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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지, 〈체리피커〉: 특별한 기호 그리고 욕망
    REVIEW/Dance 2026. 9. 7. 15:13

    보편의 기호와 개체

     

    박민지, 〈체리피커〉©옥상훈[사진=크리틱스초이스댄스페스티벌](이하 상동).

    〈체리피커〉는 제목을 실제 구현하는바, 공연 전 트레이에 유리 아이스크림 볼에 체리를 담아 운반하는 여자―박민지―, 공연에서 등장한 빨간 볼풀 공들 위로 상단에 체리가 꽂힌 4단 케이크를 담은 카트, 그리고 입에 문 붉은색 점 조명과 같이 체리를 실제 또는 의태하여 줄곧 사용하는데, 이는 체리를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세계의 일부로 전제하기 위함이다. 이는 체리라는 상징,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욕망의 대상으로서 의미를 절대적인 기호로 처리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먹을 수 있는 것, 자연에서 온 것, 독특한 색과 향기, 크기 등으로서 일상의 친연한 기호이자 그것에서 연장되는 세계를 자연스럽게 체현한다면, 그것이 고도화된 혹은 변양된 차원으로 옮겨 가는 건 그 미소한 조명으로, 또 해당 색의 일정 구역의 공간 등으로 치환되었을 때다. 극장 바깥에서부터 체리를 증여하는 것과 같이, 체리는 관계의 형식적 기호로 투여되며,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차원에서 개체의 동등함을 환기시킨다.

     

    여기서 〈체리피커〉는 체리를 특별한 가치나 의미로 정립하는 대신, 익숙한 동시에 보편의 기호로 정착시키며 그 결과는 관객을 현대인의 평범하고도 보편적인 개체로 환원시키는 것으로 전이된다. 누구나 체리를 수여받을 수 있는 것이다. 체리피커라는 예외적 존재로 관점이 전환되려면, 이것이 사회적 공통의 토대를 형성하는 것에서, 공통의 룰을 깨는 예기치 않은 존재의 투출이 필요해진다.

     

    그러니까 체리의 보편적 차원의 상징적 처리에서 나아가 무엇보다 체리와 존재의 관계를 고도화하며 동시에 변주할 필요가 있다. 곧 우선은 체리가 존재 모두에게 특별한 것이 되는 순간이 필요해지는데, 이 지점에서 체리를 증여하는 이의 자원과 그 나눔의 원칙이 개인에 대한 최소 할당량을 ‘공평하게’ 충족시키는지를 알 수 없다는 지점에서, 어쩌면 체리는 질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공허한 손짓

     

    반면, 하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는 존재가 대중의 시선에 의해 체리피커로 낙인찍힐 수도 있을 것이다. 공평한 증여에서 체리가 선망의 기호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 그 반대의 지점에서 이러한 일종의 적대의 결과가 발생하는 건 실은 의도되거나 계획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웨이터/웨이트리스 복장과 그것의 기품 있는 형식의 갖춤이 체리를 어떤 의식적 차원의 가치로 격상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지닌 어떤 절대적인 선의의 차원이 관객에게 어떤 품위를 요구하고 전제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선의는 시험되거나 이용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체리피커〉는 일단 이 무한한 서비스로 대체된 증여를 공연에 동반되는 원-경험의 요소로 차용하는데, 그것이 관객의 입장에서 체현되는 건, 카트 위의 체리가 주체에게 도착하지만, 그가 최종적으로는 헛손질을 하게 되는 결말의 순간이다. 생일 축하 노래를 과장되게 부르는 주변 동료들과 위축되고 닫힌 존재의 대비는 평범한 현실을 그로테스크한 것으로 바꾼다.

     

    불길한 예감은 실현된다. 그의 체리는 다른 이가 채간다. 카트를 끄는 존재와 그만이 남게 되고, 케이크의 윗면에는 흔적만이 남는다. 그가 이를 손으로 움켜쥐지만, 그것은 떨떠름한 제스처일 뿐이다. 동시에 돌연 카트를 물려 획 지나간다. 이 비켜나감으로부터 관객-주체는 무한한 것으로 양도되었으리라 생각했던 자신의 인지가 착오에 기반을 두었었음을 깨닫는다. 그 결과 수치스러워지는가, 아님 사라진 대상으로부터 공허해지는가.

     

    체리는 포장재 위의 상품으로 치환되었으며, 과시의 차원으로 부풀려진 기호이다. 공연과 맞물려 여전히 서빙을 하고 카트를 끄는 박민지는 경계의 차원을 만들고 타자의 충동에 개입한다. 이 희미하고 단속적으로 등장하는, 불가해한 매개자는 체리를 외부의 대상으로 확인시킨다. 하지만 동시에 내재적 차원으로 그 대상이 부상하는 것만큼 자신의 위치를 마치 사물로 전락시킬 수 있다.

     

    이행으로서 욕망

     

     

    존재들은 체리보다 카트가 먼저 주어진다. 그것은 달리기에 가속도를 붙인다―카트와 존재의 무게가 더해지는 가운데, 카트로 수그러진 몸은 카트를 상체의 지지체로 대체한 채 마구 두 발을 놀리게 된다. 쇼핑의 이미지는 구체적으로 식품 매장의 이미지와 흡착 가능하지만, 그것은 상수와 하수의 칸막이 통로로서 은폐된다.

     

    그러니까 그것은 무엇을 위한 달리기일까. 카트가 가져오는 현실의 핍진함과 클리셰는 체리와 존재의 관계를 어떻게 분화시키는가. 욕망의 차원을 어떻게 심화시키는가. 그것이 욕동이 기저에 자리한 현대인을, 자본주의 이념이 체화된 존재의 기본값을 세팅하는 것이라면, 그로부터 소외된, 실패한 자의 몫은 이 역동의 물결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홀로, 고독하게 주어진다.

     

    〈체리피커〉는 끊임없이 달려간다. 몸은 하나의 회전축을 그리며, 동력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차올리고 휘두르는 팔과 다리의 몸짓이 동반된다. 온몸의 관절이 역동적으로 구동되고 이동의 흐름 아래 에너지가 계속해서 분배되어 발산된다. 그것은 분주하기보다 다급한 것이며 어떤 미끄러짐, 이탈의 순간을 수반한다. 그것은 정위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행위이다.

     

    무대를 좌우로 활보한 이후 클럽 음악과 함께 무대 중앙에 생긴 하이라이트 구간에서 춤이 출현한다. 이 급격한 승화의 원리 이후, 집단적 움직임의 합을 이루고 곧 사라지고, Z자 모양으로 무대 전반을 3축으로 구성하는데, 이는 무대 뒤쪽 하수에서 상수 직렬로 이동하는 한 축과 무대 앞쪽 상수에서 하수로, 다시 상수 쪽으로 사선으로 횡단하는 한 축으로 두 그룹의 이행으로 현상된다.

     

    개인적인 곧 사회적인

     


    이때 컨베이어벨트에 탑재된 사물처럼 한 명은 다른 한 명으로 순간 전치되는데, 이 이행의 방식은 체리가 기계적 공정을 거쳐 자연적인 것으로서 상품으로 치환되는 것임을, 동시에 존재가 동일자의 일정한 욕망을 배태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자동 반사적 움직임은 우리가 충분히 의식적이지 않다는 것일까. 그보다는 그 무의식적 설계 자체가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제 존재는 상품 자체로 화한다. 상품과 결착된다. 카트에 탄 여자는 모두의 보위를 받으면서 그 안에 공을 하나씩 바깥으로 떨어뜨린다. 마치 의식은 누수되고, 붉은색 점 조명을 껐다 켰다 하는 가운데 점멸한다. 결국, 조명을 입에 문 채 아래로 떨어져 뒹굴기에 이른다. 드럼이 가세한 음악에서 존재들은 다시 약동하고, 체리를 대체하고 있는 공을 주우려 하지만 넘어지는 행위의 실수가 발생할 뿐이다.

     

    이 역동의 행위는 우리의 욕망과 삶에 대한 추동이 어떻게 차이를 갖고 다르게 분화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소거한다. 욕망은 모든 걸 잠식하고, 마치 긴박하고 타동적으로 주체를 일방향적으로 몰아간다.

    소외된 존재는 식별되지 못하고 관계 맺지 못하며, 욕망을, 욕망이 주조되는 시스템의 원환에 속한 채 현실에서 미끄러질 뿐이다. 체리는 특별한 기호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체리-흔적을 짚는 것, 그 헛손질의 시늉, 너덜거리는 신체의 행위는 힘찬 이행의 순간들로부터 예외적이다.

     

    그의 눈은 멍하고, 뚫려 버린 구멍과 같은데, 그래서 어떤 공허함을 넘은 슬픔 같은 것이 배어든다. 그것은 정동으로 채 갈음되지 않는다. 욕망의 외부적 절단으로 인한 욕망의 기각은 욕망을 향한 지속적 이행의 구조 자체를 끊어내는데, 이는 사회적 고립과 소외의 차원에서 일어난다.

    반면,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는 앞을, 위를 응시하는데, 이는 끝없는 욕망에의 가동이 불가능한 것임을 체현한다. 곧 〈체리피커〉는 사회적인 것의 변증법적 각성보다는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의 동일자적 반복이 어느 순간 끊어지는 두 결정적 순간을 제시한다.

     

    김민관 편집장

     

    안무 박민지  

    출연
    김예원, 노지후, 배상은, 배상진
    송제민, 이가연, 이민서, 박정무
    차효빈, 김서현, 남윤서, 차시원
    김현진, 옥모성, 박현주, 손성민

    무대 이도엽  
    조명 김익현
    홍보마케팅 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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