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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경소, 〈물의 시간〉: 반향되는 자연, 공간, 신체
    REVIEW/Music 2026. 11. 6. 14:46

    이동하는 혹은 건축적인

     

    박경소, 〈물의 시간〉©나승열[사진 제공=박경소](이하 상동).

    〈물의 시간〉은 유휴화된 하수처리시설들을 재생해 만든 맑은물상상누리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의 슬러지를 농축하던 농축조 5개 동을 재활용한 공간”인 비포어 전체와 마지막 장소인 비전타워 공간을 활용해 이동하며 전시와 공연을 각기 다른 여러 장소와 맞물려 경험하는 방식으로 열렸는데, 이는 대부도에 살며 서해의 바다와 갯벌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음악 작업 외에도 사진과 영상 등을 찍고 글을 쓰며 모은 방대한 자료들을 흐트려 놓기 위한 적절한 전략이 된다.

     

    그것이 어떻게 우연한 사건의 단면으로서 제각각 다가왔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아카이브의 밀도를 응축시키는 차원이 아니라―나아가 아카이브로서 밀도를 응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거꾸로 분산되고 편재된다. 곧 어떤 장소 ‘안’에 있(으며 그 장소가 그 내용으로써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장소와의 일시적 맞물림 가운데 그 장소에서 어떤 내용들이 발견되는 것이 된다.

     

    장소적 편재와 이동식 불안정성이 이것을 성립시킨다. 자연의 우연성과 사건성의 차원과 맞물려, 끊임없는 이동을 통한 새로운 장소적 경험 안에 이미지나 텍스트, 음악을 마주하는 것, 그 결과, 마치 〈물의 시간〉은 비포어에 대한 입체적인 감상과 투어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이미 그 물리적 건축성과 장소적 특질이 소거할 수 없는 차원으로 강하게 자리하는 가운데, 장소를 잘 전유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이라는 절대적 환경에 상응하지 않는가.

     

    총 7개의 스팟으로 나누어 각각에 해당하는 장이 마련되었는데, 첫 번째 작업 〈떠밀려 온 것들〉은 일종의 간판으로, 비포어에 입장하기 전에, 맞은편 타워 하얀 경사 벽면에 떠내려온 나뭇가지들을 주워 와이어로 매달아 “물의 시간 박경소”를 기입해 둔 것을 지나치게 된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철제 원기둥에 달의 변화가 각인되는 〈달〉(2026. 단채널 영상, 1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60초, 반복 재생.)을 보게 된다.

     

    만남과 인트로

     

    다음으로, 수생정원 안에 하나의 현이 단속적으로 출현하는 설치 작품 〈멈춘 물〉(2026. 사운드 설치, 스테레오 사운드.)을 체험하게 되는데, 이는 원을 도는 이동에 소리가 던져지며 발생하는 명상적 체험을 안기거나 물리적으로 일종의 소리의 진원을 찾게 만드는 작품이다. 원통형 자재가 바닥에 놓여 있는 창고 공간의 철제 격자형 문 앞에서 박경소가 처음 등장하는데, 이때 그는 가볍게 손을 얹으며 퉁겨서 소리를 낸다. 또는 소리가 얹어짐을 퉁겨서 표현한다.

     

    그것이 점차 풍요로워지는데, 어떤 음악적 차원을 이루기 전에, 음의 파고를 물리적으로 시현해 본다고도 할 수 있었다. 주로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가 왼쪽으로 뻗어나갈 때, 마치 헛딛 듯 비약 혹은 도약할 때 새로운 서사가 창발되고―새로운 서사의 채워짐이 요청되고―, 장르적 언어가 출현한다. 곧 가야금의 공간적 차원이 넓어지면서 실제 공간적 차원의 여백이 상상적 차원으로 인계된다. 어떤 세계가 있(었)고, 그것이 (비로소) 시차로써 인지된다.

     

    다음으로 방대한 아카이브―〈물의 시간 아카이브〉(2014~2026. 사진, 영상, 글, 혼합매체 설치, 가변 크기.)―가 자리하는데, 갯벌 등의 다양한 사진과 바다에 들어가 수중 촬영을 하는 영상, “억지로 구겨 담은 억겹의 마음”, “물때가 맞았다” 등의 일종의 영감, 자연에 힘입은 시적 표현 등을 일기와 같은 매일의 기록 양식 속에서 짧게 담은 글들을 자막 양식으로 만든 동영상 등을 보게 된다.

     

    시간성과 성찰적 주체

     

    이제 셋의 본격적인 콘서트가 또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데, 커다란 구처럼 생긴 설비가 중앙을 침범, 장악하는 가운데, 공간의 가를 두른 세 명의 연주자를 그사이의 작은 틈에서 마주한다. 이때 좌측부터 임지혜, 박경소, 이지영이 자리하는데, 8곡은 박경소의 독주와 셋의 협주 순으로 번갈아 가며 진행돼, 셋의 협주로 끝맺게 된다. 처음 박경소는 가야금 오른쪽에 7번 같은 음을 튕기는데, 이 주조음에 다른 한 음을 투박하게 얹다가 떨며 소리를 높인다.

     

    이 곡 〈그리고 또 이렇게〉에서 ‘또’에 해당할 이 한 음은, 고착된 과거의 시간성을 만들고, 동시에 그 바깥의 음을 현재의 순간으로 그리고 현재의 순간으로 도래하는 즉시 사라지는 사건으로 만든다. 기명과 농현의 기본적인 연주의 층위를 일종의 사물적 차원의 가시화로써 또한 인지되고 식별되는 지점들로써 가시화함으로써 〈그리고 또 이렇게〉는 변화하는 시간과 동시에 그 변화를 체감하는 (그 자체로는 변화하지 않는/않음으로써) 하나의 신체성을 주체의 견지로 연장시킨다.

     

    〈보다. 머물다. 기다리다.〉는 〈그리고 또 이렇게〉의 연장선상에서 읽히는데, 일정한 단위가 반복되며 주조음을 형성하는 가운데, 점증적인 변화가 그 위에 더해지며 파랑이 일다 잠잠해지게 된다. 하나의 음률 단위를 반복하는 박경소에 생기론적으로 풍부해지는 음률이 양옆으로 임지혜, 이지영에게 순차적으로 더해질 때 세 개의 가야금은 겹치지 않고, 마치 하나의 가야금을 부위별로 나누어 작동시키는 것에 가까워진다.

     

    “보다”, “머물다”, “기다리다”는 모두 특정 장소와 결부된, 고착된 신체성을 상정한다. 그것이 보는 것에서 촉발이 되는 것일 수도 있고, 보기 위해 머물고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주조음에 대해, 마치 그 ‘바깥’에서 단속적으로 더해지는 변화를 간직한 음들이 마치 외부적 차원의 삽입이며, 주조음은 그와 대비된 하나의 내부와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에서와 같이, 주조음이 음악적 변화보다 더 주요한 것이 될 수 있겠다는 처음의 인상은 결국 증명되기에 이른다.

     

    예컨대 그것이 자연을 상정한다면, 잠시 스쳐 가는 정서적 차이와 같은 부분은 보편적 구조의 효과이며 오히려 자의적이거나 2차적인 효과로 자리하며, 그 반복되는 일정한 리듬의 차원이 영속적인 것이며, 결국 그것만이 남으며, 이 가려진 효과들이 걷힌 가운데 마치 되돌아오는 방식으로서 그러하게 되는 것이다.

     

    정서적인, 음악 안으로

     

    다시 박경소의 독주, 〈지나간 후, 숨과 그림자〉는 저음역부의 어둡고 둔탁한 느낌이 강한데, 어떤 끼적임, 혹은 읊조림 같기도 하다. 마치 기타 리프와 같은 느낌으로 가야금을 전유하는데, 그것은 고독한 자아의 가변적인/불안정한 심리를 세심하게 조명한다고도 하겠다. 이는 연주자의 자율성과 또 악기를 다루는 것의 자유자재의 역량을 상기시킨다.

     

    〈이지러지는 시간〉은 음악적 조화와 안정성을 얻고, 이는 전체 연주에서도 어떤 분기점으로 작용한다. 〈보다. 머물다. 기다리다.〉의 구성과 유사하지만, 더 이상 어떤 사물성이 직접적으로 현상되거나 상기되지는 않는다―재현되거나 상징적으로 표기된다. 주선율이 마치 더 촘촘해지고 빨라진 가운데, 다른 악기들이 협응되어 하나의 세계를 밀고 나간다. 그리고 사실은 배경음의 지위를 가졌을 주선율의 층위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며, 생기로운 선율의 생성이 주도적인 지위를 가져가게 된다.

     

    〈괜찮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데, 여기에는 약간의 쓸쓸함, 고독함 따위의 정서를 긍정하는 어떤 긍정적 태도 같은 것이 수반된다. 반복이 담지하는 자연의 단위 같은 것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는 정서의 유동적이고 안정된 반향/실내 공간에서 바깥에의 풍취가 담긴다. 결과적으로 음의 스펙트럼은 넓고도 자유롭다. 어떤 고아한 멋이 있지만, 풍류의 자유로움도 있고, 그것에 또한 너무 도취되지 않는다.

     

    풍류와 일상

     

    〈가만 가만히 물물 찰랑찰랑〉은 〈괜찮다.〉의 연장선상에서 읽히는데, 어떤 풍류로서 자연이 담지되는 측면이 그러하다. 기저음 내 간격과 사건성의 측면은 유지되면서 선율적이고 음악적인 차원은 덜어지는데, 그것은 음악적이지 않다기보다 오히려 일정한 톤으로 음악적 세계가 조율됨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가만 가만히 물물 찰랑찰랑〉은 좀 더 단순하고 안정된, 요동 없는 사물의 세계를 ‘잔잔히’ 비춘다. 〈이지러지는 시간〉 이후부터는 연주는 자연을 지칭하던, 환유하던 것에서 온전히 음악적인 세계로 이어진다. 사물적인 것이 음악적인 것과 함께 있다기보다 음악적인 것 안에 사물적인 것이 있다.

     

    〈너와 나의 리듬〉은 초반에 깔리는 현의 찰랑거리는 소리 구문들 이후, 곧바로 경쾌하고도 의태어적인 특정 리듬으로 나아가는데, 마치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손을 잡고 뒤뚱거리는 발걸음을 묘사적으로 나타내는 듯한 느낌이다. 서사를 짓는 경쾌한 멜로디가 흐르다 결정적으로 끼어드는, 마치 건반을 스타카토로 치는 듯한 느낌의 연주 기법을 통해 소극적 양상의 클라이맥스에 단번에 이르게 된다.

     

    〈너와 나의 리듬〉이 가장 극적인 세계, 일상의 현실을 품는 세계를 현시하는 측면에서 예외적이라면, 〈들고, 날고, 살고,〉는 다시 가라앉고, 자연의 더 거대한 세계에 근접해 간다. 어떤 자연 내 이주와 표류와 같은 삶의 다양한 차원을 상기시키는 제목으로부터 각기 다른 동사들의 뒤섞임을 구성하듯, 세 개의 가야금이 가장 섬세하게 교착되어 간다.

     

    공간을 반향하는 감각

     

    마지막 장소인 비전타워로 이동하는데, 이곳은 이전에 분배조였던 시설을 상부 증축과 함께 천창을 만들어 타워로 만든 곳으로, 〈너와 나의 리듬〉(2026. 영상 및 사운드 설치, 6분 38초, 반복 재생.)을 감상하게 된다. 관객의 시선은 바닥에 누워 360도로 벽면을 두른 바다의 잔물결이 이는 표층을 담은 영상 위로 흙빛의 천장―토요일 낮 공연을 본 관객이 체감한 하늘은 또 다를 것이다.―을 향한다.

     

    물 위에 부유하는 신체성이 반영된 이 수면의 급격한 기울기는 높고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 의해 한층 증폭되고, 공간 전체가 물에 잠겨 있으며, 또한 공간 자체가 숨을 쉰다라는 인상을 준다. 물의 찰랑거림이 내는 소리 위에 〈너와 나의 리듬〉이 얹히는데, 이는 사물적 지각과 음악적 지각이 입체적으로 서로를 반향하는 순간을 만든다. 음악은 공간 전체에 울리며, 공간의 높이와 크기를 지각하는 수면 아래가 아닌 위로 던진 돌멩이 같은 것이 된다.

     

    비전타워에서의 마지막 체험은 충분히 신비롭다는 인상을 주는데, 그것은 음악의 지각이 공간 전체에 대한 지각으로 연장되는 한편, 우리가 유동하는 바닷물 아래에서 검은 하늘을 보며 그 하늘과 조응된 신체로서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물의 시간〉은 박경소의 서해의 물때에 대한 관찰과 기록을 하수처리시설이었던 공간 특유의 대체로 어둡고 음습하고 낡은 그리고 거대한 공간으로 옮겨온다.

     

    청각적으로는 공간의 울림을 반향하여 채우고, 시각적으로는 공간을 지각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둘러서 이동과 함께 공간을 투어하면서 신체를 활성화하고 달라진 환경에서 그 공간과 작품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독특한 공간 전체를 전유하면서 입체적으로 그 공간을 다시 지각하게 하는 과정은, 곧 거대하고도 나를 초과하는 자연에 대한 지각이 ‘전이’된 결과 아닐까―이는 특히 여섯 번째 장소에서의 본격적인 연주 시간에서 〈그리고 또 이렇게〉로 포문을 연 후, 내리 이어지는 3곡에서 특히 악기 자체의 지각이 사물에 대한 지각으로 이어지는 것과 조응한다. 그 결과, 공간은 자연과 정합되고 마치 필연적이었던 장소였던 것처럼 지각되는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2026 경기예술지원 <공연예술 초연지원> 선정작
    박경소 <물의 시간>
    시흥 맑은물상상누리
    공연 9월 18일(금) 19:00
           9월 19일(토) 16:00, 19:00
    전시 9월 18일(금)~10월 7일(수)
     
    기획·작곡·실연 박경소
    실연 임지혜, 이지영
    공간 및 전시 디자인 양쿠라
    공간 제작·전시 설치 예술과 환경, 박준동
    녹음·현장 음향 박근상
    녹음 어시스트 김연지
    조명감독 이유진
    360° 영상 설치 (주)씨투아테크놀로지 (곽동엽, 노영남)
    음향 장비 ODI Company (김지원, 한장음, 김연지, 홍성은)
    그래픽 디자인 유주연
    공연 사진기록 나승열
    공연 영상기록 정근호
    드론 촬영 엑스캅터
    진행 협력 김동균 (시흥 맑은물상상누리)
    프로듀서 이주연
    주최·주관 박경소
    협력 시흥 맑은물상상누리
    지원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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