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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컴퍼니, 〈On the Rock〉: 구조를 향한 힘
    REVIEW/Dance 2023. 2. 10. 15:26

    모든 컴퍼니, 〈On the Rock〉ⓒ옥상훈[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상동).

    막이 걷히기 전에 퍼포머들은 한 명씩 무대 좌측에서 우측으로 지나간다. 중앙에서 정면을 바라보기 위해 멈추는데, 그 전에 서로는 시선으로 맞물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독립된 행동이다. 정면을 응시하는 이러한 시선은 관객을 직접 응시하기보다 마주할 수 없는 거리를 발화한다. 곧 그것은 허공에서 대상을 찾지 못하며 미끄러진다. 관객이 보는 막과의 거리감이 퍼포머들의 시선을 통해 체현된다. 〈On the Rock〉의 무대는 바닥이 아니라 그 막의 깊숙한 이전으로 연장된다. 곧 무대를 세워 놓은 전면의 바닥에는 시계나 책상, 창문, 의자와 같은 일상의 사물이 달려있는데, 여기서 의자는 거꾸로도 또 옆으로도 누워있으며, 이 모든 사물과 판은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뉘어 있거나 거꾸로 뒤집힌 것들이 된다. 

    모든 컴퍼니의 〈On the Rock〉은 이러한 뒤집힌 무대를 등진 채 퍼포머들 간의 힘의 균형을 서로의 몸에, 또 허공에 시험하는데, 이는 형식에 대한 실험이 아닌 구조에 대한 원리를 찾는 탐색의 과정이라 하겠다. 이러한 힘의 균형점을 찾는 구조를 만드는 건 뒤에 세워진 막과 같이 견고한 지지체와 결부된 신체들의 양상을 가정하는데, 이는 마치 그러한 완성을 향한 정언명령 같은 보이지 않는 원칙을 향하고 있는 듯한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곧 둘에서 집단으로 나아가는 얽힘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더 큰 가상의 구조물을 짓기 위한 단계들의 일부로만 기능한다. 

    클라이밍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무대로 연장한 〈On the Rock〉은 움직임 측면에서 그리고 무대 장치 측면에서 클라이밍을 가져오는데, 이는 각각 형태적이고 기능적인 차원의 움직임과 수직적 높이의 지지체로 나타나는 것이다. 무대 바닥에서의 움직임이 뒤쪽의 무대 세트로 옮겨지면서 본격적으로 클라이밍의 동작이 구현되는데, 홈을 잡고 위로 이동하거나 줄을 잡고 매달리거나 하며 공간으로부터 긴장을 전이한다. 이후 아래쪽 문이 열리며 어둠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광경은 시노그라피적으로 놀라움을 안기는 장면이다. 그것은 가시적인 세계 너머의 세계를 지칭하되 그곳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앞선 행위와 존재에 대한 규명을 신비화된 지점으로 규정한다. 

    구조체를 만드는 움직임 이전에 퍼포머 한 명(이소진)의 춤은 가로, 세로로 그어진 선분으로 나뉜 바닥을 정면성을 띤 채 이동한다. 이는 가장 첫 장면의 응시가 연장된 장면이자 혼자서 구조물에 대한 역학적 구성을 의도하지 않은 가벼운 움직임의 양상을 띤다는 점에서 거의 유일하며 독특하다. 바닥의 경계는 그에게는 보이지 않는 분명한 장애물이 되며 그것을 빠르고 가볍게 이탈한다는 점에서 그는 자유롭고도 위태로운 모습이다. 이 후자의 차원이 조금 더 가까울 텐데, 이는 〈On the Rock〉의 정동이 버티면서 나아가는 클라이밍의 기본적 원리를 체현하고자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위태롭게 쓰러지지 않으면서 구획된 공간을 벗어나면서 다시 포획된다. 

    이소진의 움직임을 예외로 한다면, 표현의 가시성 대신에 신체의 물리적 역량을 시험하는 대부분의 움직임은 신체의 중심 능력과 지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다분히 둔탁하고 더딘 형태를 띤다. 모든 컴퍼니의 움직임은 이전의 작업, 가령 〈물속 골리앗〉을 보면, 주로 미세하고 예민한 커뮤니케이션에 기초한 정적인 움직임의 양상으로 인지되는데, 벽과 무게중심, 클라이밍의 의태적인 차원에서 시험하는 움직임의 차원에서는 전혀 다른 감흥을 촉발했다. 이는 신체 자체가 무게이며 그 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힘이 표현의 기술이 되는 차원에서 물론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한편으로, 구조물 위에서의 움직임, 공간 전체를 하나의 구조로서의 의미를 구성하려는 시노그라피적 연출의 차원은 〈물속 골리앗〉과 유사성을 띤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컴퍼니의 〈On the Rock〉은 스포츠를 소재로 한 무용으로 애초에 홍보되었지만, 클라이밍의 직접적인 움직임을 일부 시현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신체를 무게와 힘, 또는 하나의 벽―신체 부위는 일종의 홀드가 된다.―으로 인지함으로써 신체 자체의 재인지 양상을 가져왔다고 하겠다. 두 사람, 나아가 여러 명의 얽힘에는 힘의 평형과 안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구속과 접점에 대한 접속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보이지 않는 구조를 위한 기능적 차원의 측면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을 부르는 반면, 몸의 부분들을 점유해 가는 더딘 과정의 차원에서는 그 예민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서로의 신체를 지지하고 또 의존하는 서로 반대되는 움직임들의 얽힘은 사물화된 신체와 이를 조정해야 하는 능동의 신체의 대립이기도 하고, 사물과 존재의 중간 양상과의 특수한 교감에 대한 이해를 요청하기도 한다. 한 존재의 힘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한편, 이 거대한 힘에 대한 숭고함을 정동으로 연장하기도 한다―‘도대체 왜 힘은 극대화되어야 하는가?’. 이는 거대한 벽과의 관계이기도 하며, 나아가 코로나19 이후의 단절된 커뮤니케이션의 정동을 알레고리로 가져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대의 정동과 움직임의 관계가 빚는 정동은 이 차원에서 지극한 대립의 변증법을 향해 나아간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개요]
    공연 일시: 2023.2.3.(금) ~ 2023.2.5.(일) 금 20:00 / 토, 일 16:00
    공연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단체명: 모든컴퍼니
    안무, 연출: 김모든
    출연: 류지수, 문경재, 배민우, 염정연, 이소진, 이예림, 조연희
    관람시간: 60분

    음악감독: 도재명
    무대디자이너: 최상지
    무대감독: 김인성
    조명디자이너: 이승호
    의상디자이너: 최인숙
    그래픽디자인: 이한수
    사진작가: 박창현
    티저영상: 연두픽처스
    프로듀서: 신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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