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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일,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 카오스를 향한 퍼포먼스로서 연주
    REVIEW/Music 2026. 5. 20. 13:10

    원일,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사진 제공=국립극장](이하 상동).

    원일의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는 하나의 신체의 변화무쌍한 궤적을 발화한다. 동양과 서양의 악기들이 혼합된 오케스트라는 장으로 구성됨에도 그것을 연속된 변화로 기록해 냄을 의도한다. 처음 이름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한 명 한 명의 등장에 따라 흔들리는 카메라가 이들의 얼굴과 연주 행위를 비춘다. 해상도가 높지 않은 흑백 화면에 콜라주된 다양한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은 대상화 대신에 각자의 행위 주체성을 강조한다. 가령 원일의 얼굴은 원일에게서 출발하는 행위의 관점을 제시한다. 이 0의 장과 첫 번째 장 〈새벽, 속삭임〉은 이후 연주의 성격을 대략적으로 예측하는데, 바이올린(박용은)의 주선율 아래 전체적인 리듬의 동조로 급격하게 변화되는 분열증적인 현전은 주로 격동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한편, 음악 자체의 자기 주장을 강화한다. 곧 관객은 쪼그라들거나 갈피를 잡기 어렵고, 매혹되면서 부정되고 안정되면서 불안해진다.

     

    구음의 강권순은 마녀 같은 캐릭터성을 만들어내는데, 하나의 악기로서 기능하는 것을 벗어나서 하나의 목소리로서 동화되는 것을 넘어서서 전체를 지배하거나 우발적으로 튀어나온다. 빛의 섬광 작용은 무대 조명을 벗어나 하나의 이미지로서 장소를 일원화, 사건으로 구성한다―독자적인 이미지-장소의 발현은 미디어 아티스트 정재진과 오마 스페이스(OMA Space)의 참여에 따른다. 두 번째 곡 〈Wake up mirror〉는 바이올린의 자기 분열적 성격이 짙어지고 그의 주도권 역시 파편화되면서 포스트모던적 유희의 형태를 보여주게 된다.

     

    세 번째 곡 〈사냥의 시간〉은 현악기가 아닌, 북으로부터 시작되며, 다시 바이올린 주선율에서 기타로 그 주도권이 옮겨 간다. 급격한 전이가 강조되는데, 구음의 강권순에 랩에 가까운 원일의 구음이 중첩된다. 그에 따라 악기들 역시 선율이 아니라 순수 질료적 차원에서 발화하는데, 각각의 악기들이 신체 행위에 따른 일종의 소리를 내는 오브제로 환원하는 것이다. 여기에 베이스의 불길한 침범/장악이 주선율에 덧씌워지며, 총체적 형상은 복잡하고도 불안해지고 또 극단적인 혼합에 따른 전개 양상을 겪는다.

     

    다음부터는 의인화된 요소들이 부각된다. 네 번째 곡 〈D. 패〉는 밝은 조명으로 무대 환경을 고스란히 노출하는데, 장구로 시작되며, 기타가 이후 두드러진다. 특히 강권순의 특정 구음은 광기 어린 웃음소리와 악기로서의 형식 사이에 자리하며 음악의 가장 표면에 자리한다면, 다섯 번째 곡 〈추리 추리〉의 반복적으로 “하” 하는 숨소리는 이펙트로 기능한다. 여섯 번째 곡 〈심연의 강〉은 불길한 정서를 형성하며 가장 밝은 빛 아래, 곡소리를 연상케 한다.

     

    일곱 번째 곡 〈시나위 봇(Bot)〉에는 피아노가 연주석 가장자리로 등장하는데, 뒤돈 채 원일은 그것을 두드리고 뜯고 하면서 악기의 전형적인 연주 기법을 벗어나는데, 이는 전체 연주의 일부분으로서도 기능하지 않는다. 일종의 엇박으로 주체의 행위가 강조되는 한편, 전반의 리듬은 삐거덕거린다. 그것은 일종의 커다란 로봇의 엉성한 걸음걸이를 연상시킨다. 앞선 여러 곡의 바이올린이 돌출의 일시적 편린이었다면, 여기서는 행위로 환원되는 연주의 특성이 더 강조된다.

     

    마지막 〈빛의 말〉은 거문고(김예림)의 선율이 두드러지는 한편, 트라이앵글이 가미되어 은은하게 서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원일이 누우며 상징적으로 죽음에 드는 걸 표현하며 전체의 여정은 닫힌다. 원일은 〈시나위 봇(Bot)〉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백남준을 대리하면서 그의 삶을 압축적으로 요약해 내는 행위자로 자리한다. 〈빛의 말〉에는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불거져나온 미러볼이 내려오는데, 백남준의 모니터들로 만든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는 〈디오니소스 로봇〉의 2차 판본이며, 현대 구체음악과 실험음악의 양상을 볻나. 대치, 병렬, 충돌되는 연주들의 복잡성을 시도하며, 연주자의 행위성을 선율에 앞세우거나 첫 등장부터 행위자의 관점을 도입해서 비디오 아트의 열화된/재현된 버전으로써 의인화된 요소들을 앞세운다. 현장성이 강조되는 이 장면의 도입에서부터 인계된 연주는 음들의 배열 너머로 행위자가 자리함을 명시하는 한편, ‘백남준’의 귀환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만든다. 바이올린 연주가 유독 두드러지는 것 역시 상대적으로 고음을 간직한 예민하고 섬세한 선율 악기로서 바이올린이 기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행위자의 자유분방함을 굳이 제어하지 않는 기조 아래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동시에 이를 통해 주선율의 옮겨 감과 반전 양상, 변화에 대한 이념이 형식과 내용을 결합시키고 있다고 보인다.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는 일종의 혼돈을 창출하며, 연주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가득하다.

     

    김민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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