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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코스믹 댄스〉: 우주인의 시점을 경유한 춤의 재활성화REVIEW/Dance 2025. 11. 3. 00:51
정지혜 안무가의 〈코스믹 댄스〉는 우주에 보낼 춤을 관객이 직접 실시간으로 투표해 그 결과를 두 명의 무용수가 구현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설문은 모두 두 개의 선택지에서 주어지며, 선택되지 않은 다른 한 춤이 어떤 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는 점에서, 엄밀히 관객은 ‘그’ 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한 이미지 혹은 단어가 이러한 춤이었다는 사실을 알 뿐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반대편의 춤이 어떤 춤일 것이라는 상상에서는 가로막히게 된다. 그러니까 〈코스믹 댄스〉는 우주로 보낼 춤이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 자의적으로 결정된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일종의 선택에 대한 자유가 제약된 상상력과 선택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우주에 보낼 춤’이 대중의 무지하고 무심한 판단과 제도의 허술함과 성의 없음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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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역사에 대한 몇 가지 태도들 혹은 방식들REVIEW/Visual arts 2025. 11. 2. 23:43
초과되는 것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는 사회적인 것을 미술로 불러오는데, 이는 그 대상일 뿐만 아니라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이는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에서 나아가 그 비중이 오히려 역전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동시대의 어떤 현상으로 되비추어 보게끔 한다. 특히 전면에 나와 있는―역설적으로 사회와 명시적인 관계를 맺는 것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그 작업은 물리적으로 후면을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비롯해, 제주4·3평화재단,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 이르는 주체는 “작가”가 아닌, “협업기관”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사실상 동등한 참여 주체로 명시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른 강을, 타자를 바라보는 주체, 그것을 활용하고 또 이용하는 주체는 ‘우리’ 곧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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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해금을 켜는 사슴》: 과도기적인 작업 혹은 시간성REVIEW/Visual arts 2025. 11. 2. 23:30
조영진 작가의 《해금을 켜는 사슴》은 반구대 암각화의 모티브를 가져오되 이를 동학의 이념들을 산출하는 방법론적 양식으로써 활용하는데, 투박하고 명확한 선분들로 새겨진 기호들의 배치, 생명의 묘사와 압축의 표현 방식을 보이는 암각화의 형식은, 오목하고 볼록한 평평하지만은 않은 동시에 결과 살, 선분을 지닌 비정형적 평면으로서 석벽이라는 지지체라는 특징에 조응하고 결부되며 지지되는데, 곧 내용적 유비, 곧 형상을 싸고 있는 이 배경의 특질을 그 형상과 함께 어떻게 회화적으로 처리하느냐가 실은 까다로운 부분이 되며, 조영진의 추상회화가 본질적으로 형상에 대한 독해, 재현의 차원에 수렴되지 않고 그 매체의 독자적인, 독립적인 분기를 이룰 수 있느냐의 분기가 된다. 대부분의 작업들에서 형상과 배경은 뚜렷하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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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려진, 《플라스틱 풀과 물고기의 영역》: 체현되고 감각되고 변용되는 그것REVIEW/Visual arts 2025. 10. 29. 00:52
이려진 작가의 《플라스틱 풀과 물고기의 영역》은 유년 시절의 응결된, 해소되지 않은 한 기억을 모티브로 그것을 작업으로 재승화하는 시도로, 그 기억은 이른바 내밀하고도 사적이며 투박한 양상을 띤다. 키우던 두 마리 거북이를 봉선사 연못에 방사한 것이 그것으로, 거북이가 바다로 향할 것이라는 소망은, 합리화의 기제는 〈바다로〉(2025.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00:04:32. 제작 및 편집 협업: 구은정.)의 바다로 나아간 마지막 장면에서 결정되는데, 여기서 동인천 근방과 여러 장소가 영상에서는 물론, 전시 곳곳의 작업의 소재로 차용된 건, 봉선사 연못-거북이-홍제천-바다의 연접 관계에 더해 다시 인천을 추가하는 또 다른 비약에 다름 아닌데, 그리고 이는 어쩌면 그 반대의 출발점, 곧 인천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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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 〈타고타고〉: 나와 대상과의 무한하고도 가까운 거리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5. 10. 28. 00:13
유수연의 〈타고타고〉는 미얀마 거리, 함박마을, 차이나타운의 순으로 인천 동구의 외국인 마을을 차례로 들르는 이동형 퍼포먼스인데, 각 세 장소에는 그곳 지역에 대응하는 세 명의 외국인―포툰(35, 미얀마), 구잘(70, 우즈베키스탄), 주희풍 역(50, 화교 3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영상이 있고, 이는 이동 과정에서 개별 시청이 권장되지만 현장에서 임시 거점 장소에서 역시 상영되는데, 그 셋에 해당하는 “입자”―심창훈, 유은재, 홍서연―가 퍼포머로서 자리하지만, 발화로서 연장되거나 하지는 않으며, 그 결과, 영상이 마치 각자의 ‘그’의 시선을 체현하는 것처럼 그가 사는 지역의 풍경만을 비추듯, 그 입자 역시 풍경의 한 기호를 이루는 데 그친다. 따라서 서사는 현실의 차원을 추출하되 재현하거나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