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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중 안무, 〈미들 워킹 미들(middle walking middle)〉: 경보를 경유한 춤의 재정초성REVIEW/Dance 2026. 2. 20. 19:53

김건중, 〈미들 워킹 미들(middle walking middle)〉ⓒBAKI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상동). 김건중의 〈미들 워킹 미들(middle walking middle)〉은 스포츠의 일종인 경보를 분절하고 파편으로 추출, 미세한 신체 단위로 변주한다. 대체적인 흐름은 경보를 느린 동작으로 분쇄하다가 이내 경보를 재현하며, 들숨과 날숨의 단위로 구분 지어 어느 하나를 선택해 연결함으로써 부각시키며 몸 전체로 확장시킨다. 여기서 드러나는 건 경보를 표상하되 그것의 변형, 감축, 확대를 통한 파편적 조합을 통해 환유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보를 하는 몸의 탐구일 수도 있으며, 그보다는 그로써 얻어진 결과, 경보에서 움직임의 작동 원리가 무용의 그것에 상응하는 경계를 발견하는 것 혹은 역으로, 그 전이 지대를 찾아내기 위한 경보의 탈경보화를 감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보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또한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경보의 동작을, 시간을, 신체를 분절함으로써 〈미들 워킹 미들〉은 무용의 조건을 만든다. 그것은 경보를 어렵게 매개하기의 차원에 속한다.
앞으로 뻗는 곧게 뻗은 다리의 움직임과 골반의 좌우 이동, 허공을 응시한 경보 선수의 러닝머신에서의 몸짓이 공연 이전에 재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예시는 경보의 본래 모습에 대한 이미지를 상기시키면서 형해화된 경보의 파편들을 다시 종합해 내는 힘이 된다. 동시에 요란하고 과잉된 것으로서 그 형상은 전유가 가진 이미지의 변형에 대한 의구심을 버릴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은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원주민을 보는 제국주의자의 시선을 경유하는데, 그는 완전한 표본으로서 자리하기 때문이다.

경보의 예시는 경보가 본래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탈취해서 재료의 전거로 삼음으로써 경보를 이제 자연스럽지 않은 것, 신비한 것으로 만든다. 그것의 과잉은 그것의 재편을 통해 가능하다. 좌우로 상체 전반을 느리게 비트는 동작에서 시작되는 〈미들 워킹 미들〉은 그 더딘 동작, 지연된 동작을 통해 의식의 단위까지 지연되는 과정을 동반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마지막의 헐떡이는 숨은 신체 전반을 운용하는 분절적이고 파편적인 숨의 연쇄 과정을 통해 그 숨에 다시 포획되는 신체 양상으로―숨은 신체를 빨아들이고 신체는 숨에 의해 탈취된다.―, 이는 빠른 신체 소진의 효과를 가져온다.〈미들 워킹 미들〉은 비의식적 행위 양상, 경보의 몇몇 장면에 대한 재현, 숨쉬기에 감염된 신체 양상 등을 통해, 경보에서 경보적인, 의사-경보의 몸짓들을 추출해 낸다. 이는 다시 말해 경보가 경보가 아닌 순간, 경보인 듯 보이나 미세하게 균열하는 경보의 순간을 구성한다. 이 미세한 차이, 차이의 세부로부터 춤은 경보를 경보와 다른 것으로서 기입하는, A를 의사-A로 변용하는 매체의 힘으로 재약호화된다.
그것은 고유한 움직임 체계를 구성하려는, 일종의 모더니즘 이후의 춤의 환원적 정의를 구성하는 일인데, 곧 〈미들 워킹 미들〉은 궁극적으로 경보를 매개하기라기보다는 춤을 매개하기 위해 경보를 기능적으로 차용하는 작업에 가까운 것이다. 곧 우리는 〈미들 워킹 미들〉에서 경보가 아닌 진정한 춤을 보는 것이다. 경보로써 매개되는 딱딱함, 행위성, 단순한 변주의 차원을 춤의 자리로서 확인하면서 말이다.
김민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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