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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바바서커스, 〈나시와 락교〉: 관계 혹은 구원의 기호 둘REVIEW/Theater 2026. 3. 7. 15:04
극단 바바서커스의 〈나시와 락교〉(고경진 작가, 최주현 연출)는 조카와 이모의 관계로 압축될 수 있는데, 락교가 조카에게서 이모에게로 향한다면, 나시는 이모에게서 조카로 향한다. 락교는 초밥을 먹을 때 곁들이는, 마늘처럼 생긴 쪽파의 뿌리를 절인 음식으로, 조카의 더위가 기후 위기를 현실과 제도와의 시차로 나타내는 첫 장면, 5월에 동복을 유지하면서 에어컨을 트는 낡은 제도에 대한 클리셰―이는 근미래의 기후 위기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전시키는 효과를 갖는다.―와 그로부터 전이된 학생들의 팥빙수에 대한 갈망은, 꽤 강렬하다. 거기에는 학교가 없지만 학교를 환유하는 학생들이 있고, 미래가 없지만 그들은 미래를 현재로 체현한다.
그리고 이 팥빙수로 떠나는 모험의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조카의 신경증적 발작이 뒤따른다. 어머니가 이모에게, 미리 주문을 맡겼던 초밥을 배달하라는 연락은 그 명분이지만, 이는 조카가 어려운 선택을 기꺼이 하는 것에 대한 친구들에 대한 명분일 뿐이다. 물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건 자신이 팥빙수가 먹고 싶은 만큼, 이모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으리라는 사실에 대한 죄의식이 그를 강타할 것이라는 것이다.
조카가 이모를 맞닥뜨리고 겪는 절망의 차원은, 그 스스로가 예견하고도 선택한 것으로, 그럴수록 절망은 더 배가되어 상연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모 스스로의 변화, “오늘은 락교만”이라는 말을 실행하며, 음식을 일부이지만 수용하며 신체 일부가 그것으로 물드는 과정이 생생하게 육화되는 어떤 시간으로 변화하면서, 기적이 찾아온다. 그 전에 이모는 조카에게 나시를 주며 그를, 그의 분노를 안정화하고, 굴절된 욕망의 기저를 파고든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적 차원의 욕구들과 그것이 기본적으로 전제되는 사회의 헤게모니를 혼동하지 않는 것, 조카에게는 일종의 소속감, 온정과 포근함, 편안함 등의 가치가 뒤섞여 드는 그 공간이, 이모에게는 그 바깥의 예외를 낙인찍고 이상한 존재로 치부하는 고정된 체계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회하는 것이 바로 나시라는 매개체이며, 그것을 수용하는 조카의 대응이 바로 락교라는 매개체로써 드러나는 셈이다.
나시는 이모 역시 입고 있다는 점은 그가 감각이 없다거나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하기보다는 그가 그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나시와 락교〉는 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그것이 교차할 때 일어나는 어떤 효과들에 대한 서술에 가깝다. 곧 이모는 텅 비어 버린 것 같은 얼굴로 절대적 공백을 지닌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거기에는 삶의 욕망을 기각하는 모습만이 아니라 그 공백을 파고드는 집요한 인간의 평안함과 스산함의 태도가 같이 있다―이는 그 배우 고유한 차원이 역할로 적확하게 연장된 사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는 어떤 지점인지 알 수 없는 곳에 무조건적으로 향해 있으며, 미래를 위한 어떤 긍정적 차원의 모색과 시도를 갈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카라는 효과는 그를 현실로 불러세우고자 하는데, 이때 그는 자신의 태도를 전적으로 바꾸지 않으면서 어떤 변화의 순간을 마주한다. 마치 그것이 자신을 어떻게든 바꿀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또는 그것이 자신을 변경시킨다면 자신은 그곳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말이다. 〈나시와 락교〉는 마치 하이쿠처럼 짧은 대사들로 압축적인 이미지와 정동, 이행의 어떤 순간을 불러온다. 그리고 그것은 적확하고 분명하게 인간의 근원적인 어떤 영점의 차원을 건드린다.
김민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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