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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무가 매칭 프로젝트 제26회 생생 춤 페스티벌》(240921) 리뷰
    REVIEW/Dance 2026. 1. 19. 20:43

    《안무가 매칭 프로젝트 제26회 생생 춤 페스티벌》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대규모로 출현하는 무용수, 그리고 연달아 작품이 소개되는 가운데 특별한 무대 장치를 동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작품 주제와 상관없지만, 작품의 형식을 결정하는 물리적 조건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수많은 인원을 다루는 쉬운 방식은 통일된 안무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개별 무용수들의 차이보다는 동등함을 요청하며, 그 결과, 힘의 공식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 춤의 구현이 개별자에게 어려울 수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이것을 보는 이의 관점에서는 그 춤은 쉽고 간결하고 명확하다.

     

    동일한 욕망을 좇는 이들의 사유 없는 행위 양식은 어떤 의심 없이 명쾌하다. 그 동일함의 양태는 실상 당연한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 다른 물음을 삽입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현대무용의 한 형식이 다루는 현대인의 실존이라는 주제는 공허한 내면을 전제로 하며, 동일자적 양식의 전제와 소모적 반복을 통한 낙차, 그리고 부정의 의식이라는 결론을 벗어나기 어렵다. 애초에 절대적인 구조를 앞세우고, 전제하며, 그 효과를 구현하는 과정이 주가 되는 가운데, 바깥과 차이의 물음을 길어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21일 오른 여섯 개의 작업은 대부분 앞선 조건을 손쉬운 형식으로 변환해 낸다. 예외적인 작품, 곧 물리적 전제조건을 어려운 형식으로 변환해 내는 건 도윤승×SIA 무용단 〈Echoing〉이다. 여기에는 배열의 구문 자체가 하나의 형식으로 전환되는 방식이 활용된다. 최은지×Crayon Dance Project Junior의 〈□(Frame)〉이나 노정식×조성희 AHA 댄스씨어터 〈피노키오〉, 임희종·함초롬×KYM Dance Project의 〈트로이(Troy)〉는 그와 상반되는, 극단적인 힘의 질서를 구현하는 작업들이다.

     

    〈□(Frame)〉에서 색색의 옷을 입은 ‘군중’―오로지 그 색으로만 구분되는 일련의 집단―의 출현에 따르는 “하” 하는 함성은 이후 음악에 기입되며 자기 충동적 질서를 세계로 연장한다. 곧 세계는 바깥을 허락하지 않고, 고립된 사회 내의 동일자적 양식은 무질서함의 현전으로만 그 차이가 나타나는 세계를 형성한다. 곧 프레임에 갇힌 인간 군상의 구현 과정에서 내재적인 질서를 갖춘 형상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앞선 구조의 절대적 효과이다.

     

    노정식×조성희 AHA 댄스씨어터 〈피노키오〉는 현실 발화로부터 시작하며, 이들은 군중보다는 대중의 형식을 지녔다. 중간중간 한 명씩 튀어나와 자신을 과시하는 말을 하는 데 대해, 나머지 사람들은 “거짓말!”을 반복해서 외치며 ‘피노키오’의 모티브를 시작 지점에서 각인시키는 순간은, 관객을 대중으로 호명하며 호응을 이끌어낸다. 흡사 코가 길어지는 장면을 재현하는 말아쥔 두 주먹을 앞으로 내리뻗는 동작들은 반복되는 특징적 표상이자 주요한 동작의 모티브로서, 확장된 구문으로 나타나게 된다. 처음 한 사람을 둘러싼 증식되는 사회 집단의 말과 그 생명력을 나타내던 이 동작은 수평으로 좌에서 우로 교차하며 팔을 휘저으며 가는 집단적 행위로 움직임의 방향을 안정화되고 고착된 방향으로 트는 것으로 연장된다.

     

    김지욱×System on Public Eye의 〈You should be stronger than me〉은 주입된 힘이 아닌, 내재적인 움직임의 동기를 강조하는데, 섬세하거나 미미한 연결, 움직임의 가녀림, 떨림 등이 정서적 차원에서 더딘 차원으로 서서히 확장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이는 고립된 환경에서의 움직임 실험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시대적인 배경을 지시하지 않거나 또는 부족적 차원의 그것으로 상정하게끔 하는데, 가장 처음에 하나의 집단적 신체로 제시되는 광경에서 두드러지는, 이들의 백조의 털들이 솔기를 거칠고 투박하게 드러내는 의상은 일종의 체현된 신체를 나타내며, 여기에 더해지는 괴성은 비인간적 집단의 특이성을 산출한다.

     

    김희정×모션크리에이티브 컴퍼니의 〈Are you in There?〉 역시 의상이 신체의 특이성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지표로 나타나는데, 이는 조명에 의해 한층 더 부각되며 변전의 기호들로 드러난다. 붉은 조명 아래 시작은 부족적이고 원시적인 차원의 집단적 몸짓을 구가하는데, 이는 아티스틱 스위밍의 곧추선 직선적 움직임의 형상이 상기되기도 한다. 푸른색 조명의 색온도적 극단적 대조에 따라 등 뒤의 수직으로 그어진 주황색 선이 드러나며, 두 개의 색이 교차되며 두 개의 집단을 병치시키고 대조시키는 한편, 마지막의 색온도가 완전히 차가워진 상태에는 시선을 정면으로 두며 심리적 얽힘으로부터 현실의 교착 상태를 유도하지만 허물어지고 아마도 실패하는 결말을 맺는다. 〈Are you in There?〉은 사회 속 “중심”에 대한 의지를 상정하는데, 그것은 실패라기보다는 흔들리는 중심의 인물에 근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작품에서 사회는 선명한 표지에 의해 각인되어 있는 신체로부터 즉물적이고 직접적인 인상을 조명을 더해 신비함과 놀라움의 이미지로 전환한다.

     

    임희종·함초롬×KYM Dance Project의 〈트로이(Troy)〉는 의상의 차원이나 그 집단의 움직임 모두 〈Are you in There?〉와의 유사성을 어느 정도 갖는데(물론, 그 반대도 성립한다.), 단체적 얽힘의 이미지의 출발선상 역시 그러하다. 반면, 작품의 제목과는 달리 그 시간은 오히려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하는 듯 보이는데, 곧 다른 작업들이 원시적이거나 근원적인 세계의 환경에서 다분히 침잠되며 집단적 의식이나 그 집단 내의 개인적 내면을 구성하는 것을 향해 나아간다면, 〈트로이〉의 경우는 그 부족적 움직임에 더해지는 이미지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또 다른 세계의 효과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겠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이라는 호명과 함께 변조된 음성의 지배, 조명 등의 힘에 의해 이들을 지켜보고 그럼으로써 통제하는 판옵티콘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그로부터 획득되는 저항적인 탈주와 벗어남의 의지는 질주의 움직임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반복되는, 좌우로 걷는 제스처는 훈육된 신체 양상이거나 관성적 몸짓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Echoing〉은 극장 바텐이 내려와 있는 상태로부터 시작하며, 이로써 극장의 구조를 지시하고, 공간의 밀도를 급격하게 수축시킨다. 일 대 일의 평행한 상태로의 배치와 거울모방 식의 몸짓들로부터 교차된 걷기, 걷기의 실재성 그 자체를 드러내는 움직임은 다른 기호와 코드의 호출을 요청하지 않는다. 그것은 앞서 무대를 새롭게 정초한 것과 같이 물리적인 차원에서 신체의 수행성으로부터 지지된다. 단 하나의 알레고리라면, 제목일 텐데, 소리의 효과로서 신체 배치술의 이미지가 기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배치와 재배치의 끊임없는 반복이 공감각적 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간은 기본적으로 교차된 걷기와 움직임을 통해 상상적인 공간의 분할을 일으키며, 합쳐졌다 분기되는 무리는 작고 단순한 움직임으로 각인되면서도 무리 짓기와 섞기, 교차하기의 전체적 조망의 시점에서 인계되며, 또한 그 배치의 도면 아래 단순한 움직임까지 수행하는 기술을 생체적으로 습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choing〉은 정념과 이데올로기, 주제에 대한 의존이나 상상을 추가하거나 과잉된 것, 초과된 것, 잔여의 것으로 남겨두는 대신에, 무대의 구축술 아래 움직임의 단위를 설정하는 것만으로 조망의 관점을 탈환해 올 수 있음을, 하나의 움직임의 흐름과 전개를 따라갈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김민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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