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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위그, 《리미널(Liminal)》: 인간에의 경계가 아닌, 인간으로서 경계REVIEW/Visual arts 2025. 7. 30. 23:48
피에르 위그의 전시 《리미널(Liminal)》의 다종다양한 작업들은 매체적으로 분기되며 특정한 형상으로서 수렴되는 대신, 각각의 고유한 동적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이는 그 제목이 가리키는바, 경계의 영역, 확정 불가능한 그곳에 위치한 존재자의 자리에 상응하는 임시적이고 가변적이며 불확실한 차원에서 획득된다는 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는 변화 자체를 하나의 결과로 의도한 것이라기보다 변화 자체가 고정값으로 주어지는 작품들의 출발점이 다양성의 형태보다는 비정형적이고 유동적인 형상으로, 그보다는 여러 상태로 귀결되는 부분이다. 아마도 그 예외라면, 입구에 자리한 안이 둥글게 파인 현무암 조각, 〈에스텔라리움(Estelarium)〉(2024. 작가, 갤러리 샹탈 크루젤, 마리안 굿맨 갤러리, 하우저&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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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헌, 〈All i do for glory〉: 우리를 잠식하는 것들의 영광REVIEW/Dance 2025. 7. 30. 23:39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 창단 5주년 기획 공연 ‘GAMMA’의 시작을 연, 권재헌 안무의 〈All i do for glory〉는 두 다른 움직임의 병치를 주요하고 집요하게 사용한다. 이는 아마도 중앙에서 손목을 꺾은 채 아래로 향한 두 팔을 힘주어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중앙의 일자와 그 나머지의 일치된 집단적 움직임의 도열, 그 둘의 대비라는 첫 번째 순간에서 가장 강렬하게 드러난다. 전자의 두 팔의 한 방향으로의 운동이 한쪽 어깨의 꺾임을 필히 동반하며 그 뒤틀림에 주의를 실리게 한다면, 후자의 보디빌딩의 대표적인 포즈, 프론트 더블 바이셉스와 유사한 과시적 표현의 형태이지만 이두박근의 조임 대신에 거의 완벽한 직각을 이루는 팔꿈치의 각도를 유지하는 포즈는 그 자체로 너무 과도해서 기괴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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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종, 〈Virgin Soil〉: 고통으로 뒤집힌 땅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서 서사REVIEW/Dance 2025. 7. 30. 23:37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 창단 5주년 기획 공연 ‘GAMMA’의 두 번째 막을 연, 최호종 안무가의 〈Virgin Soil〉은 한동안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정박되지 않는 흐릿한 형체들의 흐름, 그 가운데 일정 정도의 정동 정도만이 감지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처녀지를 뜻하는 제목을 따른다면, 되도록 형상(figure)적인 것들을 불명확하게 만듦으로써 일종의 배경(ground)으로서 장소를 강조하는 의도적인 전략에 의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지의 특징이 명확해지는 건 트로이의 목마를 재현한 커다란 구조물이 무대 오른쪽에 들어오면서부터인데, 그조차도 고정된 목마를 제외한 나머지를 뚜렷하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목마가 변함없는 형상을 유지하는 것처럼 실제 그 목마에 숨어 있던 존재는 등장하지 않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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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클럽,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퀴어라는 세계/설렘의 입구 혹은 시작REVIEW/Theater 2025. 7. 30. 23:27
공놀이클럽의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이하 〈말린 고추〉)은 소시민 가족의 한 전형으로부터 퀴어와 페미니즘의 의제를 길어 올리고 맞세운다. 이는 각각 서울대 사범대학을 휴학 중인 규빈과 그의 동생 재수생 은빈에 해당하며, 이 둘은 자신들의 독립적인 욕망 실현을 위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질서 아래 자신들만의 비밀을 은밀한 것으로 둔다. 그 질서를 지키거나 승인하기보다 그 아래 또 다른 삶의 지층을 전개하는 것이다. 은빈의 시점에서 가족의 모습이 그려지고,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지닌 오빠 규빈의 비밀이 은빈의 삶에 들어왔을 때 그것은 은빈의 은밀한 기호로 연장된다. 오빠는 그 전과 같이 남성으로 대별되어야 하고, 자신의 독립을 이루기 위해 유예되어야 하는 사실이 된다. 규빈이 할머니의 가부장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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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화, 〈마주하기 ; Reflection〉: 불화로서 몸에서 출발하기REVIEW/Dance 2025. 7. 15. 18:15
〈마주하기 ; Reflection〉(이하 〈마주하기〉)에서 거울과 카메라는 ‘reflection‘, 곧 제목이 가리킨 두 개의 상을 매개하며, 이를 이중으로/동시에 ’마주하는’ 박선화 안무가가 있다. 무대는 하나의 흰색 평면을 이루는 공간이며, 중앙의 분장대와 그 위에 놓인 카메라가 비추는 관객을 투사하는 분장대 위쪽의 화면이 공간의 너비만큼을 차지하고 있다. 이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면서 관객이 자신을 보는 걸 볼 수 있는 자신을 그 바라보는 시선들에 역으로 노출하는 박선화가 등장하고, 그 참여된 관객 자신을 보는 박선화를 보는, 그 보이는 대상이자 그러한 대상이 그 중간의 박선화에 의해 반영되어 감을 선취하는 보는 주체 사이의 시차 속에 이중으로 각인되는 (걸 보는) 관객이 뒤편에 자리한다. 이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