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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윤 원작, 김윤식 각색, 신진호 연출, 〈애도의 방식〉 : 서사의 틈을 메우다REVIEW/Theater 2026. 5. 31. 13:29

안보윤 원작, 김윤식 각색, 신진호 연출, 〈애도의 방식〉[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이하 상동). 〈애도의 방식〉은 다른 두 개의 사건을 기점으로 살아남은 자, 소윤과 동주, 미정을 중심으로 하며, 이들을 비롯해 사건을 둘러싼 여러 당사자 간의 트라우마로 확장되는 세계를 보여준다. 분리된 세 장에서 떨어진 시간들의 독자적인 진행과 중심인물의 시점 변경으로 인해 옴니버스식 구성처럼 보이는 〈애도의 방식〉은, 각각 작가 안보윤의 「완전한 사과」, 동명의 「애도의 방식」, 미출간작 「딱 한 번」을 추출, 각색, 연결해 만든 것이고, 극의 독립된 장의 순서 역시 위와 같다.
소윤의 사건이 수면으로 가라앉는 데 반해, 동주의 사건은 수면으로 부상한다. 폭력적인 오빠가 일으킨 사건으로 인한 멍에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 소윤이 친구 승규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력을 당하는 동주의 하교 도우미 일을 하게 되면서, 소윤은 그 폭력을 목격하게 되고, 소윤의 시점에서 동주의 사건은 현재화된다.
이 과정에서, 〈애도의 방식〉은 소윤의 세계에서 동주의 세계로 분절되며 직접적으로 그 바톤을 넘기게 되는데, 그에 따라, 곧 두 사건의 순차적 배분과 그 비중의 편차적 조율을 통해, 소윤의 트라우마는 그 자체로의 고유성에서 벗어나, 범주가 다른, 자신과 별개의 사건에 대한 유대감과 매개를 위한 명분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그것은 동주보다는 소윤을 윤리적 주체로 초점화하는 흐름을 예고하는 듯 보인다. 반면, 이는 세 소설의 접합을 통해, 그것을 곧 흐트러뜨린다.
이제 동주의 현실을 통해 폭력은 현재화되고 가시화된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장, 〈완전한 사과〉라면, 두 번째 장 〈애도의 방식〉에서는 시간이 흐른 뒤, 동주의 현재와, 동주의 사건으로 소급되면서 소윤의 자리는 유예되고, 세 번째 장, 〈딱 한 번〉에서 돈까스집을 운영하는 승규의 부모, 미정과 석현의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미술 상담가 소윤은 재출현하지만, 그는 이제 심드렁하고도 냉소적인 주체의 모습을 띤다.
전체적으로, 〈애도의 방식〉은 일종의 옴니버스식 구성에서의 각 장에서 주목되는 인물의 시선으로 작품이 그때그때 옮겨 간다고도 볼 수 있으나 그로부터 이전 주체의 관점이 증발되거나 더 연장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곧, 〈애도의 방식〉은 세 개의 소설을 절합하면서 서사의 연결 양상을 구성하는 데 주력하지만, ‘이전’ 장에서 증폭된 주체의 전이를 해소하지 못함으로써 곧 그에 걸맞은 새로운 서사를 삽입하고 서사를 전체적으로 변형된 생산물로 재구축하지는 않음으로써 우울한 정동이 지배하는 표층적 서사의 나열로 끝맺음 된다.
트라우마를 입은 소윤의 또 다른 트라우마 당사자와의 연결은 새로운 가능성을 띠고 있고, 그 자체가 ‘애도의 방식’을 호명하는 것일 수 있지만, 이는 여러 사건을 겪어 내는 이들의 특정하고 고유한 성정과 특성의 차원으로 닫힌다. 그것이 자막에서 개념화되며 강조되는 소윤의 “가만한” 존재, 동주의 “소란”해짐의 당사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환원되는 것이다. 이는 조금 더 불분명한 주체들, 묵묵하게 고기를 두드리는 석현과 승규가 했던 행위를 답습해보는 미정의 슬픔을 감내하며 일상을 복원하려는 행위의 특정 장면으로 수렴한다.
이 기조 아래 동주의 침묵 역시 연장되고, 그의 말은 과거의 차원에서 승규를 향한 굴절된 마음의 발화, 정강이를 한 번만 걷어찼으면 좋겠다는 말로 회귀하는 데서 그친다―곧 그는 과거의 그림자로서 닫히고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주체의 위치로 전이되지는 못한다. 나아가 그 말은 마지막을 장식하며 거대한 비밀의 열쇠인 양 제시되며, 극을 닫는다. 그리고 그것은 승규의 엄마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승규의 죽음에 관한 해명과 이유에 대한 정당한 응답으로서 자리할 수 없다.
이것이 소윤의 매개된 자리와의 간격을 끝없이 벌린 결과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사의 봉합이 아닌, 봉합되지 않는 서사에서 주체의 균열 혹은 분열로, 그리고 전이와 새로운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그렇게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세 이야기의 절합은 새롭고도 예외적인 시도였음에도, ‘애도의 방식’에 대한 사유를 새롭게 정초하지는 못한다.
김민관 편집장2024.10.01 ~ 2024.10.19
Space111
기획·제작 두산아트센터
원작 안보윤
「완전한 사과」「애도의 방식」 (『밤은 내가 가질게』 (주)문학동네 수록 단편, 2023)
「딱 한 번」 (안보윤, 2022)
각색 김윤식
연출 신진호
출연 최태용 김정아 이은정 신소영 최호영 김의태 박서연(목소리)
조연출 김성혁
프로덕션 무대감독 김영주
무대디자인 BYAMBAA SHINE OD
무대제작 wa stage(와스테이지) : 조환준(대표)
이범용 김용선 윤진상 정병문 차승호 정우근 이종민
작화 작화공간: 이남련(대표)
박지원 김용선 이재형
조명디자인 김성구
조명어시스턴트 지소연
조명팀장 김대현
조명프로그래머 석보미
조명·영상오퍼레이터 염진혁
조명팀 김대희 김병희 김송이 맹우영 신희 이현동 이호정 임세라 전혜정 정호진
조명장비임차 Apexlite(대표 이차훈)
음악감독 및 사운드디자인 JUNG
음향작업 박민희 조준식
음향오퍼레이터 김성혁
영상디자인·영상제작 LIMVERT(임정은)
의상디자인 EK
의상팀 권주하
의상제작 EK EKCOSTUME(대표 이은경)
분장·소품디자인 장경숙
분장팀 김다현
소품팀 박진아
온라인 공연 영상제작 업플레이스(대표 오득영)
그래픽 디자인 박연주사진(포스터, 프로필) 정희승
사진(연습 및 공연) 만나사진작업실(대표 김신중)
SNS콘텐츠제작 및 영상 기록(연습) 필루미에르(대표 이화승)
인쇄 으뜸프로세스(대표 김영옥)
제작협력 대전예술의전당
투어 프로덕션 운영 극단 비밀기지(대표 신진호)
투어 프로덕션 매니저 성경희
투어 프로덕션 무대감독 이뮥수'REVIEW > Theat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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