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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 Jin Jang Dance, 〈당신이 그런 것을 입게 될 줄 알았어〉: 반향과 굴절의 언어
    REVIEW/Dance 2023. 1. 24. 22:36

    He Jin Jang Dance, 〈당신이 그런 것을 입게 될 줄 알았어〉ⓒ현석현(이하 상동). 김명신 퍼포머.

    〈당신이 그런 것을 입게 될 줄 알았어〉(이하 〈당신이〉)는 퍼포머와 관객의 일 대 이의 만남을 전제로/통해 진행된다. 두 명의 퍼포머가 무대를 양분한다. 무대로 내려온 관객들은 글러브라는 신체 보족 장치를 끼고 매트에 누워 자기 몸을 맡긴 채(?) 공연 내내 이끌려 다닌다―그 전에 무대 진입 지점 전에 종을 칠 것이 요청되고, 이를 수행한다. 속삭이는 말들은 관객 한 명 한 명을 직접 향하고, 두 퍼포머는 간헐적으로 몸을 올려서 열린 하나의 공간에서 말을 섞는다. 이러한 말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의지를 갖지 않는 대신, 프로그래밍된 언어 설계 아래 수행 자체의 어떤 모듈로서의 성격을 확인하게 한다. 

    〈당신이〉가 내세우는 가장 주요한 단어는 이것이 “리허설”이라는 것이다. 정식 오픈 이전에 시험적인 차원으로 진행되는 것이 통상의 리허설이라면, 사실상 〈당신이〉는 리허설을 가장한 공연이라는 점에 먼저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공연을 리허설로 규정함으로써 사실은 이 모든 시간이 공연의 실재를 보여주는 것인지 그 모든 걸 한번 시험 삼아 하는 것으로 유예하며 공연을 가장하는 것인지를 모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 이르면, 이러한 용어 사용이 공연에 대한 성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은 확실하다. 반면, 그 공연에 ‘참여’할 때 한층 더 복잡하고 모호한 과정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그것이 ‘참여’라고 할 수 있는지조차를 의문으로 구성하게 됨에 따라 그러하다. 

    퍼포머는 ‘나’에게 속삭인다―하나의 매트에 한 명의 관객이 배당된다는 점에서 ‘나’는 집합적 관계보다는 내재적으로 분절된다. 그 말은 나와 너의 관계를 발전시키기보다 더디고 침착한 공기라는 매체를 경유한 채, 단지 그 매체 환경에 대한 명확함만을 주지한 채 여전히 어떤 위치도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어떤 세계에 있지만 그 세계를 인식할 방도를 마련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너’와 ‘그’를 오가며, 때로는 그것이 ‘그’의 어떤 특별한 의미도 아닌 말인 동시에 무의식의 전형으로서 ‘나’의 연장일 수 있는 퍼포머의 말이 정확히 누구를 향하는지 나아가 누구의 위치를 결정하는지 역시 알기 어렵고, 그러한 상태를 의도적으로 추구한다는 데서 결정적인 유인이 있다고 보인다. 

    퍼포머와 관객은 일 대 이, 또는 일 대 일의 관계―가령 속삭임은 나와 바깥을 동시에 향하지만 나는 그것을 나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체감한다(일 대 일). 이 바깥은 매트의 분기 바깥을 이야기하는데, 다른 퍼포머와의 관계에서 가까운 매트의 열린 청취를 포함한다(또 다른 일 대 이).라는 프로토콜 아래 〈당신이〉는 놓이지만, 퍼포머의 말은 근본적으로 발신자와 수신자의 명확한 관계항 아래 놓이지 않거나 ‘일’의 존재를 형해화한다(또한 나의 듣기가 외부의 침투를 알든 모르든 간에 열린다는 점에서 또한 그러하다.), 그 스스로를 또는 관객을. 나아가 이 발신-수신의 메커니즘은 이 공연을 “체험”한 이전의 관객이 자신의 과거를 현재 인식하면서 비로소 온전한 관객이 되는 체제 아래 놓인다는 점에서(앞서 현재의 시공간이 안팎의 동시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면, 이제는 시차를 두고 경험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리허설’의 의미는 유효할 수 있다. 곧 이 모든 걸 바깥에서 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곧 발신과 수신의 엇나감, 또는 근본적인 모호함의 성격은 제3의 시선에 의해 하나의 장면을 형성한다. 

    〈당신이〉가 그런 것을 ‘보게 될 줄 알았’다거나 ‘듣게 될 줄 알았’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 보면, 제목은 대부분 눈을 감고 자신의 위치를 관찰되거나 철저하게 대상화되게끔 내버려 두는 공연의 방식을 일차적으로 의미하며, 또한 시각이나 청각 이전에 촉각의 경험이 우선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듯 보인다. 매트 위에 관객은 붙잡히며, 유동하는 땅(ground)에서 자신의 몸이 굴절되는 것을 체험한다, 보거나 듣는 것이 아닌. 이러한 조건 속에 삽입되는 말은 ‘나’와 ‘너’의 고정된 위치를 끊임없이 불안정한 것으로 만든다. 눈을 뜬 채 처음 퍼포머와 마주하며 그가 이끄는 대로 권투 장갑을 착용한 이후로, 관객은 헐겁고 묵직하게 매트를 착용한다. 

    〈당신이〉가 모호한 말을 모호한 대상을 구성하는 가운데 한다는 것이 그 말을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거나 그 내용을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그 말이 각기 다른 퍼포머에 따라 구성된다는 것인데, 공연의 프로세스는 결국 비슷할 것이지만―두 명의 퍼포머에 의한 동시적인 질적으로 다른 하나의 퍼포먼스‘들’은 또 다른 퍼포머와 합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공통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개인을 향한 무의식적이고 꿈과 같은 발화들은 그 개인에게만 의미를 형성하거나 하지 않는 것일 수 있으며(반대편의 다른 한 명의 관객은 그것을 들을 수 있거나 때로 없다.), 그것은 때때로 내재적이다. 
    정신분석적인 차원에서 ‘너’의 정신 양태에 대한 것은 정확하고 현실적인 맥락으로 (또한 ‘그’의 차원으로) 구조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바로 그런 지점에서 이 말들은 몸에 대한 어떤 이상하거나 기이한 경험 그 자체라는 의미 정도를 획득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공연 이후 성립된 〈아티스트 토크: 헛것 보기〉에서 이 말들을 각 퍼포머들이 돌아가며 다시 수행했는데, 각각의 말은 서로 다르고 개별적이면서 여전히 명확해지지 않았다. 그 말들은 하나의 구조를 향하지도 않았고 하나의 형식을 이루지도 않았다. 개별 공연은 독자성을 이루지만, 종합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다른 공연을 모두 본다는 것이 하나의 온전한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모든 공연을 보는 것이 하나의 공연을 더 잘 보는 것 역시 아니다―이 지점에서 이 글을 쓰는 당위가 생겨났다

    〈당신이〉는 끊임없는 수행 자체로써 리허설로서의 의미를 획득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무언가를 체험하고 이를 다시 보는 것으로써 이전의 신체로부터 벗어나 유령으로 존재하며, 다시 바깥에서 나를 반영하는 상담자로서의 위치는 나를 감싸는 나의 옆의 존재가 아니라 그와 같이 과거에서 온 체험자-관객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신이〉는 관객으로서의 위치를 한 번은 부재로 다른 한 번은 분석자의 입장으로 반영하며, 관객의 위치를 전유하고 탈은폐한다. 전미래형으로 이야기‘되었던’ 공연명은 관객의 그러한 위치를 재점화한다. 〈당신이〉는 무엇보다 관객에 대한 시각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이며, 그 시간만큼 퍼포머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일시: 2022.12.21.(수) - 12.30.(금) 14:00-21:00 공연 없음 14:00-20:00(1일 총 6회×7일) ** 12.24.(토)-12.26.(월) 
    장소: 옵/신스페이스(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7길 12)

    〈크레디트〉
    콘셉트/안무/연출: 장혜진
    공동창작/출연: 고권금, 김명신, 김현진, 위성희, 이소영
    리서치 참여: 송명규
    드라마투르기: 현지예
    사운드: 지미 세르
    기술감독: 이도엽(걸작)
    그래픽디자인: 임경섭(새서울소사이어티)
    영상기록: 이진원(복코)
    사진기록: 현석현(필름바우쉬)
    프로듀서: 김혜연(위올리얼리매터)

    주최/주관: He Jin Jang Dance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문무용수지원센터

    〈당신이 그런 것을 입게 될 줄 알았어〉는 공연의 ‘리허설(rehearsal)’을 파헤치며 ‘실연(enactment)’과 겹쳐 놓는 작업이다. 리허설이 공연에 앞서 진행되는 가상훈련이라면, 실연은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나 미래에 일어날 일을 현재로 불러와 특정 장면을 연출해보는 관계 정신분석(relational psychoanalysis) 기법이다. 부재하는 관객을 미리 만나보는 연습인 리허설은 때로는 어떤 사회적 상황을 그리는 자각몽이 되기도 한다. 이 작업은 안무를 반복하는 가운데 관계의 고착된 패턴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진심과 가식을 넘나든다. 리허설의 사회공학을 ‘실연’하는 공연에 당신을 초대한다. 우리는 당신을 끊임없이 추측하며 헛것을 본다.

    장혜진 소개:
    He Jin Jang Dance는 생존을 위해 반응하는 신경계의 움직임을 몸-춤-안무로 바라보고, 이를 라이브 아트의 사건으로 기획한다. 2008년 미국과 오스트리아에서 데뷔했고, 이와 동시에 미국 댄스 매거진 Dance Magazine의 ‘주목할 만한 여성안무가’로 추천되었다. 북중미와 유럽에서 활동하다 2015년 귀국, 〈표류하는 몸〉, 〈미소서식지 몸〉, 〈흐르는.〉,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 등을 발표했다. 장혜진 안무가는 공연예술의 존재론과 자신의 존재론을 엮으며 작업을 풀어나간다. 적재적소(適材適所) 개념으로 안무를 바라보며, ‘그때 그곳에서 일어나야 하는 일’을 작업 안팎에서 찾으며 창발의 신경미학을 좇고 있다. 현재 유럽 Transart Institute/Liverpool John Moore University에서 프랙티스 베이스 리서치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아티스트 토크: 헛것 보기〉
    일시: 01. 07. (토) 14:00-16:30
    장소: space LO(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7길 12,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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