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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진 작, 김 정 연출, 〈모든〉: 동시대의 생태적 동경에 대하여REVIEW/Theater 2026. 5. 28. 13:26

신효진 작, 김 정 연출, 〈모든〉[사진 제공=국립극단](이하 상동). “모든”이란 수식어는 후반 말미를 여러 번 장식하며 다소 과잉된 것으로 느껴진다. 나와 모든 것과의 연관성이 돔 바깥의 현실, 밀폐되고 균일한 양식의 세계를 벗어났을 때 확인된다는 것, 비로소 일부의 분리된 것과의 분리적 접촉이 아닌, 모든 것의 일부로 내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뚜렷한 메시지이면서 단순하고도 낭만적이며 결과적으로 환원적이다. 주인공 랑의 해방과 자유로의 이 환원은 곧 〈모든〉의 이념이 모든 것으로 손쉽게 적용될 수 있음을, 문명의 질서를 허물어뜨리면서 무한한 세계의 잠재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과도 같다는 점에서,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단위의 이 ‘모든’은 여러 차원에서 과잉으로 다가온다.
사실상 랑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가 인류의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는 숙명적 존재로 예기되어 있다는 점에 의거하는데, 거기에는 그것을 일러주고 그를 그 문의 경로로 인도하는 매개자 ‘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 막 15살이 된 그에게 변화와 탈출의 몫이 주어진다는 건 거기에 어떤 비장함이나 결단의 행위 양식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하는데,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력과 함께 아직 세계에 대한 규율과 격식이 온전히 그의 영혼을 사로잡고 있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그 여행은 매끄럽게 그의 일상으로부터 이어진다. 마치 피터팬이 팅커벨의 유혹에 의해 그의 일상을 가볍게 벗어난 것처럼.
〈모든〉이 갖는 환원의 결론은 시스템적 현실과 생태계 자체의 현실이라는 대립을 봉쇄되고 금제된 현실과 동화적인 차원에서의 환상적인 현실과의 급격한 격차를 봉합한다. 그의 생물학적 부모로 명명된 엄마 미무가 시스템 질서를 수호하고 랑을 통제한다면, 다른 한 축의 가리―실제 그를 아버지로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는 그것과 반대의 차원으로 이 세계에 대한 회의와 인간의 존엄에 대해 사유하고자 한다. 그가 단순히 캐릭터 차원의 우스꽝스럽고 괴짜스러운 면모로 취급되는 건, 곧 그가 주인공이 아닌 여타 등장인물의 하나라는 건 그가 단지 바깥으로 나가는 운명을 예기 받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또는 기성세대로 이미 분류되어서는 아닐까―〈모든〉의 동화적 세계의 한 축은 어른과 아이의 대립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비판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상상력 그 자체를 믿는 무의미에 대한 감행과 도약이 중요하다!
마인드 업로딩을 통해 자신의 결여를 해결하고 치유하려는 동료 킴코와 시스템을 공고하게 맹신하고 유지하려 하는 생물학적 결합을 했었던 미무와 달리, 가리의 사유는 바깥의 문을 향하고 있었고 시스템의 이데올로기성―“라이카의 거짓말”―을 의심하고 있었다. 이는 그가 현실 안에서 예외적으로 주체적인 인물임을 반증한다. 그리고 그 사유의 결론은 주체의 해방에 당면한 랑의 결말과 접면하지 않는데, 곧 랑의 랑 앞에 펼쳐진 세계의 환상성과 그에 대한 랑의 도취로 모든 것이 뒤덮이게 되는 것이다. 랑의 경험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뒤의 도약은 다른 인물들의 감행에 달려 있다. 어쩌면 라이카 스스로 자신의 실패를 자인하는 데 있다.
인공지능 라이카가 인간의 입력 값에 따른 인간의 통제 시스템을 대신 실천하며 오히려 인간의 통치와 권력의 자리를 온전히 점유한 것 같은 세계에서, 라이카가 자신의 바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바라보게 된다면, 세계의 틈과 결여, 자신의 설정된 세계의 한계를 보게 된다면, 라이카 역시 변화할 수 있을까. 변화의 기로에 놓인 존재는, 그리고 선택의 몫이 주어진 존재는 오히려 다른 인간이 아니라 라이카 자신인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모든〉의 이분법적 도식이 갖는 역설과 새로운 결말의 가능성이 가로놓인다.
곧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 자연과 인공, 어린이와 어른의 두 대립된 가치는 긍정과 부정의 차원으로 직조되고, 후자에서 전자를 향해야 하며, 이에 따라 라이카가 그 전까지 인간과 결부된 부속적, 과잉적 존재로 존재하다가 그와 분리된 자리, 곧 독립된 하나의 사유를 요청하는, 결단의 자리에 놓일 때 그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존재적 형상을 취한다.
〈모든〉의 돔은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가 이야기한 자본주의가 만든 폐쇄 시스템으로서 돔을 상기시키는데, 인류세에 대한 비판적 기조와 결합되는 생태에 대한 동경이라는 동시대의 소재를 경유해 돔의 배경을 파괴된 자연의 미래로 대체한다. 시스템이 씌운 굴레와 숲의 차이는 극렬하며, 제한된 것과 모든 것의 도식을 완성한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의 세계로의 도약이 어떤 미래를 안겨 줄지는 미지수이다. 이는 마치 동시대의 동경을 어떤 환상의 차원으로 기입하는 것 아닐까. 그로써 그 동경이 환상임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모든〉은 그 세계를 세계의 이상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그에 대해 어떤 것도 말하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한편으로 풀리지 않는, 가리의 신경증적 증세는 시스템의 속박이 주는 심리적인 차원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자연적이지 않은 것들의 배경 아래 놓임에 의해 만들어진, 현대인의 병든 신체를, 그 징후적인 예시를 나타낸다. 페는 시스템 바깥의 거칠고 조야한 행색의 전형성을 가졌으면서 근대 이전의 인디언-원주민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
김민관 편집장2024.10.03 ~ 2024.10.27 평일 19시 30분 / 토·일·공휴일 15시 (월 공연 없음)
※ 10.3.(목) 개천절, 10.9.(수) 한글날 19시 30분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95분 (인터미션 없음) *변경될 수 있음
만드는 사람들
작 신효진
연출 김 정
무대 남경식
조명 신동선
의상 김우성
분장 백지영
소품 김혜지
음악 채석진
음향 김정호
안무 이재영
조연출 박정호
컴퍼니매니저 김수정
출연
강민지_랑 役
류혜린_킴코 役
안병식_가리 役
이미숙_페 役
이상은_라이카 役
최희진_미무 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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