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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다페르튜토 삼일로〉에 대한 주석: 동물로써 접근한 주역의 세계관
    REVIEW/Theater 2026. 6. 26. 13:56

    〈다페르튜토 삼일로〉 포스터.

    다페르튜토 삼일로”라는 제목은 “어디로나 흐르는” 다페르튜토 스튜디오가 “삼일로창고극장”이라는 장소를 일시적인 스튜디오로 전유했음을, 특정 극장에 정박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이는 어떤 내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시작되는 장소, 그것을 감싸고 있는 극장을 환시하며, 그 극장과 장소의 불가분성을, 특정 장소로서의 내용(+극장)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재귀적이다. 이 임시적 극장, 아니 임시성으로서 극장을 보여주는 장소는 ‘주역’을 연극의 형식으로 가져오는데, 그것은 우연성과 복잡성의 궤를 구성한다. 〈다페르튜토 삼일로〉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다. 

    주역의 괘들은 인생의 각기 다른 알레고리를 품고 있고, 이는 추상성을 띠며, 또한 그 추상성의 미적 기호 안에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또는 그 이야기들은 압축적인 추상성으로 갈음될 수 있다. 다페르튜토 스튜디오가 의도하는 건 그 이야기가 가진 교훈이 아니라, 단서로서의 이야기 조각을 현시하는 데 있다고 보인다. 그 조각은 무한한 펼쳐짐의 잠재성으로 번역될 수 있는 이야기의 압축성이며, 바로 그로부터 연장된 이야기의 덩어리를 보여주는 것, 이야기하기의 시도와 실험과 행위성을 보여주는 것이 그 의도의 펼쳐짐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이야기에 있어 서사의 개연성, 과정의 합목적적 방식의 전개나 몰입의 차원은 주요한 것이라기보다 부차적이거나 종속적인 것이며, 그 조각이 가진 메시지에 대한 해석적 역량이 중요해지며―가령 이번에 ‘선택’된 뢰지예(雷地豫) 괘는 철학자 김용옥의 해석(『도올 주역 강해』)을 따라 ‘존재를 향유하다’로 “요약”된다.―, 그 이야기의 표현이 가닿는 핵심부로부터 연장되는 이야기하기의 행위―어쩌면 그것을 주변으로 뱅글뱅글 도는 것 자체가 다페르튜토 스튜디오의 행위, 수행, 연극이라고 하겠다.―, 누출로서 표현의 층위가 결정적으로 나타나야 하게 된다. 

    64괘 중 16번째 뢰지예 괘가 다뤄진다는 건, 64개의 이야기를 추후 다룰 수 있음의 역량을 예고하는 가운데―그럼에도 그것은 첫 번째 ‘선택’이라는 점에서, 실은 자의적이지 않은 부분이겠다.―, 그중 하나의 추출이 이뤄졌음을 나타낸다. 뢰지예 괘를 다룬 3막의 이야기는 각각 “구상연극”과 “추상연극”의 버전으로 두 번씩 구현되어 총 여섯 개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하나의 괘가 가진 여섯 개의 효사이자 통상 여섯 번 동전을 던지는 주역의 점괘를 추출하는 방식의 그 회수와도 또한 연관된다. 

    결과적으로, 여섯 개의 이야기는 하나의 글자를 이루는 여섯 개의 획이 가진 각각의 의미이자 여섯 개의 다른 점괘들로 볼 수 있을 것인데, 후자에 있어 이 차이들은 이야기의 다양성과 우연성의 배치와 효과를 가리킨다면, 전자는 여섯 개의 획이 위와 아래의 구분을 통해 상효와 하효로 나눠지고 각각의 형태적이고도 의미적인 응결과 함께 그 둘의 엮임이 이야기로 나아가는, “테마”의 세계로 연장된다.

    곧, 하나의 글자에서, 여섯 개의 획이 하나로 응결되어 있음을 다시 각각의 획으로 의미화하고, 그 글자가 가진 테마를 여섯 개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에서, 본래의 글자가 지닌 자연의 기호들, 그리고 흐름은 또 다른 존재의 기호들로, 그 존재들의 서사로 변용된다. 이 과정에서, 두 개의 형식으로 구분되는 연극의 체계를 구상하는데, 바로 구상연극과 추상연극으로, 이는 시간적으로 각각 긴 버전, 짧은 버전으로, 의미적으로는 “이야기와 연관된” 것과 아닌 것으로 구분된다. 

    괘들이 일종의 형태적 차원에서 단순하고도 자연의 작용을 나타내며 인간 사회의 알레고리로 연장되는 의미 차원의 응축된 기호라는 것, 곧 형태적 상상력과 상징적 알레고리의 차원은 서사의 함축성과 그 서사의 표현 양식을 구상하는데, 이는 인물들의 발화 대신에 퍼포머들의 오브제와의 연계를 통한 이미지를 산출하는 “오브제 중심의 연극”에 상응한다. 그렇게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는 주역에서 서사의 내용과 함께 서사의 표현 방식 자체를 고안해 낸다. 

    상효의 뢰우를 송골매로, 하효의 땅을 개로, 초목이 땅에서 솟아나는 형상을 이끼로 각각 본다면, 이는 3막의 테마로 분화된다. 송골매, 개, 이끼의 구상연극과 추상연극의 각각의 두 버전은 총 여섯 개의 연극 시퀀스로 이어진다. 여기서 퍼포머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발화가 없으며, 그를 통해 어떤 존재의 상태, 오브제의 확장된 신체 이미지, 오브제와 존재가 이루는 구도의 일부로 나타난다. 

    구상이 길고 추상이 짧다면, 또는 구상이 묘사하고 추상이 압축한다면, 이 서술 방식의 차이는 내용적으로는 모두 동물의 삶,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비인간 존재들, 생명력 자체로 환기되는 이 생물들에 접근함은 임시적이고 우연적인 운명, 의지와 현재를 초과하는 세계, 곧 인간이 세계의 작은 요소임을 환기시키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거대 단위의 시간 체제, 자연의 유비로써 재구성되는 세계의 환경 등을 담은 주역의 원리적 세계관에 대한 〈다페르튜토 삼일로〉만의 재해석적 차원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곧 뜻 모를, 그러나 인간의 경계를 인간 너머에서 상기시켜주는 존재의 구체적 형상들로부터 말이다. 

    김민관 편집장 

     

    2024.11.28(목) - 12.01(일) 평일 19시 30분 / 주말 15시
    삼일로창고극장(서울 중구 삼일대로9길 12)
    ■ 러닝타임: 약 80분

    콘셉트 및 배치 및 무대미술 
    움직임 리서치 및 퍼포머 | 김용빈, 최도혁, 임영
    무대미술, 제작감독 | 김건태
    무대미술보 | 윤재희
    조연출 | 정찬동
    컬러 디자인 | 해미 클레멘세비츠
    조명 디자인 | 박현정
    조명레이터 | 김연수
    영상 아카이브 | 림벌트
    무대 제작 | 지하공간연구소
    행정 | 이인보
    그래픽 디자인 | 박찬신
    의상 | 웬유스마일
    토크파트너, 자료집원고 | 모아
    후원 | 서울문화재단, 서울특별시
    주최, 주관 |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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