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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아댄스어브로드×Petri Dish×JUBIN Company, 〈스트러글〉: 누구를 향한 투쟁 혹은 투쟁의 주체는 존재하는가
    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6. 6. 1. 18:48

    코리아댄스어브로드 X Petri Dish X JUBIN Company, 〈스트러글〉ⓒPetri Dish / 김주빈(이하 상동).

    〈스트러글〉 의 도입부는 길고 또 인상적인데, 공간 전체에 퍼지는 불안정한 사운드-진동과 함께 거대한 폴 아래, 희미하게 감지되기 시작한 여러 덩어리들은 대체로 한쪽 다리가 또는 예외적으로 한쪽 팔이 묶여 올라가서 축 늘어진 신체로 판명난다. 안쪽에는 화장대 앞에 선 여자가 일상의 시간을 점유하고 있다. 이 두 다른 시간과 이미지의 축은 〈스트러글〉의 명암을 드러내는 꽤 긴 시간의 지속이다. 후자에 의한 전자의 지배 양상이 드러나면서 두 존재들은 인접된다. 

    여자는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해 관객과 마주하고 호응을 유도한다. 그는 현실의 면에 접촉할 수 있는 존재이고, 동시에 그 안쪽의 존재들을 고깃덩어리 같은 출현으로부터 사육과 위협을 가하는 대상으로서 동등하지 않고 기능하는 차원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다루어 보여줄 수 있는 존재이다. 주인과 노예로 이들의 관계를 지시할 수 있을까. 

    ‘스트러글’, 곧 ‘투쟁’은 누구를 향한 것인가. ‘고투’와 ‘버둥거림’은 장악하는 자의 강력함 속에서 전면화될 수 있는 것인가. 서커스를 하는 이들은 특별히 과장되고 간악한 캐릭터의 여자에 반기를 들지는 않는다. 그들은 무심해 보일 뿐인데, 어떤 감정을 특별히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투쟁은 연출되는 장면으로 삽입되는 결과로 보인다. 서서 뒤로 한쪽 다리를 두 팔로 잡는 균형 잡기 동작의 지령을 수행할 때 역시 마주하는 두 사람,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동작과 눈빛을 지닌 노예와 지배의 욕망이 들끓는 주인의 감정 상태를 동등한 층위의 마주함으로 두며, 그 차이를 드러낸다. 

    주인은 투쟁의 자세 혹은 권투 자세를 취한다. 또는 취하게 한다. 노예들 역시 권투 자세를 취한다. 반면, 이는 투쟁의 의지적 발현이 아닌, 경계를 넘어서지 않는 포즈의 일환이다. 주인은 제4의 벽을 깨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를 통해 제4의 벽이라는 경계가 동시적으로 작동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서커스가 펼쳐질 때 그 경계에 정확히 서서 그 앞과 뒤의 풍경을 분별한다. 

    그의 권투 자세는 관객에 대한 쇼맨십이지만, 노예의 그것은 어떤 포즈인지, 정확한 것인지 인상적으로 드러나는지를 봐야 하는 평가의 시야로 들어오게 된다. 의도를 갖지 않는, 욕망을 내포하지 않는, 단지 포즈를 재현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포즈를 가르치고, 홀로 등장해 쌍으로 든 채찍으로 허공을 그어 대는 것과 같이 그는 자신의 지배력을 확인시키는 이와 같은 동작들을 자신의 은밀한 공간에서 연장된 홀로 선 무대에서 취하고, 그것은 대상을 상정하지 않더라도 충분해 보인다―단지 그 앞에 대상이 놓일 때 그는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면 된다.

    주인은 대상의 육체를 고정하며 가시화하는 전략을 통해 박제된 심미적 풍경의 장악으로부터 순전한 쾌락의 향유를 맛본다. 이는 다분히 나르시시즘적인 자기 욕망의 반영으로서 바깥의 대상을 인지함을 보여준다. 그 바깥은 심연을, 내부를 갖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주인은 말을 하지만, 노예는 그렇지 않다. 여기에 중대한 반전이 있다면 있는데, 욕망을 가진 이는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곧 지배의 욕망에 옴짝달싹 못 하게 되는 건 주인이다.

    결정적으로, ‘스트러글’의 주체는 주인이 아니다. 스트러글의 주체가 주체라고 할 수 있는가가 이 작품을 보는 이에게 생기는 아이러니다. 그 투쟁은 서커스의 기예의 한 표현 영역이며, 주인은 사회자로서 스트러글의 장면을 소개하고 흥미를 돋우는 광대라고만 생각하기에는 그는 제4의 벽을 넘나든다. 그의 경계 넘기로부터 주인은 극을 지배하고, 극을 연기하고 수행하는 건 주체의 역할에 실패하는 노예이며, 이는 서커스단이라는 내부, 서커스 극이라는 외부의 사이에 있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스트러글〉은 구조주의적 틀을 벗어난다. 어쩌면 서커스를 지배하는 현실의 한 차원이 관객으로 연장됨으로써 서커스라는 극의 구조를 끼워 넣지만, 이 서커스가 ‘투쟁‘의 어떤 성취를 이루는 것인지, 그럼으로써 서사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것인지 아님 서커스의 형식을 완성하는지, 그로부터 확장된 현실에서 주인의 시점을 통합하는 것인지 모두 불분명하다. 극장 전면 출입구가 열리고, 또 다른 현실이 이들을 맞는다. 서커스가 주는 기이한 세계에의 열정, 그 속에 할당되고 부속되는 존재들은 사실 노예의 위치가 아니다. 그건 상상적 차원이 고대하고 꿈꾸는 세계 그 자체인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2024.11.23 ~ 2024.11.24 토요일 19:00 / 일요일 16:00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출연진 및 제작진 소개

     

    Presented by Korea Dance Abroad

    Created by Petri Dish Company 

    In collaboration with Jubin Company

     

    예술감독 Anna Nilsson & Sara Lemaire

    콘셉트 Anna Nilsson

    드라마트루기 Sara Lemaire

    부감독 및 음악자문 Amaury Vanderborght

    협력안무 김주빈

    안무자문 허성임

    조명 디자이너 류백희

    무대감독 김인성

    음향감독 김경남

    홍보디자인 금원식

    접근성 자문 이유진

    프로듀서 박신애

    어시스턴트 프로듀서 서희지

    협력프로듀서 Petri Dish 

    진행 김솔이

     

    공동창작 및 출연 Anna Nilsson, Angela Wand, 한지원, 성주현, Marina Cherry, 강민지, 황서영, 김수지, Viola Baronc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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