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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Dance 2024] 부르키콤(Burkicom), 〈The Island!(섬!)〉: 분기되는 관객에게 투과되는 세계의 실재
    REVIEW/Dance 2026. 5. 28. 13:23

    부르키콤(Burkicom), 〈The Island!(섬!)〉©Vaclav Jirasek [사진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상동).

    부르키콤(Burkicom)의 〈The Island!(섬!)〉은 검은 화면의 자막과 내레이션을 통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꾀하는 이완으로써 수행사로서 명상의 흐름을 처음과 끝에 만든다. 그 사이에는 밀림―명상의 끝 이후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이미지―의 풍경 아래 살아가는 동물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The Island!〉는 우리의 현재적 시간을 내재적 깊이로 전환하고, 실재의 자연에 대한 몰입을 유도한 후에, 다시 각성의 순간을 맞은 후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선회하는데, 이 과정에서 내면의 평안은 자연 속 동물들의 절절한 고통을 마주하며 깨어지며, 최종적으로는 우리의 현실을 구성하는 광고가 지닌 언어의 한 범주로 기입된다. 

    〈The Island!〉는 우리의 평안한 내면을 설정하고 다시 깨뜨리고자 하며, 우리의 고장 난 현실을 그와 같은 언어의 형식으로 보여주고자 하며, 동물들의 삶이 파괴되고 침범되는 양상을 지켜보는 우리의 모습을 극장 전면에 투사한다. 극의 시작 전부터 불특정한 다양한 모습의 시민들은 객석에서 바라보는 정면을 제한 3면에 이미 앉아 있고, 때로 그들에게는 퍼포머들의 개입이 일어난다. 이들은 관객이라는 하나의 이미지이며, 실재에 닿기 위한 가상의 풍경을 실재적 가상으로서 깨뜨리는, 반응하고 주시함에도 이곳이 무대임을 상기시키는 비교적 잠잠한 신체들이다. 

    우리의 평화가 비인간 존재에 대한 침탈을 통해 획득되며 그 평화에 대한 언어 역시 일종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선취한 언어일 수 있다는 결론은, 변증법적인 진술이며, 다분히 도구적으로서 언어와 이미지를 주입했음을 의미한다.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토론과 논의의 주체가 아닌, 수동적으로 반응하고 배경막이 되는 관객의 이미지 역시 자연 파괴에 대한 방관자의 외양을 완성한다. 자연의 더디고 평범한 실재의 풍경이 안정화되기 위해서 역시 꽤 지루한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그것은 소위 뒤집히고 파열되기 위해 존재하는 기능적 장면들이다. 

    이들이 동물의 모습을 흉내 내는 건 직접적으로, 곧 춤으로 가공되기보다는 동물의 몸짓과 행위의 차원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에 가깝다. 여기에는 어떤 음악적 전개의 양상이 없고, 행위나 몸짓은 춤이 될 수도 없고, 춤이 되는 걸 선택하지도 않는다. 원숭이와 같은 동물의 움직임은 그 몸짓을 인지하고 구가하는 것 자체가 유희를 안겨주는 것으로 보이는데, 마치 그러한 움직임이 처음으로 그렇게 구성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 같다거나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신체의 가용 역량을 자랑하되 거기에는 스스로가 그것을 신기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거나 하는 부분은, 이들 안에서 움직임이, 춤이 어떻게 성립하는지, 정초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보인다. 

    춤이 탄생하는 지점, 자신의 몸이 갖는 가능성을 깨닫는 순간은 가상의 세계, 세계에 대한 가상적 현전의 한 부분이다. 곧 연극은 지속되고, 그 연극은 타자의 모습을 우리와 대등한 세계에서의 구현으로 드러내기 위해 작동된다. 이 환경이 바뀌기 시작하는 순간은 순전히 외부의 작용이 이 세계의 끝을 지시할 때로, 곧 우리의 익숙한 환경이 부상하는 때로, 공사하는 소리의 침투가 무대 위 관객의 경계 바깥에서 들려오면서부터이다. 

    또 다시 외부로부터 총성이 삽입되고 그것이 한 명의 신체를 투과하고 나서, 축 늘어진 신체를 서로 가져가려는 부족적 분기의 현상 속에 낮게 그 신체가 바닥에 깔리고 허공에 띄워지며 이쪽과 저쪽을 빠르게 오가게 되는 곡예에 가까운 움직임이 이뤄진다. 
    거기에는 흥분과 분노, 광기, 슬픔 등의 여러 감정이 뒤섞이고, 거기에 소유에 대한 갈망 역시 가득하다. 그와 대조되는 말이 없는 신체는 긴장과 탄력, 힘을 소거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안의 표지를 이루면서 그들을 지켜보는 이들의 경계는 앞서 그 경계에 끼어 다른 세계로 끌려가는 어떤 힘에 맞서 발버둥치고 소리 지르는 모습으로 그 바깥의 위험을 드러냈었다. 

    안의 ‘우리’는 민주주의적 법정의 배심원들을 자처하고 있다면, 그 바깥의 소리가 결국 우리의 극 이전, 극 바깥의 세계임이 드러남으로써, 그 바깥의, 현실의 우리는 그것과 접촉할 수 없는 프로시니엄 너머 관객의 형상임이 드러난다. 이중적인 관객의 설정은 안쪽과 바깥쪽의 거울상으로 서로를 비추게 하는 사이에, 우리의 참여와 무관심의 극명한 대립, 그리고 실은 타자에 감응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환상일 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그 바깥의 세계에서 무심한 존재로 이들을 격리하고 있는 존재에 다름없음을 깨닫게 한다. 

    총성은 이들을 향하지만, 실은 우리의 무심하고 무지한 자아를 향한다. 적극적인 참여와 제도적인 관객의 대칭적인 구도는 〈The Island!〉에서 가장 주요한 전제조건이며, 각자의 섬과 그 각자의 섬이 침투되고 파열되는 경계를 보여주며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양상 아래 온전한 섬의 양식이 깨어지는 드라마를 구성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를 양분된 자아로 구성하는 동시에, 비판적인 주체에 대한 모방 의식과 비판적인 시선이 투과되는 신체에 대한 감응이 혼재되게끔 만든다. 

    김민관 편집장 

    • 2024.09.14 은평문화예술회관
    • 관람시간 75분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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