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민, 〈누구의 마을도 아니게 될 때〉에 대한 메모: 지방 소멸에 대한 동시대적 우화REVIEW/Theater 2026. 6. 30. 23:00

김연민, 〈누구의 마을도 아니게 될 때〉[사진 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김연민의 〈누구의 마을도 아니게 될 때〉는 인구 소멸 지역의 마치 근미래를 그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현재의 핍진한 묘사인지 SF적 상상력의 차원인지 혼동을 준다. 이는 그 지역에 대한 타자로서 존재 양상에서 기인하는 결과로 보인다. 곧 지역과 존재의 간극, 격차로 인해 지역은 이질적인 차원으로 극대화된다.
처음 일본의 한 인형 마을을 방문했을 때, 그 마을을 인형으로 채워 만든 츠키미 아야노라는 “소멸의 예술가”의 일화는 소개되기보다 초반 인구 소멸 지역에 대한 단면을 경험하는 차원에서 클로즈업되는데, 이때 한 할머니의 형상이 진짜인지에 대한 물음을 갖고 고용된 배우인지, 공무원인지 정체를 추정하는 의식의 흐름에서처럼 멈춰 버린 기이한 시간의 마을이 드러난다.
두 번째 일화는 소 축사에서 벌이는 ‘산골 소멸 영화제’로, 펄럭이는 스크린이 결국 바람에 날아가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스크린 뒤로 수천수만의 별이 반짝이는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곧 그것이 ‘진짜’인 셈인데, 여기서 또한 의구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그것이 타지인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첫사랑의 기억을 가진 할아버지를 다큐멘터리를 경유해 진짜인 것처럼 해서 순수하고 낭만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마을을 살리려는 작위적 이벤트가 벌어지는데, 이때 실제 그가 만나고자 하던 할머니가 아닌 걸 할아버지도 알면서 그 ‘진짜’를 향해 다가가는 연기를 하게 된다.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건 〈누구의 마을도 아니게 될 때〉가 지닌 어떤 테제이자 이념인데, 그것은 곧 현재의 우리 시점을 극으로 연장한 것이다. 여기서 그것은 곧 ‘사라진다’라는 것인데, 그것은 존재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할 존재의 사라짐을 말한다는 점에서, 또한 형용 모순적 표현이다. 그것이 곧 ‘누구의 마을도 아니게 될 때’, 어쩌면 그 인형의 시점만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는 처음의 현실 리서치를 실제로 연장한 서사 조각에 있는 부분일 것이다.
이 지역을 기이하게 보는 타지인의 시선이 냉소적이거나 표피적인 것일 수 있다는 지점은 우려할 만한 것일까 혹은 비판할 만한 것일까. 그것이 관성적인 시대의 냉소적 차원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곧 텅 빈 주체의 증상적 차원이 아니라 그 주체가 형해화되는 순간에 대한 명시라면 어떨까. 이 지점에서 〈누구의 마을도 아니게 될 때〉는 결정적으로 독특한 작업인지 아님, 시대의 냉소를 반복하는 것일지가 결정될 것이다. 부분적인 낭독의 차원으로는 그것을 쉽사리 가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민관 편집장
예술극장 극장1, 2025.12.12.(금) 19:00 (60분)
창제작진
작 김연민 출연 양준명 김기봉 송현빈 신수진'REVIEW > Theat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상훈, 〈로미오와 줄리엣 3〉: 실재라는 환상성 (1) 2026.06.26 보편적극단,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에 대한 메모: 역사의 매개로서 형식 (0) 2026.06.26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다페르튜토 삼일로〉에 대한 주석: 동물로써 접근한 주역의 세계관 (0) 2026.06.26 이양구 작, 안경모 연출, 〈잔류시민〉: 실재-역사에 대한 환류 작용 (0) 2026.06.22 국립현대무용단,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콘셉트 및 연출 예효승): 제도로부터 제도 바깥으로,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바깥인가 (0)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