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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람, 〈순희, 영숙, 연수-ㄴ〉: ‘엄마’를 호명할 것인가 마주할 것인가
    REVIEW/Theater 2025. 11. 3. 01:09

    이우람,〈순희, 영숙, 연수-ㄴ〉(이하 상동),

    〈순희, 영숙, 연수-ㄴ〉은 ‘엄마’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추출하고 또한 개념으로서 사유하고자 하는데, 출연하는 세 배우, 이우람, 정혜민, 이 청이 각각 소환한, 조순희, 이영숙, 전연수/임연순―전연수의 (시)어머니―이라는 자신들의 어머니를 마주하고 서사를 구성해 분배하는 방식은, 후반 이 셋이 이루는 가족의 방식과 토대에 대한 탐구로 선회한다. 이는 아마도 연극의 실질적 출발점이 ‘엄마’가 아닌, 그것을 모티브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합의에 이른 세 배우의 관계성에 있음이 착안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순희, 영숙, 연수-ㄴ’은 우람, 혜민, 청으로 다시 바꾸어 쓸 수 있을 텐데, 이 셋이 자신들의 엄마에 다가가고자 한 부분에서 드러나는 건 이들 자신으로, 또 그 과정에서 논의와 실천을 함께 하는 작업 공동체의 흔적들로, 결국 그것은 다큐멘터리 연극의 일정한 양식을 그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연극이 접근하는 대상과의 사건, 그들의 언어, 나아가 존재 자체는 연극의 주요한 재료이자 매체가 되는데, 이때 존재의 즉물적 차원의 세부는 주제에 이르는 과정에서 요철이자 잔여의 특징을 갖게 된다. 그것은 연극의 경계를 확장한다기보다는 연극의 바깥을 확인시키는 것에 가까운데, 전체 서사의 구성 아래, 그것의 지극히 사적이거나 개인적인 것의 범위임을 감축하거나 다듬으려는 시도 아래, 그것이 성립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것을 특정한 것으로 전제하는 과정 아래 그 대상에 접근하는 관점, 또한 그 대상을 다루는 데 있어 주체가 갖는 윤리적 태도의 차원에서, 다큐멘터리 연극은 대상을 경유해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는데, 곧 개별적 엄마에서 엄마라는 개념 자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간극은 〈순희, 영숙, 연수-ㄴ〉이 셋을 포함한 공동체, 식구, 가족을 완성하려는 노력으로 이동, 어쩌면 비약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애초에 〈순희, 영숙, 연수-ㄴ〉은 독립 이후, 곧 엄마와의 거리를 확보한 이후, 엄마를, 엄마에 대한 ‘나’를 고찰하고자 하는 유인을 얻게 되는데, 이는 나의 연장으로서 엄마 또는 엄마의 연장선상에서 나라는 틀, 곧 관성적인 시선을 벗어나, 엄마-임(being)이 아닌 엄마-됨(doing)이라는 수행의 견지에서 새롭게 엄마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별적 존재들의 차원은 제목에서만큼이나 주요하고 절대적인 것이지만, 실은 일종의 매개의 시작 단계에 다분히 머물게 된다. 또한 여기서 엄마의 주체로서 심급과 엄마라는 고전적 서사의 틀은 엄연히 간극이 있는데, 공연은 이들의 엄마로부터가 아니라 그들로부터 자신들이 새로운 관점을 확보해 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어머니들이 변화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어느 정도 가부장제와 같은 낡은 관념에 젖어 있거나 어느 정도 차이를 갖고 있음 정도가 서술되며 후자가 긍정되는 정도에서 예시의 차원에 그치게 된다. 

    그래서 〈순희, 영숙, 연수-ㄴ〉은 주체의 자리, 그리고 애초 이들이 매체가 되는 방식과 그것에 대한 합목적적 서사의 유인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탐문하는 방식으로 상상적으로나마 결속한다. 근방의 집들이라는 가정은 일종의 특정한 마을 공동체의 정념을 띠고서 그 너머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근거를 모색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가족의 틀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굴절되면서 다시 같이 먹고 살아가는 단순한 식구의 환원적인 고전적 도식으로 수렴하는 건 애초에 이 도달점으로부터 시작의 명분을 뒤집을 수는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혈연이 아닌, 우정의 공동체, 신념과 존중, 상호 이해를 향한 노력으로써 만들어 나가는 공동체라는 전제가 엄마라는 애착적 존재로부터 역할의 수행과 균열, 관계의 갈등과 다툼을 봉합한 것이라는 걸 그 과정에서 혜민이 엄마가 됐을 때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식적인 상상력의 차원으로 빚어내는 데 이르렀긴 하더라도, 이 존재들에 대한 공연 자체의 애착이 급진적인 가족의 이상을 궁구하기에는 여전히 ‘나’의 협소한 영역 자체를 절대화하는 데서 (그러니까 ‘엄마’를 물리적 차원에서 다루는 그 시작에서 상정되는 ‘나’를 반추하더라도) 처음부터, 그리고 여전히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순희, 영숙, 연수-ㄴ〉이 이론의 차원이 아닌 현실로 침투하고 뛰어드는 무모함과 과감함의 차원을 긍정으로 수용하면서도, 사회과학의 여러 대안적 차원의 가족 이론과 한국 사회의 가족이라는 관념과 현실의 곤궁함 등을 가져오면서도 그 틈을 파고드는, 또는 그 사이를 교차하며 가족에 대한 새로운 서사를 감각 차원으로 연장하는 방식을 시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에 대한 아쉬움을 낳는다. 어쩌면 거기에는 더 큰 하나의 틀을 놓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이 모두 불안정한 직종인 배우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을 때 그들의 특수한 삶을 기반으로 해서 더 넓은 차원에서의 사례의 조사와 분석적 검출이 한국 사회의 어떤 보편적 틀과의 차이 내에서 이뤄졌어야 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스텝 바이~”라는 구호 아래 셋은 일단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것으로, 그 과정을 겪어 내는 것으로 연극을 만든다는 현재형의 미완결의 서사를 생성한다는 것으로 연극을 지시하고 또 그 연극에 스스로들을 투여하게 되는데, 그것이 순전한 개인으로서 ‘나’가 연극을 만드는 이로서 나로 연결되는 유인이 되기에는 다소 빈약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왜 우리와 그렇게 가까운 엄마의 이야기는 다뤄지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은, 왜 우리는 엄마를 그렇게밖에 다룰 수 없는가라는 질문과 병행되면서만 새로운 차원의 답을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순희, 영숙, 연수-ㄴ〉은 발랄하고도 신선하지만, 순전하고도 투박하다. 그것은 결코 양면이 아니다.

     

    김민관 편집장


    [공연 개요]

    일시: 2025. 10. 09.(목)-10. 12.(일) *목-금 20:00/ 토-일 15:00
    장소: 대학로극장 쿼드 (서울 종로구 동숭길 122)
    러닝타임: 90분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 공동창작 | 한송희 성수연 성다인 정혜민 장지영 이청 이우람

    ️ 엄마: 조순희 이영숙 전연수 임연순

    ️ 작·출연 | 이우람 이청 정혜민
    ️ 드라마투르그: 장지영
    ️ 협력구성: 성수연
    ️ 협력연출 | 한송희
    ️ 연출: 이우람
    ️ 무대 디자인: 김지우
    ️ 조명 디자인: 이은송
    ️ 조명 팀장: 조문경
     조명 오퍼레이터: 최성은
    ️ 영상 디자인: 강수연
    ️ 사운드 디자인: 이진화
    ️ 자막해설 디자인: 이청
    ️ 자막 오퍼레이터: 한혜진
    ️ 홍보 디자인: 전동렬
    ️ 프로덕션 매니저: 이채원
    ️ 기획: 성다인
     주최·주관: 이우람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2025년도 청년예술가도약지원 사업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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