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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재, 〈람펜-피버〉: 불투명한/불안한 매체-막들
    REVIEW/Performance 2026. 5. 13. 20:08

    이민재, 〈람펜-피버〉ⓒ최형락[사진 제공=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이하 상동).

    이민재의 람펜-피버는 무대 공포증을 뜻하는 독일어 람펜피버(Lampenfieber)를 재분절해, 램프들(Lampen)과 열()(Fieber)의 합성으로, ‘무대공포증을 재정의한다. 그러니까 밝은 조명 아래에 서는 배우의 두려움과 불안, 긴장 따위는 공포라는 의미로 증폭되고 확장되며 그 나머지의 정동들 역시 포함하는데그러면서 환원하는데, 이민재는 무대를 막의 공간으로 분절하고 신체와 등가시킴으로써 단어를 본래의 기원으로 되돌려 준다. 천장에서 내려와 몸을 마는, 감싸는투명 비닐 막의 좁은 공간, 전체적으로 원기둥 형상을 띤 이 공간은, 신체가 정박하는 유일한 장소가 된다

     

    두 개의 입구를 기준으로 그 앞에 각각 세로로 두 개씩 그 원기둥이 자리하고, 공간 중앙에 하나의 투명막이 공간을 세로로 가른다. 이는 통로 공간으로서 그 안에 두 명의 퍼포머가 들어가 앞뒤로 움직이며 그것을 열고 닫고 하며 공간을 구조화하는데, 이는 이 공간이 두 개로 양분된, 일종의 두꺼운 커튼으로 이뤄져 있는 데서 기인한다. 이는 다시 둘의 관계성의 서사를 구성하는데, 가령 서로를 향해 다가오며, 곧 커튼을 닫으며, 서로를 마주하게 되고, 한 명이 그것을 밀고 나가고 다른 한 명이 뒤따름으로써, 곧 커튼을 한쪽은 열고 다른 한쪽은 닫음으로써 관계는 어긋난다이는 반대로 행해지며 전도된다.  

     

    이는 수평의 움직임을 띤 거대한 폐-막의 몸짓과 같다면, 원기둥에서 숨은 매체 차원으로 변용된다. 퍼포머는 신체가 좁아지는이 영역 아래에서만 숨을 쉬어야 한다. ‘은 안전하게, 신체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신체를 겨냥하게 함으로써 퍼포머가 맞닿게 퍼포머를 맞닿게 한다. 이는 퍼포머에게는 이중 구속이다편하기 위해 불편함을 먼저 감수해야 하고, 불편함을 받아들이며 편안해져야 한다. 그가 이곳을 빠져나올 때를 제하고는 그는 안전하지만 불편한/불완전한 거주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막은 어느 정도 그를 투명한 것으로서 감싼다. 투명하게 흐릿해지며 투명하게 거리를 둔다. 그리고 이는 반쯤, 퍼포머 개인의 차원에서 주체성을, 그리고 동시에 이미지-모델로서 수동성을 가져간다

     

    따라서 그 개인의 심리는 측정되거나 판단되기 어려운 영역으로 소급되는데, 그것은 신체 내재적 차원으로()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조명-열이 무대의 열병으로 이행조명이 무대를 환유하는 것으로 연장된다면, 열은 신체적 증상의 차원으로 변용되며 연장된다.하는 그 경로를 다만 이민재는 구성하는데, 이때 퍼포머 각각의 상태는 미묘하게도 미스터리한 것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민재는 타자성을 두는 것으로써 수용한다. 투명 원기둥 공간에 신체가 들어서면 빛이 뿌려지고, 포그가 방사되고, 시선에 둘러싸이는데, 그것은 자신을 타자성으로 산출하는 자신의 기존의 공식에 퍼포머들을 두는 것과 같다. 거기서 퍼포머들은 고유의 반향적 존재이다

     

    퍼포머들의 목에는 소리를 수음하는 마이크가 검은 밴드로 둘려 있다[각주:1]. 사실 그 소리의 증폭의 차원(으로서 추정), 곧 일관되게 공간을 휩싸고 있는 증폭된 어떤 숨의 소리는, 그 소리의 기원을 특정하기 힘든 아쿠마스틱한 것으로 느껴지는데, 투명막 안에서의 미세한 숨소리를 그것이 덮고 심지어 동기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배경음으로서 소리가 마치 재현되고 있고, 그 안의 소리를 봉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이는 막과 같이 이중적이고도 양가적이다. 곧 이 소리는 앞선 비가시화되는 또는 미세하게만 감지되는 내재적인 차원을 환각적으로 증대하는 동시에, 그것이 다시 하나의 공포나 두려움으로서 신체-이미지에 압력을 가한다

     

    투명막이 퍼포머에게 감압과 가압 작용을 동시에 한다면, 그들이 막을 나와 다른 막으로 이전하는 경로에서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관객은 확실히 가압된다. 하지만 공간 전체의 차원에서는 막 안에 관객이 위치하며, 관객은 중간 막으로부터 두 층위로 분절된다. 그러니까 횡단은 오직 그 경계 에서만 이뤄진다. 자율성은 오히려 퍼포머에게 이전되며, 공간은 퍼포머에() 잠식되(는 곳이), 관객은 막 바깥에서 쫓겨나있어, 근거지를 두기 어렵고 혼란한 상태가 된다. 시각적 대상은 자주 말없이 사라지고, 교체되며, 저 너머의 공간에서 무언가가 출현한다. 조망은 불가능하며, 무대는 철저히 공유되고, 그 무대 바깥으로 관객은 밀려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소리의 주권을 갖지 못한다

     

    이민재는 d/p에서 열린 자신의 개인전 〈〈Doppel-Lumpen〉〉의 퍼포먼스, 두려움 이후는 두려움 이전과 같다의 퍼포먼스에서, 직육면체 큐브 공간에 들어가 두 개의 창문에 숨을 불어넣는데, 이 막이 단단하다면, 람펜-피버의 막은 덜 투과되고 덜 딱딱하다무언가를 기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덮어 이전의 형상을 드러내는, 그렇게 “Angst”를 출현시키는 이 퍼포먼스에서처럼, 무언가를 기입하지는 않는다, 숨은 그 안에서 닫히고 흩어진다’.   

    그것은 불투명한 이미지-신체를 만든다. 퍼포머는 그 에 있는 것 자체의 두려움막은 덜 몸을 감싼다., 혹은 안에 있어서 덜 두려움을 갖거나반대로, 막은 나에게 어떤 틈을 준다., 또는 그것을 자신을 넘어서는 어떤 차원에서 접촉의 매체그것을 하나의 독립된 신체로 둔다., 나아가 너머의 개방성을 도출해 내기도 한다그곳을 통해 세상을 본다. 여기서 눈을 감고 막에 숨을 불어넣는 행위는 거대한 용기, 무모한 모험으로도 보이는데, 그것은 바깥에 가까워지며 안을 더 내밀하게 기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비닐은 손이 닿으며 손이 되고, 그것을 끌어안음으로써 몸뚱어리가 된다. 손을 그 앞에 둠으로써 손을 비춰보는 거울 매체에 가까워지며, 그것을 두 손으로 붙잡음으로써 기약 없는 상대가 된다. 이러한 반응들은 모두 제각각이며, 매우 섬세하게 조율되며 즉흥적이고 자의적이며, 무의식적이다. 그것은 퍼포먼스인 동시에 가장 미세한 행위로서 안무의 지층을 이룬다. 불안과 두려움을 처리하는 기술로서 몸짓들이 심미화된 기호로 번역된다. 윤상은은 포그가 들어올 때 그것으로 얼굴을 보내는데, 그것은 햇빛을 향하는 해바라기의 굴광성의 특질처럼 포그를 수용하는 몸짓이다

     

    그것은 막 안의 또 다른 막이 아닐까. 내재적 심리의 차원을 해명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아마 람펜-피버에서 가장 특징적인 건 이 숨이 보이지만 그 막으로 인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퍼포머가 숨을 쉴 때 그것이 어느 순간 합치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 역시 존재하는데, 숨은 이 막을 거의 전파로써뚫고 장소의 기원을 달리해 출현하며, 그것과 싱크를 이룰 것을 요청한다. 사실상 그 소리는 의 것이며,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 스피커의 위치를 보지는 않는다. 이때 그의 소리는 어느 순간 이접되는데, 그 싱크가 맞지 않음에 따라, 그의 것이 더 이상 아니게된다.

     

    이 이탈의 순간은 소리를, 숨을 빼앗는 것과 같은데, 소리는 그 중간의 매개 장치, 곧 넥 마이크에 매개되는 것이며, 소리가 그 바깥에서 들리고 있는 순간, 그것은 소리를 내지 않지만 가시화된다. 반면, 그로부터 더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순간, 거기에는 또 다른 매개()가 가시화된다. 곧 등장하지 않는 작가는 존재-소리를 일종의 트랙으로 처리해 발신하는 역할을 한다넥 마이크에 연결된 무선 마이크 송수신기가 스피커로 소리를 보낸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이는 퍼포머로 소급하면, 퍼포머 자신이 자신의 숨을 명확히 들을 수도, ‘듣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잘못들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그 소리 자체가 하나의 규율로서 작용하여, 그의 숨을 자기의 것으로서 근거 짓는 또는 그것 안에 용해하려는 역할로 나아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적어도 그는 의 소리에 종속당한다, 관객보다 더 적확한 차원에서 실재적으로 말이다. 그는 자신의 숨을 인식하지만, 듣기의 차원에서 인식하며, (따라서) 수행의 차원에서 등가시킬 수 있다그 수행의 차원에서 의미화된다.

     

    여기서 타자를 자신에게 체현되는 대상으로 수용하는 일은 자신을 타자 안에서 재수용하는 것 아래에서 필연적이기보다 수월하다곧 자기를 타자로 영점 조정한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환경을 수용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퍼포머들은 막 안의 고립을 가시화하면서도 더 넓은 세계와의 연루됨, 그로 인한 취약함과 자기 보존의 측면을 수용해야 한다. 은 관성적 차원에서 비가시적인 매체들 곧 마이크와 스피커, 그리고 비가시성의 존재 곧 최종 컨트롤의 작가그야말로 가장 불투명하다.에게도 있다. 람펜-피버는 이 막들의 불투명한 시각성 자체가 주는 근본적인 (퍼포머에게도 주어지는) 혼란, 혼동 따위에 그 본질이 있다. 소리는 하나의 이다!

     

    마지막으로, 람펜-피버의 숨의 기저에는 소리가 있는데, 이 기저음은 무언가 숨을 그 위의 것으로 고양시키거나 부상시킨다. 이때 숨을 들이마심은 소리라는 덩어리를 들이키는 것과 숨을 마심은 소리라는 덩어리를 내뱉는 것과 같다. 소리는 일종의 오브제 아이다.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고유한 신체에머무르지 않으며, 편재하고 장악한다. 떠돌면서 튀어나오고, 들어갔다가 거듭된다. 그것은 변형된 숨, 심호흡의 차원으로 변주된, 입천장을 열고 그 숨을 하나의 덩어리인 양 조심스럽게 수용하고 꺼내는 이 숨의 형식이, 소리의 외재화, 자신을 초과해서 출현하는, ‘과잉된 소리-덩어리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시각화된 물질과 같다.의 차원을 다룬다라는 차원에서 상호 연관성을 띠고 있다고도 추정해볼 수 있다.

     

    김민관 편집장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개관특별전 세마 퍼포먼스 《호흡》

    이민재, 〈람펜-피버〉, 2023/2026. 

     

    서서울미술관 지하 1층 다목적홀

    라이브 퍼포먼스

    3. 27.(금) 18:00

    3. 28.(토) 16:00

    3. 29.(일) 16:00

     

    콘셉트 및 연출: 이민재

    움직임 리서치 및 출연: 서소행, 유지원, 윤상은, 정채민 공간 제작: 황효덕

    공간 제작 보조: 김은정, 남혜연, 정진욱, 최서우

    조명 디자인: 공연화

    사운드 디자인: 카입

    코디네이터: 이소영

    무대감독: 김진태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커미션(2026)

    기획/제작 이성민

    제작/운영 곽소민, 김수나, 박수정, 이소영, 이지연, 임다, 이도현

    조명 공연화, 김세현, 신유미, 박지원

    음향 김성욱, 이원석, 전희주

    무대 이도엽, 이유성, 김지수, 김진태, 손성현

    사진 최형락,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2026.3.28.)

     

    1.   1. 사실, 공간 오른쪽 입구 쪽의 원기둥에는 가시화된 마이크가 하나 놓여 있었고 조명에 의해 상대적으로 더 밝은데, 그것은 (의도치 않게) 무대로서 위치를 더 가시화한다촬영용 오디오 수집을 위한 수음으로, 작품 외재적인 부분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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