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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폭발하는 구멍 작은 것이 커질 때〉: 이미지로 수렴되지 않는 움직임REVIEW/Dance 2025. 10. 20. 16:37
춤은 온전히 이미지로 수렴될 수 있는가. 또는(그것이 불가능한 차원임을 전제한다면) 그 반대편에서 이미지가 아닌 온전히 시간일 수 있는가. 사실 임은정 안무가의 안무의 출발선상은 모든 움직임이 재현의 움직임, 곧 그것이 춤으로서 어떠한 의심도 할 수 없는 명증한 이미지들이 되는 것에 대한 반-테제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서 이미지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텍스트가 아닌 시간을 상정할 수 있는 건, 결과적으로 임은정의 시공간은 춤의 소멸 직전을 향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두드러지는 건 극소의 춤으로서, 그로부터 어떤 멈춘 시간 자체가 체현되기 때문이다. 임은정이 생각한 움직임은 무언가를 더하는 게 아니라 뺐을 때 얻는 효과에 가깝다. 원래 움직임이 (전형적인) 움직임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인지되게끔 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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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 2024》: ‘올해의 작가상’이라는 부재하는 이름(들)Column 2025. 10. 20. 16:22
올해의 작가상은 무엇을 수행해야 하는가 ‘《올해의 작가상》은 전시일까?’ 아마도 이 물음은 이를 조직하는 제도에 대한 의문 혹은 회의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가장 정확한 혹은 명료한 질문이 아닐까. 이는 제도적 장으로 호출한, 그 해에 4명의 작가에게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동일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의 전시 기회를 준 후, 최종 한 명에게 ‘올해의 작가상’이라는 타이틀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그 제목에서 드러나는바, 부재하는 전시, 기약되지 않은 전시에 대한 어떤 이름이 된다―‘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작가)의 (향후) 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전시는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그것을 그럼에도 임시로 ‘전시’로 부른다면, ‘전시’는 어떤 이름들―그것은 작업이라기보다 얼굴이다.―로 등록되고 네 명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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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빨강도마뱀, 〈먹태깡에 대한 명상〉: 세계로의 확장, 그리고 내면으로의 재반환REVIEW/Theater 2025. 10. 20. 16:09
극단 빨강도마뱀의 〈먹태깡에 대한 명상〉은 먹태깡의 주요한 원물(元物) 하나 하나를찾아 가는 여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다섯 명의 배우를 포함한 창작의 과정 자체이기도 한 점은, 5장을 한 명의 배우가 각각 한 장씩 주도하여 전개하는 규칙 안에서 자기 지시성을 띤 발화의 형식으로 드러나는데, 이와 같은 특징은 역할이 따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그 만드는 과정 안에서 본래적 자기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 연극의 한 예시로 드러난다. 먹태깡의 원물들은 이들이 리서치와 답사를 통해 찾아 나서는 시도 안에서 조명되게 되는데, 이는 명태, 밀가루, 설탕, 시즈닝, 팜유 순으로 진행된다. 이 원물의 여정, 그것이 과자 한 봉지에 담기기 위한 이동의 경로는 미국의 세계적인 초대형 기업 카길을 인터넷 지도상에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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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컴퍼니, 《모내기》_배현우, 이소진, 천영돈, 김희준REVIEW/Dance 2025. 10. 20. 01:15
배현우 〈SYSTEM IDLE〉: 극장이라는 규칙을 시험하기배현우 안무가의 〈SYSTEM IDLE〉은 공연의 규약을 공연 안에 반영시킴으로써 실질적인 공연 외부의 규약과의 혼선을 일으키는 전략을 꾀하는데, 이를 컴퓨터상의 CPU의 사용되지 않은 자원, 유휴 시스템의 퍼센트를 나타내는 ‘시스템 유휴 프로세스(System Idle Process)‘에서 가져온 개념으로써 일종의 시스템에 대한 사고 차원에서 공연과 공연 바깥의 경계를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SYSTEM IDLE〉에서 그 시작과 끝에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으로, 극장 입장과 동시에 공연이 시작됨으로써 그리고 공연의 끝을 앞당겨 지정함으로써 공연으로서 경계가 명확해지는 것이다. 가령 객석 입구 두 곳에서 검은색 고무줄 머리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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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풍경설계》: 과도기적 차원에서 본 해체적 분열의 심상REVIEW/Visual arts 2025. 10. 20. 00:16
김보경 작가의 《풍경설계》에서 우선해서 들어오는 건 파편들로서 이미지다. 파편은 조합이 아닌 재조합을 경유할 수밖에 없는데, 온전한 하나의 상을 파편으로 분절한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것들을 하나로 공존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그것은 새로운 원본을 구성하는 동시에 그 새로운 원본의 솔기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곧 파편들의 불연속적인 나열이라는 재조합의 결과는 이미지의 형해화 또는 종합과 포획이 힘든 이미지가 주는 조망이 불가능한 사태이다. 곧 파편은 이미지의 부분적인 전개를 나타내지만, 재조합은 이미지를 엮기보다는 파편 자체로 되돌려 준다는 점에서, 파편은 고유한 것으로 남는데, 곧 불완전한 무엇이거나 온전하지 못한 무엇의 정체성 안에 발산의 기호로 자리하게 된다. ‘풍경설계’라는 조어처럼 풍경은 설계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