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
[모다페 2013] 최문석 안무, <Inst.Act>: '비-존재 되기의 불완전한 양상들'REVIEW/Dance 2013. 5. 28. 04:24
▲ 최문석 [사진 제공=모다페] 붉은 천에 검은 색 옷의 꿈틀거림과 치솟아 오름, 기이한 생명체의 탄생, 머리에 보통의 머리 하나가 더 있는 얼굴은 하얀 풍선으로 덮인 우주복 입은 존재가 풍선을 터뜨리고 기이한 존재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사실 이들은 어떤 기괴한 생명체의 출연을 인위적으로 감행하거나 부유함과 사유 이전의 유기체 덩어리 자체를 나타내는데, 변종보다 채 형성되지 않음의 전 단계로서 변용을 예고하는 데 가깝다. 비-존재 되기는 어떤 중심도, 차이 짓지 않음, 의미화‧기호화되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마이크를 매개로 하여 감정들이 드러나고, 관계의 주고받음 이후 비로소 존재의 모습을 갖추고, 손과 발을 기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 존재가 된다. ▲ 지난 5월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
연극 <홀연했던 사나이>: ‘영화라는 매체로의 꿈꾸기’REVIEW/Movie 2013. 5. 28. 03:55
과거와 현재의 혼종적 경계 ▲ 연극 (오세혁 작, 이윤주 연출) [사진 제공=연희단거리패] 은하수다방, ‘너구리’ cf 선전이 흐르는 어느 한낮의 하릴없이 게으른 풍경, 이것은 의고적 스타일로 그 시대를 알리는 시대-정보로서 흘려보낸 것이다. 그러나 곧 ‘한지붕 세가족’의 화면이 나오고 여기에 대사들을 지우고 그를 대신하는 화면과의 동기화를 이룬다. 이 동시성의 알레고리는 패러디의 기호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엄밀히 순돌이가 아닌 승돌이라는 점에서 패러디적 차용인 셈이고 일종의 ‘중첩된 기호’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장기하의 ‘싸구려커피’가 첫 무대 장면을 가리키고 지배하는 음악이자 타이틀이 되는데 이 복고 스타일의 곡은 과거의 (현재에 기입된) 흔적과 현재와 분리된 또 다른 현재로서 과거 그..
-
<엄마가 사라졌다>(김철승 연출) : '시차적 배치'와 '엄마의 환유'REVIEW/Theater 2013. 5. 28. 03:01
인터미션, 극적 시간을 일상으로 연장하다. ▲ (김철승 연출) [사진 제공=LIG아트홀] (이하 상동) ‘엄마가 사라졌다’는 말은 엄마가 현재 어디에 있음을 말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는 엄마가 사라졌음의 지점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가며 현재를 재구성하는 누빔점 역할을 한다. 테이블을 두고 모든 이는 만난다. 이 속에 엄마는 함께 위치하는가. 이십분 정도의 짧은 시간 뒤에 극은 인터미션을 갖는다. 엄마가 사라졌음을 알리는 콘텍스트는 이제 엄마의 외부성으로서 위치를 관객이 전유하며 과거를 기억의 지점으로 바꾸는 전제로 기능한다. 엄마가 사라진 공간에 덧붙여진 일상의 시간이라는 잉여를 통해 그 사실이 공통의 전제가 되는 것이다. 언어 텍스트가 아닌 배치의 몽타주를 통해 중요한 건 텍스트는 이후 크게 기능하지 ..
-
[모다페 2013] 안신희‧이윤경‧차진엽, <Three Lips>: '무용수의 개성'과 '무거운 서사'의 낯선 조우REVIEW/Dance 2013. 5. 28. 02:43
신화 모티브 속 개개인의 돌출적 지점 ▲ 이윤경 [사진 제공=모다페] 두 여자는 머리를 빗겨주고 받는 관계로 일상의 영토를 그리고, 그 바깥에 느리게 다른 한 명이 이를 가로질러 궁극에는 그 앞으로 나가게 되며, 전체적으로 비극적 전운이 감도는 의미의 재편이 서두를 장식한다. 세 ‘여인’의 만남은 필연적 전개이고, 서로 간의 뒤엉킴 이후 앞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남은 미래에 대한 예지적 기호를 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윤경은 하나하나 단단하게 움직임을 정초하는데, 음악과 구음이 뒤섞이는 황홀경 속에 춤꾼 그 자체가 된다. 신화의 내용적 표현 대신 살풀이 같은 절절함의 음악에 침잠된 이윤경은 무희 그 자체로 음악 자체에 대한 신명을 부여한다. 이는 춤 자체가 역할이 갖는 의미를 발생시킴에 다름 아닌데, 원..
-
[모다페 2013]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 데미안 잘렛, <바벨> : ‘타자로의 연대와 접속’REVIEW/Dance 2013. 5. 28. 02:37
소통으로서 언어의 역사를 조망하다 ▲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 데미안 잘렛Sidi Larbi Cherkaoui & Damien Jalet, BABEL(Words), ⓒ Koen Broos [사진 제공=모다페] (이하 상동) ’단순한 제스처들이 발전되어 소통의 언어 형식을 이룬다, 그리고 그 안에서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하다. 언어는 곧 오해와 이해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유동한다’, 일종의 언어에 대한 메타적인 탐문과 그러한 시원적 제스처로부터 끌어내는 언어를 춤의 기원과도 결부지어 생각하게 하는 내레이션과 몸짓들이 서두를 장식한다. 이 내레이션을 담당하는 인조 로봇 같은 여자의 목소리는 이 역사에서 현대로 오기까지의 시간들을 체현하고 전달하는 매체 자체가 된다. 이는 신성함(과거)과 평범함(현대)의 의미를 분..
-
다니엘 아브레우 컴퍼니 <Otros Rastros>: ‘명멸하는 어둠 속 움직임으로의 집중’REVIEW/Dance 2013. 5. 24. 14:23
▲ 다니엘 아브레우 컴퍼니(Cía. Daniel Abreu)의 [사진 제공=모다페] 다니엘 아브레우 컴퍼니(Cía. Daniel Abreu)의 는 단순한 움직임들을 느리고 정적으로 반복한다. 빛과 어둠을 원초적인 측면에서 사용하며 그와 같은 신비로움을 의식(儀式)적 움직임들로 치환한다. 이는 희미한 서사의 궤적을 따르는 것으로, 움직임을 그 서사(어둠의 정도를 통해서도 작동되지만 주요하게 음악에 의해서 역시 가동되는)에 환원시키기보다 신체 자체에 대한 집중을 유도한다. 빛과 어둠의 서사 ▲ 다니엘 아브레우 컴퍼니(Cía. Daniel Abreu)의 [사진 제공=모다페] 발가벗고 엎드려 있음의 포즈, 금세 밝아지며 이 어둠으로의 묘연한 뒤섞임은 순간에 그친다. 다만 정적과 두 몸만이 남았는데, 하나의 몸은..
-
연극 <소년이 그랬다>: '전도된 기호로 사회 균열을 드러내다'REVIEW/Theater 2013. 5. 22. 10:53
무대: 외부성의 표지 ▲ 5월 16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소년이그랬다(작. 톰 라이코스&스테포 난쑤 / 극본. 한현주 / 연출. 남인우) 프레스 리허설 (이하 상동) 양옆의 거대한 구조물로 버티고 있는 무대는 들락날락하는 공간으로서, 객석을 거대하게 관통하는 ‘텅 빈 중앙’ 그 자체로 존재하게 된다. 배우들은 두 개의 막을 교차해서 연기하고 이 끝으로부터의 시작을 야기한다. 배우들이 그 양 옆의 통로를 통과할 때 관객의 시선의 중심을 이탈하게 하며 외부성을 그대로 가져간다. 두 배우는 사건의 재현적으로 진행되어 가는 과정을 변용의 지점들로 가파르게 그려내고, 이는 한편 무대 양옆으로 이분되어 오가면서 ‘심리의 내러티브’로 드러난다. 한편 이 ‘외부성’은 객석 중앙을 통과하며 관객의 집중을 ..
-
연극 <채권자들>: '결여로부터 발생하는 사랑'REVIEW/Theater 2013. 5. 19. 15:03
무대-실재: ‘물 자체의 환상성’ ▲ 지난 5월 10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프레스리허설 장면 (이하 상동), 연극은 26일까지 열린다. 연극 은 1장 구스타프-아돌프, 2장 테클라-아돌프, 3장 구스타프-테클라, 이렇게 2명의 인물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각 장이 촘촘하게 교직되어 있다. 공간은 마치 실내가 열려 있는 느낌이다. ‘뚜껑이 열린 세계’라 하겠다. 실내가 야외와 혼합되어 있고 바위 등이 일상의 레디메이드들과 함께 조각적 대상들로 형상화되어 있다. 프로시니엄 아치 없이 단지 일종의 강을 형상화한 투명하고 일정하게 평평한 패널 그 위에 ‘탁’ 하고 놓인 커다란 패널이 있을 뿐이다. 이 조명의 밝음과 객석과 분리되지 않은 듯한 가까움은 객석과의 경계 허물기가 아닌 온전히 환상..
-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프로젝트 잠상 <도시내시경: 안산>: '이질적 시공간 속에서 마주하는 목소리들'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5. 17. 17:06
'친숙하지만 낯선 시공간' 2012 과천축제에서의 을 포함해 프로젝트 잠상(김조호 연출)의 일련의 작업들은 지역 특정적 과정을 거쳐 장소 특정적 배치의 결과물을 낳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전자가 그 지역의 사람들의 인터뷰를 수집하고 지역의 맥락들을 리서치하는 작업이라면, 후자는 페스티벌의 공간을 일시적으로 점유한 가운데 버려진 공간이라는 콘셉트의 신비스러운 방들의 미로 같은 특성에서 앞선 아카이브의 것들을 ‘낯설고도 친숙하게’ 확인하는 가운데 그 의미가 드러난다. 이 ‘낯설고도 친숙한 배치’ 안에 처한 또 하나의 낯설고도 친숙한 감각은 어떤 시간의 어그러진 재현에 의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간의 빗장’ 이 풀어헤쳐져 있기 때문일까. 일단 이 시간은 친숙한 어린 시절의 시간, 곧 개인적 추억으로의 ..
-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은하계의 까퓨쎅타를 찾아서La Caputxeta galàctica: '노동과 연기의 시차'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5. 16. 03:43
'엔지니어가 퍼포머로 거듭나는 순간' ▲ 지난 5월 4일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열린 은하계의 까퓨쎅타를 찾아서La Caputxeta galàctica (이하 상동) 인섹토트로픽스 Insectotròpics의 에서 ‘모든 것의 발생’은 기계 장치를 다루는 엔지니어의 집중과 손놀림에서 비롯된다. ‘모든 것의 표현’은 세 개의 실시간 중계 스크린에서 비롯된다. 이 기계에서 스크린으로의 번역은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감각적 사용과 그에 따른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에 의한 것이다. 기계에 밀착한 사람들과 스크린을 주시하는 사람들, 그리고 스크린 앞에 홀로 퍼포머가 된 사람의 사이에는 환영에 대한 일방적인 수용을 메타적으로 균열 짓는 지점이 발생한다. 실질적인 퍼포머로 분하는 이는 실상 이 화면 그리고 기계 장치와 결..
-
[LIG아트홀_댄스 엣지]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 <동행> : '연대의 감응'REVIEW/Dance 2013. 5. 16. 02:42
▲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 , LIG아트홀ㆍ합정 개관기념 공연 댄스 엣지Dance-edge ⓒ 김찬복 [사진 제공=LIG아트홀] 먼 곳을 응시한다. 불확실한 여정에 대한 인식의 무지를 담은 채 안정적으로 몸을 유지하되 급작스레 분출한다. 둘이지만 평행선상의 시선을 이룬다는 점에서 각각이었던 이들에게 나타난 음악의 파장에 의해 돌연 이 혼자 가는 길에 희망의 서광이 비치는 듯하다. 약간의 각기 섞인 웨이브와 부드러움의 반반의 배합으로 안정과 폭발의 양면을 표현한다. 두 남자가 하나의 곳을 보고 이 둘의 움직임이 겹칠 때 그리고 엇갈렸다. 다시 만날 때에 동행의 여정은 확인된다. 쾅쾅 닫히는 단속적인 사운드 효과의 외부성은 둘의 동행의 의미를 더 절실하고 절박하게 만든다. 둘의 연대는 이 하나를 보고 동일한..
-
[LIG아트홀_댄스 엣지] 장정희 <평행-선 線> : '한국적인 무용이란'REVIEW/Dance 2013. 5. 16. 02:39
▲ 장정희 , LIG아트홀ㆍ합정 개관기념 공연 댄스 엣지Dance-edge ⓒ 김상협 [사진 제공=LIG아트홀] 누에고치처럼 감싼 천으로 뭉뚱그려져 있는 남자는 고르지 않은 주름을 함입하고 있음으로써 무생명적 존재 또한 동물적 신체를 가져가게 된다. 여기 흰 옷을 입은 여자(존재)의 출현은 그녀가 눈을 감고 있다는 점에서 양옆에 남자들 (어둠)에 영을 저당 잡힌 것으로 느껴지게 한다. 빛이 트이고 여자는 눈을 뜬다. 미지로의 심각함, 직선의 빛과 거기서 나오는 길의 은유, 실질적인 움직임의 경계를 형성하는 문, 슬픔이 머무르는 한의 내면화 등은 사실상 표현의 형식을 이루기에 앞서 그 자체로 클리셰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의 정서, 움직임은 가령 왜 비극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일까. 이는 표현의 실질이라기보다..
-
[LIG아트홀_댄스 엣지] 이선아 <Touch!>: 현혹의 이미지와 몸의 노동 사이에서REVIEW/Dance 2013. 5. 16. 02:37
미시-신체가 만드는 환영적 세계 ▲ 이선아 , LIG아트홀ㆍ합정 개관기념 공연 댄스 엣지Dance-edge ⓒ 김두영 [사진 제공=LIG아트홀] 이선아는 스스로로부터 특별한 세계를 파생 그리고 재생시킨다. 손발의 미시적 분배의 장은 미니멀하게 비칠 수도 있지만 거시적이라 볼 수도 있다. 하나의 세계 안에 자잘한 존재들이 살아 움직이고 이를 멈춘 커다란 몸통이 감싸 안고 있는 형국으로 본다면. 역으로 손발의 움직임이 각자 하나의 동력을 갖춘 무엇으로, 이것들의 움직임이 상호 작용하며 하나의 세계 속에 머문다는 느낌으로 이 작업을 보지 않는다면, 재미를 얻지 못할 것이다. 곧 하나의 몸이 아닌, 몸통을 제한 부분-신체들, 가령 발가락의 단독적인 움직임과 같은 미시 신체의 움직임에 대한 재생으로 이 작업을 그..
-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레오(LEO) : '90도 뒤틀린 공간이 주는 환영적 세계'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5. 14. 08:59
'90도의 환영성' ▲ 레오(LEO) ⓒ Heiko Kalmbach [사진 제공=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어둠 속 화이트 스크린, 그 옆의 무대는 인터액티브의 조응 관계로, 쌍생아 같은 관계를 형성했는데, 이는 실은 ‘복제된 미미한 시차’ 에 불과한 것이기는 했지만, 그에 앞서 이 사람의 옆으로 돌아서 있다는 것, 곧 정면성 대신 외부 층위들로의 접속을 꾀함으로써 관객 대신 무대 바깥 층위를 택하는 듯한 제스처를 선택함으로써 가능했다. 사실 이 뒤집힘의 구조물을 따른 무대 안에서 오밀조밀한 움직임을 만드는, 대부분의 극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가 발을 바닥에서 결코 떼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는 중력의 법칙을 어긋날 수 없음을 의미하면서, 곧 화면에서는 그러하다는 것을 상정하면서 그 기대지평이 어긋남으로..
-
<늙은 뱃사람의 노래> : ‘라이브 밴드와 동화의 기기묘묘한 결합’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5. 14. 05:06
▲ [사진 제공=LG아트센터] 는 환상적인 이야기 구조로 이뤄져 있다. 알바트로스를 죽인 뱃사람을 용서한 선원들이 정령들의 분노에 따른 항해의 어려움 탓에 죽은 알바트로스를 목에 걸어 죗값을 치루라는 명을 하고, 배는 유령선을 만나게 된다. 선원들은 그 뒤로 모두 죽고 뱃사람만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내용이다. 전반적인 내용은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의 뜻을 어겼을 때 겪는 고난이라는 전형적인 신화의 줄거리를 그 운명 자체의 비극으로 소급시키는 대신, 그것을 겪는 미약한 존재들의 고난의 파란만장한 서사 뒤의 운명애, 그리고 불행 뒤에 찾아오는 역설적이고도 비극적인 행복과도 같은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데 가깝다. 신과 그의 뜻이 중요한 것이라기보다 그것으로 인해 일그러지는 삶의 반영을 승화시키는 고된 삶 자체의..
-
연극 <해변의 카프카> : ‘경계 넘기’가 가져다주는 삶의 축복성REVIEW/Theater 2013. 5. 14. 03:43
장엄한 거대 서사의 궤적 ▲ 지난 5월 8일 열린 프레스콜 장면 (이하 상동) 는 삶과 역사를 꾀는 거대 서사의 흐름을 가져간다. ‘어딘가에서 와서 어딘가로 간다’는 콘셉트는 삶을 의도치 않은 여행으로, 삶의 여정을 또한 길로, 비유하는 세계관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발적으로 맺는 관계는 거의 필연적인 운명의 한 부분으로 작용하며 이러한 관계 맺음이 스스로로 완성되지 않는 삶의 총체적인 궤적임을 또한 역설한다. 이러한 ‘미지로의 여행’이라는 서사는 이중의 평면으로 진행된다. 카프카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과 나카타의 잃어버린 반쪽의 그림자를 찾아가는 과정은 한편 역사와 개인의 층위가 병치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며, 결국 이 둘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근원적인 지점의 입구를 여는 데 성공한다. 연극을..
-
<2013 오뉴월 MAY FEST> 리뷰 : '예술, 갤러리 바깥으로 나가다'REVIEW/Visual arts 2013. 5. 14. 01:04
확장 실험 스페이스 오뉴월을 소재로 그 일대 성북동 선잠로 교통섬 일대에서 벌어진 는 자율적 참여와 제한 없는 참여로써 이뤄졌다. 이는 별다른 의미가 발생하지 않는 ‘공공적 영역’을 점유한 ‘갤러리 공간의 확장’의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스페이스 오뉴월은 이번 행사에 크게 세 개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먼저 'Let's Hang: Whatever you can carry'는 별도의 심사 없이 누구든 작품을 들고 와 걸 수 있게 했다. 두 번째로 '2013 BYOB Seoul'은 'BYOB'(Bring Your Own Beamer)라는 전 세계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영상 작품과 프로젝터, 플레이어를 직접 가져와 상영하는 미디어 아트 축제의 콘셉트를 차용했다. 이는 2010년 베를린에서 시작돼 런던, 뉴..
-
연극 <트라우마 수리공> : '꿈이란 겹의 논리에 들어서서'REVIEW/Theater 2013. 5. 13. 23:43
‘겹으로 된 꿈과 현실 세계’ ▲ 지난 5월 9일 오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런닝타임=120분) 프레스 리허설 장면(이하 상동) 맨 처음 무대에 들어서기 전 구슬 하나씩을 받게 되는데, 이는 통과의례적인 차원에서 지급되는 물질의 증여인 셈으로 그다지 자본의 가치가 섞여 있지는 않으며 극 자체에서도 필요한 부분이 아니다. 다만 극 자체의 요지경 같은 세상과 전도됨을 반복하는 꿈의 논리를 그 자체로 환유하는 사물이기도 하다. 무대는 의도적으로 매우 답답한 구성을 갖고 있는데, 단순하면서 빠져 나갈 수 없는 유폐된 식의 모더니즘적 느낌을 안고 있으면서 일종의 스크린으로서 역할을 하는 막이 중간 뒤쪽에 위치하고 그 뒤에는 일종의 통로(구멍)를 안고 있다. 이 틈은 그 뒤를 보여주는 대신 비가시성의 은..
-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 프라미스드 랜드(Promised Land, 2012) 리뷰REVIEW/Movie 2013. 5. 13. 22:02
'개발의 논리'와 '보전의 논리' 사이에서 ▲ 스티브 버틀러 역 맷 데이먼, 프라미스드 랜드(Promised Land, 2012) 스틸 [사진 제공=서울환경영화제 홍보팀] 10회 서울환경영화제의 개막작 프라미스드 랜드(Promised Land, 2012)는 환경 개발을 설득하기 위해 작은 시골 마을에 불시착한 ‘글로벌(Global)’ 직원 스티브 버틀러(맷 데이먼)가 좌충우돌의 사건들을 겪는 과정을 자연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한 편의 드라마로 엮어내며 감동을 끌어내는 수작이다. 환경과 관련해 ‘개발을 하면 더 나은 삶이 주어진다’는 명제는 조건과 그 결과에 각각 이중의 의미를 전제하고 있다. 우선 그 조건에서 ‘개발에 따른 환경의 파괴인가?’, 아니면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일시적인 파괴는 감수할 수밖에..
-
‘서울연습-모델, 하우스’: '연극은 어떻게 일상의 시공간을 여는가"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5. 9. 12:22
'무대-공간을 벗어나다' 구름과 풍선, 비와 비를 맞음이 시작과 끝의 상동성은 자연과의 합치라는 메타포를 제공하는 한편 이 무대를 단지 무대가 아닌 그야말로 탈-무대, 그리고 자연에의 사유 그 자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는 공간을 비우는 방식, 연극으로부터 벗어나며 삶의 이야기들로부터 연극의 이름을 희미하게 건져 올리는 내지는 구출해 내는 이 작품의 묘와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이 오프닝과 엔딩 신을 잉여적이면서 동시에 그의 작품을 주요하게 설명하는 측면의 일부로 기능한다면 뒤이어 이경성이 처음 무대를 구성하는 방식은 꽤 단순한 듯 특이한 데가 있다. 이는 일종의 공간을 탈공간화시키며 중첩시키는 방식에 의한다. 연출자 이경성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곧 일상의 평범한 사람들을 전유한 배우들과 인..
-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 : ‘어떻게 연극은 살아 있음을 경유할 수 있는가’REVIEW/Theater 2013. 5. 9. 12:00
무대로 들어가는 관문을 너머 ▲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Cries and Whispers) ⓒ Foto Istvan Biro [사진 제공=국립극장]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Cries and Whispers)의 무대로 입성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막이 오르기 위해서는 백스테이지를 경유한 일종의 통과의례가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설명은 충분치 않은데 비닐로 된 파란색 덧신을 극장 바깥 로비에서 받고 신은 이후, 백스테이지로 들어가는 즉시 연극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막이라 함은 잉그마르 베리만의 영화를 찍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 영화를 찍기 전에 배우들이 무슨 역을 맡고 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할 감독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관객들이 가까이서 인식하게 되는 것이 통과의례의 전부이다. 결과적으로는 각..
-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개막작] <칼리굴라_리믹스> : 말의 파국과 광기의 도주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5. 9. 10:54
오케스트라-지배의 절합 구도 ▲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개막작] [사진 제공=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이하 상동) 경사도를 가진 테이블, 원탁을 기하학적 배열화한 테이블에 인물들의 배치가 이뤄진다. 칼리굴라는 뒤로 돌아 있고 그의 일종의 지휘봉을 가지고 여기저기를 지정하는 행동부터 시작해 그는 일종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이며 다른 이들은 오케스트라가 되는 동시에, 이는 그를 중심으로 도열한 일종의 지배‧피지배집단을 연상시킨다. 역으로 따져 본다면 오케스트라라는 것 역시 대표성을 띤 지휘자라는 엄격한 격식의 실천과 실질적인 이끌어감의 주체가 가로놓이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왕권을 지닌 국가의 정확한 은유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칼리굴라는 “흥”하고 자신을 경유해 그들 집단에 집중되는 분위기를 내차버린다. 이러한 ..
-
<리바이어던(Leviathan)> 리뷰 : '사물의 시선으로'카테고리 없음 2013. 5. 3. 15:20
▲ 포스터 [사진 출처=imdb] 지난 4월 29일 두산아트센터에서 두산인문극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영된 (2012, 루시엔 캐스탱-테일러, 베레나 파라벨)은 마치 ‘사물의 시선’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라 봐야할지 다큐멘터리의 일종으로 봐야할지 의문이 가는 이 작업에서 ‘사물’의 의미는 중의적인데 은 물론 카메라의 시선 자체를 따라가는 것이면서 동시에 이 카메라가 겪는 온갖 파국적 상황에 따라 부유하는 곧 상황과 절합되는 카메라라는 것의 체험적 시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카메라를 든 사람이라는 매개가 다른 방식으로 교체되어 있음의 전제가 있을 것이다. 시종일관 가득 찬 사운드는 마치 볼 수는 없는 카메라 자체가 우리고 그 카메라가 응전해야 하는, 온갖 정신없는 결코 벗어날 수 없..
-
M-note 현대무용단 <차리다> : 평행의 리듬 속 변주의 순간들REVIEW/Dance 2013. 5. 3. 14:57
▲ LIG아트홀ㆍ합정 개관기념 공연 댄스 엣지Dance-edge, M-note 현대무용단 ⓒ 이운식 [사진 제공=LIG아트홀] 지난 4월 30일과 5월 1일 LIG아트홀ㆍ합정에서 열린 M-note 현대무용단의 ('차'는 ‘여기, 이’란 뜻의 지시사 차(此)와 다도에서의 차(茶)를 이중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차리다'는 그 옛말이 '정신을 차리다'라는 뜻을 지니는 것처럼 동사적 의미로 ‘알아차리다’의 의미를 내포한다)는 움직임들이 하나의 자장으로 묶여 있으며, 한 명의 움직임이 이후 그림자처럼 다음 사람을 따라 붙는 식의 시차를 생산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무대는 어둠 속 아스라이 깔린 빛, 점차 밝아진 신비한 장을 형성한다. 이 환경 속 미지의 존재자들은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접속하고 움직임은 순간 모방의..
-
밝넝쿨, 이은경 <Hard Duo> : '제4의 벽'을 열어젖혔을 때REVIEW/Dance 2013. 5. 3. 14:40
▲ LIG아트홀ㆍ합정 개관기념 공연 댄스 엣지Dance-edge, 밝넝쿨, 이은경 지난 4월 30일 열린 공연 장면 ⓒ 이운식 [사진 제공=LIG아트홀] 밝넝쿨과 이은경은 제4의 벽을 열어젖힌다. 관객에게 자신들의 춤이 현재 벌어지고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모종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 춤은 재현되고 있음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사유가 부가되는데 ‘이 춤은 재현된 무엇을 드러낸다’라는 것이다. 패션쇼의 형식을 차용한 몸짓들과 의도적인 춤판의 열어젖힘의 만남은 이제 현실 코드의 전유와 지금 여기의 현시 사이에서 춤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향한다. 단순한 코드의 조합, 곧 패션쇼의 분위기를 달구는 소진되는 반복의 음악, 그리고 그에 부가되는 몸짓은 음악의 지루함, 그리고 몸짓의 소진, 곧 춤의 ..
-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 : ‘꿈과 현실의 시차’REVIEW/Theater 2013. 4. 29. 09:59
‘뽑히지 않은 칼’ ▲ 4월 26일 (작가: 고연옥, 연출: 강량원) 프레스리허설 (이하 11cut 상동) 제목인 '칼집 속에 아버지'는 어떤 은유도 아니다. 이는 ‘아버지의 위치’를 가리킨다는 축자적 해석이 가능함으로 이어진다. 칼을 뽑으면 아버지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칼을 뽑는 행위는 그 칼끝이 외부로 향하는 과정에서, 결코 그것만이 주가 아닌 가운데, 이 ‘칼집 속에 아버지’가 드러난다는 예언의 효과를 함축한다. (작가: 고연옥, 연출: 강량원)에서 갈매(김영민)는 칼을 뽑기를 주저한다. 이는 유약해 보이고 아무런 의지도 없는 존재로 그를 보이게 할 정도다. 그리고 그는 늘 실제로 꿈꾸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곧 칼을 뽑는 행위는 외부의 적에 대한 공포가 아닌, 스스로를 향하는..
-
연극 <안티고네>: '실재는 무엇인가'REVIEW/Theater 2013. 4. 21. 05:31
이 작품은 안티고네의 극인가. 크레온의 극인가. 어디에 극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가, 그것을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인다. 안티고네는 실재(Real)의 지점을 건드리는가. 죽음에서부터 시작되는 테베는 죽음의 징후로 가득하다. 테베 시민들은 전형적인 코러스의 모습이 아니다. 하나의 목소리로 수렴되지 않는 의견의 분별을 보이는 군중의 모습에 가깝다. 공포를 마주하고 죽음의 징후를 온 몸으로 드러내는 이들은 신의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들판에서 헤맨다. 한편으로 신의 뜻을 갈구하는 자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것과 거리가 멀어진 저주 받은 산주검이다. 이들은 현실과 신의 경계 영역에서 그 말을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는 영매와도 같은 모습이지만 그것을 듣는 데 실패하는 오로지 그 실패로써 삶을 끝내지 못하고 ..
-
[페스티벌 봄] <와의와의과의과 같이>: '재현과 표현의 시차'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4. 21. 04:28
재현과 표현의 시차 (공동 연출: 이강일, 최승윤, 위성희, 장현준) ⓒ 장현준 세 명은 삼각형 구도를 이뤄 하나·둘·셋의 순번으로 앞 사람을 모방한다. 흰 와이셔츠에 검은 바지는 개성 없는 불특정한 현대인, 가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고와 디디의 변주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동작과 단어는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데 순서대로 반복하여 일정한 단위를 또한 이룬다. 문장을 혹은 단어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 문장(단어)이 지닌 속도와 제한된 시간의 제약 내지 규칙에 좌우된다. 이는 재현이 얼마나 원본(선후 관계의 앞)을 똑같이 재현하느냐의 문제 이전에 그 만큼의 발생된 시간과 어렴풋한 형태에 대한 강박적 집착에 의해 이 발화가 추동되고 있음을, 나아가 그 발화되고 있음에 더 크게 초점이 맞춰지게 되는 것이다...
-
서현석 <무대 공포>: 전도된 실재-환영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4. 21. 04:13
를 보는 균열의 지점 ⓒ 서현석 는 극장은 블랙박스(암흑 공간)라는 정의를 축자적으로 구현해 내는 데서 출발한다. 곧 오롯한 이 어둠에 빛이 투영되어 죽음에서 삶을 탄생시키며, 무에서 유를 일시적으로 창출하는 마법술의 공간으로 기능을 하는, 작위적이고 그래서 특별한, 어떤 장치적 공간으로서 기능하는 지점에 맞닿은 채로. 이는 다시 극장이 야외가 아닌 실내로 들어오고 조명(빛)의 발명과 발전에 맞춰 ‘현재의 극장’이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음을 상기시키며 ‘극장 발생’의 시원적 지점을 메타적으로 성찰하게끔 한다. 가령 프로젝션을 통해 몇 개의 흩날리는 실크 스크린을 투과하는 문장들을 환영 자체로 드러내는 장면 같은 경우는 장치의 개념과 이 장치를 가능케 하는 어둠으로서 무대를 정의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 어둠..
-
전시 '더 완벽한 날', '앙트완 프럼/장-루이 쉴러' 스크리닝 리뷰REVIEW/Visual arts 2013. 4. 14. 22:47
오는 6월 23일까지 아트선재센터의 기획전 《더 완벽한 날: 무담 룩셈부르크 컬렉션》이 열린다. 전시 제목인 ‘더 완벽한 날’은 실비 블로셰의 영상 작업으로, 미국 대통령 후보 시절, 버락 오바마가 했었던 유명한 연설을 바탕으로, 오바마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내용을 노래하는 한 뮤지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유토피아'라는 주제어를 가지고 유럽의 현대미술관 '무담 룩셈부르크 (Mudam Luxembourg)'의 550여 점의 소장품 중 동시대 미술가 23명의 설치, 회화, 사진, 비디오 작업 등 30여 점의 작품을 선별했다. 12일 전시 오프닝 프로그램으로, 무담 룩셈부르크의 디렉터 엔리코 룽기가 참여한 토크 프로그램과 함께 상영된 앙트완 프럼과 장-루이 쉴러의 영상 작품을 살펴 본다.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