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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매칭 프로젝트 제26회 생생 춤 페스티벌》 (240926) 리뷰REVIEW/Dance 2026. 1. 19. 20:55

양승관×Sejong Dance Company의 〈깊은 바닷속, 漁〉는 드라마적 서사의 극적 재현과 현대무용의 표현의 두 축을 모두 활용하는데, 물방울 소리에서 바다를 표상하는 사운드로 나아가는 시작점으로부터 익숙한 팝송을 연이어 차용하면서 드라마적 장르의 힘을 불러온다. 세계는 음악적 힘과 부피로부터 지지되고 충만해지는데, 여기서 움직임은 그 정서에 대한 표출이다. 이는 음악의 틀을 깨고 강박적이고 단속적인 리듬에 의거한 사운드로부터 변전되는데, 이로써 현대무용의 범주 안에 기입될 수 있게 된다. 기계체조적인 몸짓과 유려한 선에 실리 힘은 두 팔을 허공에 흔드는 동작으로 나아간다. 이는 다시 움직임 자체의 역량을 전시하는 대신, 서사의 모티브를 존재의 형상으로 가두는 몸짓이다.
장두익×CAU Movement factory의 〈Metamorphosis〉는 분절된 움직임을 주로 활용하는데, 이는 토속적 리듬에 따른 원시적 움직임과 미미크리의 질서로 나타난다. 이러한 모방의 차원은 개별 단위의 교차적 성립에 따른 것이며, 따라서 집단적 형상의 표출보다는 집단의 경계 아래 개별적 표현 양상의 다양성을 전제한다. 이는 디저리두 연주의 생생한 소리의 삽입을 통해 이미지로서가 아닌 실재의 현장적 분위기의 강조 아래 나타나며, 개별 단위에서 무리로 합쳐지고 갈라지는 무질서의 질서 속에서 바깥에서 안으로 끌어들이는 무리의 힘과 개체적 질서의 용인은, 다른 분배 방식에서 기초하는 배치술과 그에 따른 움직임을 보여주며, 일원화된 이미지를 대체한다.
박민지×프로젝트 S의 〈빌리지〉 역시 부족의 원초적 힘과 생명력과 약동을 보여주는데, 점프, 달려나감은 가속의 효과 비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힘은 여기서 “각성”, 곧 집단의 본래적 힘의 표출 형태와 (여전히) 뒤섞여 있다. 쾅 프로그램의 〈TV Snow〉는 결정적으로 공연을 지배하는데, 지배적인 전자음의 반복이 주는 차가운 정서가 서사의 메시지를 잔여적으로 거머쥔다면, 이따금 들리는 박자가 대체로 움직임과 결속된다.
남자와 여자의 엉킴 또는 의지, 젠더의 차이는 뚜렷하고도 명확한데, 남자가 억제한다면, 여자는 저항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어떤 스테레오타입은 강화되고 또 유리하게 표현의 한도를 설정하고 지지한다. 이는 집단적 힘의 구성으로 다시 이어지는데, 그 힘의 분배와 에너지의 공간 확장, 그리고 공간을 휘젓는 힘의 구성 등은 모두 무대와 신체의 만남을 구조적으로 잘 견인하는 안무의 역량에 따르고 있다.
조하나×SM현대무용단의 〈변화구 Breaking Ball〉는 개체들 각자의 불안정한 모습들이 적층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사회와 개체 사이의 관계를 후자의 내면으로 수렴시키려 했다고 할 수 있다. 두 팔을 위로 뻗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제어의 차원에서 안정적이기도 하다. 흰 빛의 반경,스포트라이트 안에 사람들이 섰을 때 이들은 시선의 주체 혹은 시선에 맞서는 주체가 되지만, 이 반경에서 벗어났을 때 혼돈의 상황이 발생한다. 비장한 데가 있는 것인데, 이처럼 개인의 울타리를 벗어났을 때 사회라는 변화의 것이 접면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김수정×김현남 Dance Lab의 〈생존의 조건〉에서 나오는 사운드는 지배적으로 내면의 목소리로 등장하는데, 가령 “Play the game”이라는 음색은 미시적인 움직임의 준비 동작과 맞물려 본격적인 움직임으로의 변화를 암시하고 제어한다. 군무는 완벽한 힘의 일원화되고 집단적인 분배 양상으로 출현하며 피상적 이미지를 만드는데, 가볍다기보다 오히려 둔탁한 신체성이 강조된다.
Shahar Binyamini×KARTS무용단-Dance Performance의 〈Bolero〉는 움직임의 내재적인 차원에서 몰입을 가져온다. 곧 몸의 경로는 순전한 형식에 대한 강력한 도취를 자아낸다. 상반신을 탈의한 남자 무용수의 신체는 그 안의 여러 변곡점과 흐름, 리듬의 총체적인 구성의 복합 면이 된다. 관절은 해방되어 보이고, 그에 따른 형상은 끊임없이 변화된다. 곧 분절된 단위로의 쪼개짐은 세세한 경로를 집산하는 판을 이룬다. 동시에 움직임은 이 판을 벗어나 하나의 변형 이미지를 새기며 연이어 다른 흐름-이미지의 기호를 허공에 새겨내기 시작한다.
이는 곧 일자에서 다자로 합산되는데, 하나에서 전체로 향할 때 역시 힘은 하나의 곡선으로 수렴한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중력의 힘을 반원형의 기울기로 그어 내는 신체 전체의 집단적 움직임은, 개체들의 차이를 (실수로) 분별하게 하기보다는 그 힘의 형상과 기울기, 지향과 방향에 실리는 힘의 크기를 하염없이 바라보게 한다.
물론, 〈Bolero〉는 무용에 있어 계속해서 드물게도 발화되는 동명의 음악 〈Bolero〉에 맞춘 작업으로서, 음악이 지닌 반복의 힘은 작품에서 반복적 동작의 점증적 고양과 점진적 변화가 지닌 힘의 파고로 나타난다. 그 힘 아래 몰입과 숨의 신체적 기반이 동기화된다는 점에서, 〈Bolero〉는 압도적인 작업이 된다. 동작 하나하나가 우아하고 세련됨을 물론, 힘-리듬-이미지의 유동하는 변화가 각인되고 새겨지는 그런 작업 말이다.
김민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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