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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다페 초이스] 윤나라 프로젝트, 〈껍데기〉: 트라우마 흔적의 외화된 형상
    REVIEW/Dance 2026. 7. 7. 15:04

    윤나라 프로젝트, 〈껍데기〉ⓒHanfilm[사진 제공=국제현대무용제].

    껍데기는 군무 안에서 예외적인 일자의 위치를 대비, 분별하는데, 후자는 곧 인형극적 수행으로서 나타난다. 그리고 이는 껍데기에 대한 물질적 증거물이다. 그런데 이 인형극의 수행 질서에 따라 그 의미는 모호해지는데, 곧 마네킹 얼굴과 그에 붙어 있는 회색 상의와 그 뒤에서 그것을 조종하는 존재는 누가 누구에 대해 껍데기인 것인가. 이 인형 조종자는 대개 어둠 속에서 인형을 일자로 분화시키지만, 밝음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일종의 2인무를 성사시킨다

     

    처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며, 영어 문장들을 발화하는데, 이는 공통적으로 바깥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지의 여부를 가늠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에 대한 실존 차원에서의 인식“Can you hear me?”과 존재 차원에서의 인식“Do you know what I mean?”모두를 향한다. 이는 마네킹+인간과 여자가 등을 맞대고 있는 첫 장면 이후의 시간들로, 여기서 상수 쪽을 향한 전자는 그 얇은 몸으로 인해 고개가 움푹 꺾여 들어가는 형상이다

     

    그 둘의 사이에 검은색 복면과 복장을 한, 일종의 크로마키 형상의 여러 존재들이 출현하는데, 이는 인형-존재를 둘러싸며 검은 그림자처럼 머물러 있기도 하고, 마치 아코디언 몸체처럼 연장되며 배가되기도 하는데, 이는 인형 뒤에 (숨어) 있는 남자의 존재보다는 그 인형의 검은 옷의 헐렁거리는 틈 자체에 가까워 보인다. 그야말로 껍데기를 명징화하는 기능적 장치인 셈인데, 이는 초반 이후에는 사라지며, 중심된 이미지로서 인형적 존재만이 남게 된다. 그리고 이 가운데 계속 반복되는 물음은 무엇이 현실()이냐는 것이다“What is reality?”. 

     

    이는 반문이기보다는 철저하게 답을 구하는 물음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껍데기는 부정성의 관념일까. 그러니까 껍데기라는 부착되는 이미지는 현실을 가리는 것일까. 아님 종국에 현실을 대체하는 것일까. 거부하거나 도망칠 수 없는 껍데기에 사로잡힌 존재의 고투로부터, 현실은 좀처럼 도착하지 않으며현실은 도착되어 있으며, 따라서 현실과 허상은 순수하게 구별되거나 정의될 수 없는 차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껍데기는 군무의 일회적이고 양식화된 안무 너머에서, 새로운 움직임 양식을 탐구하고 구체화한다. 곧 일자와 다자를 오가는, 일자와 이자의 사이에서 여러 다양한 절합과 횡단이 일어나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곧 인형 조종자가 인형 뒤에 있을 때, 인형에 온전하게 가려질 때, 이자는 물리적 관계로 철저하게 연합하며, 인형 조종자가 인형에서 틈을 보일 때 이자의 관계 양상으로 분화한다. 전자에서 인형 조종자가 인형으로 거듭 나며 살아 있게 된다면, 후자에서 인형 조종자는 자신의 신체 일부를 타자의 형상으로 도치시키게 된다

     

    또 다른 껍데기는 실루엣 형상으로 드러나는데, 이는 무대 뒤쪽 하이라이트를 받으며 머리를 맞댄 둘이 한 몸처럼 춤을 추는 광경이다. 인형+존재의 움직임 가운데 병치되는 이 배경적 움직임은 그 둘의 꿈이거나 그 둘을 꾸는 존재일 수 있다. 서로의 지배권이 없이 붙어 있는 이 샴쌍둥이 같은 결착된 존재들은 인형 조종자가 인형을 눕혀 마치 겨누는 자세를 취하는 것에서 그것과의 명확한 차이를 형성하게 된다. 이때 인형은 최대한도로 인형 조종자와 멀어지며, 격렬한 저항을 수용해 내야 한다

     

    윤나라는 트라우마라는 관념을 도입하는데, 이는 유령처럼 매달려 있는 인형 껍데기를 내재적인 차원으로 분기시키는 것과 같다. 근데 나는 누구일까“Who am I?”. 아니 그것을 묻는 자가 누구인 것일까. 처음 여자 기계또는 인공지능의 혼잣말은 남자 (상대적으로 인간인 것 같은) 존재와의 대화로 번지는데, 따라서 서사적 차원에서 껍데기에 전자를 부착시킬 수 있다면, 나중에 늘어진 테이프가 내는 소리와 같이 더디게 반복되는 이 물음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촉발된 나의 내재적, 분열적 물음과 그에 대한 신체적 지표성을 함께 드러낸다

     

    그렇다면 왜 그것은 트라우마일까. 어떤 나와의 상관물로서 인형이 있다면, 그것은 트라우마의 (외부적) 원인이 아니라, 어떤 증상의 징후 같은 것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니까 트라우마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그 원초적, 근본적 차원의 사건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그리고 그 가면 존재를 마주하는 여자는 그것과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거울을 보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숭고함과 경외의 대상으로 그것을 대하는 것 같은,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몸으로 붙어서 출현했던 여자의 위치에서 그 인형-존재 자체가 하나의 껍데기라면

     

    김민관 편집장

     

    2026.06.07 ~ 2026.06.09 화,일요일 20:00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안무: 윤나라

    출연: 윤승민 박지희 김석현 김민서 박지빈 서영빈 하연주 남궁민지 김소현 엄선우

    의상: Scene 신호영

    작곡: 장지호

    작품길이: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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