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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무용단, 〈호남춤: 그 수작(秀作)의 시간〉: 시청각적 이미지로서 춤의 기술REVIEW/Dance 2026. 7. 23. 14:50
류무용단의 〈호남춤: 그 수작(秀作)의 시간〉은 승무, 살풀이춤, 강강술래, 선입무 이상 네 개의 춤을 “다시 쓰”거나 “재해석”하고, 마지막으로 진도북춤과 우도설장구를 엮어 만든 〈한국의 미 Ⅱ〉를 선보이는데, 이는 특정 전통을 가져오되 그것을 편집하는 기술이 단지 그 위에 ‘부가’되는 것임이 중요한 듯 보인다. 이는 전통을 원본으로 전제하고 그것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범위 안에서 그것을 다룬다라는 이중의 가정을 이야기하는 듯 보인다.
일단 이는 재구성의 방식이 전통을 어떤 식으로든 변형한다는 점임을 수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부분이 ‘전통’ 자체가 재해석된 결과임을 수용하기보다는, 그러한 재구성이 어떤 방향을 향하는지, 어떤 의도로써 행해지는지를 말하지 않음으로써, 원본을 앞에 세우고, 그 자체로서 존중하며 그것에 입각해, 전적으로 그것‘으로부터’ 새로움을 도출한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 이 재구성의 행위는 프로젝션 영상 투사와 같은 미디어 기술 시현과 참여 인원 확대에 초점이 있는 듯 보이며, 그 둘은 중극장 이상의 극장 규모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는 시각적 스펙터클에 기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승무를 다시 쓰다〉

〈승무를 다시 쓰다〉는 우봉 이매방 선생의 호남형 승무를 기반으로 하는데, 각종 영상의 기입이 동반되며, 춤의 공간을 지정한다. 원의 도상은 처음 등장한 유영수를 비추는 하이라이트 효과로서 원형 바닥, 그리고 전면에 프로젝션되는데, 이는 승무의 최종 도착점인 법고의 전면 원형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그에 따르면, 그 안에서 가를 따라 빼곡하게 쓰이는 한자들은, 법고에 가해진 연주 행위를 의미화된 지층으로 선취하는 것이라 하겠다.
긴 소매를 대담하게 펄럭이는 연속되고도 반복된 동작들 중에서도 특히 몸을 곧추세운 채 두 팔을 수평에 두어 당겨오듯 확 펼치는 지점이나 빠르게 안으로 양팔을 연이어 가로지를 때, 그리고 뒤로 소매를 접을 때 고깔 안의 얼굴이 드러나는 장면 등은, 수그린 자세와 유장한 몸짓을 벗어나는 예외적이면서 독특한 장면들로, 초반 염불에서 타령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뚜렷하게 감각되는 부분이다.
이후, 장단의 변경과 함께 몇 차례 일군이 투여되어 최종 13명에 이르는 과정은 시각적 스펙터클이 부각되는 과정인데, 의례 음악의 화려함이 엿보이는 타령, 굿거리장단의 부분은, 단속적으로 굴신하는 무릎과 함께 탈춤의 리듬에 상응하는데, 이 음악적, 시각적 향연의 퍼레이드는 꽉 찬 무대의 일체화된 군무로서, 의례 음악으로 밀봉된다. 그러니까 음악적 스펙터클은 시각적 스펙터클에 조응하며, 꽉 찬 시각적 도상으로 환원된다. 또는 그 시각적 스펙터클을 하나의 이미지로 봉쇄한다.
여기서 홀로 비취색 장삼을 입은 유영수는 선두로서 전체를 지휘하는 역할로 부상하는데, 상수와 하수를 하나의 일직선상에서 오가면서 삼각형 대열의 꼭지점을 급격하게 위치 조정한다. 일종의 집체무용 같은 질서가 만들어지는데, 가히 승무의 파격적 변용이라 하겠다. 그러니까 클라이맥스의 장면은 미리 도입되고 그에 따른 승화의 작용은 최종 법고가 갖는 그 승화를 결정적으로 재조정할 필요를 가져온다.
법고를 치는 장면은 샤막이 내려지면서 홀로 하나의 장면에 ‘잠긴’ 고독한 유영수의 뒷모습으로 구성된다. 이때 샤막에는 금빛 실크스크린과 같은 꽃들의 윤곽이 투사되는데, 이때 피리가 주조음으로 강조되는 가운데, 이 북춤의 분투는 고독한 존재의 형상으로 격상된다. 그리고 약간의 여유도 가미되는데, 처음 뒤로 법고를 치는 것에서 시작한 것을 연상시키듯 뒤돌아 북채끼리 두드려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이때 샤막에는 포자들이 날아가고 그 기원일 아래의 꽃봉오리가 팔락이면서 끝맺음되는데, 이는 마치 장삼의 펄럭임이 꽃의 떨림이자 자연의 한 작용으로 유비되는 것과도 같다.
〈살풀이춤을 재해석하다〉

오은명이 단독 출연하는 〈살풀이춤을 재해석하다〉는 무대 전면에 세 개의 천이 드리워져 있어, 살풀이춤에 활용돼는 수건의 상징성을 부각하는데, 처음 두 손으로 수건을 잡고 아래로 내려서 그것을 신체로 수합하고 또다시 꺼낼 때 그것은 마법처럼 몸으로, 또 몸에서 인계된다. 살풀이춤은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구심의 춤으로서 결정적인데, 이는 정서의 차원에서 안으로의 수렴을, 그리고 움직임의 방향과 궤적의 차원 모두를 기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음과 징 타악이 세게 때리면서 춤이 풀려나가는 일정한 구문 아래, 수건은 점점 뭉쳐져서 더뎌지고 그 뭉침 만큼의 무게와 심리적 흔들림을 낳는다. 피리와 대금, 그리고 거문고로 이어지는 일련의 연주가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는 가운데, 몸이 거기에 젖어 든다. 아마도 가장 인상적인 건 수건 역시 그의 몸에 말려 들어가 옷이 되었다가 펄럭이는 기호가 되었다가 하는 수건의 유연한 활용, 그리고 그것이 연유하는 고아한 자태로서 수렴일 것이다.
〈강강술래를 다시 쓰다〉

총 16명의 하수 뒤쪽에서 사선으로 뻗은 행렬로 시작되는 〈강강술래를 다시 쓰다〉의 미덕은 이 배치의 다변화된 기술이 주는 역동성과 그 안의 존재들이 보여주는 생생함에 있다. 두 집단으로 분기되면서 맞물리고 흩어지고, 또 무엇보다 원의 대열을 이루고 회전하면서 강강술래의 기본적 원형에 더해 체계적이면서도 변칙적인 차원이 가미된 변화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 바로 이 다시 쓴 강강술래라 하겠다.
여기에 한 명을 에워싸고 그가 그 안에서 홀로 행위하는 ‘남생아 놀아라’는 집단으로서 구심이 만들어지는 부분인데, 이때 소통과 대화의 집단 내 역학이 드러난다. 파란색 진영과 빨간색 진영으로 나뉜 두 집단은 무대를 반으로 갈라 뭉치며 흩어졌다 한다. 이내 색을 교차며 모두 엮여 전통 태극 문양과 같이 두 집단이 갈마드는 ‘덕석몰이’가 가장 정교하고 복잡다단한 무늬를 일시에 만든다면, 그리고 두 사람이 입구를 만들고 그 나머지가 그곳을 지나가는 ‘문 열어라’가 뜰채로 대어를 엮는 것 같은 풍만함과 역동성을 안긴다면, 집단으로 도열해 숙인 이들의 등들을 밟고 나가는 ‘기와 밟기’는 집단적 협응력과 긴밀한 관계성을 보여준다.
〈선입무를 재해석하다〉

〈선입무를 재해석하다〉는 다시 유영수의 독무대로, 시작 전에는 3단 병풍이 분리돼 세워진 것 같은 직사각형 패널 세 개 안에, 마주한 기와지붕의 이미지가 전반을 차지하고 뒤쪽으로 희미하게 빌딩 숲의 윤곽이 비치는 듯한 배경 영상이 투사된다. 전통과 현대, 현대 안에 살아남은 전통의 자취를 표현한 것이라 할까. 바닥에는 이른바 문살무늬, 4면이 대칭을 이루는 노란색의 격자 무늬가 바닥에 투사되고, 그 안에서 유영수의 멋들어진 몸짓이 펼쳐진다.
집에서 안으로 수렴하는 이미지 기호의 연장술에 의해, 방에서 고적하게 춤이 벌어지는 광경을 상정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칼을 긋듯 부채를 확 뿌리고 다시 앞 중앙에서 뒤 상수로 이동하는 가운데, 그 ‘칼 끝’을 회수하듯 가져오는 인상적 장면처럼, 무대는 부채의 펼침과 회수의 단정한 몸짓이자 어떤 일정한 순환의 질서를 기하는 것에서 온다.
〈한국의 미 Ⅱ〉

〈한국의 미 Ⅱ〉는 진도북춤과 우도설장구가 교대로 등장하며, 나중에 하나의 물결을 이루는데, 그 둘의 사이에 사물놀이패가 자리한다. 전체적으로 상수 안쪽의 태평소 연주가 주조음을 만드는 가운데―움직임의 틈을 엿보며 조금씩 끌어올리다가 무대의 단락에서 멈추고 다시 시작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식으로 맹렬하지만 유연하게 연주를 취한다.―, 사물놀이패가 이 둘을 잇고 또 무대 바깥에서 바라보며 장단을 쳐주어 무대와 음악의 연결을 가겨갈 수 있게 하는 것인데, 두 물결의 교대와 이질적 조우의 양상을 하나의 토대 안에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무대 중앙을 누빌 때는 확실히 화려하고도 강렬하게 무대를 장식하는데, 그 극점에서 연풍대와 같이 중앙을 회전하는 기술을 선보이는 것처럼, 강력한 구심력의 공간으로 무대를 재정비한다. 이는 들고 나며 넓게 퍼지고 흩어지는 확장된 전체의 형상에 차이의 심상을, 무대의 중심을 다잡는 정초적 이미지를, 그리고 그 자체로 이색적 장면을 수여한다. 진도북춤과 우도설장구는 이 중간적 존재를 경유해, 서로가 서로에 대한 닮음을 바탕으로 한 차이의 반복적 양상을 기입하게 된다.
끝없이 연결되고 확장되는 이미지는 이 소수 군단의 위용과 중심으로부터 가능한데, 첫 번째로 우도설장구가 처음 한 명에서 2, 3, 3으로 더해지며 최종 9명으로 이어지는 이 과정은 연주 자체보다는 그러한 경로의존성 자체를 시각화하며 강조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치의 기술이 무대의 주요한 기술임은 명확한데, 그 일종의 시각화는 관객 맞은편 뒤쪽 사물놀이패에 의해 시각적 대상으로 그려지는 것이기도 하며, 나아가 그 둘이 하나의 몽타주를 그리는 것―재시각화된다.―에서 그 시각화는 최종 완성된다.
연이어지는 연주에서 각각 주요한 악기인 북과 장구는 비슷하면서도 차이를 가져온다. 북은 장구의 소리를 변용하는 동시에 한 손으로 두 면을 오가는 기술의 시간을 단축한다. 동시에 그 나머지의 기술, 곧 두 손이 인접한 면에 닿을 때 거리는 가속도의 힘을 수여한다. 그러니까 가속된 행위로써, 짧아진 거리를 빠르게 긴 거리를 세게 치며, 그 단단한 표면을 더 거센 것으로 증폭한다. 이 두 악기의 대비를 보고 듣는 것이 또한 〈한국의 미 Ⅱ〉의 독창적 구성력과 심미성의 장점으로, 이는 스펙터클의 힘을 분화하고 이채롭게 분기시키는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2026.03.05. 목요일 19:30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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