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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익정, 〈무허리〉: 모호하고 뚜렷한 것들
    REVIEW/Performance 2026. 5. 15. 13:36

    조익정, 〈무허리〉ⓒ최형락[사진 제공=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이하 상동).

    조익정의 〈무허리〉는 도로를 경유한 도시의 지속적인 사운드 스케이프 아래, 일상에서 추출된, 다섯 명의 존재들이 파편적으로 이동하며 관계 맺는 양상을 하나의 서사적 단위의 소급으로 처리한다. 이는 도시 공간을 일종의 재즈의 은유에 빌려 처리하는 것과 같은데, 그것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어떤 멋의 기호학적 발현이면서, 자의적인 코드를 간직한다. 곧 행위-조각들은 우연하고 즉흥적이며 정확히 포집되지 않는다.

     

    무용은 그 ‘형식’적 차원의 지지체로서 표현의 연장을 봉쇄한다. 그리고 이는 장소-사건의 차원으로 형해화되며, 일종의 ‘기억 상실’의 서사적 실재로 치닫는다. 그러니까 〈무허리〉의 어렴풋한 서사적 조각은 그것이 기억의 차원에서 전개되었다는 환각 안에서 단지 추출되는 바다, 또는 어렴풋한 기억의 조각으로서 서사만을 구성한다.

     

    이 파편-신체들의 맞물림은 관계적으로 연장되기보다 그 관계가 소급되는 기원을 분절하는데, 그것은 관계없는 이들 간의 “폭력”의 기원적 시점이다. 이는 두 가지 차원에서 연장되는데, 폭력은 반복되지만 관계는 형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폭력은 연이어지지만 축적되지 않는다. 전자가 서사적 차원이라면 후자는 물리적 차원인데, 물리적 차원의 장소적 편재성의 신체가 서사적 차원의 기억 상실의 서사 없음 혹은 반서사적 전략으로 기입되는 것이다―그리고 이는 폭력을 트라우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폭력의 행위로서 지시한다.

     

    〈무허리〉는 바퀴 달린 차체를 형상화한 뼈대 구조물, 세로축의 긴 뼈대와 그 중앙 기둥에서 90도로 분기하며 작게 나온 가로축 뼈대의 두 축으로 이뤄진 이 구조물의 위쪽 뼈대를 잡고, 등받이 없는 회전의자에 앉아 이동하는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이 ‘자동차’는 매끈한 노면에서가 아니라 그 자체적인 헐거움으로 인해 덜컹거린다. 따라서 이 조악함으로부터(만) 도시의 속도가 질적 차원으로 현상되는데, 그것은 인간과 자동차의 합성이자 그 윤곽으로서 이미지로서, 울퉁불퉁한 노면과 홈을 강화하며 이전한다.

     

    ‘합성’은 파편적인 것들의 접착에 근거를 두는데, 끼익하는 발과 바닥의 마찰을 내는 움직임 역시 그것이다. 이는 탭댄스의 부분적 조각이자 제동이 걸린 타이어의 소음이며, 따라서 구두는 음악적 성취를 이루는 동시에 자동차의 타이어와 같다. 입구에서 중앙의 기둥을 중심으로 두른 낮은 단은 심부라는 오지각을 야기―실은 하나의 바닥이다.―하는 비가시권의 영역을 그 안으로 만들어내는데, 거기에는 온갖 사물과 존재가 자리한다. 물을 뿜어대는 펌프를 안에 넣은 가방을 멘 사람, 말캉거리는 뭉쳐 있는 어떤 하얀 덩어리―단 안에서 깎던 채소인 ‘무’가 순환한 것으로 보인다.―를 던지는 사람, 관절형 삼각대와 조명, 외부 모니터를 장착한 카메라를 든 사람에서 그 사물들이 그곳으로부터 연원한다.

     

    이러한 행위들은 한 존재에서 다른 존재로 이전되기도 하는데, 역할 놀이를 벗어나 일관되게 적용되는 건 체육복을 입은 남자(김대희)와 그를 쫓는 정장을 입은 남자(우두균)의 관계로, 후자로부터 전자로 폭력이 향한다. 이때 앞선 덩어리가 바깥으로 난사되며, 둘의 간격을 시차로서 기입하는데, 이 시차는 좁혀지지만 다시 돌아가며, 이것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단지 바닥을 스크래치 하는 발걸음과 스포츠식 점프 훈련이 우연히 대위법적으로 맞물리는 양상과 같다. 여기에 카메라는 자신을 찍는 동시에 자신을 이미지로 반향하는 장치가 되는데, 이것이 또 다른 관계성을 만드는 것으로 이전된다.

     

    폭력의 직접적 현상은 시차로 인해 동시성의 병치로 뒤바뀌지만, 이 시차는 도시의 동시성의 원리가 거꾸로 폭력의 한 현상으로 우연히 도착하게 되는 결론을 전제하며 폭력의 기원을 부재의 차원으로 전복한다. 그러니까 폭력의 기원이 우연하고 즉흥적인 것이며, 그러한 폭력의 우발성은 전사의 직접적, 합목적적 차원보다 도시의 복잡다단한 질서에서 세공되는 부분이라는 것이 어쩌면 〈무허리〉가 보여주는 중핵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각자의 리듬 체계들이 무작위적으로 공진하는 이 세계에서 역할과 양태는 행위이지만 어떤 행위를 의태하는데, 그것이 도시에 대한 상징과 실제적 재현의 양상으로 처리되기보다는 실존적 양식의 무의미함과 진동하는 측면에서 그저 신체들에 가까워 보인다는 점에서, 그것은 어느 정도 모호하다. 그리고 이 모호함은 뒤섞임의 감각이 주는 혼동의 질서에 결정적으로 빚지고 있는데, 가령 그것은 빽빽한, 곧 중첩되는 차 소리들의 배경음으로부터 온다. 모호한 신체들이 뚜렷하게 현상되는 감각은 오지각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오지각이어야 할 것 같은 그런 양태들 자체로 소급된다.

     

    차체 놀이가 일종의 유치하고 어설픈 재현의 성격보다는 우리가 곧 차라는 피부를 입고, 그 차로 연장된 신체로서 변용(된다라는 맥루한적 미디어 사상의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는 도시의 단면들이 어떻게 감각의 밀도를 극대화시키는 파편적 진실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서 〈무허리〉가 존재하는 차원에서 무엇보다 그러하다. 곧 단편적 감각은 총체적 도시에 대한 연상 작용 아래에서 노정되는 것이다. 가령 물을 뿌리는 행위가 의식을 떠난 존재의 노상 방뇨의 행위에 근접한다면, 무언가를 찍는 행위는 도시의 국소 조명과 절합된 신체를 현상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리고 이것들은 무엇보다 재현적 양태로서는 모호한데, 그 모호한 것은 분명 뚜렷하게 현전한다.

     

    김민관 편집장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개관특별전 세마 퍼포먼스 《호흡》

    조익정, 〈무허리〉, 2024/2026. 

     

    서서울미술관 지하 1층 전시실 2

    라이브 퍼포먼스

    3.24.(화) 16:00

    3. 25.(수) 16:00

    3. 26.(목) 16:00

     

    연출가: 조익정

    소품 제작자: 이이정

    안무가: 신혜수

    무용수: 김대희, 김태현, 신혜수, 우두균, 조수현

    사운드 디자이너: 권한결

    코디네이터: 박수정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커미션(2026)

    기획/제작 : 이성민

    제작/ 운영 곽소민, 김수나, 박수정, 이소영, 이지연, 임다울, 이도현

    조명: 공연화, 김세현, 신유미, 박지원

    음향: 김성욱, 이원석, 전희주

    무대: 이도엽, 이유성, 김지수, 김진태, 손성현

    사진: 최형락,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2026.3.24.)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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