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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숙, 〈거의 새로운 춤 1.5〉: 회고적이거나 긴박한 과거와의 시차REVIEW/Dance 2026. 6. 21. 23:49

전미숙, 〈거의 새로운 춤 1.5〉ⓒKunst(이하 상동). 전미숙의 〈거의 새로운 춤 1.5〉의 ‘새로운’ 춤은 자기 지시적 차원으로 소급된다는 점에서, 다분히 수사적인 차원에 머물거나 설사 그렇지 않다면 그것이 결국 대립하는 기호의 언어이므로, 춤에 대한 마니페스토의 측면에서 좀 더 과격한 일면을 띠게 되거나 춤에 대한 정의의 차원에서 메타 언술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 언급의 주체가 전미숙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는 네 개의 공연에 대해 진술하며 공연을 새로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하나의 근거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는 그것을 목도하고 가시화하는 유일한 발표자의 위치에 서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역설적으로 그는 사라지는 매개자의 위치를 획득한다.
곧 공연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거의 새로운 무엇을 가리키기 위한 일종의 전거들이 되는 한, 그리고 그가 어떤 시차를 갖고 그것들을 ‘흘려보내는’ 것에 가까운 이상, ‘거의’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그는 춤을 생산하는 대신 생산‘되‘는 춤을 바라보는 역할에 머물고, 그것은 징후적으로 그 새로운 춤에 대한 시차 속에서 존재하는 노장의 위치와 그것들을 되돌려 주며 빈 무대에 자리하는 어떤 겸손함에 대한 결연함 같은 태도가 거기에 전제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미숙은 이 새로운 춤을 정의하(려)는 존재의 강박적 움켜짐이라기보다 사실상 그 자신이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유령처럼 그 무대에 불쑥 끼어든다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공연은 그가 제시하는 하나의 장으로 들어온다기보다 반대로 빈 무대를 곧장 채우면서 그가 물러나는 형국을 만든다. 전미숙의 〈거의 새로운 춤 1.5〉은 〈거의 새로운 춤〉(2024)의 새로운 버전인 셈인데, 발제의 차원은 처음 차진엽의 작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마지막 공연이 김보라가 자신이 신창호와 함께 출연했던 기존 작품인 〈아모레 아모레 미오〉를 “소환”하며 말로 이끌어 가고 있음을 제한다면, 실제적으로 렉처의 관념이 거의 사라진 형국인데, 이는 전미숙의 말 역시 그러하다는 점에서 결정적이다.
곧 전미숙의 발화는 공연 자체를 연장하기보다는 일종의 은유적 차원에서 그것을 감싸며 그 주변을 맴도는 것에 가까운데, 팬데믹 이후의 (동)시대의 어떤 풍경, 장치 없음이 지닌 빈 무대의 잠재성―이는 모순적이며 반증 가능한데, 빈 무대가 곧 장치를 가시화하는 차원이 새로움의 가치로 종종 등장하곤 하기 때문이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현재 놓이는 것이 가진 유일하고도 고유한 새로움의 가치를 항변하는 것으로 끝맺는 그 말은, 지난 공연과 달리 공연자와 직접적으로 말을 섞는 장면이 사라지며, 각각의 공연을 어떤 새로움과 직접 연결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무언가 무대는 지난번에 비해 감축되었고, 결여되었다는 인상을 주는데, 이는 물리적으로는 전미숙과 다른 안무가들과의 교환 관계, 곧 무대가 매개되는 감각적 차원의 부재에서 그러하며―신창호의 안무에서 ‘동원’는 무용수들의 양적 팽창에 비해 주요 무용수들의 축소가 갖는 비중의 부분 역시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본질적으로는 전미숙 스스로가 그 중심 대상의 자리를 붙들어 매지 않는 태도의 차원에서 그러하다. 그러니까 새로움은 놓일 무엇이고, 근본적으로는 그 앞에 자리한 이의 의고적 시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엇으로, 전미숙의 사라짐은, 다소 흐릿한 말의 닫힘에 이어지는 퇴장은, 징후적으로 그 새로움이 일종의 정의가 아니라 정서적인 차원임을, 어떤 사라져갈 신체의 미래를 발화하는 것이다.
사실상 〈거의 새로운 춤 1.5〉은 “발제”―“발제 안무”―라는 용어를 차용하지만, 어떤 토론으로 그것이 연장되지 않으므로, 이 언어는 도단이다. 무언가 맞지 않은 학술의 옷을 입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만약 그것이 2.0을 향한다면, 그리고 주체의 복권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면, 거기에는 다양한 주어들이 등장하고, 대등한 차원에서 그것의 새로움이, 비교, 분석의 견지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와 반대로, ‘거의 새로운 춤’이 그것과 시차를 갖는 연장자의 회고적, 지연적 반응이라면, 이는 김보라의 춤과 같이 전미숙의 이전 안무작들을 소환하거나 당대의 다른 작업들을 그것과 견주며 시대적 갱신과 의미의 재구성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새로움이 어떻게 과거의 시간과 마주하면서 도래하는지, 새로운 것이 어떻게 반복되며 재출현하는 것인지를 드러낼 때 비로소 새로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의 새로운 춤’은 이 부분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전미숙이라는 시차적 존재가 대상으로부터 어떻게 미끄러지는지, 그것과 어떻게 불화하는지, 그럼에도 그것을 어떻게 긍정할 수 있는지를 반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곧 그는 다른 안무자들과 동등하지 않은데, 적어도 그들은 곧 그 관계의 차원에서는 주체적이지 않다. 그러니까 그 되먹임되는 시선이 어떻게 그를 변화시키고 재구성하는지를 이 공연은 드러내지 않는다.
따라서 개별 공연에 대한 기술은 무의미해지는데, 그럼에도 가장 흥미로운, 김보라의 〈되-살림과 되-묻기의 시간: 〈아모레 아모레 미오〉 소환〉의 경우, 김보라의 말은 신창호의 동작을 추적하고 지시하며 옭아매는데, 반면 그 자신으로 소급되는 위치성, 이 공연과의 관계성은 한창호를 바라보던 그때의 시선과 피아노 뒤에 30분 정도 숨어 있었다는 것에서 은밀하게 드러날 뿐 명확하게 표명되는 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전사로서 〈아모레 아모레 미오〉를 엄밀하게 들여다보는 건 불가능하다. 김보라의 말은 그것을 차단하는, 그것에 방어하는 기제에 가까운데, 그의 확대된 에고는 신창호에게 육박하는 기호이자 그 신창호의 비주체성에 감염된 관객을 압박하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불쑥 떨리는 찻잔을 들고 나오는 차진엽의 장면에서, 전사의 흔적이 추정되는데, 이것은 재현의 측면에서 주어지면서 김보라의 잠식된 무대로부터 어느 정도 비켜선다. 반면, 이것은 과거의 흔적으로서 매개되지 않은 채 얼룩으로 남는데, 다급하고 긴박한 김보라의 발화가 신창호의 움직임과의 어떤 틈도 허락하지 않는 지점에서 김보라에 대한 역추적의 차원이 요구되며, 따라서 이 작품은 〈아모레 아모레 미오〉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을 기술하는 현재형의 김보라의 심리 상태에 대한 묘연함, 분석되지 않음의 차원을 향하며 기이해진다.
여기서 신창호가 그 기술을 되먹임하는 묵묵한 과거형의 자리―〈거의 새로운 춤〉―였다가 그것을 봉인 해제 하게 된 중간 이후의 시점으로부터 비로소 과거의 결박을 벗게 되었다고 해서, 이 작업이 과거를 경유해 그것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창안한다기보다는 과거와의 먼 시차를 오히려 좁은 틈새로 증명하기 위해, 단지 그 공연의 정동이 내재적으로나 형식적으로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질적 강도의 차원에서 유지되기 위해 말을 멈추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과거는 신창호에 의해 재현 가능한 것일 수 있지만, 현재는 그 과거에 대한 강박적 움켜쥠에 의해 반추되고 갱신되기보다 순간들의 총합으로만 남는다.
적어도 찻잔의 떨림이 갖는 의미의 함축, 그것이 과거의 재현이며, 그 재현이 어떤 차원으로 현재에 침투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거를 던졌어야 하는 게 아닐까. 마지막 전미숙의 ’순간의 놓아둠‘은 이처럼 간격 없는 실존적 차원의 의지적 산물 역시 가리키는 것일까. 오히려 김보라의 발화는 과거와의 격차가 아니라, 그 반대의 차원에서 과거와의 바툰 간격을 온전히 해소하기 어려운, 또 다른 단계에서 바라볼 수 없는 과거의 연장선에서의 새롭지 않음을 감추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거의 새로운 것은 현재의 차원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현재의 붙들림에서 오는 어떤 오인, 착시와도 같은 것일 것이다.김민관 편집장
2025.10.11 토요일 15:00, 19:00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출연진 및 제작진 소개
안무 전미숙
발제안무 차진엽 김동규 신창호 김보라
출연 류진욱 강세은 권서현 권진원 김다니 김다현 김민솔 김민재 김민지 김소윤 김소현 남궁민지 문지은 민정원 박세림 박지연 박지유 박진주 서진환 서채원 송주연 송진아 심예원 심재희 안가인 안유하 안진성 양정윤 양현석 엄선우 오수민 오원경 이병찬 이보나 이수민 이윤규 이윤아 이주영 이준형 이지은 장윤서 전유진 정건세 조민하 조연우 조인영 조정익 조준호 차지혁
드라마투르그 제환정
콘셉트디자인 전수환
음악 강태원 장지호
조명감독 김정화
무대감독 스텝걸작 이도엽
홍보영상 이정민
공연사진/영상 Kunst Production 전혁진
시각디자인 금종각
마케팅 박지희
기획 국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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