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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 미술가의 미술가 게임REVIEW/Visual arts 2019. 9. 18. 19:28
오정은 *『Art in Culture』 8월 호에 한편의 픽션 에세이가 실렸다. 제목은 「존버의 일주일 -2019년 한국 젊은 미술가의 창작 분투기」. 말 그대로 존버세대 작가의 일상을 1인칭 시점의 픽션으로 쓴 글인데 작가로서의 입지를 찾기도, 안정적인 생계를 맛보기도 어려운 요즘 청년의 우울한 상황과 자조 섞인 한탄을 묘사했다. “세상엔 작업 잘 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리도 많은 걸까?”라는 문장에서, 어쩐지 포화상태로 분출구 없이 노오력하는 이 세대의 비극이 묻어난다. 그러나 ‘세대’라고 하는, 전 인류에 적용 가능한 생물학적 연령 개념을 들어 이들을 보편의 상에 묶기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내 작품만 보면서 한마디씩 해 주는 일이 없거든.”이라는 화자의 외로운 푸념에서 드러나는 애태움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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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Project BORA & Guests, <Silicone Valley>, <PARADISE>, <꼬리언어학> 리뷰REVIEW/Dance 2019. 8. 4. 21:51
샤하르 빈야미니, : ‘밀도를 지속하기’▲ 샤하르 빈야미니(Shahar Binyamini) 안무, [사진 제공=아트프로젝트보라] (이하 상동)샤하르 빈야미니(Shahar Binyamini)의 안무작, 에서 퍼포머들의 하나하나의 동작은 매우 강렬하게 인식된다. 음악의 강렬함과 고양된 움직임이 어떤 여지없이 펼쳐진다. 붉은색 조명의 레이브 파티에서 신체들은 음악과 스스로의 움직임에 전염, 도취된 것처럼 보인다. 관객의 몰입은 빵빵하게 스피커를 올린 음악이 갖는 공간 전체의 공명이 그 움직임으로 수렴하는 데서 비롯된다. 곧 몸이 체현하는 음악과 음악을 그 신체로 수렴시키는 시청각적 감상이 만나는 지점에서 관객은 붙들린다. 퍼포머들은 허리는 꽂꽂하게 유지한 채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의 동작이나 리듬체조의 동작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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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Marcos Morau), <코바(Kova)>, <쌍쌍(Ssang-Ssang)>: ‘상상력을 구현하지 못할 때’REVIEW/Dance 2019. 8. 4. 21:31
▲ ⓒAiden Hwang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는 수직 체계의 몸에서의 프로세스를 변경한다. 허리는 바닥에 닿는 일종의 두 발이 되며, 이러한 보행으로서 매체의 전환은 땅 자체에서의 유영을 가능하게 한다. 두 다리는 일종의 긴 팔이거나 허리로부터의 움직임이 되며 움직임의 궤적은 구불구불하거나 원형을 그리게 된다. 두 발이 곧 허리가 됨으로써 땅 위에서의 유영은 땅에 붙은 신체 전체가 한 덩어리가 되고, 이에 따라 뭉툭하고 묵직한 신체로서 다른 존재가 가진 질서를 수여한다. 곧 기괴한 존재의 움직임을 만든다. 여기에 관절을 꺾는 움직임이 주가 되므로 몸의 분절들이 다른 속도와 궤적을 지닌 한 덩어리의 몸의 지층에서 출현한다. 이 신체 둘[로레나 노갈(Lorena Nogal), 마리나 로드리게스(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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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희, 《딜리버리》: ‘수렴’하지 않는 공간REVIEW/Visual arts 2019. 8. 4. 21:23
▲ 구동희, 《딜리버리》 전시 전경 [사진 제공=아트선재센터] (이하 상동)전시는 배달 서비스가 일반화된 한국 사회의 물류 유통 체계를 일종의 알레고리로 가져왔지만, 실은 그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나 해석이 아닌, 일종의 복잡한 구조 자체라는 형상과 체험만을 남겼다. 물론 입구를 인트로로 보자면, 조각은 피자에 들어 있는 여러 토핑을 비롯한 사물들의 일부가 겹겹이 쌓여 기괴한 형태의 구조물로 확장되어 있고, 그 옆의 영상에서 배달원이 아닌 피자의 시각에서 잡은 배달 과정이 나오는데, 이는 직접적인 사회 현상을 반영하기보다 각각 손과 그 밖의 일부 광경만 나오는 이미 해체된 시선과 추상화와 집적을 통해 재구조화된 의사-사물만이 있는 것이다.공간에 진입하면 실은 그 안과 바깥, 그리고 어느덧 입구와 출구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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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변방연극제, <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김원영 x 0set프로젝트): 미학의 언어와 예술의 언어REVIEW/Theater 2019. 8. 4. 21:07
▲ 김원영 x 0set프로젝트) 공연 모습, ⓒ한민주 [사진 제공=서울변방연극제] (이하 상동)제목에서 드러나듯, 퍼포머 김원영은 장애를 가진 스스로의 신체가 타인의 시선을 방어하기 어려운 불리한 상황에 놓일 때 보지 말 것을 법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이러한 법의 항목들은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리스트를 이룬다. 그리하여 인격에 대한 보존의 욕망과 존중의 회피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직접적인 시선이 해체되는 합의가 형성된다. 하지만 관객은 중대한 기로에 놓인다. 이는 김원영이 한 개인이면서 퍼포머-주체이기 때문인데, 실은 이미 그러한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이를 예시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러한 장면은 기억의 증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똑같은 것이 반복되는 순간에 이를 피해야 한다. 이런 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