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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판 마넨 안무, 〈캄머발레〉: 모더니즘의 어떤 완성…REVIEW/Dance 2026. 5. 31. 13:29

한스 판 마넨 안무, 〈캄머발레〉ⓒ윤문성[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이하 상동). ‘캄머(kammer; chamber, 작은 방)’는 현실적인 배경의 이미지를 끌어온다. 여기에 중심적인 오브제이자 구조물로서, 나무로 만든 여덟 개의 스툴은 네 개의 색으로 분화된 여성과 남성의 여덟 무용수의 등장과 함께 무대에 놓이며, 이를 실현한다. 스툴의 배치는 움직임의 도구적 기능을 넘어, 각 인물의 동등한 영역을 전제한다. 등장과 함께 스툴을 제각각의 장소로, 비정형적으로 놓고 그 위에 앉을 때까지의 긴장감은 이후, 서로를 견주며 계급적 차이의 일별이라는 과시로서 움직임으로 연장되며, 선제 타격과 물러섬의 역학을 구성하게 된다. 텅 빈 공간을 하나의 지형학적 무대로, 또 현실의 영토로 바꾸는 기호학적 오브제로서 스툴은 자리하며, 모두 다른 단색 계열의 의상들이 갖는 시각적 차이는 신분과 계급을 구별화하고 정체화하는 요소가 된다.
스툴에 앉았을 때 온몸의 꼿꼿함은 벌어진 다리와 골반, 허리, 사선의 고개로 분절되고, 발레의 신체를 특이한 굴절의 경로로 재조형하는 지지체로서 스툴은 기능한다. 이와 같은 특징은 듀엣에서 남자 무용수의 보완적 역할을 예기한다. 스툴의 정위로 인해 더욱 좁아진 공간은 심리적 압박감 역시 동반한다. 스툴을 치우는 과정에 동반된 남성 솔로―남성 솔로로 인해 그 과정이 동반된다고도 할 수 있다.―는 그 반영의 산물인데, 그 움직임은 아직 정위되지 않은 공간의 한 분포로서, 온전히 장악할 수 없는 공간에 대한 반증이자 그 공간에 대한 장악의 의지의 산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앞선 계층에 관한 기호학적 서사를 구성한다. 이 과정 이후, 이어지는 듀엣은 더뎌진 음악의 흐름을 따르고 있으며, 이후 달라진 분위기의 주요한 듀엣 장면에 대한 일단의 선취이다.
전체적인 구성은 음악의 짜임과 그 음악의 질적 특성의 차이와 그 반영을 통한다―동시에 움직임은 음악의 세부에 조응한다. 가령 앞선, 짧은 듀엣 이후에 세 남성 솔로에 입혀지는 스카를라티의 소타나는 알레그로로, 시선을 끄는 움직임들은 기호학/서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휘발되거나 장식적이고 부차적인 차원이라는 암시를 준다. 음악에 따라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자면, 우선, 인트로의 카라 카라예프(Kara Karayev)의 피아노 전주곡은 스툴의 무작위적 정렬과 비워지지 않은 공간의 무질서함에 상응한다.
이어지는 도메니코 스카를라티(Domenico Scarlatti)의 피아노 소타나 곡은 본격적인 견제와 과시의 자장이라는 형식의 지층을 형성한다면, 존 케이지(John Cage)의 피아노곡은 듀엣의 강화된 초점화의 분위기를 구성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스카를라티의 두 번째 곡으로 돌아오며, 여성 솔로는 어떤 견제 없음의 상태 속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스스로에게 수여하며, 왕좌를 거머쥔다. 그가 뒷모습으로 무대 안쪽을, 다른 네 명의 앞선 등장을 몰아내며 등장할 때 그 힘의 뚜렷한 격차와 구도가 드러난다―주춤거리는 스텝과 우물쭈물한 표정, 그리고 그것을 쫓아 내는 강인한 뒷모습과 진취적인 기상이 극단적으로 대조된다.
듀엣은 상징적 지위를 구성하는, 솔로와 그 바깥의 정치적 대립 구도의 거리를 직접적인 접촉의 관계를 통해 상쇄하며 재구성한다. 엉킨 두 몸은 하나의 몸의 확장으로의 질적 변환으로서, 주로 남성이 여성의 지지체이면서 연장이면서 모방적인 확대를 꾀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남성의 힘을 빌리면서 세부 동작의 고립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또한 여성에서 남성으로 이어지는 시차적 생산은 때로 마지막 여성 신체의 굴절된 형태를 구성하기도 한다. 이 결합된 신체 양상은 밀도와 부피와 공간, 그리고 순간의 확장을 모두 이뤄낸다―앞서 언급한 음악적 짜임에 따른 질적 변용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공간을 구성하는 솔로 장면―공간적 신체―들로부터 접합되는 신체 공간 내부로 이동함으로써 초점화된 시선의 반경 안에 신체는 촉각적인 접촉으로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말해, 듀엣을 위하여, 사회적 코드의 생산, 그리고 그 코드를 생산하기 위한 각자의 ‘자리’라는 구조 아래의 설정이 차례차례 전제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 듀엣은 압도적인 하나의 솔로를 완성하기 위한 전제로 자리하며, 이는 앞선 첫 등장에서의 의자에 앉는 장면에서 가장 중앙의 정면을 차지한 여자의 지배적 중심과 다시 만난다.
서사의 흐름은 엔트로피적 분출과 함께 성립된 사회의 시작에서 개인의 고독한 영예의 쟁취와 사라짐으로 완성된다. 반면, 형태적 완결, 진공적 공간에서의 순전한 밀도의 완성은 듀엣에서 달성된다. 〈캄머발레〉는 상응하는 두 신체의 조합술을 통해 변화의 순간들을 각각의 신체에서 끌어온다. 어쩌면 인간 신체와 비인간 신체의 결합에서 이는 예기되었으며, 그런 차원에서, 근대적 디자인과 생산 양식의 스툴을 지지체 삼아 수직과 수평 축의 각기 다른 분절된 신체 양상을 보여주는 첫 번째 장면은, 사실 가장 미니멀함에도 압도적인 순간이었다.
김민관 편집장
2024.10.09(수) ~ 2024.10.12(토)세종M씨어터
안무 한스 판 마넨 Hans van Manen
무대 및 의상 디자인 케소 데커 Keso Dekker
조명디자인 요프 카보르트 Joop Caboort
스테이저 마를루시아 아마랄 Marlúcia do Amaral
조명프로그래머 베르트 달하위센 Bert Dalhuijsen
피아노 연주(녹음) 김태형 Tae-Hyung Kim음악
카라 카라예프(Kara Karayev), [24개의 피아노 프렐류드 중 1, 2, 3, 그리고 5번(24 Preludes for Piano [1, 2, 3 en 5])]
도메니코 스카를라티(Domenico Scarlatti), [C 장조 소나타 작품번호 K 159(Sonate in C major K 159)]
존 케이지(John Cage), [풍경 속에서(In a Landscape)]
도메니코 스카를라티(Domenico Scarlatti), [B 단조 소나타 작품번호 K 87(Sonate in B minor K 87)]'REVIEW > D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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