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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아트신 초이스Column 2025. 12. 31. 22:13
2024 올해의 연극: 〈정원사와의 산책〉, 〈시스터 액트리스〉, 〈활화산〉
2024 올해의 무용: 〈닥쳐 자궁〉, 〈사람들〉, 〈행 +-〉
2024 올해의 미술: 《큰 사과가 소리없이》,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 Feed me stones》, 《돌과 연기와 피아노》
2024 올해의 연극으로, 배소현(스라소니가 온다) 작/연출의 〈정원사와의 산책〉, 정진새 작/연출의 〈시스터 액트리스〉, 차범석 작/윤한솔 연출의 〈활화산〉을 꼽는다.
〈정원사와의 산책〉은 접근성이 강조되는 예술계의 흐름 안에서 부가적이고 외재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접근성을 공연의 표현 자체로 반전시키는데, 이는 희곡이라는 텍스트, 배우라는 수행의 존재, 극장이라는 비가시적 환경을 모두 분명하게 가시화하는 것으로써 구현된다. 곧 접근성이라는 의제는 하나의 언어에 대한 번역에서, 미처 도착하지 않는 하나의 언어를 찾기 위한 정초의 작업이자 하나의 윤리적 영점으로서 미완의, 미래의, 현실 너머의 어떤 언어들이 도출된다. 그것은 시대로부터 그 시대를 가로지르기 위한 최대치의 노력이자 분투이다.
〈시스터 액트리스〉는 SF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페미니즘의 서사를 시대와 국경을 가로질러 도입함으로써 시대적 반명제로서 페미니즘을 진리의 수사로서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페미니즘의 지평에 대한 확장이 서사의 창안을 통해 진작될 수 있음을, 또는 페미니즘의 언어 자체가 서사적 기술에 의해 비로소 구성되고 매개되며 수용될 수 있음을 거꾸로 보여주는데, 이 지점에서 〈시스터 액트리스〉는 시대를 거슬러 미래의 시점을 예기함으로써 우리가 발딛고 선 현재의 더 나은 개혁을 이야기한다.
〈활화산〉은 동명의 차범석의 고전 희곡을 가져온 것인데, 그 이전의 시대적 배경은 매우 언캐니하다는 인상을 준다. 스테레오타입을 재현하는 1부와 시대에의 변화를 갈구하는 2부의 극명한 차이 모두에서, 과도함을 지향하는 무대 디자인의 이미지가 과거의 역사적 잔재의 묵중함으로 비견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2부가 가리키는 미래가 새로운 사회 시스템의 해결되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활화산〉은 과거를 하나의 독특한 생명력의 장으로 가둠으로써 그 시대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동시에 거기서 발생하는 관점을 입체적으로 복권해 낸다.
2024 올해의 무용은 시모지마 레이사의 〈닥쳐 자궁〉, 지젤 비엔의 〈사람들〉, 안애순의 〈행 +-〉을 꼽는다.
〈닥쳐 자궁〉은 무대와 의상 디자인 차원 모두에서 자궁을 형상화한다. 어릴 적 놀이의 익숙함으로부터 가족과 폭력의 사회 구조를 의미화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신체의 물리적 접촉 행위로부터 심층의 서사를 짐작케 하며, 원형적인 서사, 원초적인 기억의 서사를 상상하게 하는 일면이 있다. 또한 자궁을 가진 여성들의 신체를 독특한 형상의 표현, 일종의 마니페스토 차원의 군중적 공명으로 확장되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전체적으로 〈닥쳐 자궁〉은 풍부한 도상과 의미의 결합으로써 증폭된 기호 작용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음악과 춤의 관계를 타진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결국 음악에 대한 독립적 힘을 전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상을 영위하는 존재들의 움직임은 지연을 통해 현재성의 감각이 두꺼워지는 순간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러한 멈춘 시간의 층위는 일상의 세부를 드러내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파열되는 전복의 순간을 만들면서 어떤 정동의 힘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다시 음악의 잔상을 가지고 그 원초적 힘의 원천으로 돌아간다. 그 매 순간은 예측할 수 없지만 음악의 힘을 극대화하고 그에 접합되는 움직임을 부각한다.
〈행 +-〉은 적확한 배치의 산물로서 안무의 표층을 전제하며 시작하는데, 곧 질서 잡힌 행렬 안에서 차이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것이다. 하나의 커다란 무대가 지닌 공간감이 그로부터 생겨나며, 그 안의 세세한 차이가 분별되기에 이른다. 이는 매우 압도적인 부분이 있다. 이러한 물리적 집단 내의 분별은 국립무용단이라는 하나의 상징적 코드를 개체적인 차이로 균등하게 질서지음으로써 시간상의 흐름으로 병렬되는 또 다른 흐름이 후반에 이뤄진다. 이는 윤리적인 모색이면서 그렇게 공간 축과 시간 축의 안무가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차원에서 병합되며, 배치의 기술은 그 자체로 투명하고도 명확한 안무의 선례를 완성한다.
2024 올해의 미술은 현시원이 예술감독을 맡은 제7회 창원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 차연서의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 박진아의 《돌과 연기와 피아노》를 꼽는다.
《큰 사과가 소리없이》는 문학적 비유를 통해 이미지적 상상력의 일환으로 확장되는 장소 특정적 작품의 성격을 가시화한다. 지역의 장소들이 지닌 기이한 실재감과 미술관을 벗어나 조각의 새로운 생명력이 조우하는 하나의 장을 노정하는 한편, 조각이라는 역사적 차원의 계열과 동시대적 차원의 확장성의 범주를 비균질적으로 함께 가져가고 있다. 이로써 곧 동시대성은 이상한 장소로부터 확보된다는 숨어 있는 은밀한 가설이 입증되는 듯하다.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는 주체의 공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전시인데, 황색 빛의 나트륨램프가 공간의 기저를 이루는 가운데, 일종의 죽음에 대한 환유와 애도의 정서가 전제된다. 여기에 아버지의 유품인 채색된 닥종이를 활용함은 작품의 의미를 아버지의 신체와 그것의 사라짐의 의미를 복합적으로 투영하는 작용을 한다. 시의 인용, 사운드, 배경, 재료, 형태의 무한함에 가까운 차원의 나열 모두가 무언가를 본다는 것보다, 그 안에서 무언가에 잠겨 있다는 절대적 영도의 차원을 제시하는 듯하다.
《돌과 연기와 피아노》는 일종의 일상 장소의 풍경에서 포착한/포착할 법한 이미지들을 그린 구상의 회화라 할 수 있는데, 불확정적 구멍 혹은 균열의 초점을 그 안에 둠으로써 회화의 구심점과 경로를 세세하게 설정해 낸다. 그런 일관된 조정은 작가 고유의 회화성의 의미와 힘을 획득하는 것으로 이어지는데, 그것들은 미세하게 그림마다의 시각적 구성 방식의 차이를 만드는 것으로 연장된다. 집요하게도 여러 시리즈의 그림들이 그 같은 방식을 공유하면서 그 범주 안의 차이로서 공명함을 통해, 그의 그림은 명료하면서도 진득하게 어떤 힘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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