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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AFE 2026] Lee K-Dance, 〈레이어스(LaYeRs)〉: 움직임을 전유하는 주체의 시간성REVIEW/Dance 2026. 7. 30. 17:42

Lee K-Dance, 〈레이어스(LaYeRs)〉ⓒHanfilm[사진 제공=(사)한국현대무용협회](이하 상동). 〈레이어스(LaYeRs)〉는 모리스 라벨(Maurice Joseph Ravel, 1875~1931)의 《볼레로》(Boléro, M. 81)(1928) 아래, 이경은은 자신의 독무대에서 ‘여러’ 동시대 춤을 가져오는데, 이는 일정한 리듬 아래 점진적으로 커지고 고조되며 확장되는 반복 구조로 진행되는 음악을 ‘전유’하는 방식으로 그러하다. 결정적인 건 음악은 트는 대상이고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큐로서 적용되는 자기 지시적 매체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이는 음악이 움직임-이미지의 부속이 되는 차원이 아니라, 음악을 ‘인지’하고 그것을 파악하는 가운데, 거기에 움직임을 얹는다는 걸 의미하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가능한 건 《볼레로》는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는 음악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러한 음악적 활용 방식은 《볼레로》에 따른 춤의 전형성을 또한 깨뜨리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볼레로》를 활용하는 춤이 일정한 형식적 차원의 단위를 상정하고, 그 밀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간을 연속적 차원으로 전제하는 것이라면, 〈레이어스〉의 경우, 그 분절되는 지점에서 새로운 질서가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충족함(만)을 전제함으로써, 곧 시간의 비단속적, 비연속적 차원을 드러내며, 그 가운데 움직임은 끊임없이 바뀌고 또 전도된다.
그러니까 전자가 음악의 총체성과 그 변화의 내재성에 입각해, ‘내재적인’ 움직임의 차원에 그것을 부속시킨다면, 후자는 음악이라는 외부를 재도입이라는 형식적 차원으로서 전유하여 고유한/확고한 움직임의 단위를 기각한다. 결과적으로 《볼레로》는 다양한 여러 움직임이 놓일 수 있는 텅 빈 그릇으로 환원 아니 정초된다. 이는 어떤 통속적 춤 연습실에서 이 음악을 틀고 음악이 재도입되는 지점에 “3, 2, 1… OO(신체 특정 부위)”를 발화하는 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라는 결정적 효과를 따른다.
〈레이어스〉는 곧 음악을 재녹음한 《볼레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공연성을 재정초하는데, 이는 물론 음악이 공연 내재적인 것이 아니라, 공연에의 외부적인 것의 도입임을 주저하지 않고 발설하는 바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전자라는 환상을 기각하고, 노래와 음악의 틈, 그리고 그 둘의 접합적 관계를 누출한다. 그러니까 고전 클래식이 아이돌 안무의 연습 보조재 차원의 배경음악으로 접합될 때 이 움직임들은 본래의 맥락을 떠나면서도 여전히 재현적이다. 곧 B를 원본 A에서 비롯된 것임을 파악할 수 있다.
사실 〈레이어스〉는 이러한 춤들을 일종의 무의식적 차원으로 습합된 기호들로 전제하는 듯 보이는데, “신체에 퇴적된 시간의 궤적” 혹은 “몸에 쌓인 겹”(이경은)에서처럼 움직임은 무언가가 잠재되어 있는 것이며, 움직임은 이른바 누층으로 자리하고 있던 그것을 펼쳐내는 것이 된다. 그런데 그것은 왜 개인적 고유성의 차원이 아니라, 동시대적 문화의 무의식적 단면―그런 것이 있다면―을 향하는 것일까. 왜 아이돌 안무들일까.
처음 〈레이어스〉는 하수 안쪽에서 옆-아래로 새어 나오는 조명을 받는 잰걸음의 두 발 클로즈업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한 발과 다른 발의 완전한 갈라짐이 없는, 오히려 그것과 상반되는, 약간의 틈만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두 발을 교차시키는 이 걸음으로부터 상수 쪽 공간의 1/3 지점에 이르렀을 때 그는 조금씩 수그리다 쪼그려 앉은 상태가 된다. 그가 한 바퀴 뒹굴고 나서 첫 카운트다운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 등장 이후, 모로 누워서 두 발 들고 오르락내리락하고, 발을 뻗는 일련의 동작은 몸을 이완시키고 푸는 동작과 같다. 다시 터져 나온 목소리는 처음 “골반”을 지정하는데, 골반 축이 강조된 춤으로는 싸이(1977)의 〈강남스타일)(2012)의 소위 ‘말춤’이며, 이는 머리에 팔을 올리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동작으로 분화한다. 잰걸음이 가속되고 하이라이트가 좁아지고 납작해지다 멈추며 그를 따른다. 한 발을 들어 올린 상태를 유지하면서 움직임의 여러 변화를 준다.다시 지정된 부위는 “몸통”으로, 몸통을 옆으로 내밀고 어깨를 으쓱하고 하는 동작은, 신체를 즉물적이고 원초적인 단위로 환산한 결과이다. 이는 나름 엄격한 지침에 의한 신체 훈련의 양상으로, 이경은은 자신을 그 대타자의 시선에 기꺼이 둔다. 곧 자신을 정면성의 차원에서 전시한다. 하지만 거기에 거리낌은 없는데, 여기에는 사실 어떤 수치심이나 머뭇거림 따위의 감정은 소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활기차고 여유로운 태도의 차원을 요청한다.
이 정지된 스텝에서 두 팔의 투박하고 단순한 이동의 더딘 수행은 몸의 세부에 음악이 담기는 방식으로, 몸은 그 음악의 미세 전류가 흘러가는 용기(container)가 된다. 이때 몸 자체가 하나의 무대이자 세계가 되는데, 이는 더 큰, 많은 스펙터클에 대한 환상을 단지 뒤에서 앞으로, 사선에서 정면으로라는 두 가지 방향에 입각해 몸 자체를 내세우면서 오히려 덜어낸 차원에서 그러는 것이다.
움직임 이상으로 움직임 이전의 어떤 시동을 거는, 그 목소리의 연장선상에서 잠재하는 어떤 몸의 예비 상태, 준비 상태의 지연된 시간의 몸, 그리고 춤을 전체 포괄하는 춤의 대입 너머 현장의 정동이 어떻게 스며드는지가 중요하다. 각 대단위 신체 분절로 소급되며 가져오는 외부의 안무적 조각들은 그야말로 전유되는 것이며, 기능적인 것이 된다. 그것은 주체의 활기와 생성을 위한 임시 재료가 되는 것이다.
수그리고 두 팔을 허리춤에 두고 팔꿈치를 양옆으로 크게 접으며 상체를 퍼 올리는 동작, 그리고 천천히 걷는 동작은 에스파(2020~)의 〈위플래쉬〉(2024)에서 엄지손가락 부위를 앞 목 쪽에 두어 나머지 손가락으로 안정적으로 목을 잡고 솟은 팔꿈치를 위를 향해 한 번은 길고 다시 두 번은 짧게 이어서 튕겨내는 동작으로 나아간다―아마도 〈위플래쉬〉 전체 안무를 몰라도 이 동작에서 전형을 발견할 것이다.
다음은 “머리”인데, 이경은은 하수 뒤쪽에서 와불 형상을 잡는다. 이때 조명 하나가 그것을 잡는데, 그는 의미심장하게 다시 상수 앞쪽으로 걸어 나오고, 상수 뒤쪽으로 유유자적 걸어가다 이내 막 뒤로 퇴장한다. 그것은 뒤늦게 발생한 머뭇거림이며, 어떤 재현적 효과와 형식이 빠졌을 때의 허함이 지연되는 것과 같다. 이어 뒤쪽 횡렬로 세 개의 조명이 한데 켜지면서 앞쪽의 하나의 커다란 스포트라이트 빈 공간을 만들고, 그것이 중앙으로 모이면서 한 점으로 끝나는, 빈 공간에서 조명의 커튼콜이 이경은을 대신한다.
그것은 물리적으로는 두 번의 커튼콜을 가기 다르게 시차를 두고 진행하는 것으로 (한 번의) 커튼콜이 공연에 포함되게 하면서 (이후의) 진짜 커튼콜에는 퍼포머가 투여되지 않음으로써 그가 공연 외부에 내속적이지 않은, 곧 공연 자체이며, 공연의 효과로써 공연 외부에 닿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끝은 조금 더 서사-맥락의 차원에서는 일종의 무용 연습실 안에서의 서사를 단락시키면서 춤이 음악의 종료와 함께 종료되었음을, 그리고 그 앞선 시간에서는 어떤 규칙의 수용과 연습의 차원이 갖는 동력‘만’이 이행의 차원을 가능하게 했었음을, 그리하여 그 이후의 시간은 그 시간에서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 같은 환상의 차원이 마침내 그 자신이 소여된 차원에서 진정 갈음될 수밖에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레이어스〉는 아이돌 안무와 그것에 이르는 워밍업의 순간을 포함하는, 춤 연습실의 현장을 추출해 오며, 그 안무들이 가리키는 주체를 초점화한다. 그 춤들과 움직임의 궤적은 그의 관성적 차원에 남아 있는, 연습된 것들이며, 현동화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주체의 무의식을 전제할 수 있을까. 과거는 어떻게 현재로 밀려오는가. 지금의 몸을 구성하는가. 겹은, ‘레이어들’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주체의 시간(성)은 어떻게 숨은 코드를 드러내고 있는가.
김민관 편집장
2026.06.12 금요일 19:00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안무 및 출연: 이경은
음악: 모리스 라벨
작품길이: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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