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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 〈여신과 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아름답다〉: 이접되는 두 시공간REVIEW/Dance 2024. 12. 6. 21:54
이동하, 〈여신과 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아름답다〉(〈해부대〉)는 그 제목에서부터 미스터리한 느낌을 만드는데, 이 분위기는 작업에서 해소되지 않음으로써 완성된다. “해부대”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역시 정확하지 않지만, 처음 군대의 기상나팔 소리로 시작된 작품에서 텐트를 비롯해서 ‘부대’라는 군대의 용어가 현실의 상징적 재현과 함께 장소 특정적 환경을 구성한다고 추정 가능하다. 얼굴을 가린 마스크와 의상, 텐트까지 모든 것이 분홍색을 이루는 가운데, 움직임에는 물론 표정과 언어가 없다. 그 부재의 강조는 이들의 뭔가 부산스러우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정위되지 않고 투박한 몸짓으로 나타나는 것과 맞물린다. 동시에 단세포 입자들처럼 보이는 구형들의 동시다발적 움직임이 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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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인잇〉: 차이의 확산 혹은 분화REVIEW/Dance 2024. 12. 6. 20:15
〈인잇〉의 무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로 내려오는, 천장으로부터 걸린 대략 270~300도 정도의 각도를 이루는 앞쪽 이가 빠진 원기둥과 그 뒤의 검은 장막으로 구성된다. 원기둥 앞과 검은 장막의 경계에는 각각 조명이 무대를 향한다. 후자의 경우, 사선의 무늬를 바닥에 그리며, 전반적으로 눈에 띄거나 공간 전반을 아우르지 않은 채 조명은 어두운 공간 범주를 구성하게 된다. 비스듬하게 바닥에 누운 무용수들 사이를 우측에서 좌측으로 횡단하는 누군가로부터 〈인잇〉은 시작된다. 이를 마치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면, 집단으로 굴신하고 있는 〈인잇〉의 마지막 장면은 다시 어둠 혹은 잠, 무의식과 같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의 직전 장면에서는 장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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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무브먼트, 〈음-파〉: 헉헉거리거나 한숨 쉬기라는 숨의 양태들REVIEW/Dance 2024. 10. 18. 10:42
제목에서 수영할 때 호흡법을 지시하는 〈음-파〉는 얼굴에 스타킹을 쓴 채 움직이는 무용수들을 통해 직접적 생존 방식을 통해 고군분투하는 삶의 메타포를 그려낸다. 그럼에도 그러한 메타포가 삶에 대한 재현의 양태로 드러나는 건 아닌데, 다름 아닌 표현 양식과 의미는 일 대 일의 대응 관계를 구성하며, 고립된 영역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그 간극에 대한 해소, 또는 의미에 구애받거나 의미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서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음-파〉는 삶에 대한 실존적 양상의 장면들을 은유한다고 애초에 말할 수 있을까. 이 특이한 신체 양상의 역동적 움직임은 무대의 유한한 시간에 불사르는 완전한 소진을 향한 강박에 가깝지 않을까. 다섯 색깔의 스타킹은 은폐된 얼굴을 대신해 각각의 다름을 상정하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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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 〈2122.21222〉: 미장센, 매질, 진동하는 신체 양식들REVIEW/Dance 2024. 10. 18. 10:29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의 〈2122.21222〉는 제목이 아닌 그룹명을 말 그대로 돌려주는데, 일종의 영화적으로 펼쳐지는 장면이자 그 장면이 갖는 일상의 기괴함과 거리감, 그리고 그 내용을 구성하는 몸의 극렬한 떨림과 진동은, 각각 요철이 있는 무대라기보다 매끄러운 풍경으로서 신(scene), 현실 층위의 전복적 코드, 해부학적 몸의 단면들을 상정한다. 이 풍경, 곧 장면은 장막이 걷히면 시작된다. 무대, 곧 장막이 열리기 전, 헐벗은 두 다리의 배배 꼬는 장면, 미시적 틈새가 거대한 무대 전반의 이미지로 확장되기 직전의 순간은, 그 무대를 향한 하나의 끌개로서 유예되며 잠재된 것으로 지속된다. 이는 ‘장면’의 예외적 순간이다. 장면으로 끌고 오려는, 하지만 그 장면과의 거리감으로 인한 균열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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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손현선, 〈없는 시간〉: 불순물, 오차, 수행, 유행하는 것 등의 이름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4. 10. 18. 10:16
김신록×손현선의 〈없는 시간〉이 추구하는 매체는 곧 연극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손현선의 작품을 하나의 과제로 받아들이는 김신록이 있고, 그 결과 존재와의 유기적인 결속을 위한 배경, 오브제 정도로 현재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는 무대 위에 자신을 ‘드리운’ 손현선의 작품들을 어떻게 다루느냐, 희곡의 세계 안에 포함시키느냐의 차원에서 그것이 순수 배경이 되거나 온전한 출발점이 되지 않고, 다소 이질적인 양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협업의 불가능성이라기보다 협업의 어려움을 다분히 드러낸다. 처음 〈투명-몸〉(투명 필름 위에 젤 미디엄, 2024, 가변 크기.)에 관한 텍스트는 일종의 추상적 시에 가까운데, 이는 다시 작품의 재귀적 성격으로 어느 정도 수렴되는 걸 의도하는 듯 보인다. 〈투명-몸〉 앞에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