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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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메커니즘〉: 원자, 시스템, 공동체REVIEW/Dance 2026. 10. 6. 20:05
재연, 배가와 감축 〈메커니즘〉은 진자 운동의 모티브를 가져오는 것――에서 시작해, 원형 집단에의 제의적 차원으로의 확장을 꾀하는데, 처음 1에서 2로, 다시 3으로 인원이 배가되는 과정은 움직임의 기초적인 동시에 기원적인 순간을 압축적인 단편의 전개 양상으로 추출한다. 곧 어둠 속에서 권혁의 무대 중앙부 뒤쪽 ‘직립’이 추의 수직적 기호와 주체적 위치의 소실점이라 한다면, 이후, 이후 그의 상수 쪽 옆에 선 존재―한규은―가 그의 몸짓을 함축하는 가운데, 과거가 현재로 건너오면서, 장소의 범위가 확장된다. 이때 음악이 출현하면서 동작에 강세를 더하는데, 사선으로 비켜 선 둘의 조합은 실존적 양상의 차원을 가정한다면, 다시 셋―변혜림이 가세한다.―으로 갔을 때 이 복제된 그리고 독립된 이미지는 관계 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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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사이스 William Forsythe, 〈하나의 편평한 것, 복제된 One flat thing, reproduced〉: 생성의 기호들REVIEW/Dance 2026. 10. 6. 20:04
전-표현적인 기호 〈하나의 편평한 것, 복제된〉(이하 〈편평한〉)은 20개의 금속 테이블로 무대 너비를 거의 채우며, 시각적 차원의 ‘영역’, 부감으로 비스듬하게 내려보는 그래프적 맵을 만든다. 곧 테이블은 무대를 갈음하는 부상된 영토이자 신체의 지지체이며, 신체들을 좌표 차원으로 식별하게 하는 시각적 질서를 ‘차갑게’ 구성한다. 그것은 신체의 용출이 벌어지는 터전이지만, 이를 수용하고 나아가 허락하는 곳으로서 신체 지배적인 어떤 대상이다. 테이블은 신체를 함입하고, 실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신체성을 지닌다. “하나의 편평한 것”이 먼저 있고 존재들은 “복제된” 차원으로 거기에 배속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는 건 그 위에 떠 있는, 부유하는 신체들의 합선을 더 보는 게 아니라, 그 굳어 있는, 고정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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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겹겹〉: 겹에서 겹으로REVIEW/Dance 2026. 10. 6. 20:03
해체되는 서사 〈겹겹〉은 네 명의 무용수가 대칭된 구도를 지키면서 움직이는데, 이는 중앙의 거대한 사초롱 같은 흰 베를 두른 기둥을 임시 가설해 놨기 때문이다. 프로시니엄 아치를 해체하고, 평평한 하나의 공간에 가의 4면으로 두른 객석으로부터 45도 각도로 모로 기울어져 있는 중앙 기둥은, 정확히 공간의 중심이자 기념비이며, 그 각각의 모서리를 기준으로 바깥으로 연장한 가상의 삼각형 구획 아래 속하면서 외회전하며 집단적으로 중심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곧 주요한 전제이다. 〈겹겹〉은 일종의 의례이며, 구조물을 싸고 있는 베와 그것을 해체한 후 다시 사선으로 잡아 드리우며 클라이맥스의 길베를 오래 하는 것에서는 완연하다. 〈겹겹〉은 전 작, 〈재활용? 제활용!〉의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다. 네 명의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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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김, 〈씻김, 무악과 만나는 몸의 자전〉: 전통의 순수 보존적 차원 혹은 형식적-실험적 차원REVIEW/Dance 2026. 10. 6. 20:03
내부로 소구되는 춤 〈씻김, 무악과 만나는 몸의 자전〉(이하 〈씻김〉)은 김영은, 홍은주, 김순정, 그리고 무녀 이소영의 실제 씻김 이후 박은하로, 각각의 무대들을 거친 후 모두가 함께하는 열린 무대의 시간이 만들어진다. 상수 가에 시나위 그룹 신청악회의 연주가 동반한다. 제목은 ‘씻김굿’을 분절해서 조금 길게 풀어 쓴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무대의 실질적 행위자들의 결합, 곧 매체적 결합으로서 음악과 움직임의 자리를 명시한 이 제목은 왜 공전이 아닌 자전을 택한 것일까. 씻김이 무녀의 역할, 곧 외부로 향할 때 또는 외부를 매개할 때 발생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또한 외부의 응어리와 한 따위를 품고 또 다른 외부의 초재적 힘을 끌어오면서 그것을 해소하는 일이라면, 그것은 공전이 맞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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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사춤, 〈회귀의 궤적〉: 결정적인 혹은 환원적인REVIEW/Dance 2026. 10. 6. 20:03
맴돎으로서 존재 〈회귀의 궤적〉은 정용진의 승무를 시작으로, 이를 삶의 자전 축으로 놓고, 물린 뒤, 역동적인 삶의 흐름을 서사적이고 드라마적인 차원에서 전경으로 펼쳐 놓는다. 승무라는 고유한 리듬이 배경으로, 기초적인 삶의 전제로 잠재하게 된다면, 이후의 시간은 극적 차원으로 진작되고 고양된다. ‘회귀의 궤적’은 이 전자에 깃든 영원하고 무한한 시간의 차원에서 현재적이며, 극 전체의 양식에서는 후자가 전자로 되돌아간다는 의미에서 구조적이고 또한 과거-미래적이다. 인트로 영상으로 1972년의 한영숙 무용가의 담장 밑 승무 기록 흑백 영상이 나오는데, 영상 삽입은 복합 미디어의 지향보다는 전통을 계승하는 현재성의 의미를 지향하는 공연에서 원본을 확정을 짓고 그것의 아우라를 나타내기 위한 일종의 관습적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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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프리먼 작, 강보름 연출, 〈크립스〉: 시대착오적인 동시대성REVIEW/Dance 2026. 10. 6. 19:32
상징계의 틈 〈크립스〉가 펼쳐지는 남자 화장실이라는 단일 공간은 네 명의 뇌병변장애인들이 이곳이 속한 장애인 보호작업 시설에서의 노동을 피해, 일종의 의도적으로 일을 지연시키는 사보타주 행위를 지속함으로써 유지된다. 처음 짐이 대신 파견되고, 손더슨이 조명으로 구획된 공간의 경계를 단속적으로 두드리다 들어오고, 결국 카슨이 방문하는 사태에 이르지만, 이들은 뻔뻔하게(?) 그때마다 화장실에서의 용무를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그들의 경계, 외부의 압력이라는 하나의 주요 플롯이, 사회와 환경의 힘이 전제가 되고 있음은, 그것이 예외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이 일과 시간으로부터 기원하는 부분이며, 그럼에도 이들이 조바심을 낸다거나 하지 않는 것, 또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이곳 자체의 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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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032, 〈예쁜어린이선발대회〉(작/연출 한아름): 예쁨에 대한 신화학적 탐침REVIEW/Dance 2026. 10. 6. 19:32
선망의 아이콘의 자리 〈예쁜어린이선발대회〉(이하 〈예쁜어린이〉)는 동명의 대회에 출전해 예쁜어린이상을 받고자 하는 초등학생 나비의 강박적 외모 가꾸기와 좌절 및 시련의 과정을 다루는데, 여기서 “예쁜어린이선발대회”는 미스코리아 대회와 같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인대회를 고스란히 어린이에게 투사해 놓은 것이다. 그 첫 등장이자 시작으로 참가번호 1번부터 3번인 나비에 이르는, 사회자의 멘트가 ‘예쁨’에서 최종적으로 ‘귀여움’으로 전환되는 이 과정은, 나비 역의 김하진 배우 한 명에 가해지는 가치 전도의 과정으로, 아마도 공연에서 가장 인식론적인 충격을 수여하는 시퀀스다. 먼저 어두운 배경에서 사회자가 오른쪽 손에 든 마이크 쪽으로 얼굴을 향해 그 발화의 중요도를 가시화하며 대회 참가자들을 한 명씩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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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덕호, 〈괸돌클럽〉: 타자로부터 ‘나’를 재활성하기REVIEW/Theater 2026. 10. 6. 19:32
타자로부터 〈괸돌클럽〉은 길덕호가 2018년부터 강화도에서 만나온 노인들을 호명해 온다. 다큐멘터리 연극에서도 버바텀 연극의 양식이 주효하며, 노인 각각의 현존이 불거졌다 가라앉는 반복된 기술의 흐름이 그것을 지탱한다. 각각의 서사-모나드는 각자의 관심을 충족할 뿐이며, 유기적인 하나의 완성된 서사를 이루는 데는 무관심한데, 이 같은 엮는 방식의 종합, 엮는 방식으로써만 가능한 종합에 대해 어떻게 소명할 수 있을까. 더 근본적으로 노인들의 이야기를 불러오는 것에 대한 의도 혹은 욕망, 그러니까 작품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을까. 종합의 틈새는 종합에의 틈새로부터(만 비로소) 드러나는데, 그것은 타자를 매개하는 것에 대한 충실함이 지속되는 순간을 벗어나, 그들을 상대하는 한 개인으로서 어떤 무(기)력함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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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김재덕, 〈그래도, LIVE〉: 즉흥(음악)에서 음악(성)으로REVIEW/Dance 2026. 10. 6. 19:32
새로움 혹은 관성으로서 즉흥 〈그래도, LIVE〉는 (세 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었지만, 현장성으로 편의상 다시 구성하면) 1부는 연주회에 가깝다면, 2부는 비로소 음악과 춤의 협연이라 할 수 있었는데, 전자가 임현정은 자신이 포함된 카타르시스라는 팀을 불러왔다면, 후자는 김재덕이 자신의 작업과 함께 자신이 이끄는 모던테이블의 무용을 세운 것이다. 1부에도 춤이 가미되었는데, 이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관객의 아이디어를 받아 즉흥 연주를 하는 것에 또한 맞춰 추는 것이었다. 따라서 춤은 그 아이디어 자체로부터도 가늠되며 그것을 배경 차원으로 두고 어떤 서사를 만들기도 했지만, 선제적인 매체의 경로를, 곧 자의적 음악의 틀을 어느 정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즉흥에는 그 중심을 춤을 보고 음악적 차원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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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무민클럽, 〈그러나 내겐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장소(-없음이)라는 정동REVIEW/Theater 2026. 10. 6. 19:32
관객을 초과하는 시선 〈그러나 내겐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는 것 같아〉(이하 〈아직 마음이〉)는 팔레스타인 댄서 친구인 누아르 살렘(Nowwar Salem)과의 영상 채팅을 전제로 하며, 이는 각종 실타래와 홀로그램 필름지로 꾸민 무대 위의 안티무민클럽의 우지안과 현호정을 아울러 관객을 누아르가 시종일관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구도를 만드는데, 이는 그 현재의 행위 양상이 하나의 장소성으로 전달되는 그 다른 장소성이 이곳을 수용하고 승인함을 의미한다. 현재의 장소성은 오히려 저곳에 있으며, 이곳 전체가 하나의 무대로서 저곳에 수여된다. 이는 누아르의 단독적 가시화에 그치기보다는 관객이 누아르에게 가시화됨을 누아르에게서 확인받고 있는 시점을 이곳에 수여하는 것에 이른다. 이는 서로를 본다라는 점에서 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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뭎(Mu:p), 〈출연자 미정 CAST: TBD〉: 하나 이전의 혹은 이후의 하나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6. 10. 6. 19:31
다시 시작되는 순간 〈출연자 미정〉은 하루 두 번의 공연을 소화하는데, 이는 사실 쌍생아처럼 붙어 있으며, 두 개의 공연에는 공동의, 공통의 간격이 자리한다. 1회차와 2회차를 각각 A와 B로 나누어 본다면, B는 A의 거의 역순으로 진행되며, A의 시작점은 B의 끝점이 되는 구조를 가진다. 공간 중앙에 나무 구조물이 평행하게 세워져 정확히 두 면으로 갈라 놓는 지점에서, 구조물을 180도 회전시킬 때 A와 B의 관객이 서로를 보지 않고 마주하고 있음이 곧 드러난다. 이때 A와 B의 관객은 바통터치를 하게 되며, A의 관객은 다시 처음의 반절 면에서 새로운 시작의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공연은 의도치 않게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작품의 구조를 온전히 복각할 수 있는 자의 몫에 A의 관객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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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주 작/연출, 〈갱〉: 혐오를 더하기 혹은 갱신하기REVIEW/Theater 2026. 10. 6. 19:31
시대착오적인 것과 혐오 〈갱〉의 제목은 주인공 피영이 겪는 조기 갱년기 증상―이는 작/연출의 본주 자신의 자전적 경험으로부터 온다.―의 주요한 글자를 가져온 것인데, 그가 겪는 열감(과 발한의 넘나듦)과 불안정하고도 치솟는 심리 상태 등은 그가 일하는 주방의 공간적 특질을 체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커다란 환풍기 밑에 서서 화를 식히는 피영 단독의 심리적-실존적 차원의 모습은 화기를 다루고 격렬한 몸짓들이 자리한 주방을 어떤 식으로든 연장하여 응결 짓는 이미지이다. 그러니까 피영과 주방은 조응하고 주방은 그것과 같이 피영의 신체가 현시되는 곳이며, 주방은 피영이라는 메타포와 정합적이다. 심리-실재적인 이 주방은 두 번에 걸쳐 피영에게만 환상이 가설되는 곳이며, 그때마다 언캐니한 순간이 발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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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셀주립무용단, TANZ_KASSEL, 〈황홀경에 대하여-변형된 교향곡 Let’s Talk About Trance-Transmuted Symphony〉: 트랜스 혹은 트랜스로서 불순물REVIEW/Dance 2026. 10. 6. 19:31
불순물적인… 〈황홀경에 대하여-변형된 교향곡〉(이하 〈황홀경〉)은 처음 반복되는 동작의 집단 수행에서뿐만 아니라, 전체 구조적 차원에서 황홀경 곧 트랜스를 겪는데, 이는 전기와 후기가 완전히 다른 공연이 됨을 의미한다. 특히, 초반에서 두 발을 좌우 양옆으로 널찍하게 교대로 찍는 제자리 스프린트는 폭발적인 신체 양상 자체를 보여주는데, 이는 거의 그 격렬한 흐름의 진자 운동의 즉물성 이외의 것에 어떤 여지를 남기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전기가 신체 자체의 일정하고도 짧은 반경 내의 피드백 루프에 ‘하염없이’ 갇히면서 트랜스를 겪는 것이라면, 후기는 이 흐름을 깨고 막―이 막에는 그 뒤에서 하얀색 스프레이 프린트를 뿌려 넓적한 수평 축 동세가 강조된 낙서가 구성된다.―을 끼고 구분된 두 개의 공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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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티마 베스 Ultima Vez, 〈보이드 VOID〉: 편재하는, 분절되는 개인들REVIEW/Dance 2026. 10. 6. 19:31
국제성으로서 무대 〈보이드〉는 여섯 명의 각기 다른 욕동 혹은 정체성의 차원이 교직되는 세계를 그린다. 그것은 시노그라피적 접근을 경유하며, 가설되는 무대의 시시각각의 변화 아래 놓임은 무대 장치 차원의 거시적 변화 외에도 무용수들의 오브제와 연관된 행위 차원에서도 그러하다. 의상 역시 각각의 차이를 명시하는데, 이는 각 개인의 고유성으로 수렴하는 한편, 그 개인들이 동등한 차원에서 병치됨에 민주주의적 질서가 전제됨을 은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여러 언어의 자기 발화 속에서 정체성 자체를 고민하거나 깊숙한 욕동 자체를 드러내는 것 모두 정신분석적 심급의 분석이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특성, 곧 개성으로 응결되고, 그 차이의 존재들이 집결된다는 것, 일종의 다양성의 기조를 채택한 민주주의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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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메타포, 〈나는 이따금 여름이 그리울 때 보일러를 켜〉: 과거를 함축하는 현재REVIEW/Theater 2026. 10. 6. 19:31
제자리의 존재(들) 〈나는 이따금 여름이 그리울 때 보일러를 켜〉(이하 〈이따금 여름〉)는 상실과 애도를 다루는데, 이는 기억의 맥락하에 그러하다. 곧 과거를 처리하고 수행하는 것은 기억이다. 대부분의 대화는 둘씩의 내밀한 차원에서 이뤄지는데, 이는 그 둘이 하나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거나, 그 기억 자체로 되돌아가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이는 한 명이 다른 한 명과 마주할 때 벌어지는 신체적 현상 혹은 증상이다. 유하의 가족 중 어머니, 신애의 죽음이 전반을 관통한다면, 유하에게 갑자기 찾아온 전 여자친구 지연의 헤어졌던 전 연인 영서에 대한 기억이 또 다른 서사로 흘러나온다. 그런데 지연이 유하의 집에 찾아온 표면상의 목적은 어머니가 준 시계를 찾으러 온 것으로, 그것은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한 상기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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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씨어터, 《없는극장 짓기》: 극장의 두 가지 차원REVIEW/Theater 2026. 9. 16. 15:32
부정성을 전화하기 《없는극장 짓기》는 앤드씨어터의 강화도 소재, 없는극장에서 열린 아홉 명의 창작자가 선보인 공연들로, 없는극장의 운영단과 앤드씨어터의 시즌 단원 등이 참여해, 4달 정도의 준비 기간을 갖고 사적 다큐멘터리 연극 창작 방식을 적용해 각자의 작품들을 만든 것을 묶은 것이다. 각자 창안한 아홉 작품은 하룻동안 없는극장 안팎을 경유해 주말 동안 두 번 발표되었고, A팀과 B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특히, B팀의 경우, 야외를 전격적으로 활용했는데, 공연들이 사이사이를 횡단하는 방식으로, 공동 창작과 운용의 묘를 살렸는데, 이는 이동이 전제된 공연 자체와 맞물리면서 없는극장을 중심으로, 바다~갯벌과 보호수~숲을 크게 잇는 하나의 수직축으로써 없는극장의 장소성을 현상했다. 서사는 그 여정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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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윤, 〈여자 지나기〉: 여성을 접면하기REVIEW/Theater 2026. 9. 16. 15:30
분투하고 분열하는 여자 〈여자 지나기〉는 분열적이기보다 생성적이다. 부정성을 띠기보다 부정성으로부터 긍정성을 취하거나 전화시킨다. 채 윤은 도발적이고도 섹슈얼하다. 도발적이지만 섹슈얼하다. 도발적이어서 섹슈얼하다. 그 반대는/가 아니다. 제목은 여자(에 할당된 클리셰)를 지나(쳐)야 하는 부정성의 대상으로 할당하며 이를 극복의 대상으로 두는 듯 보인다. 곧 ‘여자 지나기’는 자신에게 할당된 여성의 몫을 건너가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일 수도 있고, 그로써 여자라는 관념을 벗어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은 무엇보다 여러 여성을 만나는 일에서 시작된다. 타자가 되는 방식으로써 여성(적임)을 건너가는 일이 된다. 그런데 여성들은 자신에게 수여된 여성적임의 위치를 일종의 금제로, 억압으로 받아들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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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구, 〈15분이나 기다렸지만〉: 실재(에)의 침투REVIEW/Theater 2026. 9. 16. 15:28
문 안에서 〈15분이나 기다렸지만〉(이하 〈15분이나〉)은 장소와 사건의 차원에 기대어 있고, 이 둘은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특이하게도 〈15분이나〉는 희곡이 아닌 장소에서 (희곡 역시) 출발한다. 이는 반대로 희곡이 장소를 완벽하게 내포하고 있음이 아니라, 그 장소에 맞게 재배치되며, 장소성에 따라 그 희곡의 언어가 비로소 자리 잡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오히려 〈15분이나〉는 어떤 장소성을 전혀 내포하고 있지 않기도 하다. 아마 가장 주요한 장치라 하면, 이곳이 하나의 닫힌 공간이라는 점이며, 총 세 개의 문 중 두 개의 문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테라스가 보이는 투명 문이 일종의 가상-실재적 공간으로의 입구가 되며, 사실상 하나의 무대(의 도입부)이다. 곧 다른 공간으로 건너갈 수 있고,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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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푸름, 〈공통의 되기 : 되기의 기술〉: 허구적 실재(를 기각하기)REVIEW/Performance 2026. 9. 16. 15:27
가시화되어지기 〈공통의 되기 : 되기의 기술〉(이하 〈되기의 기술〉)에는 특별한 신체 움직임에 대한 고안이 없는데, 극장 자체를 사물적 존재로 접근한다. 그러니까 춤 이외의 모든 것이, 극장의 제반 조건이 존재화된다. 그것은 오직 ‘극장’의 서사를 가리키는데, 이는 극장을 장치들의 집합으로 상정하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매체로서 다시 분화될 때, 일종의 존재의 충만함 따위를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되기의 기술〉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동시에 가장 불유쾌한(?) 순간을 꼽자면, 첫 번째는 관객을 미러링하는 장면이며, 두 번째는 조명을 이동시키며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10~15초 정도 빛을 가하는 장면이다. 이는 ‘공통’된 극장에의 귀속과 환원을 전제한다. 그런데 이는 극장이 갖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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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S고원에서〉(히라타 오리자 작/성기웅 연출): 죽음을 기입하는 방식REVIEW/Theater 2026. 9. 16. 15:24
세미-퍼블릭한 공간 히라타 오리자의 동명의 원작을 옮긴 〈S고원에서〉는 “고원에 있는 새너토리엄”이라는 하나의 장소성에 기초하며, 휴게실로 보이는 하나의 특정 장소, 곧 환자, 면회객, 의사,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과 퇴장을 임의로 반복할 수 있는, 히라타의 문법대로 “세미-퍼블릭한 공간”에서 다양한 “회화”가 이뤄진다. 그것은 새로운 정보를 거의 끌어오지 않는 “용장률” 높은 대화이며, 무엇보다 죽음의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에서 병의 진행 정도나 죽음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된다. 따라서 환자 개인의 병과 그의 심리의 직간접적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정보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며, “직계가족”이 아닌 면회객(으로 한정된) 입장에서 의사로부터 그것을 알아내는 것 역시 제도상 불가능함이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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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극장, 〈인제, 너에게, 이제야〉(조문정 작가, 박서현 연출): 부재를 메우는 형식REVIEW/Theater 2026. 9. 13. 19:53
부재 너머의 삶 〈인제, 너에게, 이제야〉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사라진 청년 승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고자 하는 강일에 의해 승훈의 가족과 주변 사람 등등이 소환되면서 인터뷰 촬영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승훈이 사라진 “이유”를 찾고자 하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표면적 이유는 후반에 이르러서야 강일 스스로가 그가 마주한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인터뷰이로 입장을 선회함으로써 그의 내면을 성찰하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진다. 승훈의 주위를 맴도는 이 같은 행위는 사실상 죽음에 대한 애도를 닮아 있으며, 승훈의 현재를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곧 그의 동기를 전적으로 추정할 수 없으며, 나아가 그의 동기가 있었는지 자체를 판단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와의 관계가 중단된 것에 대해 외부적으로 해석해 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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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프로젝트, 〈기초무용: 신들의 극장〉: 환상성 너머 안무의 공식REVIEW/Dance 2026. 9. 13. 19:51
사물로서 〈기초무용: 신들의 극장〉(이하 〈신들의 극장〉)은 진동하는 신체 양상을 기초로, 주변의 사물들과 접목해 움직임을 확장해 간다. 움직임의 기초가 되는 건 몸의 떨림이며, 극장을 구성하는 건 다양한 사물들이다. 이는 ChatGPT와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 무용의 이념을 살펴보는 전 작 〈바람과의 대화〉(2025)의 실험 이후, 다시 그 직전 〈기초 무용: 기적의 공식〉(2025)의 계열을 이어 간 것이다. “일상 행위”들을 ‘기초’로 삼아 언캐니한 변용을 이뤄내는 과정을 보여주던 전 작에 비해, 〈신들의 극장〉은 조금 더 사물과의 관계성 자체에 몰입하는데, 이는 사물 주체성의 측면이 두드러지기보다는 사물로서 신체의 차원이 전면화되는 것에 가깝다. 정서적이지 않고 비의식적이며, 비의지적이며 나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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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빈, 〈생각하는 새 Ⅱ_스승과의 대화〉: 깨달음 혹은 여성적인REVIEW/Dance 2026. 9. 13. 19:50
연극적/연결적 장면들 〈생각하는 새 Ⅱ_스승과의 대화〉(이하 〈스승과의 대화〉)는 혼자 다도를 하는 존재―박호빈―의 존재론적 차원의 변이되는 경로를 따라 가는 차원에서 연극적인데, 이때 가상의 존재인 스승은 물리적으로 부재하나 정신적으로 남자를 사로잡는 중요한 존재로 부상한다. 이는 독송하는 소리가 지배적으로 부상하는 것과 맞물려 한편으로는 집착과 번뇌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수도의 과정으로써 스승의 이미지, 스승의 지배로부터 빠져나와야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가 다도를 하다 그곳을 이탈해 다시 다도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은 변증법적 이행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지배적 차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에서의 지난함과 고통의 과정을 동반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스승의 자리에, 차를 쏟아버리면서 스승을 모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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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무 덤, 〈병아리 무 덤〉(박수진 작, 이연주 연출): 미완결의 무덤REVIEW/Theater 2026. 9. 13. 19:48
모두의 각자의 말 〈병아리 무 덤〉에서 특이한 건 “1인의 배우가 어떠한 구분이나 경계 없이 여러 인물의 말을 읽거나 말”하는 조건에 대한 부분으로, 하영미는 거의 음절 단위로 문자을 해체해 연접함으로써 희곡을 해체시키고 일종의 ‘무덤’의 잔해로 만든다. 인물은 뒤섞이고 하나의 몸을 이룬다. 배우는 말들을 잇고 꿰매어 희곡의 잠재된 상태로 되돌린다. 이러한 구분 없음은 동시에 이뤄지는 수화 통역에 의해 4개의 몸으로 분절되어 이미지화된다. 말에는 몸이 묶이지 않고, 이를 번역하는 그 밖의 다른 몸들에는 말이 알맞게 묶인다. 네 명의 분화는 본래 가진 역할들의 몸을 되살려낸다. 하나의 몸은 모두의 몸을 품고 있다. 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진행하는 하영미의 발화 방식은, 이 모든 인물이 어떤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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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묘묘〉: 신화적 존재 넘나들기REVIEW/Dance 2026. 9. 13. 19:44
기이함을 표방하는 하이브리드 〈묘묘: 고양이 무덤〉(이하 〈묘묘〉)에는 허공에 걸린 여러 하얀색/투명한 커다란 주머니들이 오르내리면서 그 안에 든 다양한 소품들을 끄집어 내 활용하는 것과 같이, 포화되는 여러 에피소드를 (물리적으로) 응축, (심층적으로) 함축하고 있으며, 각 장은 이 물리적인 설치미술적 양태에 입각해 각기 다른 양상의 수행성을 띤 행위로 분화되어 가는 한편, 어떤 구심점 없는, 서사의 위계 없는 차원에서 덜그럭거린다. 곧 〈묘묘〉는 여러 서사가 모호하고도 불명료한 채 섞이는데, 이러한 혼성물로서 기초는 단락되면서 전체 또는 종합으로서 산출을 방해한다. 그 가운데서도 분명한 것이 있다면 김혜경은 계속해서 고양이를 의태하며, 그로써 고양이라는 상징적 표지를 기필코 기입하고자 하는 부분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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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경계넘기: 신진순박소영박뽀또 Part.2〉: 내재적인, 그러나 (비)사회적인REVIEW/Theater 2026. 9. 8. 13:36
1997년과 2026년 사이의 횡단 〈경계넘기: 신진순박소영박뽀또 Part.2〉(이하 〈경계넘기〉)는 박소영 한 명의 이야기에서 네 명의 배우를 더해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세운홀을 전시장의 구조로 활용해 이를 접면하는 배우들의 수행성을 배열하는 것으로써 전 작과의 차이를 구성한다. 전자로부터 개인의 미시사적 계보학을 파고드는 작업의 성격이 오히려 느슨해질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면, 후자로부터는 공간의 물리적 차원을 작업에 대한 합목적성으로 녹여내야 하는 과제를 수여받는다. 박소영은 우선 전시장을 서류들을 갈음하는 게시판으로 바꾼다. 전면을 중앙 스크린―다양한 참조 자료가 공연에 병행된다.―과 그 양옆으로 “자의 성과 본의 변경허가 심판청구서”로 도배하고, 우측―상수―의 벽면에는 칠판이, 그 안쪽으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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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동, 〈번개와 천둥〉: 메커니즘으로서 형식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6. 9. 8. 13:34
과거로부터 건너온 ‘나’ 〈번개와 천둥〉은 미러링을 퍼포먼스의 유일한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내세우려는 시도인데, A와 B가 교차하며 알파에서 오메가로 순일하게 이르는 이 형식주의적 여정은, 그 반대편에서 진정성의 투여를, 헌신적 참여를 이끌어낸다. 처음 언어를 경유하던 미러링은 기억을 경유함으로써 가장 큰 차이를 짧게 가져간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앞선 언어적 공작이 몸의 체득을 통한 응축된 또는 감축된 안무로서 치환되는 지점을 불완전하게 구성한다. 전반적으로 둘의 관계가 묘사와 서술의 차원에서 한 명이 그 바깥에서 보는 자, 곧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이룬다면, 그 안의 대상적 존재는 사실 이전 자신의 말을 교본 삼아 움직이는 주체의 공작이다. 둘은 동시에 현재를 마주할 수 없다. ‘나는 나의 과거에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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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섭, 〈바흐〉: 음악, 인형, 사물의 아상블라주REVIEW/Dance 2026. 9. 8. 13:33
인형극과 같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Violin Sonata No. 1 in G minor, BWV 1001, 1720)를 박진수가 현장에서 연주하는 것에 맞춰 움직임을 쌓아가는데, 이는 주로 하얀 셔츠와 바닥에 평행하게 붙인 하얀 테이프 두 선을 차례로 존재적 차원에서의 지지체로 삼아 다양한 2인무를 펼쳐 내는 것으로 나타나며, 이때 대상의 존재적 부상은 거꾸로 존재의 대상적 차원의 지지체로서 변모에 근거를 둔다. 이는 일종의 인형극적 차원의 외양을 띠고 있으며, 금배섭은 사물의 존재화를 추동하면서 동시에 인형 조종자의 외양 대신에 그것과 함께 거주하는, 그러니까 어떤 특별한 조작의 행위, 그것에 배가되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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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찬, 〈부채〉: 억압을 부채질하기REVIEW/Dance 2026. 9. 8. 13:32
내면을 투사하기 〈부채〉는 제목과 같이 즉자적으로 바람을 부치는 도구를 도입하는데, 이는 인트로에서 커다란 스탠드형 선풍기에서 이후 종이비행기같이 빗변이 긴 직각삼각형 두 개가 마주하며 접힌, 커다란 오브제로 이어진다. 이때 무대 안쪽에서 그것을 얼굴께로 들고 좌우-앞뒤로 기울이는 한 존재, 종이비행기-부채가 얼굴을 대체하는, 형용모순적, 역설적 존재가 계속해서 자리하며, 두 개의 화면 분할이 앞뒤로 구성된다. 아마도 이 존재가 보이는 징후가 이 작품의 심층적 메시지를 호출하며, 〈부채〉가 부채춤이라는 비교적 ‘얕은’ 전통을 조망하는 것의 아이러니와 전통이라는 관념의 두께를 짊어짐의 곤궁을 동시에 나타낸다. 그것은 가분수의 머리를 지닌 채 방향 감각을 잃고 계속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버둥거리는 가운데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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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윤, 〈무제: 쿠쿠〉: 현상학적 혹은 매체 특정적REVIEW/Dance 2026. 9. 8. 13:31
음악의 부상과 강도 〈무제: 쿠쿠〉는 제목 없음에 대한 부제로써 형용모순의 상태를 만드는데, 이 자기 지시적 부정은 쿠쿠가 뻐꾸기의 울음을 나타내는 의성어이자 그로부터 연장되어 일상-문화적으로는 밥솥의 ‘울음’을 전유한 특정 밥솥 브랜드를 상기시키는 한편, 이는 안무가가 의도한 ‘미친’이란 뜻으로 바로 가닿지 않는다. 그러니까 실질적인 제목인 ‘미친’의 뜻을 직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제시하면서 “무제”는 그것의 정의할 수 없음, 정위 지을 수 없음의 사태를 ‘직면’하고 있다. 이로써 ‘미친”을 “단순한 광기를 의미하지 않는”(박수윤) 것으로 정의짓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은 이 작품을 추동하는 절대적인 힘은 음악의 리듬 자체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속적으로 반복되는 뻐꾸기 울음, 혹은 밥솥의 울음이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