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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량, 《증발하는 것들 Things Evaporating》에 대한 주석: 사물-공간 ‘위‘의 임시적 결정들로서 순간REVIEW/Visual arts 2026. 7. 13. 14:48

이태량, 《증발하는 것들 Things Evaporating》전시 전경[사진 제공=작가] “증발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은 “존재하는 것들”로 통칭되는 개별 작업들에 대한 적극적 외화를 기획한다. 여기에는 시간의 격차와 물리적 거리를 아우르는 일종의 태도가 개입한다. 추상회화의 전형적 표면은 캔버스, 나무, 리넨 등의 지지체와 결착되며 물질성의 토대로부터 연장된다. 회화는 철저히 후자의 배경에 대한 여유분을 어느 정도는 가장자리에 남기고, 그 위에 덩어리를 구성하는 형상의 운동성을 앞세운다. 물질적인 부분과 이미지의 차원이 쌓이는 가운데, 회화는 조각적인 구상에 포섭되며 현실의 재현적인 영역에 상응하게 된다.
별도로 구분된 레이어의 하단에 “Propositional Form 명제형식 L.taeR24”라고 쓰인, 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검은 덩어리 형상의 〈존재하는 것들〉(2024. 리넨에 오일, 70×49cm.)의 경우, 리넨은 솔기들을 노출한 찢긴 형태로 액자 틀에 박혀 있다. 검은 형상 앞쪽에는 검은색 명확한 직선이 사선으로 위로 갈수록 좁아지며 좌우로 포진한다. 이 검은 직선은 그 아래의 레이어에 속한 일종의 서명의 위치를 자처하는 글자들의 상징성의 표면에 상응하지만, 물리적으로 그 앞의 표면에 위치한다. 이는 검은 형상의 좌표상으로 가장 위에 자리한 가장 검게 뭉친 그래서 두 직선보다 더 뚜렷한 색감으로서 가장 앞쪽의 형상보다는 뒤쪽에 있다.
‘서명’이 앞과 뒤의 변증법 혹은 구상 속에 일종의 물리적 적층으로서 회화로 수렴한다면, 검은 직선은 회화가 가진 추상성을 교란하며 형상의 재현적 토대 위에 실재적 행위의 두께를 덧씌우면서 글자들과 연쇄 작용을 가진다. 곧 이 직선들은 글자의 기의적 차원이 아닌, 작가가 투출되는 서명의 작위성의 측면을 행위성의 자리에 위치시키고, 지표적 흔적으로서 재현적 표면을 상쇄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회화는 작가가 이야기하는 ‘추상이 아닌 구상‘으로서의 영역을 지시하게 된다.

이태량, 〈증발하는 것들〉(2024. 리넨에 오일, 70×49cm.)[사진 제공=작가](이하 상동). 작가는 캔버스 안에 ‘행위’를 기입한다―하나의 흔적을 남긴다. 또는 어떤 공간의 틀로부터 내부와 외부로 나뉘는 분기된 표면들을 만든다. 또는 대담한 흔적으로부터 3차원의 입체적 사물을 도출해 낸다. 그럼으로써 회화는 조각적 검출 방식을 활용하는데, 그것은 환영성의 공간 위에 회화적인 것의 자유로움, 에너지가 용출되는 결과를 만든다. 그것이 곧 행위의 양상들인 것이다. 이는 숫자로 명기된 것처럼 반복된 행위의 의례성 안에 놓이며, 결과적으로 이 의식적 행위로서 작업은 다시 무한한 임시적 시간의 순간적, 즉흥적, 다변적 진리의 구현으로서 태도를, 형식을 이야기한다.
김민관 편집장
2024.07.14-07.19
디휘테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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