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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지, 〈한국인 되기〉: 한국(인)을 향한 이미지 혹은 시선REVIEW/Theater 2026. 5. 20. 13:12

박현지 연출, 〈한국인 되기〉[사진 제공=극단 그린피그](이하 상동). 한국 하면, 그리고 한국인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한국인 되기〉는 외부 혹은 타자와의 관계성에 의해 호명되거나 표시되는, 또는 비교의 차원에서 분석되거나 지시되는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해, 주로 이주노동자의 처지와 환경에서 기술한다. 한국인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며 그에 따라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은 일종의 특권처럼 느껴진다. 곧 한국인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비판 의식의 결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인풋에 섞여 있다.
무대 중앙에는 서류뭉치와 노트 등을 비롯한 여러 자료와 메모 들이 놓여 있고, 그것을 둘러싼 객석에는 배우들이 군데군데 자리한다. 곧 의견은 관객의 그것을 가정하며, 일종의 토론 연극의 외양을 자처한다고도 하겠다. 여기서 논쟁과 회의를 통한 일종의 변증술적인 차원에서의 한국(인)에 대한 고찰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 대한 옹호와 권리 주장의 측면을 수용하며, 한편으로 그로부터 근거들을 도출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곧 〈한국인 되기〉는 풍부한 입장에 근거한 질문의 수여보다는 다분히 일차적인 지향성을 띠며 계도적인 성격에 머문다.
결과적으로 〈한국인 되기〉에서 한국은 일종의 대타자로서 이주노동자와 관계를 맺는데, 이는 통상 자국민 중심주의의 문화나 국가의 경계가 갖는 공고함의 특질 자체를 철학적 명제로 전제하고, 그 비교 근거로서 세계 여러 국가의 이주민 정책과 그 이념적 토대를 추출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특권’적 삶으로서 한국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곧 한국에 대한 객관적 지표, 행복지수, 경제적 상황을 비롯한 비교의 토대 자체를 설정하지 않는 한편, 한국의 이념에 대한 어렴풋한 접근 역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일종의 사회운동 차원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연장하는 것에 그치는 것 아닐까.

그에 따르면, 풍부한 자료와 리서치 결과 들이 연극의 발화로 이어질 때 갖는 이점은 그 정보들이 하나의 서사 지형을 구성하는 입체적 목록으로 조합되면서 갖는 형질 변화에 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산만하거나 정리되지 않은 일차원적 정보 차원으로 수렴하는 듯 보인다. 당대 한국 사회에 대한 시선을 경유한 리서치 과정은 ‘역사시비 프로젝트’의 특성을 일정 정도 반영하는 부분이며, 거기서 시비를 가리(려)는 부분은 하나의 주요한 방식을 구성한다. 여기서 물론 ‘시비’는 극단적으로 치우치거나 양비론을 택하지 않는, 일정 정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시도를 전제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 되기〉의 결말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유튜브 방송을 접한 남자가 단말마로 씨불이고 줄행랑하는 것인데, 이러한 공백은 그린피그의 어떤 고유한 스타일의 연장이며 역사시비의 일관된 결말의 형태를 가정한다. 반면, 8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되었음을 사전 문자로 고지했던 것과 같이, 급작스러운 전개 양상으로 인한 닫힘은 극을 초과하는 현실의 문제를 수용함으로써 기존 작업의 관점에서는 한국의 규명이 더 이상 어렵거나 불가능하거나 애초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이는 애초 한국(인)에 대한 개념적 정립과 서사의 틀을 만드는 데 있어 부족했던 부분을 은폐하는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한국인 되기〉는 한국(인)에 대한 공고한 장막으로서 정의와 그 틈입의 지점을 찾는 데 주력하는 차원에서, 시비의 영역을 다룬다 또는 다툰다고 하겠다. 따라서 애초에 한국 사회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라는 목표 혹은 방향성은 일종의 신화나 기존 학문의 반복일 수도 있다. 관객은 이주노동자의 관점 아래, 인트로에서 한국(인)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를 발화할 때의 안온한 입장에서 벗어나, 한국의 바깥에서 한국에 도달하는 험난한 경로를 인지하고 체험하며 또 통과의례적 절차를 거치게 된다.

초반, 관객은 이주노동자가 겪는 고용허가제 심사 과정을 일정 정도 체현한다. 명령은 예외 없이 적용되는데, 원형의 대형은 일어서서 앞으로 나와서,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고, 두 손을 들고, 손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수행하게 된다. 아울러 “특별한국어능력시험문제”의 지문을 읽어내야 하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종이 상자 접기를 다른 한쪽에서는 포대를 나르는 노동의 모습, 겨울에도 보일러가 구동되지 않는 열악한 주거 조건의 방의 재현은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실태와 어떤 스테레오타입 사이를 오간다. 그 재현의 방향은 이주노동자의 말을 직접 끌어들이거나 출현시키지 않는 대신, 한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인이 바라봐야 할 지점에서, 한국인의 시선을 향하기 때문이다.
한쪽 구석에서 김치와 사발면을 먹는 한국인의 모습 역시 재현의 일부이다. 이는 가장 앞선 질문, 상기의 차원에서 태생적인 DNA로서 한국(인)을 정의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곧 일차원적인 근거이면서 충동에 충실한 대답이며 반복되는 이미지로서 호출되는 그러한 재현으로부터 한국(인)과 이주노동자가 느끼는 극렬한 한국 사회에 대한 벽과 부조리함을 맞세우는 방식으로서 〈한국인 되기〉는 한국(인)의 이미지와 그 반대편에서의 이미지를 오간다. 그리고 그 전자의 차원에서 심층의 코드로 나아가지 않으면서 후자의 차원으로 도약한다.

〈한국인 되기〉의 한국(인)에 대한 해제는 정의와 해석의 차원으로 나아가는 게 아닌, 그것이 분기되는 지점을 찾는 것에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인 되기〉는 실은 한국은 어떠한 특질의 국가, 장소가 아니라, 일종의 경계이자 관문으로서 일차적이고도 본질적인 의미를 형성함을 보여준다. 그로부터 한국인의 무지와 미비한 인식, 한국 사회의 부조리하거나 부실한 단면을 이야기한다.
김민관 편집장
2024.12.6. ~ 12.15. 예술공간 혜화
만드는 사람들
공동창작
연출_박현지
출연_박정근, 이동영, 이승훈, 정나무
조명_김소현
음악_박고은
진행_박수빈
오퍼레이터_윤자애
기록 촬영_한문희
그래픽디자인_워크룸
기획_노지상
홍보_김보람, 김세희
공동기획_창작주체 예술공간 혜화
제작_그린피그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
*본 공연은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추진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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