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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새 각색, 부새롬 윤색·연출, 〈햄릿〉: ‘햄릿’의 비실존성 혹은 수행성
    REVIEW/Theater 2026. 5. 22. 17:22

    국립극단, 〈햄릿〉(각색: 정진새, 윤색·연출: 부새롬) [사진 제공=국립극단](이하 상동).

    국립극단의 〈햄릿〉(각색: 정진새, 윤색·연출: 부새롬)은 햄릿의 실존적 광기와 결정적인 비극의 요소를 현재의 시간으로 욱여넣는다. 그것은 이른바 정치적 현실과 동시대적 해석이라는 하나의 틀이다. 햄릿의 복수는 주제 대신에, 욕망‘들’이 착종되는 현실 지형의 복잡다단한 풍경 속으로 녹아든다. 선왕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관한 조사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시작되고, 폴로니어스를 죽인 햄릿에 관한 단죄 성격의 조사위원회를 거쳐 마침내 햄릿을 비롯한 왕족들의 떼죽음에 대한 조사위원회의 발표와 포틴브라스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현실, 동시에 다른 현실과의 네트워크(의 중요도)가 급작스럽게 솟아오르며 극이 닫힌다.

     

    분명한 건 현실 지형의 강조와 선왕의 죽음이 포틴브라스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희미한 단서,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에 뚜렷해지는 부분은 기존 『햄릿』을 다룬 여러 연극이 주안점으로 두던, 일반적으로 강조되던 주인공 햄릿이라는 인물의 심리적 기제에 대한 우위에서 초점을 변경한다는 것이다. 포틴브라스의 마지막 등장은 정면을 향한 이미지성으로 강조되고, 앞선 모든 현실 이후의 또 다른 현실을 예고하는데, 이러한 비연속적인 분절은 앞선 희미한 단서가 명확해진다는 차원에서만 가능하다. 곧 포틴브라스는 이전의 판에서 어떤 관계의 언어도 섞이지 않지만, 하나의 단서 차원으로 그리고 등장으로써 이전 현실을 또 다른 현재로 대체하며 이전 현실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인과적 설명을 갈음한다.

     

    이에 대한 효과는 구체적으로, 일반적으로 『햄릿』이 선왕의 죽음의 원인이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로 귀착되며 햄릿의 필연적인 복수와 정념은 온전히 햄릿이라는 한 명의 자아의 그것으로 수렴되고, 그 과정에서 선왕의 타자성과 그 언어는 주체의 변위를 만들어내는 부분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만든다. 강력하고도 분열적인 햄릿의 내면은 관객의 주체로 전이, 접합되기보다 네트워크의 한 분포로서 햄릿이란 인간을 조명하며, 그의 착각 혹은 오인의 한 요소로서 제시되며 『햄릿』에서 가장 결정적인 최초의/영원한 선왕의 죽음이 분쇄된다.

     

    정진새 작가는 『햄릿』을 현재화하고 정전과의 거리를 통한 현실 차원으로 극을 이전한다. 〈햄릿〉을 일종의 심리 드라마적 연출로 나아가지 못하는 미스터리한 단서와 그것의 확증됨을 구조 안에 집어넣어 정치적 판도 아래 있는 국가의 위기로 극을 확장시키는 한편 햄릿과 오필리어로 대표되는 젠더 변환의 요소들을 가지고서 『햄릿』을 페미니즘의 언어로 다시 쓰는 대신에, 『햄릿』이라는 시작의 조건을 검토하며 재정초하는 것에 가깝다. 곧 그 조건 아래, 일종의 우연성에 입각하는 역할들의 자의적 성별 바꿔치기가 이뤄진다. 또한 예술에 대한 메타적 인지 요소를 넣음으로써 예술 관련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소구한다.

     

    전통적인 인습과 클리셰로부터 벗어나려는 일련의 시도로서, 햄릿을 여성으로, 오필리어와 호레이쇼를 남성으로 등등 여러 명의 성별을 변환하는 절차로서, 일반적이고 일차적인 차원에서 명명되는 젠더 프리의 차용은, 영국의 여왕 문화에 대한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측면에서 우선 원작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원작을 다루는 기존 방식에 대한 전복에 가깝다. 남성과 여성의 몫이 뒤바뀐다면이라는 가정을 실행하는 것, 곧 일정 정도의 지분을 가진 미러링으로서 『햄릿』이 구성되는 가운데, 그 변환의 ‘자국’은 과정 전반에 대한 온전한 수용이라는 절차로부터 미끄러지고 동시에 파이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햄릿’에게는 굳이 “공주”라는 수식어를 뒤에 붙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그 변환의 자국을 드러내며 이 예술적인 메타 범주의 의도를 드러내야 한다, 그 차이 자체를 인지시키는 것을 제한다면, 어쩌면 남성과 여성의 성별을 단순히 자리바꿈하는 것은 그 인물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결론에 그칠지도 모르는데, 그것이야말로 젠더 프리가 온전한 효용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젠더 프리가 소용없어지는 역설적인 차원에서 자기 대상이 되는 경우일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결괏값은 분명 상관이 없다. 곧 사실 기존 조건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으로서 젠더 프리의 수행적 효능은 달성되고 또 충분하다.

     

    반면, 주인공 햄릿 역의 이봉련 배우에게는 역할 ‘햄릿’을 (자연스럽게) 맡았다고 하는 범위를 벗어난다. 곧 이봉련에게 주어진 몫은 햄릿을 ‘여성’으로 처음 수행해 내기에 가깝다. 역할의 변환에는 원본에 대한 시험과 변화라는 경계 자체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곧 역할 변환에 따라 극의 내부 질서의 전체적인 변경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젠더 프리는 그에 따른 해석을 요청하고 검증의 기준을 구성하며, 나아가 이봉련의 연기를 판단하는 또 다른 결정적인 하나의 기준으로 환원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수여한다. 곧 이봉련에게는 ‘햄릿’과 ‘여성’ 사이의 불균질한 요철이라는 조건과 이를 지우고 매끄럽게 해야 할 의무가 선행 또는 동시에 요청된다.

     

    김민관 편집장

     

    2024.07.05 ~ 2024.07.29 평일 19시 30분|토·일 15시 (화 공연없음) ※ 7.15.(월) 공연 없음

    명동예술극장 

     

    만드는 사람들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각색 정진새
    윤색·연출 부새롬

    번역 이태주 ㅣ 무대 박상봉 ㅣ 조명 최보윤
    의상 유미양 ㅣ 분장 장경숙 ㅣ 소품 김혜지
    음악 카입(Kayip) ㅣ 음향 안세운 ㅣ 무술 이국호
    움직임 이경은 ㅣ 조연출 조예은

    출연
    햄릿 役_이봉련
    클로디어스 役_김수현
    거트루드 役_성여진
    폴로니어스 役_김용준
    오필리어 役_류원준
    레어티즈 役_안창현
    오즈릭 役 외_신정원
    호레이쇼 役_김유민
    마셀러스 役 외_김별
    버나도 役 외_김정화
    로젠크란츠 役_이승헌
    길덴스턴 役_허이레
    레날도 役 외_노기용

    후원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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