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지원, 〈잔향:나무의 노래〉: 의식으로서 장소, 그리고 수행REVIEW/Music 2026. 7. 7. 14:14

방지원, 〈잔향:나무의 노래〉[사진 제공=국립극장](이하 상동). 〈잔향:나무의 노래〉는 무대 중앙에 턱 하고 놓인 거대한 뒤집힌 나무를 중심으로, 구석과 가장자리에서 자리하며 나무를 주체로 한 여러 의식 음악의 갈래를 선보인다. 다분히 수행적으로, 이는 형식적인 차원을 흡수한다. 심미적 형태는 수행적 시간에 녹아든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수행은 ‘의식’ 음악의 본질, 그것이 향하는 목적에 부합한다. 나무는 뒤집혀 자리해 인간의 신체 유비를 연장하며, 신성한 존재로서 특별한 의식적 대상이 된다.
나무는 마을 입구의 당산나무와 같이 종교적 대상으로 삶의 입구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그 옆으로 쳐진 투명 갈래 막들은 한지로 친 막들을 대체하고, 이 막들과 허공에 프로젝션 영상이 투사된다. 이는 단순한 배경 이미지라기보다 비가시적 생명체들이나 굿에 쓰이는 무구의 확장 오브제 성격을 띤다. 입구를 막으로 연장하는 반면, 그것이 실제로는 무대의 끝이라는 점을 영상의 입체성을 통해 그 너머로 확장하는 차원도 있다. 이를 통해 의식은 더욱 스펙터클한 현장으로 통합된다.
비가시적 존재들, 또는 실재를 대리하는 재현물로서 영상의 존재들은 실제 연주자들이 등장해 뒤돌아서 연주를 시작하자 사라지는데, 이는 묘한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둘의 유사성이 담보된다는 차원에서 그것이 실재의 재현물로 생각되던 부분이 정확히 음악의 동기화에 따라 비실체의 양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과정은 음악의 실체적 힘이 사라진 가상의 존재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주며, 그 존재들이 실재의 존재와 비교해서 허구의 이미지로 정의되는 것이 아닌 비가시적 실체로서 구분됨을 의미한다.

한편, 여기서 또 주목할 만한 지점은 뒤돌아서 모두 고깔을 쓴 채 연주를 하는 존재들이 의도적으로 관객을 소외시키며 자신들의 의식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의식의 내밀함과 진중함을 극단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나무를 중심으로 한 현장의 실존적 차원을 드러낸다. 첫 번째 음악은 태평소의 힘과 피리의 여운을 두 축으로 북이 태평소의 단락을 동시에 지정하며 진행된다. 명확히 가시화되는 태평소와 달리 피리는 그림자로서 기호화된다. 이어진 두 사람의 등장과 대화는 이 의식에 대한 소개이자 공연의 바탕이 되는 전제 동시에 철학적 논의이다.
인간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차사와 인간을 구분하는 건 고깔이다. 거꾸로 공연에서 깔을 인간을 차사화하는 손쉬운 매개체다. 이는 놀이적 양태로서 공연이 전제됨을 또한 의미한다. “대화”는 장구의 끊기지 않는 박자에 이끌리는 묘한 긴장과 이완의 지속되는 시간에서 이뤄지며, 몇 가지 앎을 거북스럽지 않게 전한다. 거꾸로 된 나무는 하늘과 땅의 관계성―하늘에서 땅으로 뜻을 전달하는―을 환기하는 시각적 표상이 되고, 고깔을 쓴 이들에게만 보인다는 영, (나무의) 정령 등은 영상의 존재들에 상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잔향:나무의 노래〉는 무대 위 나무를 중심으로 전도된 무대의 지층을 구성한다. 뒤의 영상이 투사되는 막들은 미지의 경계이면서 확장의 기호층으로 작용한다. 이 안의 존재들은 무엇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 속한, 그 자체로서는 뚜렷하지 않은,ㅎ 모호한, 그리고 매개적인 존재들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잔향:나무의 노래〉는 서사를 들려주기보다 기입하고 작동시킨다. 하나의 극으로서, 극의 유비로서 무대를 재확인케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인간의 노래가 아닌 ‘나무‘―인간을 매개하는―의 노래인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2024.07.12.~2024.07.12. 금 19:30
서울 | 국립극장 하늘극장
'REVIEW > Mus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소라, 〈안녕, 평안굿〉: 평안함, 여성들이 이룬 세계 (0) 2026.07.06 박우재, 〈오:O〉: 기원들을 향하여… (0) 2026.06.26 료지 이케다/앙상블 모데른, 〈현악기를 위한 음악〉: 시각으로 쓰인 연주 (0) 2026.05.28 박인선, 〈박인선쇼〉: 자아를 단단히 하기 (0) 2026.05.22 원일, 〈디오니소스 로봇: 리부트〉: 카오스를 향한 퍼포먼스로서 연주 (0)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