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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비 프로젝트] 김지은, 〈라이어게임〉: 가시화를 위한 어떤 전략REVIEW/Theater 2026. 5. 27. 13:36

김지은, 〈라이어게임〉ⓒ한문희[사진 제공=그린피그](이하 상동). 〈라이어게임〉은 네 여성이 참여하는 라이어게임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랑에 대한 판타지와 ‘교제폭력’―데이트폭력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며 새롭게 부상한 명명이다.―이라는 실재적 어둠을 분기해 내고자 한다. 라이어게임의 속성, 누군가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과 이 모든 건 게임의 일종이라는 점은, 일관되게 극에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하나의 메타포로서 극을 지배하고 완성하는 일면이 있다.
남성의 일방적인 폭력에 의한 여성의 죽음에 이르는 교제폭력의 누군가의 사례들이 “진술”의 이름 아래, 게임의 형식을 비집고 나오는 일종의 ‘삽입’과 ‘차용’의 형식을 취하는 후반의 장면에서 라이어게임으로서 연극은 이들이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하기보다 누군가를 대리한다는 점에서 가장 위태롭게 흔들리는데, 남성의 여성에 대한 끝없는 의심, 믿을 수 없는 현실의 차원, 재현으로서 연극의 특성에서 여전히 성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짓말은 이들 넷의 사이에서 성립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등장하지 않는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남자와의 사이에서도 성립하며, 법의 판단 영역 아래 확정되지 않는 사실의 영역으로 귀속되기도 하며, 미디어상의 가려진 사실의 영역을 넘어 부상하기도 한다. 이른바 그것은 여성의 약자로서 지위와 불리한 사회적 현실, 가려지고 은폐된 현실 모두의 차원과 결부되며, 여전히 라이어라는 플레이어의 역할 속에서 그 말들은 보존되지만, 동시에 그 말들은 연극을 넘어 라이어의 역할 놀이를 넘어 거짓으로서 사회에 대한 메타포를 창출한다.
진술의 속성은 외부자를 성립시키듯, 라이어게임의 진위를 결정하는 건 그들 사이에서보다 관객을 직접 향한다. 여성의 말은 진실일 수 있는가는 여성의 말을 믿을 수 있는가, 나아가 들을 수 있는가의 차원으로 역전된다. 그것은 진실과 거짓의 분별이 그것을 결정하는 자의 권력의 유무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연극이 가진 재현의 속성을 재현을 선택한 연극의 태도로 바꿈으로써 성립한다. 곧 연극이 현실을 향해 나아갈 때 일종의 역할이 아닌 대리자의 모습으로 경계선상에 서 있을 때 이들은 극적 진실의 플레어를 넘어 연극의 플레이어가 된다. 이들은 역할이 아닌, 연극을 수행한다.
네 명의 진술들의 종결에 따라 붙는 “나는 죽었다”는 하나의 연극적 언어이다. 죽은 이는 말을 할 수 없지만, 교제폭력의 건조한 사실을 진술하는 이의 유령적 신체는 대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처음, 잠옷을 입고 거실에 모인 네 사람은 행복한 일상의 정동을 간직한다. 정면의 TV 스크린의 각종 멜로 드라마의 주요 장면들과 이를 지켜보는 뒷모습의 인물들은 연애에 대한 판타지의 강력함과 그것에 사로잡힌 네 사람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밀착된 두 사람만의 열기와 숨, 내밀한 발화가 강조되는 반면―곧 공간의 사라짐을 약호화한다면―, 이후 펼쳐진 교제폭력의 현장은 폭력이 이뤄지는 둘만의 물리적 공간이자 심리적 거리와 간극이 적용되는 심리적 공간 자체의 성격이 강조된다.
마지막 사라진 혹은 숨어 있는 여자의 신체와 이를 찾고 나올 것을 회유하고 겁박하는 남자의 신체 모두 비가시화되어 자막으로만 처리되는데, 여기서 공간에 대한 두려움은 극대화된다. 실제 남자는 등장하지 않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권력을 지닌 남성적 주체와 그렇지 않은 여성적 주체의 관계를 후자의 차원에서 조명하며 전자의 실재적 폭력을 재현의 범주로 포함시키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 피해 당사자의 입장에서만 발화되며, 가해자의 발화는 그 반대편의 입장에서 들려오는 것, 폭력의 그림자를 안고 서서히 다가오는 것으로만 표현하는 것이다.
교제폭력을 해결하려는 방안에서 여러 사이비 매개자들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이 부분은 그것마저 자본주의 시스템의 일부에 귀속됨의 폐해를 드러내기 위한 것임에도 그들이 제안하는 몇 가지 대안의 차원을 제시하기 위해 극 중 극의 차원 아래 쇼의 형식으로 삽입되는데, 이는 진실과 거짓의 범주로서 자리하는 연극을 느슨하게 반복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지루함을 야기한다. 그것을 연장해 그 말미에 가정폭력과 성폭력의 두 가지 범주로써 여성이 당하는 폭력의 일부를 비가시화하는 목소리 역시 등장한다―사실상 강조의 목소리는 여기에 있다. 교제폭력은 가정을 이룬 여성의 입장도 성적인 함의에 함몰되는 성폭력의 범주와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좌측과 우측의 신체 기관의 중심됨을 모두 구현하는 하나의 사이클로서의 공동 요가를 통해 교제폭력의 트라우마를 앓는, 모든 여성이자 개별자의 특수성을 간직한 이들은 개별적인 안정화를 꾀한다. 신체 정박의 어려움과 곤란함, 이전 정서의 회한과 같은 것이 뒤섞이며 땀과 눈물과 같은 말할 수 없는 신체적 증상을 뚜렷하게 가시화하는 이 꽤 긴 시간은, 역할과 대리자를 넘어서는 어떤 경험의 당사자로서 이들을 바라보게 한다. 발화를 소거하는 원칙과 신체와 연루되는 행위의 우선함 속에서 발화되지 않은 것들이 부상한다. 진실의 판정 여부는 각자의 그것들로 수렴한다. 개별 신체를 가진 주체의 침묵으로부터 진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시점이 기어이 발생하고야 만다.
김민관 편집장'역사시비 프로젝트'
2024. 9. 6. ~ 9. 15. 화-금 19시 30분, 주말/공휴일 15시
예술공간 혜화
공동창작
구성·연출 김지은
출연 박수빈, 윤자애, 정나무, 최지현
조명 전하경
오퍼레이터 곽동우
음악 변지민
기록 촬영 한문희
그래픽디자인 워크룸
기획 나유진, 노지상
공동기획 창작주체 예술공간 혜화
제작 그린피그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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