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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카스 네이스 작, 민새롬 연출, 〈크리스천스〉: 종교적 믿음에 관한 근거를 다시 쓰기
    REVIEW/Theater 2026. 5. 28. 13:25

    작: 루카스 네이스 Lucas Hnath, 번역·드라마투르그: 정지수, 연출 민새롬, 〈크리스천스〉[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이하 상동).

    〈크리스천스〉(작: 루카스 네이스 Lucas Hnath, 번역·드라마투르그: 정지수, 연출 민새롬)는 대형 교회라는 배경 아래 목사를 비롯한 종사자, 신도 등 여러 크리스천 사이에서 종교적 윤리를 다룬다. 성서의 원전에 대한 문헌학적 해석에 전제를 둔다는 점에서 특정 종교의 한 형식이 되는 작품 속 명제는, 신앙을 지속시키는 가상의 이미지, 끊임없이 회의하는 인간의 실존적 내면의 추이와 결부된다는 점에서, 종교의 특정성을 벗어나게 된다. 꽤 치열하고도 열정적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극은 웅변술과 설득의 기술이 동원되는 거대한 법정극으로서 연극의 한 근원을 상기시키는 데 충분하다. 물론 이에 대한 동시대성의 진단, 한국의 문화사회적 맥락과 어떻게 결부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건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겠다.  

    논쟁의 가장 주요한 화두는 지옥에 대한 해석에 있다. 목사 폴(박지일 배우)은 신축된 거대 교회의 빚을 다 갚은 자리를 축하하며, 자신의 한 일화를 전하며 지옥은 없다고 말한다. 신은 모두를 똑같이 천국에서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반대하거나 따르지 않는 이들은 여기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트리거가 되고, 현장에서 이의와 투표를 제기, 진행한 부목사와 오십 명의 신도가 자리를 뜨게 된다. 평화롭던 교회 풍경에는 하나의 사건이 극 초반에 던져지고, 사태는 급격하게 폴의 추락과 번민으로 향한다. 

    폴의 설교가 일으킨 파문의 첫 번째 쟁점은 그 말의 정치적 성격에 의거한다. 곧 설교 방식의 표면적 차이에서부터 세가 커지던 조슈아 부목사(김상보 배우)를 자극해서 그와의 대립각을 가시화―그의 역변의 행위를 초점화―함으로써 일관된 자신의 입지를 다짐을 의도했느냐는 것, 이는 교회 공동체를 이끌던 자신의 부인 엘리자베스(안민영 배우)와의 대화를 통해 사후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폴의 설교의 시점에 대한 논점이 그 전에 평신도 제니(박인춘 배우)에 의해 가시화된다. 교회가 빚을 다 갚은 후에 비로소 지옥에 관한 자신의 신념을 발설할 수 있었다는 문제제기는, 그 신념의 진정성을 의문케 하기보다는 그 발화의 시점에 대한 정치성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사건이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이른 후에 텅 빈 교회에서 목사의 내면을 비추면서 비로소 정치적 의제에 대한 판단을 차치하고 보편적 의제로서 거듭나는 신념의 문제를 향한다. 사건의 발화는 앞서 던져짐으로써 즉각적인 사건의 상징계적 분투로 연장되며 제기된 정치적 판단으로서의 의문과 회의를 빠르게 소진할 수 있었다. 이제 신념에 대한 차분한 사유의 시간이 요청된다. 신앙은, 교회는 앞으로 지속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폴의 회의는 그의 신념이 진리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음을 적어도 그 스스로에게는 어떤 여지를 갖지 않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곧 그의 진정성 어린 질문은 실패에 대한 합리화나 정당화의 기제7.21를 무의식적으로 차단하고 방어하는 기제일 수 있다. 여기서 폴의 내면은 사건의 그리고 신의 존재를 은폐하는 블랙박스로 환원되며, 신에 대한 순수한 물음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천의 믿음은 우리의, 동시대의, 한국에서의, 예술의 보편적 화두일 수 있을까. 폴의 행위는 끊임없이 이의 제기된다. 그것은 조슈아 부목사에 대한 시기와 견제의 행위는 아닌가, 순수한 믿음을 가정한 채 신에게 선택된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위계를 가부장적 사회 안에서의 자신과 부인의 관계로 전치시킨 것은 아닌가, 또는 신의 비발화적 존재의 위엄을 자신의 그것으로 고스란히 모방한 것은 아닌가, 신이 아닌 인간에게서 현실적인 고려 없는 순수한 행위라는 것은 가능한가. 

    이 모든 건 정의 자체의 절대성보다는 그 정의를 어떻게 매개하느냐의 과정이 중요함을 이야기할까. 신의 목소리를 매개하는 자로서의 신실함이라는 전제를 경유해 자신에 대한 정당화를 낳는 게 아니라 무의식적 성찰의 행위로써 그가 인간들 안에서 살아가며 그 역시 인간이라는 명제를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폴의 고립된 내면에 침투하는 범인의 형상들은 사탄의 다른 목소리가 아니라, 그가 좇아야 할 타자의 형상일 것이다. 크리스천의 진정한 형상에 폴을 둠으로써 〈크리스천스〉는 오히려 공고한 크리스천의 세계와 그로부터 분열되는 현실과의 치열한 격전을 노정한다. 크리스천의 질서를 결코 믿음의 차원에서 깨뜨리지 않으면서 관계를 통한 균열과 비판으로써 믿음의 근거를 새롭게 정초한다. 

    김민관 편집장 

     

    두산인문극장 2024: 권리

    2024.06.25 ~ 2024.07.13 Space111

     

    13세 이상 관람가 (2011년생 포함 이전 출생자 관람 가능)
    115분(인터미션 없음)

     

    기획제작 두산아트센터
     루카스 네이스 Lucas Hnath
    번역·드라마투르그 정지수
    연출 민새롬
    출연 박지일 김종철 안민영 박인춘 김상보
    성가대 김도희 김민경 김민중 김시연 김주희 김태임 나수정 유기옥 윤은경 이동근 이진서 임하영 정연구 정희원 주연경 
    조연출 박세연 윤현경
    프로덕션 무대감독 이뮥수
    무대디자인 오태훈
    어시스턴트 무대디자인 김은비
    무대모형제작 조예지
    무대제작 에스테이지(s_TAGe, 대표: 이윤중)
    제작팀장 정우상
    제작팀 김세진 권오준 이종민 차승호 정우근 임대환 정재현 박호준 이승윤
    작화팀 작화공간
    작화팀장 이남련
    작화팀 박지원 이재형 김유진 김용선 이정민
    조명디자인 노명준
    조명팀장 김병희
    조명프로그래머 정채림
    조명·영상오퍼레이터 김보영
    조명팀 김대현 나홍선 박병철 오세현 오정훈
    음악감독 김정용
    성가대 음악감독 손승희 
    음향디자인 조준식 강지수
    음향오퍼레이터 윤현경
    필드레코딩 보컬리스트 강인대 김민정 진아
    필드레코딩 엔지니어 정재윤
    영상디자인 이수경 김태우 
    영상제작 
    스크몬
    영상팀 이솔 배윤경
    LED디스플레이 ㈜크리디엘미디어 
    영상촬영 앨리스 스튜디오 프로젝트
    의상디자인 도연
    의상제작 뽀엣드로(대표 도연)
    팀장 최아람
    팀원 이가희 장유정 최규빈
    의상크루 신혜선
    분장디자인 장경숙
    분장팀 한도희
    자막해설디자인 이청
    자막해설오퍼레이터 이수림
    접근성매니저 정혜민
    그래픽디자인 포인터스
    SNS콘텐츠제작 필루미에르
    사진기록(프로필·설정·연습·공연) 김신중
    관객과의 대화 사진 촬영 이재호
    영상기록(연습) 필루미에르
    영상기록(공연) 헤즈스튜디오
    인쇄 으뜸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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