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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컴퍼니, 〈실과 철〉에 대한 주석: 실과 철의 대비된 이미지-기호 작용REVIEW/Dance 2026. 5. 20. 13:14

모든컴퍼니, 〈실과 철〉 포스터. 〈실과 철〉의 제목은 즉물적인데, 실이 작품에 실제 등장한다면, 철은 등장하지 않지만 신체 움직임에 의해 환유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은 연약하고도 느슨하고 부드럽다면, 철은 강하고 단단하고 무게가 있는 속성을 띤다. 두 단어는 일차적으로 움직임을 일으키는, 움직임과 관련되는 재료이자 매질이며, 나아가 성차를 반영하는 두 부족적 질서와 고유한 형상을 나타낸다. 결과적으로, 대구를 이루는 두 상반된 단어의 엮임, 차이에 대한 상호 반영의 유희는 메타포로서 두 단어를 함께 격상시킨다. ‘실과 철’은 작품의 시각적인 대상이자 환유물인 동시에 안무를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이다.
처음 두 여성의 등장과 함께 실을 잣는 움직임, 두 여성의 끊임없이 얽힘과 풀림의 실을 통한 관계항을 구성하는 행위적 양상의 움직임이 ‘실’의 시간, 실의 속성을 메타포적으로 간직한 과정을 나타낸다면, 다음 남성들의 두드림의 기호, 두드려짐의 철의 제련적 과정 등은 마찬가지로 철의 세계를 환유한다. 두 대립된 시각장 이후에 남자와 여자의 관계항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무대 뒤의 좌측의 거문고, 우측의 철현금이 드러난다. 무대가 열리기 전 어둠에서는 현의 울림이 시작되는데, 끝까지 지속되는 두 악기의 연주를 통해, 음악은 더 근원적인 흐름으로, 세계의 리듬으로 정초되고 뿌리내리고 있다.
두 다른 메타포를 체현하는 존재들로서 관계는 일시적이고 단편적이다. 이전의 두 장이 두 단어에 대한 이미지를 정초하고 예시하는 작업이었다면, 실제 그 둘의 만남은 가시화된 무대의 연장선상을 노출하며, 현재적이고 불안정하고 잠재적인 영토에서의 실현으로 나타난다. 현재성을 띤 서사는 음악(가)의 가시화가 음악이라는 신체의 시각화로 옮겨가는 과정 역시 수반한다. 곧 음악은 배경이라기보다 직접적인 사물의 유동적이고 지속적인 양태의 신체인데, 거문고와 칠현금은 실과 철의 환유물로 자리하며, 이 음악적 속성을 어떻게 처리하고 대응할지가 주요한 과제로 부상한다.
실과 철의 환유는 곧 실과 철의 부족적 양상의 신체가 대응하는 촉각적이고 청각적인 신체와의 관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는다. 철과 실은 음악을 이루는 미세한 현의 단위를 이루고 있고 이는 사운드로 변용된다. 후반에 이르면, 이 같은 현의 차원을 무대 전체로 확장 짓는데, 무대 좌우 축을 수평으로 연결한 무대 상부에서 하부에 이르는 여러 줄이 그것이다. 이제 빠르게 좌우로 등장과 퇴장을 하는 움직임이 시각적으로 재처리돼 질서를 이루게 되고, 그 가운뎃줄을 현처럼 튕기는 동작이 가미된다. 무대는 속도와 질서의 그것으로 편재된다. 그럼에도 장력과 부드러운 정서의 실과 질감과 강력한 정서의 철을 반영하는 음악은 움직임들에 힘과 탄성을 부여한다.
결과적으로, “실과 철”이라는 제목은 두 다른 움직임의 경로와 형식, 태도, 질감 등 많은 것들의 대비된 두 물질로부터 움직임의 직관적이고 직접적인 또는 유비적인 메타포를 끌어내 움직임과 결부 짓는 상기와 해석의 과정을 이끌어 낸다. 또한 두 개의 다른 악기를 통해 그것은 음악적으로 공명되며 연장된다. 시적 은유로부터의 형상적 형식과 물질적 기호로의 전용과 발현은 흥미로운 기호학적 놀이의 연쇄 과정을 주조한다. 말 그대로 철의 주조, 실의 잣기로서 움직임은 순수 형식적 차원의 유희를 가장한다. 그로부터 조금 더 나아가 본다면, 이후 실과 철의 서사적 탐침이 더 치열하게 대비되어 유기적인 원환을 구성하게 되는 것 역시 꿈꾸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2024.09.21(토) ~ 2024.09.22(일) 세종S씨어터 60분
예술감독 김모든
출연 기자욱, 김모든, 김은주, 김태현, 민희정, 이소진, 윤명인, 임재홍
작가·드라마투르그 이단비음악감독 최혜원 거문고 심은용 철현금 한솔잎
의상디자인 최인숙
무대감독 최상지조명디자인 이승호
그래픽디자인 이한수
사진작가 박창현
영상기록 연두픽처스컴퍼니 매니저 최예지
주최/주관 모든 컴퍼니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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