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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일기〉: ‘그들’을 불러오는 방식들REVIEW/Theater 2025. 10. 19. 21:37
〈산재일기〉는 각종 산업 재해의 피해자들, 그 주변의 여러 이해 당사자 및 관계자 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한다. 소속 및 지위가 함께 표기된 이들의 이름이 극장 전면에 띄워져 있고, 암전과 함께 나타나는, “2,080 / 122,713”은 2021년 산업재해 사망자 수와 재해자 수로, 산재보험을 받은 인구, 법망의 테두리 안에서 등록된 인구에 해당한다. 〈산재일기〉는 이 숫자의 바깥을 향하는 동시에 이 숫자 자체를 비판하는데, 전자는 이 숫자에 포함되지 않을 수많은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을 하나의 범주로 조명하고자 하는 것으로, 후자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그 존재들의 발화를 경유해 이 숫자의 다분한 관념성과 피상성을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숫자가 무언가를 확인시키면서 다른 많은 것을 (내용적으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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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n Dance, 〈미스터 소크라테스〉: 구도를 위한 여정REVIEW/Dance 2025. 10. 19. 21:30
서사: 원초적인 세계의 원-장면 〈미스터 소크라테스〉(2024.05.11 ~ 05.12,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이하 〈소크라테스〉)가 여는 세계는 일종의 원초적인 자아 혹은 그 자아가 지닌 충동과 정념이 지배하는, 부족적이고 원시적인 사회의 일면을 띤다. 이와 동시적인 차원에서 경계에 위치한 한 여자(정희나), 일종의 주체이자 주인공인 그 여자의 시종일관의 대조적인 수행의 모습은 두 다른 층위를 통해, 변증법적 결말에 도달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곧 이는 동물적 외양의 존재들의 무제약적인 분출에서도 의식적 차원과 성스러움의 외양을 잃지 않았던 여자가 여는 이전의 세계에 대한 정화의식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표현주의적 몸짓은 그것과 부합하는 움직임 메소드의 이념과 형식의 특유함―이따금의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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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클럽, 〈클뤼타임네스트라〉: 현실과 연극의 변증법적 유희REVIEW/Theater 2025. 10. 19. 21:26
〈클뤼타임네스트라〉는 연극을 만드는 존재들, 작가, 배우, 작가이자 연출 등이 중심인물이 되며, 이를 현재 연극 제도의 현실과 결부 짓는다. 이를 통해 연극 바깥의 현 정치 상황들과 직접 연루되는 현실의 고유명사들 역시 개입할 여지를 현실화한다. 이는 내용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단지 현실에 상응하는 사례라는 효과를 주는 데 가까운데, 여기서 나아가 〈클뤼타임네스트라〉는 삶 속에 깊이 연루된 연극에서 다시 삶과 연극의 경계를 모호한 것으로 반죽하는 데로 나아간다. 이는 연극을 만들어 가는 것이 삶을 사는 것의 연속성을 가진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 연극 제도가 아닌, (그것을 표층으로 만들며) 연극이라는 이상향을 극단적으로 좇는 중심인물들의 행위가 현실을 비집고 나오는 순간들을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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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호, 〈춤출 때 웃고 있지만〉: 무용에 대한 은밀한, 내밀한, 전복적인 발화들REVIEW/Dance 2025. 10. 19. 21:19
〈춤출 때 웃고 있지만〉은 한국무용과 발레를 전공한 두 안무가의 캐릭터를 ‘교차’시켜 두 장르의 제도가 가진 공고함과 억압의 양상을 ‘비교’무용적 기술로써 체현한다. 동등함의 기반은 약간의 불균형 속에 위치하는데, 이는 후반에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한다는 윤상은의 말에 동조하는 조진호의 말에서 드러나듯 경험의 차이에 의거한 것이기도 하지만, 웃음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더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웃음이 춤에 더 적극적인 동력을 불어넣어 실제적인 수행의 효과를 극대화시킴에 대한 윤상은의 긍정에 움직일 때 늘 웃어야 했던 강제에 관한 조진호의 의구심이 맞선다. 이는 상대적으로 윤상은의 좀 더 과격하고 도발적인 춤을 통해 틀을 넘어설 때 춤이 구성된다, 또는 춤은 틀을 넘어선 것이라는 춤의 이념을 향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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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동인고물, 〈꼭두각시〉: 연주(자)의 신체적 자율성과 타동적 신체의 사이에서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5. 8. 20. 23:06
〈꼭두각시〉는 음악동인고물(장구_정준규, 해금_소명진, 대금_고진호, 피리_배승빈, 25현금_홍예진)과 고블린파티(이연주, 임성은, 지경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작업으로, 이는 전자의 음악과 후자의 무용으로 대별되는 두 장르/매체의 집단이 서로의 그것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가능해진다. 이 참여의 감각은 무용을 초대한 음악에 더 방점이 찍히며, 이 둘의 접점은 시작과 동시에 길게 음위전환(metathesis)의 법칙을 따라 자의적인 조합을 반복해서 이루며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제목 ‘꼭두각시’와 같이 신체를 저당잡히며 주체성을 상실한다는 서사에 의해 고안된다. 곧 음악과 무용의 접점은 무엇보다 신체적인 양상으로 발현되는데, 꼭두각시의 몸짓을 체현하는 음악동인고물, 반대로 음악동인고물의 악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