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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set프로젝트,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_안산〉에 대한 메모: 우리는 세월호 이후로부터 무엇을 만나는가REVIEW/Performance 2026. 3. 10. 15:12

0set프로젝트,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_안산〉 포스터.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라는 제목은 어떤 장소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부여한다. “우리”를 현상하는 장소인 “여기”, 곧 “우리”라는 공동체성이 매개되고 체현되는 장소로서 “여기”가 자리한다. 이는 극장이 우리의 앞에 펼쳐지는 표현을 담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 자체를 하나의 내용으로 인지하게 하는 곳임을 의미한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_안산〉은 세월호 집회와 시위가 펼쳐졌던 곳인 서울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기억과 결부된 안산화랑유원지를 거쳐 다시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이 놓인 서울시의회로 돌아온다. 안산에서는 올해 착공 예정인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되는 ‘4.16 생명안전공원’의 화랑유원지 부지, 4.16공장을 거친다.
우리라는 신체의 합성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자리하는데, 안산 현장에서 이들은 자식과 관련한 추억, 10년이 지난 후의 소회 등에 집중한다. 이들의 목소리, 메모와 사진을 담은 카드, 발화 등 여러 매체가 활용된다. 구멍이 뚫려 고리로 엮는 카드 묶음은 전 구간을 관통하는 매체인데, 광화문역에서 처음 접선한 후, 서울광화문광장에 이르기까지 몇 개의 카드를 미리 위치한 스태프에게 이어받으며 그것을 채워나간다. 목소리는 차에서 중간중간 터져 나오며―잠잠한 차 내부의 진공 상태를 뚫고 스피커를 통해 새어 나온다.―, 화랑유원지를 가는 길에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 앉아 있다가 걸어가면서 매끈한 돌 모양의 용기에 연결된 헤드폰을 통해 출현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자기 자식의 ‘엄마’라는 정체성으로 호명되는데, 조은정 엄마 박정아, 권지혜 엄마 이정숙, 신호성 엄마 정부자, 이태민 엄마 문연옥 이렇게 총 네 명이 출현한다. 슬픔은 시간이 흘러 일상의 추억으로 변화했다. 세월호 참사에는 온전히 슬픔만이 자리하지는 않는다. 그것들은 모두 제각각의 고유성을 지니지만, 기억에 대한 의지와 당위의 차원이 “우리”의 공통분모를 도출한다. 모두의 그리고 개별의 분노와 고통, 무기력함 등은 또한 시간에 따라 형질 변환이 되었고, 그 변환의 사실 자체, 그리고 그 변환의 내용이 유가족들을 통해 담담하게 ‘지나간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_안산〉이 말하는 바는 바로 이런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이 이전 사건과의 관계성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고착된 희생자의 이미지와 다른 고유한 삶들로 분화되어 갔다라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참여 관찰의 연속된 버전의 진정성과 그 성과의 차원을 보여주는 것이면서도, 무엇보다 주체의 공백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어떻게 우리 스스로가 고착된 그 과거의 이미지―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닌―를 뚫고 미래적인 이미지로 우리 앞에 찬란하게 서 있느냐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근본적이다. 우리는 타자성의 윤리 대신에, 우리 스스로가 미래를 어떻게 마주할 것이냐의 차원에서 우리 스스로를 주체의 조각으로 만든다.
김민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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