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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기태 프로젝트(악당×옴브레),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 근원 혹은 본질로 돌아가는 것의 자유로움REVIEW/Music 2026. 4. 10. 21:09

헌기태 프로젝트(악당×옴브레),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김솔[사진 제공=악당](이하 상동).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라는 제목은 장구와 기타를 각각 다루는 두 연주자, 김기태와 김헌기의 합주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장구의 장단이 점을 찍는 그 시작을 일컫는다. 이때 기타가 선을 이어가며, 어떤 서사적 공간을 열어젖히는데―장구가 즉자적 장소로서 열린다면―, 그로써 시간성이 파생된다. 물론 그것은 작은 입자, 곧 점을 소거한다기보다는 그 점에 붙는 어떤 수식어, 변화하는 환경 같은 것이다. 그리고 한 글자 단어로 점철된 〈점〉의 시작에서 〈밤〉으로 끝나는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가, 〈점〉에서 장구가 열며(점들이 연결되며) 〈밤〉에서 장구로 닫히는 것(전체로 퍼진 기타의 잔음 속에 점들이 분투하며 주체-형상으로서 발화한다.)은 그 근원적 원리를 완성하는 것과 같다.
장구가 장단을 구성한다면, 기타는 음률을 구성한다. 장구가 순간을 찍는다면, 기타는 시간을 흐르게 한다. 이 차이 나는 악기의 합은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드리워지며 그렇지 않기 위해 그 하나가 숨죽여야 한다. 그러니까 둘을 모두 인식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란 그런 정도인 것이다. 아마 점의 순간에 기타가 그 점을 받아 그 점이 찍혔음을 그리고 새롭게 찍히며 확장됨을 보여주는 순간이 이 두 악기의 협응이 취할 수 있는 탁월한/예외적 순간 같은 것일 것이다. 〈점〉은 그 협응의 자세를 보여주는 그 둘의 ‘상호 연구’―하나의 연구 대상이 아닌, 각자의 연구 대상이 다시 자기로 환원되는 이 연구는 곧 사랑 아닌가.―의 결실을 보여준다.
또한 〈점〉은 머물며 진동하는 장구와 어떤 가상의 깊이감 안에서 미끄러지는(매끄러운) 기타의 차이를 비교해볼 수 있기도 하다. 또한 그 둘이 불일치하며 뒤섞이는 과정에서, 기저음과 흐름으로 연합함을 지켜볼 수 있기도 하다. 그 자체의 소리로서 지시되는 장구와 달리, 기타는 다양한 이펙터들을 동원하며 깊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곧 변화의 폭은 크고, 그 변화의 간격은 짧게 함으로써 기타는 장구를 둘러싼다. 그것은 포박이 아닌, 대응이며, 어떤 두 차이의 공존과 같다. 곧 기타는 일관된 주도권을 가져가기보다 너른 배치로써 점들의 흐름을 떠돈다. 그것은 구간의 연속적 흐름 대신에, 구간‘들’을 바꿔 끼는, 점들이 이루는 지층에 끊임없이 홈을 파는 것과도 같다.

장구는 그 기타의 구간과 구간 사이에 위치하거나 그 구간을 더 미시적인 것으로 절편해 따라간다. 〈봄〉은 기타의 격상과 누빔으로 나타나는, 낙차가 크고 또 되게 쉬이 이뤄지는 가운데 처음의,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미소한 구간, 기타의 짧은 주선율이 내는 가볍고 상쾌하고 청량한 그 경로가 인상적이다. 〈산〉은 김헌기가 실로폰을 치는 것으로 볼록 솟은 형상을 두드려 만드는데, 그 시작으로부터 어딘가로 건너간다는 것이 중요해진다. 〈산〉은 어떤 여정을 상정하는데, 그것은 〈점〉에서 점이 선을 만드는 여러 경로를 표식하던 무대 뒤 전면의 영상이 〈산〉에서는 융기한 선분으로써 간단하게 산을 나타내고 있음에 상응한다.
그리고 이 산은 낮게 깔려 하늘을 품는데, 〈산〉은 그 허공 위에서의 활강과도 같다. 곧 대기를 타고 또 산세를 타고 이동하는 것인데, 그것은 결코 땅에 닿지 않고서 이동하는 것과 같다. 고점에서 다시 활강하며 여전히 ‘고점’인 그 저점에서 산 위를 낮게 비행한다. 영상에서 산을 둘러싸고 안개가 끼는 것과 같이, 잔향 속 움직임이, 곧 점의 이동이 나타난다. 그 환상적 경로로써 〈산〉은 산을 그려나간다. 〈달〉은 처음부터 기타의 선율로 시작한다, 한 음씩 이어가며. 그 사이를 장구가 파고든다, 혹은 채운다.

〈달〉은 영상의 우주 안의 달과 같이, 달의 표면을 긁고 딛는 촉지적 감각을 체현한다. 생경한 공기, 촉감, 그 기이한 상상력의 구현에 실소하듯 그리하여 현재로 돌아오듯, 환상적 차원이 현재와 이접된다. 날리는 입자들의 세부 또는 전체의 영상과 맞물리며 연주에는 더 힘이 실린다. 표면에서 분출로, 접촉에서 폭발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늪〉은 멜로디의 우의적 차원이, 곧 서사의 차원이 강조된다. 일종의 미스터리이자 희극의 분위기 안에 상황과 장면이 놓인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클로즈업되어 부각되기에 이른다.장구와 징이 이어 멜로디와 엉키다 기타는 점입가경에 이른다. 엉킴은 이제 모든 것과 같다. 늪의 일부로 모든 것이 화했다고도 할 수 있다. 〈+〉는 처음부터 진취적이다(+). 장구가 전면에 나서는데, 점으로 줄어듦이 즉물적으로 표현된다. 장구가 다시 솟고 기타는 한 번 엮어 주면서 또한 꿰면서 나아간다. 영상은 마치 세포의 증식과 분열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그 집단적 네트워크와 같이, 〈+〉는 창발하면서 계속 나아가며, 그 에너지를 조금 남긴 채 종료된다.

〈별〉은 하늘 위에 자유롭게 떠 있는 별들의 영상 아래, 고개를 앞뒤로 흔들며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김헌기의 몸짓은, 김기태의 징 소리가 배경의 찰랑거림을 주는 것 아래, 자신의 빛의 산란(되는 형상)을 뿜어내는 연주로써 그것이 놓이는 어떤 묵직한 대기의 질서를 따르는 것 같다. 곧 빛과 어둠으로 채워진 세계 아래, 고정된 물질이라기보다 발산하며 발신하는 빛의 목소리-자취는 또한 물질과 함께, 물질을 타고, 또는 물질로부터 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별〉은 그 발산·발신에 기초해 폭발의 임계점을 안고 끝난다.
〈밤〉은 기타의 디스토션이 걸리고 사이렌과 흡사해지며 물질화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그에 맞춰 장구는 급격하게 커진다. 헤비메탈의 장르적 운용이 수월하고 강력하게 음악의 질서를 가져가는 〈밤〉은 그 장르적 쾌감을 안고 단단한 구성의 실험으로서 기타는 거침없이 나아간다. 장구는 그 틈을 전유하며 또 자신을 내어주며 기타의 자리를 만든다. 이 관계는 또한 교환되는데, 장구가 커지면서 기타 연주는 배경이 된다. 이 배경과 형상의 전도, 분투가 어두운 ‘밤’에 얽혀들고 교잡되면서 물질적 공명으로서 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는 한 글자 단어들이 지닌 추상성과 본질적 측면을 다루는데, 그것은 장대한 세계와 환경을 또한 담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처음에 두 다른 악기의 음악적 교류 안에서 어떻게 서로의 차이를 만드는 동시에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곧 두 악기에 대한 상호적 반응과 태도의 차원이 그 악기로써 육화되어 나타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면, 점차 음악이 그리는 풍경을, 곧 세계가 어떻게 물질들로 뒤덮여 있으며 그 보이지 않는 관계로써 지지되는지를 거칠고도 유연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나아간다.
김헌기의 기타는 물론 주선율과 멜로디로서 기능하기도 하지만, 매질 자체, 물질 자체로서 기능하기도 하는데, 이는 구분된 덩어리들로 놓고 또 이를 통째로 바꾸며, 멜로디의 단위 자체까지도 유연하고 다양하게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곧 장구가 가진 그 물질적 차이를 가시화하기 위해 김헌기는 음악적 지침을, 방식을 변경한다면, 김기태는 장구가 지닌 장단의 기저음을 구성하는 역할을 조금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재사유하는데, “점” 자체로 돌아가서 곧 하나의 음들을 분간하며 시작함으로써 그 ‘점’이 장단으로 구성되는 경계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음이 출발하는 것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김민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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