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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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어터 RPG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게임, 군중, 재현'의 엮음REVIEW/Theater 2013. 7. 30. 00:38
▲ 2013 마로니에여름축제 포스터, 씨어터 RPG 은 마로니에여름축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관객은 입장하는 게 아닌 한 군데 ‘모인다’, 이는 다시 흩어질 것임을 그리고 다시 모일 것임을 전제한다는 의미를 가리키고 있고, 한편으로 여기에는 군중 내지 무리의 어느 한 부분의 속성을 띤, 관객의 재전유된 위치를 상정한다. 곧 입장하고 연극을 보는 하나의 집단이되 개별적인 감상자로 자리하는 기존의 연극에서 관객은 주체로 호명되며 그룹화의 선택의 기로를 겪게 된다. 먼저 시작 전 반복되는 매뉴얼을 접하며 공연이 아닌 잉여 시간에 공연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전자음(이를 화면에 나타나지 않되 그 내부로부터 그 존재를 가정하며 흘러나오는 ‘아쿠스트메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으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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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윌로 씨의 휴가 Monsieur Hulot’s Holiday>展으로 휴가를 떠나 보자PREVIEW/Visual arts 2013. 7. 29. 23:12
삼청동 송원아트센터에서 기획한 전시 展이 열린다. 제목은 1953년 자크 타티 감독의 동명의 영화에서 가져왔다. 영화는 해변 휴양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플롯도 대사도 없이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가슴 따뜻한 유머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저 앉아서 먹고 책을 읽고 경치를 감상하며 휴일을 즐기는, 일상의 아름다운 미장센을 담는다. 이번 전시는 마치 낯선 도시에 도착하여 싱싱한 여름빛을 즐기는 휴가객처럼 를 재현한다. 이혜림 큐레이터는 “참여작가 사보는 20년에 걸쳐 수집한 60년대 독일의 빈티지 가구와 조명을 설치해 전시장은 독일 어느 별장의 객실인지 서울의 어느 거실인지 모르는 살롱으로 연출한다.”라고 말한다. 양지윤 큐레이터는 “는 무한 확대 재생산하는 대중 문화의 거대한 권력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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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판타스틱'한, 그 금기 너머의 영화들REVIEW/Movie 2013. 7. 29. 20:32
11일간의 판타스틱한 여정을 마무리하다 ▲ 제17회 부천판타스틱영화축제 포스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판타스틱’이라는 말 자체에는 금기 너머의 느낌이 담긴다. 일상은 평평하고 단조롭게 진행되는 것이라면, 그래서 일상을 넘는 것 자체를 일탈과 도발이라 일컫는다면, 판타스틱은 그 일상 너머의 것인 동시에, ‘금기 이전’의 내지는 ‘금기 너머’의 무엇과도 같다. 축제(festival) 역시 일상의 일탈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판타스틱과 축제의 만남은 꽤 환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바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피판)로, 그 상영작 하이라이트를 보면 피 튀기는 엽기적인 장면들, 좀비를 비롯해 ‘비인간’의 형상을 띤 괴물들이 등장하거나 환각적인 느낌을 주는 장면들 등을 주로 볼 수 있다. 실제 그것들은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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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 '친숙하면서도 낯선 봉준호의 영화'REVIEW/Movie 2013. 7. 27. 01:50
지옥도 닮은 다양한 알레고리의 중첩들 '실재의 사막' ▲ 스틸 ⓒ 모호필름, 오퍼스픽쳐스를 관통하는 알레고리들은 꽤나 서구적이다. 이것이 봉준호 감독의 기존 영화들과의 가장 큰, 그리고 단순한 차이일 것이다. 끝없이 달려 나가는 기차는 금속으로 완전히 쌓여 있고, 어떤 시선도 없다. 이는 마치 눈 먼 상태로 끊임없이 전진하는, 그러나 그 끝이 없는(죽음이 없는) 무한 동력의 괴물을 은유한다. 뱀파이어는 죽지 않기에 역설적으로 삶이 없는 존재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은 죽기에 유한한 생명은 소중하다. 오존층 파괴로 인해 뜨거워진 지구를 식히기 위해 대거 CW7이라는 물질을 살포하여 발생한 지구의 빙하기는, 그 기차에서는 단지 창문을 통해서만 보는 게 가능하다. 이는 지젝이 말한 “실재의 사막”의 꽁꽁 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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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러 라이브>: 테러와 라이브의 절묘한 균형카테고리 없음 2013. 7. 27. 01:46
'서사, 영상, 주제의식 모두 적절하다' ▲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은 역설적이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라이브'는 '테러'를 실제적인 것으로 고스란히 전한다는 '생생함'의 감각에 더해, 끔직한 테러를 '볼 수 있는' 정도로 바꾼다는 차원에서, 오히려 '위험함' 대신 '안전함'의 의미를 더한다. 곧 제목에서 '더 테러'와 '라이브'는 어떤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이 영화는 크게 현실의 몇몇 사건들의 지점을 통과한 이후에 우리에게 도착한 영화로, 의사(擬似) 현실의 가상적 체험의 생생함을 전한다. 그 사건들은 가령 이 정도가 될 것 같다. '9.11 테러'라는 큰 인명 피해를 불러온 참혹한 사건이 단지 쌍둥이 빌딩에 구멍이 나며 허물어지는 한 순간의 장면으로 치환되는 영상, 여러 테러 단체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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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준, 위성희 <눈앞에 없는 낯섦>: '세 가지의 메소드'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7. 26. 06:36
첫 번째 목을 잡고 이동하기, 두 번째 한 명은 상대방의 시선 바깥에 있으며 시건 바깥의 시선을 동시적으로 느끼기, 상대방은 그 사람의 시선의 경계에 있으며 그 시선을 증거하며 세 번째 한 명은 신체의 일부를 보기, 상대방은 그 전체를 보기. 이러한 3항조의 사건들, 동시에 세 가지의 메소드에 대한 서술을 더하고자 한다. ▲ 7월 20일 오후 3시경, [백남준 탄생 81주년 기념공연] 장현준, 위성희 '눈앞에 없는 낯섦' (이하 상동) 먼저 뒤엉킨 신체에서 나의 목을 잡은 너의 손은 내 신체 감각의 경계점이다. 내 시선을 상대방은 보고 굴절되어 자신과 상대방이 아닌 경계 곧 검은 영역을 보게 되어 시선은 외부를 향하는 대신 확장된 경계 안에 있다. 두 번째 내 시선은 내 뒤에 나를 비껴나는 데 있다(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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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VaQi <연극의 연습-인물 편>: '연극 너머로부터 연극으로'REVIEW/Theater 2013. 7. 16. 00:13
현존과 재현의 시차 ▲ 크리에이티브 VaQi [사진 제공=서울변방연극제] 의 시작은 배우들이 배우로서 현존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현재 너머의 역할을 궁구하게 한 채 이것이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환영으로의 프레임으로 넘어갈지에 대한 부분을 미지로 남겨 두고 있다. 그리고 의자에 앉고 치루는 워크숍-공연은 일종의 낭독 형태로 재현 연극의 외피를 입는다. 그리고 환영적 빛 아래 한 명씩 부각된 채 연극의 일부를 내지는 삶의 일부를 재현한다. 굳이 재연으로 다시 들어가 둘(현존과 재현)의 간극을 크게 벌리는 이유는 뭘까. 이는 연극에 대한 패러디 자체인 것인가. 각자 맡았던 연극의 인물이자 역할로 돌아갈 때, 거기에 가해지는 연출가인 이경성과의 인터뷰식 진행은 바뀌지 않는 대사의 일부를 모종의 의식의 흐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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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걸판 <그와 그녀의 옷장>: ' 정치·사회적 기표로서의 옷'REVIEW/Theater 2013. 7. 15. 23:33
▲ 연극 (오세혁 연출, 극단 걸판) 포스터 옷: 분리 불가능한 '한' 사람의 몫 말 없는 포즈들·움직임들의 인트로는 사회의 특정한(신분 내지 지위를 가졌다는 점에서) 그리고 불특정한(대표성을 지닌 누군가라는 점에서) 현실을 재현하며 경쾌한 음악 속에 전경화(前景化)된다. 옷은 신분·지위·삶의 내력을 상정한다. 이는 패션이 아니다. 굳이 패션을 대입하자면 스테레오타입화된 패션이다. 같은 업종에 있는 친구이기도 한 강호남과 김영광은 한 명이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말에 모자와 옷을 하나씩 나눠 갖는다. 온전한 작업복 한 벌은 두 사람의 분리불가능한 몸을 따라 분절된다. 의상은 이제 단순히 지위를 상정하는 것을 너머, 일종의 표피로서 본질을 점거하고 가상으로 바꾸는 데 이르며, 일하고 돈을 받을 수 있는 몫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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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의법정>: 원점에서,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REVIEW/Theater 2013. 7. 12. 04:06
'이것은 연극일 뿐' 배우들은 역할 이전의 상태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건 그저 연극입니다”라고 강조한다. 현재 연극은 어떤 경계를 긋고 들어간다는 것인가. 아님 이 말은 이미 적용되고 있는가. ‘크레타 섬 사람들의 거짓말 논리’가 여기에 해당된다. 연극이 자문을 구한 이광철 변호사는 검열이 너무 강압적이라는 의견을 전한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소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계속 진행되는 연극은 일종의 상투적인 통과의례 형식 먹는 게 가능하다며 여타 극장에서 통상 허용되지 않던 금기가 가능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대로 돌아가도 된다며 책임지지 않을 것임을 ‘공지’하며, 어떤 개인적인 자아로 소급되는 영역으로 연극을 한정 짓는다. 공연은 국가보안법의 야만성, 곧 헌법이 공연예술의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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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비꽃프로젝트 <파인 땡큐 앤드 유>: '개인적 (비)주체 너머로'REVIEW/Theater 2013. 7. 12. 03:26
▲ 달비꽃프로젝트 포스터 '묻지마'=의사소통체계의 단절 는 서울로 첫 상경하는 인물들의 삶을 드러낸다. 그리고 ‘서울’에 갖는 편견이 실제 서울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동시에 서울 사람으로서, 서울 사람 바깥으로 사유할 수 없던 지점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만든다. ‘묻지마 범죄’에서 ‘묻지마’라는 말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죄 이전에, 그 말의 기원에 균열을 일으킨 이후, 극은 전화상담원과 그녀를 수동적으로 지배하는 폭력적 언사들, 무조건적으로 그 말을 ‘휘두르는’ 모습, 그리고 그에 (비)대칭적으로 친절한 전화상담원의 모습을 상반적으로 선보인다. 여기서 전화상담원은 잉여 존재 같은, 자동응답기계의 모습이다. 이는 그녀를 유능한 직원 승진의 기회로 이끄는 통과의례의 지점이고,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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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변방연극제 개막작] 연극 <숙자 이야기>: 모나드, 거리두기, 개입, 그리고 미래REVIEW/Theater 2013. 7. 7. 16:19
▲ 7월 03일(수) 오후 7시 30분,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숙자 이야기’[사진 제공=서울변방연극제] 재현 너머 현시의 자리에서 화투로 점쳐보기, 혼잣말하기, 빈 무대에 각자의 자리를 점유한 할머니들에게는 이중의 자리가 부여된다. 이는 역할 너머 ‘존재 자체의 자리’로, 역사의 궤적이 체현되는 동시에 이들의 삶의 영토가 현시되는 순간이다. 또한 당연하게도 이는 연극이라는 프레임 속 재현되고 있음으로 드러난다. 반면 연기(演技)는 소통되지 않는 모나드들의 과잉으로 인해 연기(延期)되고 있다. 이들을 정치적 영역의 개체로 놓는 현실 정치에 의해 ‘권리-주체’이자 정치적 대상이 된다. 이후 이들을 경멸의 눈초리로 보는 두 여자의 돌발적인 비난으로 이어지고 그리고 한 할머니는 눈물을 훔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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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차이콥스키 :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 '복잡한 내면의 혼란과, 역동적 안무의 만남'PREVIEW/Dance 2013. 6. 29. 12:57
▲ 지난 6월 27일 오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전막 프레스콜, 차이콥스키 역에 이영철, 차이콥스키 내면 역에 정영재, 차이콥스키 부인 역에 박슬기, 폰 멕 부인 역에 유난희, 왕자 역에 배민순, 소녀 역에 신승원(이하 상동) 오는 30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국립발레단의 (보리스 에이프만 안무)가 열린다. 보리스 에이프만은 2006년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안무가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작품의 경우, 러시아의 황금마스크상을 안겼다. 발레 '차이코프스키'는 차이코프스키(이영철, 이동훈)의 청년시절,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 치고, 공상과 현실의 혼돈을 헤매며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그렸다. 차이코프스키의 내면(정영재, 박기현)을 등장시켜 차이코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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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배웅>: '삶과 죽음의 경계 넘기'REVIEW/Theater 2013. 6. 26. 00:35
▲ 6월 19일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극단실험극장의 프레스리허설 장면(이하 상동), 순철 역 오영수 배우(사진 좌측), 봉팔 역 이영석 배우 나이 지긋한 두 노인의 병실 뒤편에는 해바라기와 나무 한 그루와 정원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이 무슨 초현실주의적 조합인가. 마치 죽음 직전의 열차에 탑승한 대신 활짝 열린 야외로 바캉스를 떠난 것 같은 두 노인, 순철(오영수 배우), 봉팔 역(이영석 배우)은 그 자연과 여행을 환유한 채 병원의 어두운 이미지로부터 탈출한다. 마치 만담을 펼치듯 간호사와 의사에게 농담 따먹기를 하며 삶의 활력을 구가하는 두 노인이지만 이는 삶의 무료함을 극복하려는 삶의 애씀 그 자체이다. 아침이 오기를, 또 이어지는 식사를 기다리며 더딘 새벽의 시간은 죽음으로의 더딘 속도를 나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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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명랑 시골 로맨스 동백꽃>: 원작 '동백꽃'을 생생하게 되살리다REVIEW/Theater 2013. 6. 26. 00:11
▲ 지난 6월 19일 열린 대학로 아리랑 소극장 의 프레스콜(이하 상동) 왁자지껄한 시작, 관객석을 가로질러 무대 뒤편에서 등장하는 배우들, 제4의 벽을 열어젖히고 대화를 시도하는 배우들, ‘명랑 시골 로맨스 동백꽃’은 『동백꽃』에 대한 전적인 재현 대신에 관객이 역할 이전에 배우들에 동화되며 극의 환경에 적응하는 통과 의례적 과정을 비교적 길게 둔다. 김유정의 『동백꽃』은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이며 너무나도 유명한 우리의 고전이기에 대강의 내용은 모두 속속들이 아는 터, 어떻게 이야기를 생생하고 또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악은 무대 하수에 배치되어 시종일관 배우의 움직임과 함께 공명하는데, 놀랍게도 배우들의 몸짓은 단순한 동작이 아닌 우리의 장단을 순간순간 구현하는 측면이 있다.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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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으로 만든 작업들, 이세경 개인전PREVIEW/Visual arts 2013. 6. 25. 23:24
▲ 이세경_Recollection_Mountain_머리카락, 타일_38×41cm_2013_부분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이세경 개인전 (6.21-8.10)이 열린다. 이세경 작가는 머리카락을 소재로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해 왔다. 도예를 전공한 이후 독일 유학 시절, 자신이 꾸준히 다루어 온 '흙'의 범주를 너머 선 다양한 매체를 탐구했다.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으며 결국 유년기부터 관심을 가진 '머리카락'에 주목하여 매체로서 머리카락의 속성과 의미를 고찰하게 되었다. 머리카락은 예로부터 영혼과 물질이 합쳐지는 신성한 매개체 혹은 권력과 신분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동서고금에 걸쳐 다양한 문화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세경은 보다 일반적인 관점으로 머리카락에 접근하는데, 평소의 머리카락은 장식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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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순이 삼촌>: '끝나지 않은 것에 대한 물음들'REVIEW/Theater 2013. 6. 25. 23:07
'들리지 않는 침묵' ▲ 지난 6월 6일 열린 충무아트홀 중극장블랙에서 프레스콜 시연 모습(이하 상동) 영혼들을 소원하는 방식, 단조의 아티큘레이션을 두기, ‘위기’를 단속적으로 구현하는 완성되지 않는 사운드. '음악의 위태로움'으로 시작되는 은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내 아버지의 삼촌” 곧 순이 삼촌에 관한 이야기다. 무대는 모던하고 자연지형을 상정한 듯한 튀어나온 계단과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길로 형상화된다. 이 딱딱한 자연 지형은 어쩌면 현재적 삶으로 녹아들어 그 기억들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 무대 공기는 건조하고, ‘침묵’들은 들리지 않고, 무겁게 현실의 말들을 내리누른다. 여기 음악이 끼어들 틈은 없다. 진정한 현재로부터 출발은 불가능한가. 제사에서 영혼들의 밥과 순이 삼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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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3’전, 문화역서울 284에서...PREVIEW/Visual arts 2013. 6. 25. 09:17
▲ 23일 서울 창경궁로 문체부 청사에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밀라노 전시회 기획단 및 작가단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인사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오늘 21일(금)부터 7월 14일(일)까지 문화역서울 284 2층에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3’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4월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전시관에서 전시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Constancy & Change in Korean Traditional Craft 2013)전’을 국내에서 선보이는 후속 전시로서, 당시 한국공예전은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물론이고 유럽 지역으로부터 대대적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국내 전시를 통해 밀라노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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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팔래드 도쿄와의 큐레이터 양성 프로젝트 누벨바그 진행PREVIEW/Visual arts 2013. 6. 22. 13:17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2012년부터 프랑스 파리의 팔래드 도쿄와 함께 협약을 맺고, 큐레이터 양성을 위한 누벨바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훌륭한 큐레이터를 양성하고, 국제적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2012년 10월 1차 심사를 거쳐 선발된 3명의 기획자 중 팔레 드 도쿄의 최종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김해주 큐레이터(차학경, 김소라, 남화연 작가 참여)의 가 누벨바그의 한 전시로 선정되었다. 공모의 최종심사위원으로는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막시밀리아노 지오니, 얀스 호프만, 장 위베르 마르탱, 그리고 팔레 드 도쿄의 디렉터 장 드 루아지 등이 참여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큐레이터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국제적인 큐레이터 양성 및 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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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작가의 풍경 같은 전시 <Bird Eat Bird> 소식REVIEW/Visual arts 2013. 6. 22. 13:13
정지현의 세 번째 개인전 가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린다. 전시장 천장 공간에 다락방을 마련해 오브제를 설치했던 첫 번째 개인전 (갤러리스케이프, 2010), 전시장 내에 가벽을 둘러 오두막을 지었던 (프로젝트스페이스사루비아다방,2011)에 이어, 지하층에 미로와 벽을 향한 객석을 설치한 이번 개인전의 제목은 새가 새를 먹는다는 ‘Bird Eat Bird’이다. 개인을 무감각에 처하게 하는 날마다 속출하는 사건과 사고에 관한 말들이 그의 작업의 주제라면, 생산과 소비, 폐기의 빠른 순환을 거치는 자본주의 세계의 어느 틈에서 버려지는 오브제들은 그의 작업의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정지현은 이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의미를 이루기도 전에 증발하거나 흩어지는 말들에 대한 안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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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흐름에 시’를 띄워 보내다, 유희경 시인의 전시PREVIEW/Visual arts 2013. 6. 21. 14:13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은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시인 유희경의 두 번째 전시 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봄에 진행된 에 이어, 식물과 생명의 모티프를 발전시킨 ‘공간의 시집’ 두 번째 이야기다. 시인 유희경은 이번 전시에서 ‘물’에 띄워 보내는 ‘시’를 통해 감각으로 소통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구슬모아 당구장 첫 번째 전시에서 사소한 기억이나 상상에서 시작되어 언어와 의미의 이미지로 커져가는 ‘시’의 확장을 작은 씨앗에서 자라나는 ‘나무’의 성장으로 그려낸 유희경은, 이번 두 번째 전시에서 마음을 움직여 감각의 작동을 일으키는 ‘시’의 전달을 생명의 수태를 의미하는 ‘물’의 흐름에 담아 보여준다. 작가는 두 전시를 통해, 독자가 주체로 전환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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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국립현대무용단 <개와 그림자>: '현실에의 다양한 표지들'REVIEW/Dance 2013. 6. 20. 09:55
분류된 구획 안 유희 ▲ 지난 5월 24일 국립현대무용단 리허설 장면 (언론 리허설 관람은 6월 5일)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솜털 같은 흰 물체들을 층차를 둔 투명한 상자들의 합산이 무대 뒤쪽에 쌓여 있고, 무대 가를 두르고 있다. 색소폰 소리가 아련하게 한 더께 걸쳐 들어온다(참고로 리허설을 봤을 당시 음악은 완성되지 않았고 아직 준비 중에 있었다. 참고로 음악‧조명 등의 사용은 홍승엽 예술감독의 안무 이후 그에 맞춰 들어오는 게 통상적이라고 한다). 이들은 유영하듯 그 분위기에 침잠해 있고 그 안에서 논다. 누워서 헤엄치고 ‘각자의 내재적 시간을 갖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무엇보다 유아적이고 현실과 어떤 관계도 맺지 않는 듯 보인다. 개인적이고 비사회적인 인물들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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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림파혈전>: 정치의 불가능성과 미학적 표현의 자유로움 사이REVIEW/Theater 2013. 6. 20. 09:11
'만화와 무대의 혼종적 경계' ▲ 연극 (작 홍석진 / 연출 김제민 / 주최 극단 거미)_혜화동1번지 5기동인 2013 봄페스티벌 ⓒ혜화동1번지 5기동인[사진=이지락] (이하 상동) 애니메이션 화면은 아래에서 위로 한 화면씩 역동적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 속에 인물이 무대에 “등장한다”라는 메타 규칙과 함께 등장한다(곧 무대는 만화에서의 현현이며 만화의 설명이 무대의 내레이션으로 연장된다. 그리고 이 ‘등장’은 만화와 무대의 경계를 허물며 또 전환하는 것이다). 모래로 덮인 바닥, 애초 프로시니엄 아치로 경계 짓는 것이 어렵고, 어쩔 수 없이 ‘이 작은 공간을’ 공유하고, 모종의 참여가 전제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한 인물은 콧구멍에 ‘국보법경’을 숨기고 다닌다. 만화적 상상력은 화면에서 무대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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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레 <이방인>: 숨 막히는 시공간 속 '이방인'의 존재REVIEW/Dance 2013. 6. 20. 00:38
사회, 이방인을 만들다 ▲ 2012 국립발레단 창작팩토리 선정작 연습실 장면 [사진 제공=이고은발레단] (이하 상동) 현대인(주인공 ‘뫼르소’를 비롯하여)의 복장, 한 명(뫼르소의 어머니)의 장례식과 측면에서의 고양된 음악에 인물들의 죽음을 재상기시키는 환영적 조각들로서 몸, 의자가 사용되어 스텝이 가능하지 않게 됨으로써 상체 위주의 움직임이 알 수 없는 표정과 함께 강조된다. 붉은 옷과 꽃-영상, 유혹의 기표는 ‘마리’의 자유분방함은 절정을 향하고, 의자로 둘러쳐진 공간의 변전과 함께 이후 명확하게 구획을 만들며, 그 안에 갇힌 한 명의 타자(다른 옷 색깔을 통해)가 된다. 이 안에 여러 존재자들을 지배하는 이의 등장과 함께 붉은 옷의 여자는 이방인이 된다. 적막한 공기 속 긴장은 발레의 정형적 몸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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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을 반딧불이>: ‘상처를 마주하기’REVIEW/Theater 2013. 6. 18. 03:38
인트로: 사실적인 공간과 경계 너머 ▲ 지난 1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정의신 작, 김제훈 연출. 연극 프레스콜 (이하 상동) ‘무대 바닥’을 청소하기, 실내에서 요리하기, 이에 따라 앞서 들리던 배경음악은 곧 이 극 안의 음악이 된다. 존재와 그 행동에 의해 무대는 일종의 진정한 환영적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이 태연자약한 행동은 이 비워져 있던 공간이 예전부터 그들의 집이었음을 새삼 인식하게 한다. 다쓰모가 언급하는 ‘특별한 장면도 아닌데 가슴에 남아’ 기억되는 영화 속 장면은 다쓰모에게 있어 일종의 ‘시뮬라르크’가 아닌 기억의, 추억의 한 장면이 된다. 그리고 이 연극이 그러한 순간이 되길 기원하는 인트로의 일부이자 자기 지시적 언급이기도 하다. 이곳은 ‘휴게소’로 불리는 버려진 보트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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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 <총성(Salves)>: '지나감으로서 현현에서 열어젖힘의 정치로'REVIEW/Dance 2013. 6. 11. 09:53
'일상의 환영적 공간의 실잣기' ▲ 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 (안무가: 마기 마랭)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이하 상동) 릴 레코더 네 대, 널빤지들과 그 사이 열린 문들, 그리고 불 꺼진 객석, 곧 실잣기로 이어지는, 자신만의 내재적인 행동을 하는 이는 관객 한 명을 무대로 불러 세우며 그 실잣기의 네트워크적 층차를 만들어 간다. 이는 예상된 절차로서 반복된 행위로써 번져 나간다는 점에서, 사전에 약속된 ‘듯한’ 적확한 지정에 따르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모두(의 과정)는 무대라는 한계를 지우고 ‘일상의 환영’을 만든다. 곧 실제로 보이는 환영으로써 무대라는 환영을 인위적으로 지우고 동시에 지시한다. 이러한 ‘과도함’의 설정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무형의 실잣기는 실제적인 행위이자 다른 무엇도 지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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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히데키 연출 <더 비(THE BEE)>: '실재의 내파, 그리고 벌이 되다'REVIEW/Theater 2013. 6. 10. 19:48
'미궁에 빠지다' ▲ 작| 노다 히데키(Hideki Noda)•콜린 티번(Colin Teevan), 연출| 노다 히데키(Hideki Noda), 공동 제작 | 명동예술극장/동경예술극장/NODA•MAP [사진 제공=명동예술극장] (이하 상동) 아들 녀석의 선물을 산 샐러리맨 ‘이도’는 자신의 집을 향하던 중, 길이 폐쇄되어 집으로 가는 길이 봉쇄당한 현장을 맞게 된다. “Yes No”로 변전되는, 집을 들어가는 데 구하는 허락에 대한 경찰의 대답은 기자들의 인터뷰로 어느새 바뀐다. 그는 그의 집이라는 실재 앞에서 현장에 묶이게 된다. 사건 구획을 경계 짓던 경찰들의 말이 그를 옭아매는 것에서 정신없게 그의 삶을 겨누는 카메라로 대상이 옮겨지며 남자는 그저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수동적 입장에로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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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정훈목 <Jean Marc 존 막>: '언어를 비껴나는 신체'REVIEW/Dance 2013. 6. 10. 18:55
‘시선을 비껴가는 생명체’ ▲ [2013 한팩 솔로이스트] 정훈목 _안무가 프랭크 샤띠에Franck Chartier(벨기에)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누워서 흥건히 젖은 바닥에서 거의 알몸으로 정훈목은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 격렬한 테크닉, 뱅뱅 도는 몸은 시선을 이탈하고, 또 그 ‘벗어남’ 속에 땀의 서사를 또 그에 대한 감응을 도출한다. 불이 꺼지자 ‘실험실 가운’을 입은 할머니들이 그를 인도해 가 몸에 옷과 무릎 보호대를 씌워주는데, 이 남자는 그래서 어떤 실험 대상으로 상정된다. 그를 버려둔 채 앞으로 튀어 나온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실험 주체의 알 수 없는 현장 감식의 현실이 펼쳐지며 남자는 홀연히 의식을 잃는다(사실 죽음을 맞음에 더 가깝다). 울음과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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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허성임 <Entrance or en-trance 출입구 또는 몽환>: '현시되는 신체'REVIEW/Dance 2013. 6. 10. 18:42
‘경계 너머, 비성적 존재’ ▲ [2013 한팩 솔로이스트] 허성임 _안무가 스테프 레누어스Stef Lernous(벨기에)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순간적으로 발사되는 인공음은 어떤 강한 에너지를 상정한다. 이는 가상적인 배경음이 아닌 실제적 효과를 그녀를 압박한다. 희게 칠한 얼굴의 그녀는 이 파장의 사운드가 뿜어지는 순간 비명을 지르고 몸을 뒹군다. 몸의 뒤집힘이라는 사건이 체현되는 것이다. 이는 히스테리적 신체, 재난을 겪는 여성, 성적 폭행을 당하는 여성이란 젠더의 장을 상정하는 것을 넘어, 일종의 희생물과 같은 트릭스터로서 비성적인 어떤 존재로 드러나게 되는데 입을 벌리고 몸을 튕기고 음악이 균등하게 분배되고 정면을 마주할 때 이 존재는 완전히 트랜스된 상태에 있다.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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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건중 <Swift shift 스위프트 시프트> : 내면과 외부의 혼종적 경계REVIEW/Dance 2013. 6. 10. 18:29
무대와의 경계 ▲ [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건중 _안무가 하이디 비어탈러Heidi Vierthaler(독일)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커다란 흰 패널을 옮기러 온 스태프들, 무대로 온전히 집중되지 못한 상태에서 운반과 공사의 과정이 진행된다. 스태프 중 한 명을 체현하(고 있었던)는 무용수는 일종의 무대 바깥에서의 존재이자 그 직업적 정체성을 가진 채 무대에 스테레오타입의 사고를 기입하며 무대와 비-무대의 경계를 저울질했던 것이다. 막이 내려오며 그 틈에서 옷을 벗으며 무용수로 (되)돌아가던 그는 조명의 지지대가 되는 무대 내에서는 가려져 있던 거대한 프레임이 내려오는 가운데, 그 구조물 안에서 몸을 반전시키며 뒤틀린 신체를 보는 여러 관점을 창출한다. 이 거대한 프레임과는 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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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혜림 <Choice 초이스>: 텅 빈 기표의 실제적 울림REVIEW/Dance 2013. 6. 3. 13:39
‘텅 빈 기표’의 수행적 효과 ▲ (안무가 김재덕)의 솔로이스트 김혜림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내레이션과 고수를 대체한 주로 현대인의 급박한 일상의 흐름을 상징하는 표지이자 모더니즘 이후에 주로 그러한 의미로 전유된 시계의 초침소리, 여기에 김혜림은 신체를 합치시키며 수신호를 작동시킨다. 내레이션은 실제처럼 작동되며 안무의 표지를 만든다. ‘열림’에 대한 메시지, 열림은 가슴의 은유이자 상품 미학과 닫음의 인접적 제시이다. 그리고 위‧아래‧옆의 환유적 표지들은 일차적으로 인생에 대한 비유 차원으로 쓰이지 않는다. 다만 이 움직임의 축자적인 해석의 구현으로 드러낸다. ‘밑으로 내려갔다 위로 올라가는 게 원래의 선택이라면 밑으로 내려갔다가 옆으로 겪는 것은 어떻사옵니까?’라는 두 문장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