 중’을 대체하는 “경기 중”으로써 호모루덴스의 이상으로서의 팀의 이름을 공연으로 연장한다. 천장에서 내려온 줄의 얽힘과 빗금, 통로로 분할되는 극장 공간은 딱딱하고 견고한 구조의 힘보다는 정신없는 접점, 느슨한 기울기와 유선형의 연결에 더 가깝다. 너덜너덜하고 연약하게 역할들은 무대에 투명하고도 불확실하게 뚜렷하고도 불분명하게 자리잡고 흩어진다. 이러한 양가성은 〈로켓캔디〉가 캐릭터에 치중하지 않으면서 퍼포머의 현존을 내세우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서사 자체가 현실의 폭파와 분쇄, 상상력을 폭발적으로 제시하려는, 극의 분절되고 자리 잡지 않는 언어들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노아의 말과 합창,정확히 “더 나은 삶, 더 의미 있는 삶, 더 아름다운 삶 The better life, the more meaningful life, the more beautiful life”의 경구는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이는 그러한 삶이 달콤한 캔디와 같은 일종의 선동임을 드러낸다. 동시에 이는 일종의 합창으로 무대 뒤로 사라진다. 또한 〈로켓캔디〉에는 〈슈가타임〉이나 〈wonderful life〉와 같은 노래가 계속 등장하는데, 뮤지컬 넘버의 본론이 아니라 다채로운 언어 구사의 차원으로 시도되는 것이라 하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일종의 언어 유희적으로 언어가 전제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로켓캔디가 질산칼륨과 설탕을 섞어 만들어진 것이며, 이는 로켓의 연료로로 쓰일 수 있지만 폭발할 수도 있다는 점은 ‘로켓캔디’의 달콤하고도 악마적인 진실이다. 곧 연극이 설탕이면서 폭탄으로서 현실을 내파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다는 두 번의 대사가 중첩되면서(우주의 똑같은 말은 각각 “연극”과 “폭탄”에 시차를 두고 수여된다.) 극은 연극에 대한 알레고리로 나아간다. 곧 〈로켓캔디〉는 연극이 그것이 놀이이든 폭력이든 현실을 바꾸는 직접적인 힘을 갖기를 소원하는 듯 보인다. “한순간에 어둠을 만들어내는” 연극(우주)은 곧 그러한 물리적 깜빡임과 같은 일시적 연극의 전환이라는 상상력의 차원으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폭탄을 터뜨려 현실을 파괴하는 과격한 폭력의 이념형으로 연결되기도 하며, 그 둘 사이에서 〈로켓캔디〉는 방황하거나 놀이를 하고 있다. 

    지구의 어머니가 열성적으로 다소 지나치게, 병적으로 지구의 삶에 간섭하는 존재로 드러난다면, 지구와 어머니의 관계는 표피적인 양상에 그치며, 지구는 오히려 아버지 존재에 대해 질문하고 갈구한다. 이는 달로 나아가는 다이달로스 로켓을 그가 만들려고 하는 충동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둘은 지구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언어와 규칙은 지겨우며, 먼 세계의 언어와 편견 없는 규칙이 필요한 것일까. 지구와 우주와 같은 이름들처럼 작위적인 설정, 그러나 ’우주‘와의 관계를 통해 지구라는 ‘지구에 갇힌‘ 내부자의 속성과 그와 대립해 지구 바깥의 삶을 전제하는 ’우주로 열린‘ 외부자라는, 이름으로 축약하는 메타 극작의 기술은, 지구와 우주를 하나의 존재 의식으로, 또 지구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욕망의 언어로 극을 동시에 진행시킨다. 

    우주는 조커와 같이 어둠을 직접 전파하는 암흑의 진리를 고수하는 자이기도 하다. 그는 폭력의 효용뿐만 아니라 당위를 주장한다. 이는 극장의 메타포로 언제든지 〈로켓캔디〉가 숨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극장의 어둠은 사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지칭되는데, 이는 타자의 시선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어둠에서 극장이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극은 지구의 상상계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사실 우주는 지구가 가진 어둠으로 합성된다, 존재적으로 동시에 언어적으로. 사실 우주는 지구가 꾸는 꿈이기도 하며, 지구가 우주로 가는 순간 지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는 점에서 지구와 우주는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언어적 역설이 적용된다. 

    〈로켓캔디〉는 SF의 세계를 가정한다고 할 수 있는가. 그 SF는 현실에 대한 것보다는 인식에 대한 부분으로 보이며, 지구의 자의식이 어떻게 현실을 초과하는지 또는 폭발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지구가 내는 “오우무아무아”는 태양계가 아닌 곳에서 온 최초의 천체로, 지구의 인식에 대한 한계와 바깥에 대한 지향과 닿아 있다. 극장에서 연극을 하는 우주의 언어는 세계를 연극으로 내파/폭파하는 것으로, 연극으로 모든 것을 치환하고 현실의 언어를 그에 굴복시키는 것이다. 폭력은 실제적인 것이라기보다 다분히 전략적인 차원의 언어 사용의 맥락에 있다. 우주는 연극을 통해 진실을 전개할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로켓캔디〉는 연극이 펼쳐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극은 수행되는 것이고, 이 언어는 극 내재적이기보다 극 바깥을 향하는 메타적인 차원에서 단지 취해질 수 있는 것이다. 

    지구는 정말 우주, 달의 뒷면에 간 것일까. 〈로켓캔디〉는 물론 연극이다. 한정된 장소와 변경을 전제한다. 그럼에도 지구와 우주가 그 바깥의 지구와 우주를 함축하듯 유희와 놀이에 의해 성립되는 다른 현실은 이것을 성립시키는 것이 단지 연극 안의 연극, 곧 극중극이라는 사실에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관객은 연극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연극과 같이 있다. 마찬가지로 연극 안의 현실이 연극 자체일 수도 있음을 가정하는 것은 모호하면서도 이 바뀌지 않는 연극의 장소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듯하다는 점에서, 〈로켓캔디〉는 희곡을 재현하기보다 수행하는 데 더 주력한 것은 아닐까.

    다이달로스는 로켓이기도 하지만 말을 하고 지구와 대화를 나누는 로봇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구의 로켓캔디를 활용한 로켓 제작법과 그에 따른 새로운 다이달로스로써 달에 가서 새로운 에너지 채취와 달의 문명을 이룩하려는 노아의 꿈에 또한 저항하며 거기에 원래의 다이달로스를 날아올려 이를 폭파시키는 지구의 행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자의 다이달로스가 로켓이라면 후자의 다이달로스는 폭탄인 셈이다. 지구의 꿈이 지구 구성원의 꿈이 되고, 희망이자 절망이 되는, 매우 사적인 꿈과 행위가 세계가 되는. 그것은 지구의 꿈을 단지 시뮬레이션 해본 것 아닐까, 무대에서는 수행해 본 것 아닐까.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일정: 2022년 12월 11일 (일) ~ 12월 23일 (금)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예매: 대학로예술극장 홈페이지 (theater.arko.or.kr)
    문의: 공놀이클럽 ballplayclub@naver.com / @_ballplayclub

    제작

    출연: 박은경, 고유나, 김용희, 류세일, 마두영, 서영주, 이세준, 정나금, Anupam Tripathi
    조연출: 임진성
    드라마투르그: 김지혜
    무대감독: 김동영
    무대: 김다정
    조명: 이경은
    음악: 이재
    의상: 온달
    그래픽: 장한별
    안무: 배효섭
    사진: 이지응
    영상촬영: 권순현
    기획: 이한솔
    오퍼레이션: 김새한별, 정지현
    작/연출: 강훈구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