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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니, 〈꼬끼-오〉: 관음증적 차원에서 상연되는 도착된 미래
    REVIEW/Dance 2026. 5. 22. 17:23

    이해니 안무가, 〈꼬끼-오(Kkokki-O)〉ⓒ잔나비와 묘한계책(이하 상동).

    이해니 안무가의 〈꼬끼-오(Kkokki-O)〉는 매해 전 세계적으로 700억 마리가 소비된다는 닭의 뼈가 쓰레기 매립지를 향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인류세 이후, 닭 뼈로 뒤덮인 지구라는 전 지구적 재앙,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무대로 옮긴다. 이때 발레라는 장르의 형식이 곧 내용으로 뒤집힌다는 것, 그러니까 마치 발레가 닭의 확장된 움직임을 묘사하고 재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인상을 주는데, 뒤틀린 꼿꼿한 중심, 불안정한 안정적 요동, 과장된 우아함, 분절의 기괴함이 주는 절도 등의 동작에서 오는 비인간성은 발레의 그것이면서 (극단적 차원에서) 발레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동작들로 보이는 것이다. 곧 〈꼬끼-오〉는 닭의 형상을 연기하기 위해 발레를 전유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레는 발레만의 장르적 특징을 형식미의 독립성을 지켜 내는 대신에, 발레의 형태, 형식, 근거를 온전히 비인간성의 차원으로 연장하는데, 이는 발레의 원형적 자리를 다시 쓴다, 혹은 그곳으로 돌아간다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꼬끼-오〉는 발레를 특정 형태의 추출을 위해 전용함으로써 합치된 형식, 곧 내용으로부터 출발한 형식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데, 이는 발레를 새롭게 쓰면서 발레를 장르적인 것에서 구원하는, 고상한 문화 취미 영역과 여성 신체의 변형적 아름다움에 대한 관음증적 도취, 발레리나의 신체에 대한 결박적 차원의 구속, 부르주아적 관객으로 한정되는 여러 시대 착오적 가치들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물론 인간을 비인간의 자리에 둔다는 전제가 있다.

     

    발레를 발레의 자리에 두지 않음으로써 역설적으로 〈꼬끼-오〉는 발레에 대해 말하며 발레라는 형식을 누출하는데, 가령 여성 대부분으로 표현, 대변되는, 인간에 지배당하는 닭은 남성과 여성의 도식을 인간과 비인간의 도식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페미니즘의 생태적 사고로의 전환, 확장을 드러내는 듯하다―또는 새롭게 투여되는 페미니즘의 굴절된 형태를 추정해 보게끔 한다. 발레가 (남성을 위한) 여성의 (시대착오적) 전유물이라면, 그것을 간단하게 다른 개념 쌍으로 전치시킴으로써 그 시선을 부정적 차원으로 되돌려 준다는 점에서, 곧 발레를 아름다운 것(의 기괴함)이 아니라 기괴한 것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승인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꼬끼-오〉는 다시 발레를 재정의한다.

     

    처음 닭들의 등장에는 으스스한 공포가 씐다. 음산하며 공포를 조장하는 음악은 솔들이 늘어뜨린 원형 천장으로 상정된 닭장이 올라가고 닭들이 그 안에 자리하게 되는 가운데, 닭이 갈리고 분쇄되며 신음 소리를 내는 일련의 과정이 오버랩된다. 닭의 공포와 그것의 언캐니함, 존재의 고통이 뒤섞이는 가운데, 발레라는 형식은 비인간으로 이전된다. 현실을 실재로 파악하는 이 처음 단락 이후, 닭들이 떠났다 다시 돌아올 때, 비어 있던 닭장은 자유로운 그들의 영토가 된다.

    이는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간다가 아니라, 인간이 부재함에 대한 인간적 환상인데, 이들은 닭의 전형성을 벗어나 인간의 움직임을 점점 닮아간다. 그리고 이는 다시 닭의 움직임을 흉내 내는 인간의 움직임이 점점 소진을 향해 가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 결과, 흐트러짐과 무질서함을 부러 구성하는데, 장식적이고 과잉이며 괴이한 존재의 형상이 만들어진다.

     

    인공적 신호음은 분쇄의 과정을 다시 상기시키는 한편, 닭의 주체적 자유 대신에 닭의 타동적 신체의 대응을 불러오며, (닭을 의태하는, 닭의 확장으로서) 인간의 소진을 대체하는 (본연의 자리에서의) 닭들의 소진은, 조리되는 그 과정에서 속박되는 동시에 주술적인 공동체의 모습으로 변환된다. 닭들의 현존이 잉여 쾌락적이라면, 부족적 차원의 공동체 형성은 개체화된 죽음들에 대한 대항 차원의 굴절된 시제로 나타난 환상이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구속과 제한된 상상력의 틈을 뚫고 나온 자연에 대한 자연스러운 환상에 가깝다. 그러니까 실재적 죽음 이후 유령적 부활과 함께 죽음은 되돌아온다.

     

    처음 막이 열리며, 상수 쪽 무대 끄트머리에서, KFC 치킨 상자에서 플라스틱 닭 뼈 모형을 무대 뒤쪽으로 던지는 한 남자는 마지막에 그 비어 있던 닭장의 공간에 유일한 존재로 남은 남자로 대체되고, 닭들의 덩어리로 쌓여 있는, 응결된 신체들의 정지된 시간은 앞을 향해 손을 흔드는 집단적 반경의 응시로, 어떤 갈구의 눈빛으로 변환된다. 이때 닭들이 모여 있는 프로시니엄 아치를 다시 한번 활용함으로써 닭은 바깥의 존재로 상정된다.

     

    〈꼬끼-오〉는 닭을 의태하되 발레의 몸짓으로 전유하되, 거꾸로 발레를 닭의 움직임으로써 재전유한다. 따라서 마치 발레는 닭의 움직임이었던 듯, 그렇게 비인간적 존재의 움직임을 위해 고안되었던 듯, 원래의 환상의 가치를 재현과 서사의 차원으로 합목적적으로 자리시킨다. 아포칼립스에 대한 상상력은 인간의 부재를 닭들의 부활로 대리하는데, 여기서 인간학적 형상을 입고 출현하는 닭은 인류의 죽음을 그 자신에 대한 추체험으로 전이시킨다. 닭이 결국 죽기 위해 살아난다는 점에서, 닭은 사라지는 인류의 매개자가 되는데, 이때 현실의 닭들의 죽음, 곧 일종의 재현되는 차원에서 정보로 축약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 구문으로서 닭의 파쇄는 비가시적 차원으로만 이루어졌었고, 그것을 보는 건, 볼 수 있는 건 인류의 죽음이 도래하고 난 이후라는 것이다.

     

    닭의 부활이 닭의 권능이 아닌 것은, 닭의 관점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토대를 이루지 않는다는 것에서도 전제되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이 두 번의 죽음이 한 번은 볼 수 없는 것으로 다른 한 번은 볼 수 있는 것으로 대별되는 인지적 주체의 자리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단적 형식의 무용은 특정한, 구체적 닭의 죽음에 대한 사실이 그 집체에 가하는 일종의 매뉴얼로서 (무심한) 폭력의 형식 속에서 기각된다는 사실에 반대하기보다 그것을 지속시키는데, 따라서 이로써 인간 앞에서의 폭력이 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닭의 폐기가 인류의 소거를 부른다는 작품의 전제는 인류의 폐기가 닭의 부활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닭의 부활이 인류의 폐기를 막기 위해 다시 한번 자신들의 죽음을 상연한다는 도치된 목적 구문으로 독해된다. 따라서 〈꼬끼-오〉는 여전히 인간 중심의 사고를, 인간의 자리에 대한 온전한 보전을 기초로 하며, 인간의 죽음으로 살아난 닭이 아니라, 인간의 죽음을 대신해서 다시 죽는 닭으로 인한 그 효과는 인간에 대한 직접적 각성의 요구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인간의 무지와 욕망에 대한 원한 감정이 그로테스크한 폭력의 일환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작은 두려움, 의심 같은 것으로 뒤집힌다는 부분이다.

     

    여기에 동원된 상상력은 실제로는 비가시화된, 은폐된 장면을 오직 환상의 차원에서만 그 폭력성을 상쇄하며 흐트러트릴 수 있기 때문에(만) 요구되며, 인류의 자리를 폐기함으로써 곧 인류를 보이지 않게 단죄함으로써 비가시적인 차원의 죽음임을 드러내는부분 역시도 사실은 그 단죄를 인류 이후의 시기에 다른 생명체의 부활로서 대체하는 부분이다. 곧 유령적 주체이자 관음증적 주체로서 닭들의 죽음을 물리적으로가 아니라 구경거리로서 소비하는 인간에게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징벌이 아닌 (불쾌하더라도) 쾌락으로 주어진다―그로테스크한 인간의 행위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따라서 마지막 닭들의 팔딱임과 응시는 타자가 주는 왜상을 위한 사라지는, 임시적인 틈새 같은 것이다―닭들은 환상의 닭장에서 드디어 탈출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입구가 우리의 것으로 열려 있음을 위해, 닭장과 우리의 장소 그사이에 제3의 공간이 있음을 감각하게 하기 위해, 참여는 그 시작과 동시에 투여되었던 셈이다.

     

    김민관 편집장

     

    해니쉬발레 X 크리틱스초이스댄스페스티벌

    🥚 일시: 7.30(수) & 7.31(목) 19:30
    🥚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 출연: 김유식 김소혜 김민수 박경희 정종웅 남가영 최정인 채예림 장해민

     

    안무| 이해니
    출연 | 김유식, 김소혜, 김민수, 박경희, 정종웅, 남가영, 최정인, 채예림, 장해민, 양정민, 이해니

    조명 디자인 | 류백희
    무대  디자인 | 백혜린
    드라마투르기 | 송우람
    편곡 | 송효연
    의상 | 신호영
    무대 감독 | 박민호
    음악 감독 | 김종현
    사진, 영상 | 잔나비와 묘한계책

    주최•주관 | 댄스포럼
    후원 | 전문무용수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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