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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샛별, 〈휴먼볼트〉: 미래 시점으로부터 출현하는 특이성의 경로
    REVIEW/Dance 2026. 5. 31. 13:30

    임샛별 안무, 〈휴먼볼트〉ⓒ김근우[사진 제공=위올리얼리매터](이하 상동).

    〈휴먼볼트〉는 가상의 미래 환경을 상정하는데, 이는 다분히 SF적 상상력과 실재하지 않는 현재의 지반에 기초한다. 종자은행을 가리키는 시드볼트의 씨앗/종자를 인간에 대입/전유하며 그 미래가 현재화된다. 이는 인류의 절멸이라는 디스토피아적 공상이며 인간에 대한 보존과 배제의 과정에서 기능적 타진과 판단, 나아가 우월함과 열등함의 기준에 따른 차별적 사상까지 가늠하게 하는 비판적 서사의 수용이라 할 수 있다. 

    〈휴먼볼트〉를 관통하는 중심적 몸짓 기호는 머리에 올린 두 손의 반짝거림이다. 전류, 또는 기계의 단자와 연결된 포스트휴먼적 신체를 상징하는 기호이든 인간의 지혜를 상징하는 상상 차원의 휴머니즘적 기호이든 간에(전자라면 움직임 기호는 재현적이고, 후자라면 자의적이라 하겠다.) 이는 시드볼트가 된 집단의 몸부림으로 미래의 서사에 편입된다. 이 몸부림은 무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에 무대의 막으로 거대하게 놓여 있던 철제 비계 구조물이 상정하는 단단하고 빈틈없는 또 다른 세계의 안에 이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것이 거둬질 때 해방보다는 반사적인 웅크림으로 연장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임샛별은 집단의 바깥에 자리하는, 관찰자적이고 이 세계와 바깥 세계를 잇는 매개자적 위치가 된다. 이는 그 앞에 놓인 세계 자체로부터 급격한 차이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다분히 연극적이다. 굴러가는 바퀴의 소음을 담지하는 듯한 반복되는 사운드 구간 아래, 미래 세계의 다른 패러다임과 존재 양식이 펼쳐진다. 마치 진공을 걷는 듯한 느낌 아래 뉴런이 외부로 확장되는 것처럼 머리 위에 인 촉수 같은 손과 그에 맞춰 구부러진 신체를 하나의 인장으로 구성한다. 

    무대 전체는 빛의 반사대 기능을 한다. 또는 빛은 무대를 현전시킨다. 시드볼트가 자리하는 폐쇄 공간은 심리 조작의 미세한 영향력에 대한 고찰을 다양성의 표현으로 상기시키는 것일 수 있다. 곧 현실 공간과 존재의 상응 관계를 표현하는 것. 반면, 〈휴먼볼트〉 는 공간-신체의 확장된 경계를 미래 시제의 특이한 현재성으로 산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로 공간의 특정성과 신체 양식은 미래의 특이한 존재 양식과 연결되며, 두 번째로 시제는 미래의 그것을 선취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무용의 형태적, 구상적 실험을 미래 시점의 환영적 질서로 재구축하여 무용, 나아가 몸의 새로운 경계를 드러내는, 곧 모든 것이 이질적이 되고, 달라진 질서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요청하는 것처럼 관객을 몰고 간다. 거기에는 다분한 환상의 매개 작용이 있다. 공간의 방어가 시간의 격차에 대한 분석적 사고를 방해하고 동시에 갈음한다. 여기에 가장 큰 효과가 되는 건 무대-빛의 양식보다는 오히려 음악일 수도 있다. 또는 그것에 상응하는 음악. 단속적이고 주기적인 소음이 만드는 공간과의 결착으로 존재한다. 또는 공간으로 몰아가는 외부로서의 존재가 소음인 것이다. 

    〈휴먼볼트〉는 외부에서 바라본 건축의 토대가 내부의 의식적 공명으로 연결되는 비좁은 경로의 끊임없는 흐름과도 같다. 몸들은 그것에 조응하거나 반응한다. 곧 동조되는 에너지의 양태이거나 행동주의적 양식의 생명체로서 기능한다. 전체의 모습을 드러나는 빛의 프레임이라는 네트워크화된 유기적 흐름의 세계는, 폐쇄된 안을 규정하는 동시에 거대한 세계의 아우라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양가적인데, 우리를 감싸거나 둘러싼 경계이거나 우리를 가로막거나 단절하는 막 사이에서, 그것은 차라리 시간의 토대가 된다. 디스토피아의 미래적 시점의 생존의 틈. 

    최후의/최초의 인간-종자로서, 미시적이고 촘촘한 신경 반응으로 전환된 신체 전체로 뻗친 존재의 양태는 마찬가지로 프레임과 빛의 구조물의 거대하고 자동화된 구조와 연결되고 상응한다. 인간의 양태는 비인간의 속성을 가정한다, 그것이 미래의 시점이라면. 결과적으로, 미래를 예비해야 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구성한 신체의 움직임은 구조물-시각 장치와 자글거리는 자동기계적 사운드의 규격에 맞춰 촉수가 달린 신체 연장의 특이한 경로와 더 세분화된 분절을 통한 미시 신체의 규약으로써 만들어진다. 

    김민관 편집장

     

    2024.05.18 ~ 2024.05.19 공연시간 토요일 19:00 / 일요일 16:00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출연진 및 제작진 소개

    안무 임샛별

    출연 강혁 김영채 나정운 박세진 안남근 이채은 임샛별 최정원

    프로듀서 김혜연

    무대 이도엽

    무대미술 신승렬

    음악 하임

    조명디자인 이주환

    의상디자인 최인숙

    그래픽디자인 gominer

    사진 김근우

    영상기록 스튜디오몽

    주최 LIMSETBYEOL

    주관 위올리얼리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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