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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수, 〈창 불 흐르는 MELTING FIRE ICEMAN〉: 이미지들의 틈 혹은 이미지라는 물질REVIEW/Movie 2026. 3. 11. 20:04
권희수 작가의 〈창 불 흐르는〉은 영화에 접근하고 영화를 활용하며 나아가 영화를 서술하고 정의한다는 점에서, 영화 자체에 대한 영화, 곧 메타 영화와도 같다. 필름이라는 영화의 물리적 근간의 요소와 맞세우는 근원적 요소를 더하고 이에 비추어 영화를 전유하고자 하는 데서 서사가 출발한다. 제목은 자신의 영화가 지닌 서사의 구조를 간직하는데, 가령 불(FIRE)과 물(MELTING)의 원자적 요소의 대립은 이미지의 흐름(ICEMAN)이라는 질서 아래 통합된다. 또는 이미지의 흐름으로서 불에 탄 필름과 극장, 점액질의 운동성의 각각의 궤적은 모두 흐르는 속성을 가진다. 이미지들은 뒤섞이면서도 어떤 서사의 지침 아래 묶이려다가도 벗어나며 그 자체로 지시되는데, 느슨한 결속 또는 의도적인 나열성은 불완전한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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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주, 《거친 모래가 뱀의 머리에 닿지 않도록》: 세계의 경계를 지우는 이미지REVIEW/Visual arts 2026. 3. 11. 19:59
노예주 작가의 회화들, 그리고 일련의 글이 덧붙여진 전시 《거친 모래가 뱀의 머리에 닿지 않도록》은 크게 전시 공간인 합정지구의 1층과 지하의 구분을 따라, 각각 인물과 사물 혹은 인물과 배경으로 나뉜다. 이러한 대상을 기준으로 한 구별은 피상적이고도 자의적인 기준 이외의 것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이는 하나의 더 큰 지층에 따른 것이며, 그러한 구분은 그에 따른 구체화이자 다른 세부의 범주라는 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곧 인물이 초상의 모델로 작가에게 대상으로 직접 수여되거나 배경 역시 의도된 배치와 구성에 따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작가 스스로가 위치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현실’에서 포착, 재배치된 것이라는 사실, 따라서 그것들이 하나의 현실의 일부이자 어떤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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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서 Cha Yeonså,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 Feed me stones》: 훼손, 조율, 바깥으로서 애도REVIEW/Visual arts 2026. 3. 11. 19:44
차연서 작가의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 Feed me stones》는 형해화된 주체의 자리를 형상화한다. 터전 없거나 비어 있는 그 자리에는 죽음에 대한 의례 혹은 종교 의식적 차원을 성사할 여러 오브제와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가 있다. 죽음은 애도의 대상이기보다 비워진 자리에 하나의 몸이 되어 현전한다. 작가의 아버지인 화가 고 차동하의 〈축제〉(2006~2017) 시리즈에서 사용된 채색된 닥종이라는 재료―그의 유품이자 작품의 일부이자 그의 신체에 대한 환유이기도 한 오브제―를 종이 오리기로써 전용하는 이번 전시는 재료에 대한 몰입과 침투되는 자연의 소리, 종교의식에 의한 도취를 통한 ‘나’의 형해화 과정―공기로의 더딘 분포 또는 사라짐―을 통해 ‘나’의 아버지의 신체를 무대로 펼쳐놓는다. 전시는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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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 〈튤립〉: 절대적인 사랑의 형상REVIEW/Theater 2026. 3. 11. 19:30
김도영 작, 극단 돌파구의 〈튤립〉은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학교에서 튤립밭을 키우는 쿠로가 20년 뒤, 부유한 일본인 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아들 쥬리프의 집에 초대받게 되면서 20년 전의 진실과 함께 인물들의 갈등이 전면화되어 파국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긴박하게 그려낸다. 튤립이 심어진 화분, 곧 쿠로에 의해 화분 안에 검은 흙이 채워지며 화사한 꽃이 들어앉는 이 결착의 이미지는, 작품의 알레고리적 중핵을 이루면서 무대 전반의 환유로 확장된다. 쿠로는 “구근을 키우는 식물”로서 튤립은 구근이 다른 구근을 파생시키기도 한다는 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잘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간헐적으로 부상하는 사운드는 튤립의 구근이 땅속에서 생명을 움트고 있는 작용으로서 은근하게 무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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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set프로젝트,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_안산〉에 대한 메모: 우리는 세월호 이후로부터 무엇을 만나는가REVIEW/Performance 2026. 3. 10. 15:12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라는 제목은 어떤 장소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부여한다. “우리”를 현상하는 장소인 “여기”, 곧 “우리”라는 공동체성이 매개되고 체현되는 장소로서 “여기”가 자리한다. 이는 극장이 우리의 앞에 펼쳐지는 표현을 담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 자체를 하나의 내용으로 인지하게 하는 곳임을 의미한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_안산〉은 세월호 집회와 시위가 펼쳐졌던 곳인 서울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기억과 결부된 안산화랑유원지를 거쳐 다시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이 놓인 서울시의회로 돌아온다. 안산에서는 올해 착공 예정인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되는 ‘4.16 생명안전공원’의 화랑유원지 부지, 4.16공장을 거친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