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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돈, 〈굳어진 우리의 느슨한 몸들〉: 공동의, 개체의 몸들REVIEW/Performance 2026. 4. 10. 21:22
천영돈 안무가의 〈굳어진 우리의 느슨한 몸들〉은 안무가가 온라인에서 모집한 20명의 퍼포머가 출현하며, 이 ‘공동(체)’의 형식은 그들 내재적으로는 중심이 비어 있다는 점에서 공동(空洞)의 몸들이기도 하다. 이때 “우리”로 현상되는 공동의 몸들은 이전의 관념을 끌고 오면서 변용되는, 이중의 관념과 그 사이의 변용 절차―“굳어진”~“느슨한”―를 가정한다. 이 상반되는 관념의 대비는 흥미로운데, 그들은 등장부터 거의 얼굴을 드러내 보이지 않은 채 연결되어 있다.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공간 입구 맞은편에 있는 문을 열고 발코니에서 한 명씩 뒤돈 채 출현하는 이들은, 역광 아래 ‘새어 나오는’ 가운데 모두 손을 잡고 있고, 고개는 상대 쪽으로 은근하게 돌아가 있다. 그것은 무언가를 본다기보다 감지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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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기태 프로젝트(악당×옴브레),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 근원 혹은 본질로 돌아가는 것의 자유로움REVIEW/Music 2026. 4. 10. 21:09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라는 제목은 장구와 기타를 각각 다루는 두 연주자, 김기태와 김헌기의 합주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장구의 장단이 점을 찍는 그 시작을 일컫는다. 이때 기타가 선을 이어가며, 어떤 서사적 공간을 열어젖히는데―장구가 즉자적 장소로서 열린다면―, 그로써 시간성이 파생된다. 물론 그것은 작은 입자, 곧 점을 소거한다기보다는 그 점에 붙는 어떤 수식어, 변화하는 환경 같은 것이다. 그리고 한 글자 단어로 점철된 〈점〉의 시작에서 〈밤〉으로 끝나는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가, 〈점〉에서 장구가 열며(점들이 연결되며) 〈밤〉에서 장구로 닫히는 것(전체로 퍼진 기타의 잔음 속에 점들이 분투하며 주체-형상으로서 발화한다.)은 그 근원적 원리를 완성하는 것과 같다. 장구가 장단을 구성한다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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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진, 〈파라〉: 지상과 지하의 관계에 대한 불가능성의 염원REVIEW/Performance 2026. 4. 10. 20:51
곽소진 작가의 〈파라〉는 낙하부대(Paratrooper)의 존재들과 낙하산(Parachute)이라는 물질 사이에서 합성되는 여러 관계의 양상을 하나의 안무적인 이행의 과정으로 기입하는 퍼포먼스이다. 제목의 “Para”는 앞의 두 단어를 묶는 접두사로서, 하나의 단어로서 전용된 것이다. 낙하부대에는 일종의 낙하산 포장병(박태준)과 낙하병(김산), 통신병(조승호)이 있는데, 각각 낙하산을 포장하고, 낙하 모의 훈련을 실시하며, 무선 통신(의 잡음)을 송신한다. 이때 낙하산 포장병과 낙하병은 지하와 지상으로 나뉘어 배치되는데, 이를 교통할 수 있게 하는 계단에는 통신병이 자리하며, 그가 내는 소리가 지하와 지상의 스피커로 전파된다. 스피커는 지하의 기둥에 달려 처리된 네 개와 지상의 바닥에 놓인 두 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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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세계〉: 불가능한 소통의 변증법적 귀환REVIEW/Dance 2026. 4. 10. 20:42
황수현의 〈세계〉는 세계에 이르는 데 두 가지 다른 매체의 양식을 취급하는데, 그것은 신체 자체―존재의 이야기―거나 휴대폰―상호 연결의 분절된 대화―이다. 전자가 지엽적이고도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소구한다면, 후자는 너르고 또 닫힌 차원에서 관객을 스쳐 지나간다. 후자가 이미지라면, 전자는 말인데, 이미지는 텍스트를 신체에 새긴다면, 말은 이미지를 가정한다. 긴 후자에서 짧은 전자로 가는 과정으로서 〈세계〉의 변곡점은 곧 그 휴대폰을 공간 입구 맞은편 작은 테이블에 일제히 내려놓는 순간이다. 그리고 전동 블라인드가 올라가고 블랙박스가 한낮의 풍경 아래 재각인될 때, 이야기가 찾아온다, 또는 스며든다. 곧 텍스트가 정지되어 상영되는 화면의 그 휴대폰을 잡은 손을 반대편으로 튼 얼굴로 보내 슬며시 눈을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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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Hinge》: 이음매의 시간REVIEW/Visual arts 2026. 4. 9. 22:24
1 박신영의 《Hinge》에는 제목에서처럼 ‘경첩(hinge)’을 본뜬 몇 가지 사물들이 놓인다. 경첩은 그 자체로 존재하기보다 사물 A와 B의 이음매를 구성하며 둘을 연결하면서 비로소 기능하는데, 보통 문틀과 문짝을 잇는다. 그것은 그 둘에 포개지며 보통 비가시화되는데, 《Hinge》의 경첩 역시 그러하다. 그것은 실은 절반의 경첩을 품은, 그것을 대신하는 통째로 된 사물들로 주조된다―〈#10〉(2026. Glazed Modeling clay, glass, fired at 900 - 1220°C, 81×15×6cm.)/〈#9〉(2026. Glazed Modeling clay, glass, cloth, fired at 1220°C, 112×40×4cm.)/〈#7〉(2026. Glazed model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