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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무용단,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콘셉트 및 연출 예효승): 제도로부터 제도 바깥으로,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바깥인가
    REVIEW/Theater 2026. 6. 22. 16:15

    국립현대무용단,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콘셉트 및 연출 예효승)[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이하 상동).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이하 〈우리는〉)의 무대는 생성되는 구조를 향한다는 점에서 시간적으로 열려 있는데, 이는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하는 과거형의 서술과는 반대되는 부분이다. 이 진술은 이 공연에 참여한 무용수들이 모두 자신만의 무용단을 이룬 안무가들이라는 점에 기울어지며 ‘우리는’에 방점이 찍히는 듯 보이는데, 그렇다면 공연은 일종의 자전적 서사의 회상 같은 것일까. 

    일반적 무용의 형상은 하나의/소수의 안무가를 중심으로 각 무용수들을 규합하는 과정에서 개별 무용수의 개성을 전화하거나 침식하는데, 이는 하나의 작품을 향한 안무가의 개념과 철학이 수렴되는 지점과 맞닿는 지점이다. 반면, 〈우리는〉은 연출―예효승―과 콘셉트―예효승, 박진영―, 그리고 공동창작의 명시만 있을 뿐 안무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의 무용수들은 자신만의 고유성을 가지고 존재하는데, 이는 일종의 놀이라는 규준에 대한 수용과 합의에 근거해서 그러하다. 

    반대로 보면, 각 무용수는 자신에게 기생하면서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드는데, 이는 그의 현재성이 그의 과거의 연속성으로부터 형성되는 것임을 의미한다. 안무적 규격―이는 오히려 안무의 영역처럼 일견 보이지 않는 차원, 곧 크로스핏과 마라톤과 같은 움직임의 재현적 차원에 부합한다.―에 맞추지 않은 그가 추는 춤, 그가 출 수 있는 춤의 연장선상에서의 춤이 가령 김보람이나 장혜림, 정철인 등에게서 적극적으로, 그리고 기타 다른 무용수들에게서 드문드문 드러난다―움직임-춤이 아닌, 춤은 간헐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익숙한 형상들, 자신의 형상을 이전하는 형상들은 앞선 통상적 무용에 있어 예외적 구문을 구성하는 안애순 안무가의 작업들, 곧 무용수 개별의 무늬들이 병치되는 생성의 구조를 향하는 그의 작업적 형상이 일종의 서사적-유희적-현재적 발화의 형상으로 윤색된 버전이 곧 〈우리는〉처럼 보이게도 하는데, 무엇보다 〈우리는〉의 차이와 고유성, 나아가 특이성은 그 형식이 결코 수렴되지 않는 결말을 향한다는 것이다. 

    앞서 열린 시간은, 열린 현재의 구성은 각각의 존재에 배당된 시간을 나눠서 혹은 공유한 채, 또는 모두의 놀이 속에서 지속한다는 것에 다름 아닌데, 결말이 유기적인 서사의 지층을 쌓아올리는 걸 통해 만들어진다면, 그러한 차원에서 〈우리는〉에는 어떤 결말이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은 ‘우리는’이 분화되어 자리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 그 자신의 존재 양식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이 극명해지는 지점에 자리한다. 

    개별 주체의 발화나 집단 내부로부터 드러나는 차이 등을 통하는 각 존재들의 일시적 연합체로서 〈우리는〉의 현재성과 연극성이 하나의 축으로 생성되고 있다면, ‘우리’로 규합하는 또 다른 한 축은 몇 가지 스포츠를 토대로 한 집단적 움직임의 차원으로, 이는 그 자체로 재현의 형상을 띠는데, 그러니까 그것이 스포츠 고유의 활성화된 신체의 양태, 그것의 달성과 수행 자체의 현재성, 수행 역량의 구가 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는 심미적인 가치를 스포츠의 미덕과 특성 자체로 이양하는 것처럼 보인다. 

    스포츠의 형상들로부터 중요한 건 결국 그 움직임이라기보다 그 움직임을 ‘우리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움직일 수밖에 없는 우리’라는 수식은 결국 꽤 많은 무용의 길을 걸어온 이‘들’의 현재성에 대한 조명이라는 제도적 틀―사실상 이들을 ‘국립‘현대무용단으로부터 이양된, 일차적, 임시적 구성의 사립(적 국립)현대무용단(참고로, 국립현대무용단의 전속 무용수가 없다.)이라는 가상의 집단으로 상정해 볼 수 있다.―로부터 현재 시제를 띠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스포츠는 그로부터 집단의 양식을 추출, 이행하는 과정에서 선택된 비의지적 형식 혹은 맥거핀에 가까운 것이다. 

    〈우리는〉은 무용’계‘의 어떤 현재성에 대한 이야기이며, 곧 (오랫동안)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 대한 조망이며, 그들로부터 나오는 현재성은 그들 각자의 존재와 상관된다. 기이하게도(?) 남성 집단적 양상으로 드러나는 이 무용계의 어떤 ‘표본’―그들이 어떻게 선택되었는가가 사실은 작품에 대한 직접적인 동시에 합목적적인 설명이 될 수 있다.―에서 유일한 여성 참여자인 장혜림은 가장 인상적으로 각인된다―그다음으로 그중 가장 젊은 안무가 이대호가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한국무용을 기본으로 한 곧은 자세와 둔탁하지 않고 날렵하면서도 강도 있는 움직임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때 식별 가능한 차원이라면, 실질적으로 그 같은 시각적 양상의 결과는 각 캐릭터의 서사, 존재 기반의 발화가 〈우리는〉 안에서 충분히 진전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스포츠라는 가상의 형식은 그런 차원에서 그 형식 자체에서 기인하는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다분히 소모적으로 되돌아오면서 발화되지 않는 말들을 겨우 봉합하려는 외양으로 비쳐진다. 

    음악과 무대―무대 뒤쪽 2층 상부를 덮은 캔버스 틀 아래, 거대한 붓으로 그리는 초대형 회화의 동시적, 단속적 진행―의 다른 장르의 도입은 그 자체의 가시화를 위한 것이며, 따라서 장르 자체로 수렴한다. 그리고 이 수렴의 틀 아래, 이들 움직임의 휘발됨, 현재성 자체를 가리키는 행위 양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지점이 성립한다. 
    곧 불순물로서 흔적들, 무대를 초과하는 여러 매체들은 다양성과 일시성으로 규합된 각 무용수의 휘발적 연대와 구조에 대한 즉흥적이고 자의적인 끼어맞춤 그 자체에 대한 메타포이며, 그중에서도 이 신체 드로잉은 그 존재의 매체적, 공간적 적응, 그리고 변용의 사례인 것이다. 

    〈우리는〉은 약동하는, 제어되지 않은, 함께함의 정동을 구현하는, 각자의 움직임을 재체현하는 공연이다.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적이면서 연대함의 우정이 깃든 이 공연은 제도적 차원의 안정적 조건 아래 성립한다, 아니 성립할 수 있다가 맞을 것인데, 물적 토대의 제약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때 바깥으로의 매개가, 확장된 자기의 추구로서 연대가, 또 그 반대편에서의 자신의 내려놓기와 헌신이 내재적으로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공연의 내재적인 자유로움을 어떻게 평할 것인가. 이 공연에 대한 평은 꽤나 까다로운데, 다시 제목의 문장으로 돌아오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재조건을 창안함이 안무의 과제라고 한다면, 그 움직임의 형식이나 양태, 밀도 자체보다 내재적으로 어떻게 존재에서 움직임이 분화할 것인가, 곧 그 움직임이 각자의 앞에 놓인 사회, 관객과의 차이를 지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그 다른 차이들의 존재들이 어떻게 현재의 ‘우리’로 규합되며, 또한 공통의 춤의 조건을 만들어낼 것인지 또는 그 움직임의 동력이 곧 춤으로 바뀌는 지점을 다르지 않은 것으로 추출해 낼지, 이러한 부분들이 이 작품을 평하는 기준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차이를 지우지 않고, 공통의 토대를 만들어 내는 것, 동시에 안무의 강제적, 지시적 기능이 아니라 춤 자체의 동력, 또는 반동적 차원에서 재획득될 수도 있을 그 춤의 동력을 어떻게 공동의 이름으로 쓸 것이냐의 부분, 그리고 이는 무용의 한 역사적 축을 현재의 차원에서 재점화시키며 연장, 굴절, 변용시키느냐의 부분에서 또 다른 의미를 불러오는데, 따라서 정신없고 자기들끼리 즐겁고 산만한 이 풍경의 일차적인 자유로움과 쾌, 무질서함의 절대적인 표면―스포츠라는 장르적 모색과 전유의 특징 역시 이에 동조된다.―의 특징은, 그 안의 묘연한 춤에 대한 질문과 성찰의 태도 차원에서만 재평가, 재인식될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지점에서 이 작업은 진정한 문제작이 되지 못했다고 보인다. 

     

    김민관 편집장 

     

    2025-05-23(금) ~ 2025-05-25(일) 금 7:30PM / 토일 3PM

    CJ 토월극장

     

    콘셉트 및 연출 예효승
    콘셉트 및 크리에이션 파트너 박진영
    공동창작 및 출연 김보람, 이대호, 이재영, 장혜림, 정철인, 최사월
    음악감독 송광호
    음악조감독 이찬동
    음악세션 송광호, 이준호, 이찬동, 홍성현, 레이첼 에펄리
    무대디자인 남경식
    무대감독 이도엽
    조명디자인 이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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