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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시랑, 《뒤의 달 Black Moon》: 심연적 실재를 거스르기 혹은 뒤돌아서기
    REVIEW/Visual arts 2026. 7. 5. 14:14

    막 너머에서

     

    금시랑, 《뒤의 달 Black Moon》전시 전경[사진 제공=OMG](이하 상동).

    금시랑의 뒤의 달에서 뒤의 달은 우주와 같은 검은 배경에서 유추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는데, 에 놓이는 건 무지개와 같은 얇고 출렁이는 천막과 같은 것이며, 이때 현실은 본질을 잠시 가리고 있는 일시적인 이미지의 상연으로 보인다. 그 일종의 베일을 펀치로 뚫어 나타난 작은 구형의 구멍이 검은 달인 셈으로, 그것이 예외적으로 두 개의 작품에서 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때, 비로소 현실은 제대로 흘러가고 있고, “뒤의 달검은 달(Black Moon)’임을, 곧 뒤집힌 현실의 이면을 보고 있었음이 분명해진다

     

    여기서 검은색은 그야말로 어둠으로서 곧 화면의 절대적인 무게를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혹은 거의 절대적으로 높은 채도의 베일은 산뜻하면서 가벼운 그리고 생동하는  무엇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그 두 색의 풍경 위에, 검은 음영눈가의 타원형으로, 그리고 아래의 코 상단과 하단의 사선의 빗금으로 강조되는이 무표정한 얼굴에 드리워진, 일종의 만화에서의 간명하고 일정한 방식의 드로잉에 의해 일관되게 구축되는 캐릭터성의 특징을 띤 존재들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거기에는 우주의 어둠또는 어둠의 우주이 표식으로 묻어나는 얼굴인 것일까, 마치 그 얼굴이 그 우주를 거꾸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듯 말이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The Raindrop(2026, Mixed Media on Paper, 56.7×76.7cm.)의 경우, 이 우주가 비교적 작게 자리하는데, 더 정확히는 드리워지는데’, 예외적으로 베일 위에 파도처럼 그 위에 덮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게가 베일을 잠식할 때 그 둘 사이에 있는 다채로운 속 무늬를 가진 우산은 베일과의 유사성을 형성하면서 검은 파도로부터의 침입을 막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우산 속에서 머리를 맞댄 두 존재는 더할 나위 없이 친연하며,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어둠이 뒤에 있지만, 실은 그것이 덮쳐오고 있음을 함께 보고 있는 것과 같다

     

    그들 앞에는 초록 정원이 자리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우주 에 있다면, 베일은 그 우주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형국인데, 검은 파도의 영향력은 사실 상단 전체로부터 급속하게 내려오는 그 장막을 막아 세우기 위한 것으로, 베일은 장막-비로서 우산으로써 방어되는 것으로 바로 잡히는 것이다. 가장 특이하고도 예외적인 건 이 우산을 화면 바깥’, 곧 채색되지 않은 종이로부터 사선으로 뚫고 튀어나오는 갈고리 같은 것으로우산의 검은 팁 하나와 맞물려 있는 듯 보이며, 그 위쪽 우산 표층에 하얀 물방울들이 튕겨 나오고 있다

     

    우산은 이 갈고리 선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 힘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셈인데, 그것은 장막의 인공성이 실재적 곤궁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으로 전도되는 지점에서 현실의 우산을 필사적으로 건져 올림반대로 그 우산에 쓰이는 거대한 무게의 차원으로 장막을 현상함으로써 검은색의 우주를 보존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검은 우주의 부분 대상으로서 일종의 은 장막에 직접 가해지지 않고, 침투하지 않고, 그것의 유사성을 띤 우산에 대신 내려지는데, 이는 우주가 장막을 결코 초과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는 다시 그 둘이 질적으로 다르면서 유적으로는 같음을 가리키는데, 곧 그 둘은 모두 하나의 막 같은 환영의 질서인 것이다.

     

    가볍고도 위태로운

     

    Your Own Freedom(2025, Mixed Media on Paper, 76.7×56.7cm.)에서 어둠은 더 본질적이고, 그 위에 장막은, 그리고 장막으로서 표층은 더 안정적으로 에 자리한다. 곧 사분면으로 나뉘는 화면에서 전자는 오른쪽 상단을, 그리고 중앙부에서 그 위를 약간 덮는 후자는 왼쪽 하단을 차지하며, 그 중앙에 다리를 꼬고 앉아 책을 보는 존재가 자리한다

    그것은 왼쪽 어둠에 가장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형국이지만, 실질적인 지지대는 후자의 목욕탕 욕조의 상단 벽돌그 위에 앉아 있으며이며, 그렇게 다시 현실우주 안에 자연스레 자리 잡힌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반면, 오른쪽 면에서는 현실과 이미지의 혼돈을 겪게 되는데, 긴 양말을 신은 두 발이 자리하는, 사분면 중 가장 작은 면적이 된 오른쪽 하단의 우주는 그 위의 전자의 딱 잘려나간선분왼쪽의 욕조는 울퉁불퉁한 경계로서 입체감을 드리운다.에 의해 검은 우주 벽지와 화려한 벽지의 전자로, 곧 현실적 층위에서 한없이 가벼워지게 된다

     

    전반적으로 책 읽는 존재의 위치는 한없이 가볍고 따라서 위태로운 위상을 차지하는데, 그것은 네 개의 이미지에 맞물려 있으면서, 우주 에 있고 또 이미지 에 있고, 사물 에 또 있다. 이때 중앙의, 빨간색 속 단에 에메랄드색 겉감이 레이어드된 반소매 셔츠를 입은 존재는 욕조 안의 빨간색 민소매를 입은 존재와 그 주변 에메랄드빛 물을 이미 합성하고 있으며, 분홍빛 양말은 욕조 가의 다채로운 모래 알갱이들그중 채도 높은 분홍 알갱이도 자리한다.이 붙은 타일의 배경 색과 유사하며, 실은 피부색과 더 흡사하다

     

    곧 왼쪽 하단은 일종의 책 읽는 존재를 분화시켜 연장한 것과 같고, 이때 그의 시선은 책을 비켜 남으로써책이 아니라 아래쪽의 존재를 봄으로써, 자기 자신의 진실한내면을 그려보고 있음의 다다른다. 이때 스태그혼 같은 양치식물의 형상처럼 마치 사슴뿔같이 자라난 화분은 그것을 정념의 효과로서 드러내며, 활화산 같은 속내를 표현한다. 그것은 앞선 검은 파도와 같이 결코 레이어를 침투하지는 못하지만, 침범하려 하기는 한다

     

    불가능한 방어

     

    검은 바다는  Parting with You(2025, Mixed Media on Paper, 76.7×56.7cm.)에서 검은 직각 면으로 장막을 확고하게덮는 것으로 전이되는데, 그때 위쪽의 장막을 뚫고 나오는 건, 그 아래가 진정한 우주임을 드러내는 건 세 개의 나란한, 달이 아닌 별이다. 일종의 검은 우주 장판에 널브러진 두 존재한 명은 왼쪽 다리를 뻗은 채 앉아 있고, 그의 접은 오른쪽 다리를 베고 다른 한 명이  누워 있으며, 그는 상대의 오른쪽 무릎에 올린 손 위에 자신의 한 손을 갖다 대고 있다

     

    우주 장막에는 미역 같은 다양한 색의 파동의 무늬들상단부터 노란색, 붉은색, 에메랄드색이 있으며, 그것은 우주라는 심층을 승인하지만, 앞선 네모난 두 절단면으로 인해 우주는 그 의 차원으로 결정된다. 이때 특히 위쪽을 향하는 두 존재의 눈빛은, 아래로 기울어진 장판으로 인해 이미지상으로는 정면을 결국 차지하게 되며, 마치 장막을 펀치로 뚫은 구멍처럼 최종 화면의 경계에 도착하게 된다. 그 힘은 은근하게 닿는 손에서 확장되는 사랑이며, 세 개의 별은 삼각편대를 이뤄 앉아 있는 존재를 보위한다일종의 앞선 우산역할을 한다

     

    장막이 가장 생동감 있게 그려진 작업은  Sacrifice(2025, Mixed Media on Paper, 76.7×56.7cm.)으로, 그것은 나무 밑둥 위에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은 존재 뒤로 그의 낙하산이 펼쳐진 형국으로 그를 재구성하기에 이른다. ‘낙하산은 밑의 가가 잘게 찢겨진 상태로서 구현되는데, 그 나머지가 유려한 곡선을 이루는 데 반해따라서 유려한 곡선과 찢겨진 선분으로 맞물린 형국이다., 장막은 환상의 대리 충족적 장치이며, 존재의 티셔츠 하단 한쪽이 휘날리고 있는 것처럼, 바람의 효과 아래 주어진다

     

    그것은 곧 불가능한 부상이며, 남자의 위태로운 실존을 화려하게 현상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일시적으로나마 검은 우주의 무게로부터 방어한다. 이때 바람의 작용은 바로 아래 파란 점퍼를 입은 남자의 손에 물린 담배에서 피어나오는 두 가닥의 꼬인 연기이며, 그보다 더 명확한 표지는 그 오른쪽 옆에 선 검은 카디건 속의 하얀색 대략적인 형상의 무늬 옆으로 둥글게 말려 내려간 두 팔의 안쪽 주름을 표지한 것 같은 두 꼬부랑 흰 선들이다

    이 무늬와 함께 가장 정면에 가까운 응시를 보임으로써 그리고 조금 더 앞으로 나와 있어서 이 존재는 화면의 실질적인 중심으로 작용하는데, 그것은 곧 위의 날개를 펼친 존재를 경유한 최종 도착 지점이다그러니 위의 남자는 날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 종착지에 속박된 것에 가깝다. 그리고 오른쪽의 하얀 동그라미 형상들의 무늬가 그려진 헐렁한 분홍 긴 팔 티셔츠를 입은 존재의 눈빛은 모로 돌린 얼굴 아래 모호한데, 그것은 어느 귀퉁이에 머무는 데 그치며 잉여로서 처리된다

     

    양면의 동등한 세계

     

    아마도 이 무표정한 얼굴 아래 모호한 눈빛의 특징은  아마도 나란히 펼쳐져 있는 Heaven(2026, Mixed Media on Paper, 140.2×94.6cm.)Hell(2026, Mixed Media on Paper, 140.2×94.6cm.)에서 그림 속 인물이 지닌 어떤 진실함을 드러낸다. 곧 이 눈빛-얼굴은 어떤 변함 없는 신체의 구체성과 실재성, 곧 그 뒤의 장막이 지닌 환영성을 경유해 최종 남는 진정한 것임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천국과 지옥은 이 동일하면서도 다만 그 옷에 의해 다른 두 존재에게 내속적이지만, 그 천국과 지옥 자체가 내재적으로 둘을 설명해 내지는 않는다

     

    HeavenHell모두 휘장처럼 다양한 배색의 하늘이 내려와 있고 이는 각각 좌에서 우로, 그리고 우에서 좌로라는 방향성만 다르다. 더 본질적으로 다른 건 지표면의 존재 여부와 그로 인한 색의 명도 차이다. Heaven이 주황빛 땅이 우주 위에 솟아나 있다면, Hell은 암흑 우주와 분별할 수 없는 검은 공간-막과 검은 열매들이 가득 지표면을 메우고 있다

    그런데 우측 중앙쯤에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조각한 피에타(1498~1499)의 이미지를 제하면, 아래쪽 인물들은 중앙의 존재가 그 옆의 무리에게 팔이 꺾이고 있는 실상이며, 그 아래 중앙부 쪽에는 고개를 떨군 존재를 누군가 뒤에서 붙잡고 가격하려 하고 있다. 이는 치안과 진압의 현장이며, 또한 현실을 의태하기는 한다

     

    Hell은 그 검은 배경막 자체에 의해, 그리고 무엇보다 오른쪽 상단에서 구불거리며 하단 좌측에까지 퍼지는 붉은 강에 파란 뱀들이 생동하며 내려오는 가운데, 하단에 오른팔로 가슴에 손을 올린 채 눈을 감고 떠 있는 가만한 존재로부터 죽음이 현상된다. 좌측 중앙에 솟아난 청록색 나무가 중앙부의 보라색 맨투맨과 연두색 반바지를 입은 중심인물의 가슴을 뚫고 나오고 있는 가운데, 어떤 상처와 고통의 흔적도 주지 못한다면, Heaven의 중앙부 중심인물은 깃이 있는 연청록색 상의와 그 안에 노란색 셔츠를 레이어드 했고, 아래 다이아몬드 무늬로 장식된 연갈색 하의와 노란색 니삭스를 착용했는데, 상의 중앙의 검은 원은 실제, 그 위의 장막 위에 두 개 뚫린/그려진 검은 원과 삼각형의 구도를 이루는 가운데, 그것이 강렬하게 뚫려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것이 옷의 무늬로, 곧 덧입혀진 그림이 아니라, 검은 달의 내면, 나아가 뻥 뚫린 심연처럼 보이는 것은, 그것이 가장 튀어나와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절대적인 접촉이고, 이면의 세계의 접촉이다. 존재는 검은 달을 품었다고도 볼 수 있고, 검은 달과 연결되었다거나 거기서 왔다고도 볼 수 있다. 그것을 뒤집으면 다시 지옥이 아닐까

    주황색 땅이 검은 우주 위의 얇은 막일 뿐이라면, Hell의 청록색 나무가 자라나는 땅은 조망되지 않는 거대한 나무의 검은 열매들과 검은색 배경이다. 이는 검은 우주와의 착각을 일으키는 사실은 독립된 대기로, 마치 중심인물이 그 우주에 떠 있다는 인상을 준다

     

    Heaven의 땅이 임시적인 처소에 대한 안전감의 근거가 된다면, Hell의 대기 혹은 땅은 우주와 구별되지 않는다는 착각과 혼동 아래 공포와 두려움의 배경을 형성할 뿐이다. 더 큰 공포는 그것이 조망되지 않는 거대함의 차원에서, 연속되어 있다는 것이며, 곧 다 드러나지 않지만, 생명적인 무엇이라는 것이다. 이는 위아래로 각각 나무의 연속과 그것과 조응하는 붉은 강의 구불거림 모두를 통해, 상대적으로 Heaven이 비자연적인, 재단된 자연의 외양을 가진, 문명적인 공간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대조적인 부분은 평화로움과 싸움이라는 사건의 여부에 따른 서사에서 오지 않는데, 이는 생기의 정도에서 온다. Hell의 사람들이 일직선의 차원으로 굳어 있다면Heaven은 대표적으로 그네에 오른 두 존재가 왼쪽 어깨를 공통적으로 위로 쳐들고 있는 것처럼 어떤 춤의 도상을 취하는데, 하단에 있는 다섯 명의 존재들은 주로 팔들이 결착된 채로 뒤엉켜 있는데, 중앙부의 존재는 오른팔이 꺾이며 제압되는 가운데, 왼팔은 상대의 어깨를 두르며 역동적인 포즈를 취하게 된다

    이때 이 팔들의 격차와 그로 인한 역동성의 포즈는 춤의 도상과 인접된다. 또한 오른쪽 하단에는 피에타 포즈를 취한 두 존재가 있다. 폭력 혹은 슬픔의 상징성은 존재의 생기를 띠었다는 점에서만, 더 구체적으로는 역동적 포즈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만 공통의 차원으로 재의미화된다

     

    여성성의 시선

     

    전시에서 가장 결이 다른 작업이라 하면, 단연 Sleepless Night(2025, Mixed Media on Paper, 56.7×38.2cm.)를 꼽을 수 있을 텐데, 이는 인물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강조된 양상이다. 곧 그래픽적이거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명확하고 간결한 선분과 뚜렷한 색의 대비로 분별되는 인물과 배경의 조합은, 부피감을 가진 신체, 양감을 가진 얼굴로써 보통의 인간에 한층 가까워진다. 그것은 또한 부드럽게 내려오는 턱선과 함께 여성성이 강조되는데, 청록색의 얼굴이지만 채도와 명도 모두 낮은 탓에 그렇게 기이한 느낌을 주지 않으며, 코와 오른쪽 볼에 분홍색 하이라이트가 져서 그것을 완화시키며 생기를 준다

     

    실재의 우주 역시 얼굴과 비슷한 반팔 상의의 다양한 선과 그러데이션 파편의 무늬들이 생동감 있게 자리하여 단조로운 하얀 별들이 지닌 검은 우주에 대한 시선을 완전히 뺏어온다. 곧 검은 우주의 지분은 줄어들며, 노란색 치마는 대지를, 그 밑의 초록색과 보라색의 구불거림의 무늬가 그려진  연초록색의 융단은 자연을 대체한다

    곧 현실의 배경은 온전히 하나의 존재로 수렴되고 갈음되고 있으며, 그것은 이 신비스러운 약간 고개를 모로 돌린, 연한 초록색 얼굴로 수렴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깊이를 가진 이 인물은 가슴의 검은 구멍처럼 뻥 뚫린 인물, 그가 지닌 것처럼 대체로 무표정한 인물들과는 차이가 있다. 그것은 타자가 아니라 타자성을 내포한다

    동시에 이 그림은 입체주의의 전형성을 어느 정도 내포하며, 가장 클래식한 전형성을 보여준다. 이 인물의 완전무결함은 곧 안정성에서 오며, 그것은 배경이 지닌 불완전한 막의 특징을 온전히 신체로 이양했을 때 오는 것이다. ‘잠들지 않는 밤은 이제 밤이라는 주어로 독특하게 연장되는 게 아니라, 온전한 한 사람의 심리적인 차원으로 소급된다

     

    Funeral(2025, Mixed Media on Paper, 76.7×56.7cm.) 역시 검은 우주를 세 명의 뒤 돈 검은 정장, 곧 장례식 복장 안으로 수렴시키는데, 이들은 아기자기한 꽃무늬, 어린아이의 방을 꾸몄을 만한 양 가의  벽지를 두고 그 옆으로 창문 안쪽에 서 있는데, 특이한 건 이 심도를 얻는 부분이 벽지 자체와 부조응되면서 또는 이 벽지 자체가 전체적으로 입체적인 공간감의 조화를 거부하면서 블라인드 그림으로 벽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여기에는 창문의 틀이 없다는 것 역시 크게 작용하는데, 그것은 위쪽에 일부 반쯤 올라간 채로 자리하며, 전체의 부분으로만 보이게 된다. 곧 벽지가 자리한 현실 공간 너머에 또 다른 공간이 있는 셈이며, 그것은 곧 현실 공간 안에 가상적인 이미지가 삽입되어 있음을 뜻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그림의 환상성은 그렇게 재단된 일부 그림으로의 처리를 통한 환영성에서 오지만, 창문의 틀을 의태하는 하얀 직선들이 세 줄의 수평선을 그으며 그와 섞이고 있는데, 이는 전체 그림 바깥의 하얀 종이까지로 초과되는 것으로, 이 전체가 벽지를 포함해 하나의 이미지임을 주지시킨다

     

    벽지는 위와 아래에 각각 찢겨져 나가며 그 나머지를 채운 검은색 벽지와의 경계를 그리고 있다. 검은 우주는 오직 앞서 말한 듯 하얀 별이 변형된 하얀 점들이 박힌 정장으로 흡수되며, 이 배경의 검은색은 종이의 물성으로 차이를 가지게 된다. 이 음산한 분위기의 죽음을 내포한 현장은 하얀 창틀로 금제당하지만, 이 모든 걸 무력화하는 건, 그리고 전적으로 더 강조하려 하는 건 마치 액자에 스며든 하얀 빛 같은 검은 테두리 선이 없는 하얀 선분들이며, 그렇게 죽음을 막아 세운다

     

    이 셋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들은 죽음을 바라보는가. 아님 그 죽음 자체의 현상물인가. 이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자의 어떤 형상이며, 그것은 경계로써 표식된다. 하지만 중간에 완전히 옆모습으로 고정된 존재는 이 창문 바깥으로의 응시 차원의 욕망을 거두고 있다. 그의 시선이 좌절되면서, 또는 좌절된 시선이 이행하면서, 옆의 존재와의 작은 틈으로 벌어지며 낙하하여 초록색 땅 위에 꽂힌 십자가로 향하게 만드는데, 그것은 유일하게 이 땅과 오브제에 대한 중요성을 상기시킨다곧 이를 위해 옆으로 고착된다. 그리고 그 포즈를 통해 그의 표정은 모호함을 감축하고 대신 슬픔과 아련함만을 특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그의 긴 머리가 주는 여성성과 조응한다

     

    표층성의 인물들

     

    금시랑의 뒤의 달 Black Moon은 배경과 인물 사이의, 배경 내의 경계의 차원에서 막을 도입하며, 이로써 가상성의 세계로 인도한다. 일정한 얼굴과 패치워크된 직물과 거대한 막은 그 너머의검은 우주라는 실재의 차원을 봉쇄하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이때 펀칭된 달이 검은 우주의 진실을 알린다. 뒤의 달은 검은 달이며, 검은 달은 곧 양면의 세계에 대한 진실을 품고 있다

    그 속의 인물들은 염세적이고 어떤 정념도 잘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은 진실에 둔감하거나 무감하다. 하지만 그들이 임시로 가설된 막 위에서 안정감을 형성하므로 실재에 직접 닿지 않기에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지 않게 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어쩌면 이들은 임시적인 현재에 표류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며 실재가 주는 공허와 현실과의 간극 자체에 직면하고 있는 채 현실을 연기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 행위들은 표면에 띄운 제스처들일 것이다

     

    Heaven의 각종 인물들의 양태가 결코 행복한 인물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듯이 그럼에도 그것이 춤의 리듬으로 다시 한번 포섭되었듯이 작가가 세계를 보는 의식은 기본적으로 염세적이고 냉소적이면서 어떤 가치나 의미, 구체적으로 행복의 가치와 안정감, 평안함 따위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그 스스로가 비틀려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온전한 존재이자 그래서 평범해 보이는 존재인 Sleepless Night의 여자는 중성적이지 않으며, 경계 아래 있지 않은, 세계 내속적인 예외의 존재로, 이는 분열되거나 일시적인 연기의 차원에서 자신을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깊이의 시간성과 내면을 지닌, 따라서 어쩌면 작가가 지향하는 궁극의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김민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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