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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댑댄스프로젝트 〈> "hello world" ;〉: 몸의 자율성 vs 이미지 이후의 몸
    REVIEW/Dance 2023. 1. 24. 22:56

    댑댄스프로젝트, 〈> "hello world" ;〉ⓒ옥상훈[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상동).

    댑댄스프로젝트의 〈> "hello world" ;〉(이하 〈hello world〉)의 무대는 몸 이외의 것들로 채워지고 변화한다. 무대를 채우는 몸의 엔트로피를 확인하는 빈 공간의 미학이 꽤 잘 활용될 수 있는 무용의 어떤 향상적인 전제는, 여기서 조금 다른 궤도를 그리게 된다. 매체의 추상성과 구체성이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공존하는 무대는, 디지털 이미지의 반영성을 몸으로 재조합하는 행위로 변환된다. 
    무대 중앙에는 브로콜리 하나를 비추는 영상이 박혀 있고, 이후 이는 몸의 형상들을 은유하는 것으로 재가시화된다. 태블릿 PC에는 이미지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이미지는 추상적이지 않은, 어떤 형상을 띤 ‘이미지’들로서, 이는 상징의 한 표식이 되어 현실의 개념들을 각인시키거나 신체의 한 부분을 대체하는 지표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hello world〉는 바로 이러한 세계에 대한 지시성을 인공 환경의 구축 아래 새롭게 환기시키고자 한다. 새로운 가상 환경에 대한 접지가 요청된다. 여기서 몸은 그러한 세계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계 장치에 대한 보족의 역할을 하며, 이는 흡사 살아 움직이는 전광판과도 같다. 그렇다면 몸은 이미지에 복속되는 것일까,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럼에도/그렇지만 이미지에 복속되는(?) 또는 이미지와 결합하는 신체들과 다른 지위로서, 아마 〈hello world〉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곽유하 무용수의 타자로서의 신체이다. 하지만 이 신체는 곧 움직임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미지이기도 하겠지만 독립적인 움직임이다, 이미지를 가장한. 태블릿 PC를 든 신체가 저절로 바뀌는 이미지 이후, 이를 확인시키는 마술사라는 존재로 재위치하는 것과는 다르게,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은 채 발화하는 몸은 인지적 소통의 범위 바깥에 있다. 분절되며 연장되는 신체는 기능적이기보다 순수 움직임을 재현하는 유사 로봇 신체에 가깝다. 물론 이는 가상 환경에서 이미지의 떠다님 아래 위치한 신체의 행위적 특질과 그 궤도를 같이 하면서, 곧 그것이 비인간적 존재의 실천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하면서, 동시에 이미지를 인지하는 중간자적 존재들과의 차이 아래 이러한 몸의 양태가 지닌 다른 궤적이 인지될 수 있다. 
    이미지-도상이 신체 부분을 가리킬 때, 곧 이미지를 든 신체 자체를 대체할 때 이미지에 기존의 신체는 잠식당하기보다 신체의 연장으로서의 이미지가 또 다른 신체를 구성한다는 전제를 〈hello world〉는 시험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의 이미지가 손이 될 때 나머지 신체는 그 손의 배치에 맞춰 편재된다. 이는 단순히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이미지-신체의 종합된 기관이 출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몸의 자율성은 몸의 적용이 향하는 가상 세계를 보여주는 데 있어 부속적인 것으로 보인다. 

    가상 환경이 바꾸는 몸의 배치, 가령 점멸하는 표면에 감싸인 몸들, 또는 바닥이 하나의 전광판같이 하나의 색으로 변경되는 것 등에 따라 몸은 그 변화의 기조에 맞춰 미세하게 몸을 적용해야 한다. 가령 전자에서 몸은 발화를 멈추는 것으로써 발화해야 하며, 후자에서 몸은 굳건한 발의 지지가 아니라 발을 공중에 띄우듯 가볍게 놀려야 한다. 〈hello world〉는 가상 환경 혹은 이미지의 질서에 포획되며 몸의 자율성을 포기한다기보다는 빈 공간이 가진 몸의 실존성, 이를 반대로 하면 몸의 무한한 가능성과 동시에 한계를 표출하게 하는 공간의 투명성을 무한한 환경의 변화로 바꿈으로써 몸의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려 한다. 몸은 적응하고 또 적응하며 변형되고 어쩌면 빈틈을 노출한다.
    몸은 결코 명확해지지 않는다. 이미지는 무한하며 (그것이 상징적인 이미지라는 점에서) 회고적이다. 그 이미지의 좌표들이 몸의 좌표축을 결정하는 가운데, 몸은 이미지를 뒤따른다, 그것을 재현하거나 그 물리적 위치의 연장이 되거나 자신의 신체를 그 이미지에 내속시키며. 이 안에서 순수한 움직임은 현실 환경 또는 빈 공간에서만 해당할 것이다―하지만 〈hello world〉는 이미지 이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몸은 이 안에서 이미지의 규약을 유지시키는 로봇의 신체와도 같다. 그럼에도 태블릿 PC를 들었을 때 몸의 중심은 변화하고 흐름과 속도, 힘 역시 모두 변경된다. 곧 그러한 연장된 신체의 경계에서 이 같은 몸, 곧 곽유하의 신체 역시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가령 목에 끼운 유연하게 꺾이는 오브제, 보통 스마트폰의 지지대로 쓰이는 도구와도 같은 오브제가 악기와 같이 소리를 내는 도구에서 장신구 혹은 신체 보족 장치로 연장되는 것처럼 움직임의 틀은 새로운 관절들의 도입 이후의 재분절의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 

     

    〈hello world〉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만든다. 그 안에 신체가 존재한다. 그리하여 이미지와 신체라는 이미지를 만든다. 가령 태블릿 PC들을 펼친 손들은 부채춤의 다른 버전이기도 할 것인데, 그 총체의 신체 형상이 하나의 움직임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에 비해, 곽유하의 몸은 사실 유일한 이미지가 아니었을까. 다른 신체들이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곧 이미지를 믿고 이미지를 대상으로 처리하는 자들이라면, 곽유하는 그 스스로 자체가 되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hello world〉는 이미지-사물 또는 이미지-장소의 갱신되어 가는 과정에서 놀이/규약으로서의 움직임이 대부분을 이루는데, 이러한 부분을 신체의 무한한 가능성을 협소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이를 다른 논리로 전도하여 스마트폰과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것을 적용하기 또는 호출하기로서 〈hello world〉는 시대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시의적절한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이미지를 든 손은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기능적 손이면서 사실 이미지-물체를 든 손이다. 또한 이미지를 딛고 있는 발은 이미지-분절된 공간을 따르는 발이다. 여기에는 몸의 미세한 지각 변화가 있다. 동시에 이미지를 보여주는 신체는 이미지 바깥의 신체 잉여를 보여주는 신체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몸의 굴절과 그럼에도 몸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미지 바깥에 선 자는 이미지 이후의 신체들과 맞물리며 이미지와 신체의 조응, 실은 어긋난 접합에 대한 하나의 재현, 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지-사물의 하중으로 연장된 구부러진 신체의 유비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 이후’의 세계에 속할 것이다. 여기에는 손 위에 더해진(=손/신체 너머의) 화면 안의 매끄럽고 유연하며 비인간적인 어떤 미래의 신체가 있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2023.01.13 ~ 2023.01.15. 금 20:00 / 토,일 16:00
    공연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단체명: 댑댄스프로젝트

    > "hello world" ; 는 지구와 환경, 생태계를 소재로 동시대의 화두를 던진다.

    인간, 자연, 환경이 디지털 세상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인간은 그 세상을 어떠한 모습으로 만들어갈까?
    디지털 세상 속에서 ‘신’이 된 인간에 대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움직임과 영상 등의 트랜스 미디어를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제작진〉
    안무: 김호연, 임정하
    리서치 및 출연: 곽유하, 김호연, 이영례, 임정하
    영상: LIMVERT (임정은)
    음악: 김현수
    무대감독: 김진우
    조명: 이승호
    무대디자인: 최상지
    의상: 김은경
    기획: 양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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