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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니쉬발레, 〈EGG.jpg〉(안무 이해니): 상품 미학에 침잠된 존재의 양식REVIEW/Dance 2026. 8. 17. 20:28
상품과 존재의 혼동

해니쉬발레, 〈EGG.jpg〉(안무 이해니)©옥상훈[사진=크리틱스초이스댄스페스티벌 〈EGG.jpg〉는 10구짜리 계란판 안의 달걀과 동일한 크기의 타원형의 다양한 인형 얼굴들이 뒤섞인 이미지를 포스터에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그래픽 이미지가 출현하는 패널에서 상품 광고, 그리고 각 존재들의 캐릭터로 변모되는 양상들로 구체화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컨베이어벨트 공장 시스템에서 포장되어 상품화되는 달걀, 그리고 그 전에 그것이 가능한 닭장의 케이지를 각각 이미지 안의 구조, 그리고 실제 물리적 구조물의 동원을 경유해 표현하면서, 대중 소비 사회 속 대상화는 사물에서 인간으로 이르는 광범위한 범주에 적용됨을 함의한다.
이는 전 작, 〈꼬끼-오〉에서 소비되고 남은 닭 뼈들로 이뤄진 인류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닭이 유령적으로 점령한 세계에 대한 환상을 표현하는데, 〈EGG.jpg〉 역시 동물권을 직접 경유하지 않고 뒤틀린 세계에 대한 관점을 나타내는 데 주력한다1. 사실상 가상의 아바타로 표현되는 캐릭터들과 계란의 공통점은 비슷한 사이즈로서 정형됨 이외의 공통의 기준을 찾기는 어렵다. 제목과 같이, 계란(EGG)이 이미지(jpg)가 될 때, 정보 값은 재현하는 하나의 형식으로 포맷된다.
곧 사물이 이미지로서 납작해지고 평평해지는 것과 같이, 존재의 특별함 역시 상품 가치 너머의 고유성이 상실되거나 소거될 수 있음을 의미할까. 그러니까 상품으로 번역되는 달걀이 존재의 탈승화 전략 안에서 소비되는 존재의 차원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수단, 계단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EGG.jpg〉는 존재의 상품화, 하락된, 전용된 가치로서 존재의 (무)의미를 탐문하는 것일까.
다시 말해, 포스터는 우리의 의식이 상품의 이미지와 더할 나위 없이 친연함을 나타내는 이미지로서, 우리는 이미지로서 수렴하며, 이미지로써 매개된다. 여기에 어떤 거부감이 아닌 기괴함이 느껴질 때 역시 어떤 이화 전략의 차원으로서 효과를 얻는다고 할 수 있을까. 전 작에서 닭이 잠식한 세계 내 닭의 움직임이 주는 기괴함은, 상품 가치로 하락한 인간 존재의 이미지와 조응한다. 반면 이미지는 물리적이기보다 가시적인데, 이는 차이를 가져온다.
가시적인, 물리적인 지지체

케이지는 물리적 구조물로서 이전되지만, 이미지화된 세계는 패널 안의 납작한 차원으로 가시화된다. 관성화된 사고의 차원이 한편으로는 규격화를, 다른 한편으로는 평탄화를 하고 있음에서 기인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이 둘은 각각 이미지로부터 그리고 이미지라는 매체 자체로서 실현된다. 곧 전자가 컨베이어벨트 위의 달걀들로 이미지 차원으로 재현된다면, 후자는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이미지 계열로서 처리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무대에는 사전에 Y축을 채운 하나의 세로 막 안에 이미지가 투사되는데, 이는 오프닝 타이틀이나 엔딩 크레디트 목적의 이미지 삽입을 위한 전면의 긴 띠와 같다. 이는 처음에 그보다 더 중요한 이미지를 담는데, 달걀이 쌓이는 비계 구조의 케이지로, 이것은 허구의 환상적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실재에 대한 대체이자 선취로서 작용한다. 곧 이것이 걷히고 실제 비계 구조가 나타나는데, 거기에는 사람이 담겨 있다.
달걀로서 체현되는 신체를 위해 이미지가 그리고 실제 구조물이 투여된다. 하나는 실재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지이지만, 이 이중의 전략은 이미지로의 수렴을 향한다. 다음 이미지-구조물은 천장에 매달린 패널들로서, 이는 처음에 노란색~황토색의 배경이 세계의 닫힌 이미지를, 일종의 공간에의 압력을 창출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미지를 투사하지 않는다. 이 ‘긴장’은 전자음악과 파열음, 신호음이 의미화의 정도를 달리하는 가운데, 단속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으로써 동시에 자리 잡는다.
사실상 이 패널들은 그 자체의 동력을 갖고 있으면서 안무로서 기능하며, 공간 자체를 재단하고 구조화한다. 이미지 생산 기계로서 역동적인 이 배경은 무대를 비좁은 것으로 각인한다. 또한 그것에 눌린, 그것과 동거하는, 그것에 조응하는 존재들로서 퍼포머들을 체현한다. 파이프 오르간이 일정한 음률을 이루면서 소리는 비로소 안정되는데, 그것은 점멸하는 패널들의 양태를 체현하기 때문이다.
소극적 인간의 세계

집단적 흐름에서 남자와 여자 한 쌍의 커플이 남으면서 무대는 순식간에 정돈되고, 대신 천장의 패널은 검은 잔영의 무늬로 복잡해진다. 그것은 어떤 흐름의 양태를 간직한다. 무대 앞쪽을 축으로 하여 패널들은 사선으로 내려오며 전면의 각도에 조금씩 가까워지며, 중앙의 데칼코마니 같은 이미지 생성 이후 일제히 모나드들의 종합으로 갈음되다 중앙부에 달걀의 이미지가 출현한다.
그리고 움직임은 다소 우스꽝스러워지는데, 그것은 소극적 양상을 품은 음악에 동조되는 부분이다. 발을 벌린 채 잰걸음의 두 발―김민수―은 그 중심적 표지를 정초하는데, 이때 패널은 실루엣 형상의 움직임들이 투영된다. 이는 점점 명확해지면서 줄리언 오피(Julian Opie, 1958~)의 실루엣 형상으로 걸어다니는 존재들과 유사해지는데, 이때 패널은 완전한 정면을 이룬 상태이다. 실루엣은 아바타 이미지들로, 그리고 앞선 달걀-상품의 차원으로 기입된다.
표정에 따른 감정의 서술은 폴 에크만(Paul Ekman, 1934~2025)의 ‘표정의 심리학’적 기호학을, 바코드들의 흐름은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1999)의 데이터로 지지되는 가상 세계의 구조를 상기시킨다. 앞선 존재를 상품으로 격하시키는 과정에서 이미지를 경유하는 방식은, 달걀이 운반되는 컨베이어벨트와 러닝머신을 조응시키는 이미지 병치의 전략에서 비유적 방식으로 변주된다.
이제 모든 무용수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재등장한다. 수학과 컴퓨터 기호들, 그리고 상형문자로서 2차원의 눈 기호가 떠다닌다. 깜빡이는 조명과 음악 아래, 클럽의 리듬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영상의 컨베이어벨트 이미지는 이를 조소한다. 군무 이후, 가슴을 뒤로 튕기는 동작과 같이 강하게 안으로 힘을 수렴하는 수평축의 강화된, 심화된 이미지를 선보이거나 점프하면서 두 발을 두 번 부딪치는 동작과 같이 발산적-수직적 이미지를 표현하면서 무대는 한층 역동화된다.
메타적 발레

앞선 잰걸음은 발레 기저의 움직임을 비튼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수평축 차원의 이행을 강조함으로써 기본적으로 수직축의 중심을 의도적으로 교란하고 분산시키는 전략인 것이다. 이는 강강술래와 같이 발재간이 두드러지는 군무 속에서도 발현되며, 이때 생명력은 작위적인 양태를 띤다. 그리고 단순한 패턴으로 짜인 구조의 화면 아래, 은색 상·하의를 입은 남자―최태현―가 격렬한 몸짓으로 고군분투할 때 나머지 집단은 도취된 상태로 겹쳐진 상태로 꾸물거린다.
이 대비는 상품에의 저항이 예외적으로만 실천될 수 있으며 그것은 전적으로 미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때 영상에는 목소리가 투여되는데, 그것은 상품을 매개하고 소개하는 자의 전형성을 띤 정확히 문장으로 파지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분명하게 일상에서 온 실재의 잔여이다, 또는 그 재현이다. 이제 영상은 화려해지면서 여러 광고 문구를 담아내는데, “SALE”, “New” “CON”/“SUME”, “SOLD OUT” 등은 소비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킨다.
동작은 전형성을 띠며 키치적이고 팝적이 되는데, 생긋 웃는 밝은 표정이 그것을 지지한다. 이때 빨간색과 연두색 등 여러 배색의 스트라이프로 된 상·하의를 입은 남가영이 두드러지는데, 이 생명력은 패널 바깥 객석 근처로, 횡렬로 장악한 무대 전체로의 배치에 힘입어 새로운 동력으로 이행된다. 골반을 좌우 축으로 움직이다 팔을 터는 동작으로 이어지는 군무는 상품 미학의 전형성과 무해한 긍정성의 선전 모두를 의태한다.
그런데 이는 또한 진지한 움직임 자체의 의미를, 발레라는 견고한 매체를 비트는 것이기도 하다. 〈EGG.jpg〉는 상품 스펙터클의 이미지를 기초로 크게 존재의 근본적인 이미지와 전형성을 띤 이미지를 각각 구현하는 두 층위의 움직임을 구사하는데, 그것은 발레의 토대를 전이하고 변용하는 흐름을 띤다. 그 결과, 〈꼬끼-오〉에서의 닭과 같이 중심적 이미지를 표상하는 데 이르지는 못하는데, 이는 평면적이지만 더 중심적인 차원에서 현혹하는 이미지가 많은 것을 대체하고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관 편집장
2026. 07.29 ~ 07.30 수, 목요일 19:30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제29회 크리틱스초이스댄스페스티벌
주최·주관: 댄스포럼
후 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서울대표예술축제), 엘에스씨시스템즈
창·제작진
안무 이해니
드라마투르그 전강희
출연 김소혜, 김민수, 서보권, 박경희, 정종웅, 남가영, 최태현, 김은주
조명디자인 김재억
무대감독 박민호
무대디자인 백혜린
작곡 양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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