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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유인매장〉: 유인(誘引)하는 유인(有人)들로서 극장REVIEW/Theater 2025. 11. 4. 22:12
〈유인매장〉은 실재의 오프라인과 넷상의 온라인이 연동된 〈유인매장〉은, 무인매장을 특정 스케줄표에 맞춰 “출연/노동”자를 그것에 투입하는 것으로써 유인매장으로 전유하는 한편, 온라인상의 중개와 개입을 통해 이를 다시 전유한다. “서울 강북구 번동 470-1 1층 무인아이스크림할인점 아가 변동점”이라는 실제 장소를 기준으로, 그와 연동된 웹페이지가 여러 차원에서 연속적으로 상황을 기록하고, 또한 유저 역시 로그 기록을 남기며 참여 가능한데, 이는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으로 연장되는, 일종의 스트리밍 연극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는 장소 일부만을 비추는 매우 해상도 낮은 카메라 렌즈를 경유하며, 그 장소에 대한 결여된/불충분한 시선과 텅 빈 제스처를 드러낼 뿐인데, 따라서 그 밑에 따라 오는 출연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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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관, 〈이빨, 다리, 깃발, 폭탄〉: 미소한 사적 자리로부터REVIEW/Movie 2025. 11. 4. 22:02
백종관 감독의 〈이빨, 다리, 깃발, 폭탄〉(이하 〈깃발〉)은 감독 자신이 모은 라디오 방송 아카이브와 영상들에서 각각 추출한 사운드와 이미지를 결합해 만든 작업으로, 그 둘은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데, 이는 라디오를 듣는 이의 시점에서 그 앞에 펼쳐진 것들에 결부되려는 어떤 시도로서 그 이미지들을 눈여겨보게 하지만, 그 간극은 라디오가 가진 본래적 장소성, ‘보이는 라디오’가 아닌, 듣는 이의 고유한, 특정한 장소성으로 환원되는 그 장소의 차원을 근본적으로 상기시킨다. 더 정확히는 전혀 뒤늦지 않은, 동시적으로 합성되는 이 이미지의 자의성이 필연적인 가운데, 그 목소리는 그와 상관없이 명확하게 보존된다라는 라디오의 하나의 장소와 두 개의 몸―들리는 몸과 보이지 않는 몸―을 〈깃발〉은 따라간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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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개인전,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 불탄 것들을 향한 아카이브 충동과 역사적 얼룩들REVIEW/Visual arts 2025. 11. 4. 21:54
김성환의 개인전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에서 한국과 하와이를 연결하는 근대의 역사적 시공간에 대한 방대한 인용, 너머를 재기입하기 위한 바깥의 여러 참조 체계를 구성하는 것, 수많은 자료의 병치를 경유하는 느슨한 환유의 기술은 일차(원)적이다. 그것은 무언가를 직접 말한다기보다 무언가가 말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자료로 남는다, 또는 자료는 작품을 초과하는 작품이 된다. 캡션이 붙지 않는 자료들, 또는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에 끼워 넣어진 작품 곁의 좌대들은 더욱 복잡하게 전시의 지형도를 그린다. 그 가운데 자료는 작가를 통과한다. 따라서 그것은 2차적 표현을 위한 유예되는 질료 같은 것이며,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형식을 이룬다―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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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수평선 옆에 (여전히)〉: 진동하는 서사 혹은 시각REVIEW/Theater 2025. 11. 3. 01:29
이민진의 〈수평선 옆에 (여전히)〉에서 누드는 지배적인데, 이는 어떤 ‘수평선’을 상기시키는 서사의 시작과 연결된다. 누드는 그 서사의 일부로서 튀어나와 그 서사를 완성시키는 보족물이자 수행적인 신체의 매체적 전환으로서 그 서사를 찢고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누드는 또 다른 이야기에 대한 반향, 처음의 순전한 픽션이 아니라 두 번째 다큐멘터리적 기록의 차원에 대응하는, 감각의 차이를 가진 똑같은 춤의 반복으로 이행되는 것이다. 옷을 하나씩 벗어가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어느 해변에서 뒹구는 남녀를 조심하라는 조언을 듣고 걷던 안무가의 일행이 급작스럽게 마주친 누드로 배낭을 멘 남자를 먼저 실루엣으로 식별할 즈음에 이르러, 작가는 거의 누드를 완성한다. 그러니까 누드에 대한 (경험의 외양을 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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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람, 〈순희, 영숙, 연수-ㄴ〉: ‘엄마’를 호명할 것인가 마주할 것인가REVIEW/Theater 2025. 11. 3. 01:09
〈순희, 영숙, 연수-ㄴ〉은 ‘엄마’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추출하고 또한 개념으로서 사유하고자 하는데, 출연하는 세 배우, 이우람, 정혜민, 이 청이 각각 소환한, 조순희, 이영숙, 전연수/임연순―전연수의 (시)어머니―이라는 자신들의 어머니를 마주하고 서사를 구성해 분배하는 방식은, 후반 이 셋이 이루는 가족의 방식과 토대에 대한 탐구로 선회한다. 이는 아마도 연극의 실질적 출발점이 ‘엄마’가 아닌, 그것을 모티브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합의에 이른 세 배우의 관계성에 있음이 착안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순희, 영숙, 연수-ㄴ’은 우람, 혜민, 청으로 다시 바꾸어 쓸 수 있을 텐데, 이 셋이 자신들의 엄마에 다가가고자 한 부분에서 드러나는 건 이들 자신으로, 또 그 과정에서 논의와 실천을 함께 하는 작업 공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