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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PERFORMANCE # 21] 황혜란, 양종욱, 〈황혜란 × 양종욱 8〉: 단위적 차원에서 작동하는 연기 기술로부터...REVIEW/Performance 2026. 5. 15. 13:35

[Q-PERFORMANCE # 21] 황혜란, 양종욱, 〈황혜란 × 양종욱 8〉[사진 제공=Q-PERFORMANCE]. 황혜란과 양종욱의 〈황혜란 × 양종욱 8〉은 그동안 두 배우가 함께 연습해 오며 한 자리에서 발표해 온 여덟 번째 자리로, 양종욱에서 황혜란의 독무대로 그리고 다시 양종욱이 그 위에 끼어들어 화음을 맞추는 것으로 이어졌다. “점-선-면”에 관심을 갖고, “선”에 초점을 두고 진행해보겠다는 양종욱의 소개는, 점과 점을 이어 어떤 여러 다른 선을 만드는 것으로, 점으로 분절되지만 점과 점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위치한다는 수용성의 감각을 경유해 ‘소리 실험’을 펼쳐나갔는데, 이는 목과 입술을 푸는 훈련이나 스캣과 같이 즉흥적으로 음을 만드는 메소드 방식의 형상을 띠고 있다.
이 선은 점들의 물리적 궤적이다. 공간의 미시 분절적 횡단이다. 신체-소리의 차원은 공간-신체―그 사이에 소리가 있다.―의 차원으로 연장된다. 반면, 황혜란은 의미의 궤적을 만드는 차원에서 단어들을 동원하는데, 그것은 처음에 문장을 시작하거나 연결하는 각종 부사들의 시작과 연결, 그리고 “그러하다”와 같이 그 앞을 그대로 지시하는 형용사의 종료로 이어지는 대체적인 흐름―물론 그사이에 더 많은 단어들의 종류가 있다.―, 따라서 어떤 실체도 지시하지 않는 무한한 연결들의 궤도 아래 각각의 단어들이 형성되고 그 자체로 지시되며 연결되는 도돌이표의 기이한 흐름을 구성하게 된다.
이는 “겹쳐진 선”으로 명시되는데, 단어들이 선형적으로 나아가지만 반복적으로 회귀하면서 단어는 미래의 서사 대신에 과거의 물질로 붙들리게 된다. 따라서 겹쳐지는데, 이 겹쳐짐은 어떤 어렴풋한 서사의 축으로 나아간다. “잘 지내는 거야, 아니야?”/“I’m late to soon later … oh then … my child…”와 같이 말의 건넴은 상대를 유예하며 자신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것은 여러 캐릭터의 변모 자체보다는, 오직 하나의 캐릭터만 황혜란에 담김을 의미한다. ‘상대’를 가정하는 나에서, 상대로부터 ‘나’를 특정하는 것으로 ‘곧장’ 이행할 때 나는 증폭된 하나의 주체가 지닌 변용 안에 있다.
한편, “아버지의 아버지의…”라는 통시적 차원의 계승이 만드는 역사는 어머니의 성이 사라지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어머니의 성을 소거하는) 남성적 세계의 치우침을 담보한다. 그것은 단절된 “깊은 고독”과 깊은 죄다. “가장 단순한 선”은 1~10에 이르는 숫자 세기다. “가장 긴 선”은 손과 팔을 양옆으로 펼친 손이다. “가장 복잡한 선”은 앞선 단어들이 중첩되고, 가장 단순한 그 숫자들을 더하는 과정에 만들어진다. 그 스스로 어떤 것을 재현하지 않는 문장 단위를 이루는 단어들이 기의를 형성하지 않으면서 물질적 차원으로 놓였었다면, 문장들은 그것의 맥락을, 공간을 하나의 존재에 일임한 채 조각들로 유기된다. 그것은 곧 연기 훈련 혹은 메소드의 한 형상이다.
따라서 양종욱과 황혜란 모두 이것이 배우라는 매체 자체의 실험임을 전제하며 움직이는 셈인데, 양종욱의 소리-신체의 자족성은 마지막 황혜란의 대사들에 연루되면서 기꺼이 기능적 차원의 코러스가 된다. 모든 대사는 서사의 한 토막이면서 서사의 한 토막일 뿐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소급된다. “박물지학”의 “강박적” 추적으로 “우연히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의 대사 역시 반복되는데, 그것은 서사로 연장되는 대신에 오직 존재의 행위 그 자체로만 의미화되며, 곧 황혜란 자신의 행위가 그러함을 가리키는 것으로 감각된다.
양종욱이 순수 신체적이라면, 기표에 부착되는 성대-신체의 움직임이라면, 황혜란은 순수 언어적인데, 서사의 파편을, 문장의 분절을, 반복으로서 피처링을 통해 언어를 절편화하여 서사의 출현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또는 그 희미한 틈새로부터 서사의 최소 가능성을 추출하기 때문이다―봉쇄는 서사를 막을 수 없음에 대한 실험으로서 행위이다. 이 최소 단위의 실험을 보여주는 두 배우는 연기의 기초적 양식을 보여주(는 데 급급하)면서 연기의 심원한 세계 자체를 향해 (대담하게/성큼) 나아간다.
김민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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