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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재, 〈오:O〉: 기원들을 향하여…REVIEW/Music 2026. 6. 26. 13:56

박우재, 〈오:O〉[사진 제공=국립극장](이하 상동). 박우재의 〈오:O〉는 〈점〉, 〈번짐〉, 〈숲을 지나온 바람 이야기〉, 〈이상변이〉, 〈오름〉 순의 다섯 곡의 연주로 구성됐으며, 황태인, 김남진, 김매자 무용가의 출연, 국립국악관현악단 청년오케스트라(문화예술인턴단원·청년 교육단원)의 연주(조다은 지휘), 정가의 구민지 등이 참여했다. 〈오:O〉는 매체적인 혹은 장르적인 협업을 통해, 그리고 거문고라는 매체 자체의 실험을 통해 공연은 감각적이고 의식적인 경로를 제시하고자 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음악을 일종의 근원적 질료이자 물리적 매질로 비유할 수 있는 짧은 단어들로 이뤄진 제목들―가령 중간의 〈숲을 지나온 바람 이야기〉를 제한다면―로 그 매체 실험적 특성을 짐작할 수 있는 한편, 그리고 다시 〈숲을 지나온 바람 이야기〉를 거쳐 미시에서 증폭되는 흐름의 서사적 질서로써 시간을 쓰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조명을 통해 무대는 동그랗게 구획되었고, 왼쪽에는 비스듬한 거울과 그 앞의 단이 일부 나와 원을 파고들고 있었고, 단 위에 박우재의 연주를 통해 공연이 시작되었다. 〈점〉이란 곡은, 황태인 무용가와의 대등한 혹은 동일한 위상에서, 그 이후의 무대에 비한다면 가장 간소한 차원으로, 서로에게 그 장력을 견주면서 또 각각의 힘을 또 상대방의 힘을 자신의 매체로 연장하면서 가장 팽팽하고도 단단하게 그 힘을 감각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가령, 우리가 중앙에 자리한, 황태인의 몸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을 전제한다면, 그가 오른팔을 옆으로 뻗고 펼치며 움직이다가 마침내 두 팔을 들었을 때 음악으로 신체가 환원되었다는 생각을 마침내 하게 된다, 그 전까지 그의 움직임이 박우재의 연주 행위를 체현하는 것에 가까웠다면―연주 행위가 그 자체로 하나의 움직임으로서 현시되는 것이다. 반면, 움직임과 음악의 시차, 음악의 피치가 높아지고 마찬가지로 움직임의 축과 형태가 복잡해짐에 따라 둘은 대립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대등한 차원의 성격을 띠지만, 차이는 강조된다.
〈번짐〉은 박우재의 연주 행위 자체가 그 음악과 함께 더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그가 중앙에 홀로 자리함에 따라, 그리고 활로 줄을 켜는 연주 행위에 따라. 음과 음의 간격은 크고, 활은 수직으로 거문고를 더디게 통과하며, 반대편의 여러 줄을 한데 붙들고 활로 연장할 때의 방식에서 소리 공간의 차이 역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이는 거문고 자체를 물리적인 매개체, 실험적 구조체, 음들의 위상 공간으로 전제하게끔 만든다.
그것은 마찬가지로 활을 쓰는 첼로나 바이올린에 비해 섬세한 음의 연결 구조를 향하지 않지만, 또 향하지 않으려 하지만, 또 향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시각적으로 음들의 연결, 차이, 위상을 동시에 바라보게끔 한다. 음은 ‘번져간다.’ 마지막 음은 활을 바깥쪽으로 미는 것인데, 그것은 소리가 바깥으로 밀려난다기보다 소리를 쓸어내는 것이라는 활의 행위 특질을 잘 드러낸다. 그리고 그 종결이 가진 힘, 알 수 없음, 영원으로의 방향성 등과 같은 복잡한 음악의 세계를 보여준다.
〈숲을 지나온 바람 이야기〉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청년오케스트라의 등장과 함께 박우재가 잠시 자리를 비운 가운데, 연주가 이뤄졌는데, 음악적 상이함과 함께 국악관현악의 특징을 잘 살펴볼 수 있는 무대였다. 반면, 거문고 연주의 광대함과 힘을 눅혀 두고, 잠깐 숨을 고르는 전략적 숨이자 너른 악기 세팅의 고유한 세부가 현장에 안착되게 하는 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현의 짧은 몰아침과 타악의 종결이 만드는 짧은 단위의 연주가 “바람”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움직임을 상정했다.
〈이상변이〉는 김남진 안무가의 등장으로 시작되었다. 검은 정장에 무릎 정도 오는 네모난 종이를 가져와 그 위에 눕는 김남진의 몸짓은 일상 행위의 연장선상에 있되, 평범한 사람의 자의식을 벗어나 있다. 부랑자에 가까운 모습은 뒤쪽의 국립국악관현악단 청년오케스트라와 옆의 박우재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공간의 흔적을 만든다. 이는 어떤 상호 조응 없는, 상호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외로운 자의 분투로 그 모습이 다가온다는 점에서 그러한데, 가령 오케스트라 앞에 가서 뒷모습을 보인 채 허공에 글씨를 빠르게 끼적이듯 손을 놀린다거나 하는 부분은 결정적이다.
이는 곧 융단폭격되는 음의 세례로 체현된다. 곧 음악적 특질의 아이디어를 몸으로 선취하는 게 김남진일 것이다. 〈이상변이〉는 ‘변이’의 이상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앞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오케스트라 연주와 다시 돌아온 박우재의 본격적인 연주에 따른다. 이는 바람의 여정 이후에 더 큰 환경에 대한 관점일까, 또는 추상적 버전으로서 그것을 형해화하며 확장하는 것일까.
마지막 〈오름〉은 김매자 무용가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박우재의 위치가 인상적인데, 박우재는 처음부터 약간 사선의 배치를 가져가며, 응시하는 자의 위치를 독점적으로 선점한다. 반대로 오케스트라는 보통 수석 연주의 위치와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평행한 구도를 벗어나고, 지휘자의 경우, 박우재의 뒤쪽에서 그와 반대의 차원에서 사선으로 뒤를 돌아 확인해야 하는 물리적 구도가 만들어진다.
연주를 시작하지 않고 바라보는 박우재의 김매자에 대한 시선은 애처롭고 경이롭고 뭔가 여러 감정이 뒤섞인 모습인데, 그것과 같이 김매자의 몸짓은 허공을 향하고, 그의 눈은 그 허공을 강하게 응시하는 모습이다. 곧 기세와 기운이 공간을 장악하는 몸짓이었고, 사실 몸짓은 그 허공에 떠 있는 신체 양상 속에서 부차적이고 뒤늦게 찾아오거나 사라지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박우재의 시선은 그 허공을 가시화하는 가장 강력한 표지가 되었다.
〈오:O〉는 특이한 제목이다, 비어 있고 동시에 채워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오”는 뱉는 소리라면, “O”는 그 발음 기호로서 그것과 맞닿는데, ‘0’이라는 비어 있음, 소리를 내뱉을 때 뚫린 입의 구멍을 현상한다고도 볼 수 있다. ‘5’라는 의미에서, 다섯 개의 다른 연결-접속으로서 무대를 셈하기도 한다. “오름”이라는 또 다른 단어의 파생적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서로 다른 협업의 방식이 거문고의 음악적 유연함으로 수렴하는 지점은, 오히려 거문고를 다른 매체에 개방했을 때 온다. 그중에서도 〈번짐〉은 거문고를 가장 입체적인 차원으로 정면 응시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김민관 편집장
2024년 7월 4일 (목) 19시 30분
국립극장 하늘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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