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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동훈 작, 송정안 연출, 〈도그 워커의 사랑〉: 존재의 비틀림을 횡단하는 곁에 대한 충실함
    REVIEW/Theater 2026. 6. 10. 12:59

    강동훈 작, 송정안 연출, 〈도그 워커의 사랑〉[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이하 상동).

    〈도그 워커의 사랑〉에는 개를 산책시켜 주는 역할의 ‘도그 워커’가 존재하는데, 그에 선행되는 도그, 곧 개와 개를 돌보는 존재 사이의 관계성, 밀착과 결부의 순전한 정서적 차원의 관계는, 도그 워커라는 제3의 매개 대상을 경유함과 동시에 일종의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 차원의 의미로 굴절되는데, 이는 다시 그의 사랑으로 이행됨에 따라 규제적 차원을 넘어선 어떤 경계를 하나의 레이어로 더하게 된다는 것은, 아마도 이 제목이 가진 작품의 함의가 어디서부터 혹은 어느 시점에서 비틀리는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으로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절대적인 부를 공유한 두 여자는 자신을 채울 수 없는 그 극단적 부가 더 이상 목적이 되지 않을 때, 그것이 전도되며 충족되지 않는 관계의 만족감 차원에서 한없이 쪼그라드는 자아 효능감을 겪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건, 또는 유일하게 다루면서 그 불가능성에 도달하게 되는 건 도그 워커의 존재인 셈으로, 이는 소영과 숙례 모두에게 그 현실의 관계 차원이 부재한다는 것, 그리고 이는 모든 것은 돈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가능하고 측정될 수 있는 무엇이 된다는 것에 기반을 두며, 그에 따라 도그가 된 재벌과 그의 곁에 돈으로써 고용된 도그 워커의 존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는 그러한 조건을 넘어서서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의 어떤 속된 또한 단순한 질문에 대한 하나의 예시로서 이 극을 먼저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돈을 떠나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 것이냐의 질문은 돈과 사랑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기꺼이 사랑을 선택하는 것의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데, 그 돈은 그 사람의 배경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너무 많은 돈을 가졌기에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진, 그리고 그 돈이 다른 존재에게는 의미로 번역되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어떤 효과로 되돌아오지 않는 소영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그를 돈과 상관없이 존재 자체로서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 돈이 바꾸는 의미로서 사랑의 형식을 유예하고 기각하는 데서 가능해진다. 곧 유일하게 모든 것이 아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의 자리에서부터 하민은 그 증여의 흐름을 도치시킨다.   

    하민이 길들이는 건 개에서 소영으로 옮겨지며 하나의 메타포로 떠돌고, 숙례라는 서사를 지시하는 순전한 목소리는 소영의 현실에 환상으로서 달라붙는 가운데, 개의 신체는 실체가 없어진다. 〈도그 워커의 사랑〉은 바로 그 두 여자의 서사가 하나로 통합되는 듯한 환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데, 그 둘의 혼동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자체의 형질 변환을 의도한다. 이때 개는 숙례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매개자이면서 소영의 서사에 겹쳐 쓰임에 따라 하나의 존재로 수렴한다. 그리고 이는 연극의 본질적인 매체적 특질을 이루는 유일한 하나의 무대, 곧 하나의 물리적 장소에 대한 전적인 투여와 그 연장선상에서의 실체적 존재와의 결부의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이러한 수렴은 그에 따르면 의도적이고도 자연스러운 귀결, 혹은 어쩔 수 없는 투자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소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현재 이곳의 서사와 숙례를 축으로 하는 뉴욕의 시공간의 서사가 교차되며 진행되지만, 이 사이에 물리적인 매개가 되는 개는 처음에 마이크를 잡고 열정적이고 과-흥분된 내레이터로서 숙례의 신체를 체현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곧 그가 개의 언어로써 상반된 존재 양상을 반영하기보다는 내레이터의 언어 바깥의 개의 형상을 단순히 떠안고 있는 것에 가깝다. 

    개는 숙례와의 어떤 관계도 갖지 않는데, 그가 애초에 숙례의 현전이면서 동시에 소영에게 내속된 존재로 설정되는 건 숙례에 대한 재현을 넘어, 오히려 소영에 대한 두 가지 중요한 초점을 제공한다. 먼저 숙례에게 개는 교환 가능한 무한한 물질적 지위에 가깝기 때문에 소영과 개는 어떤 접점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개는 소영의 마음을 투영하는 가장 즉물적인 증거가 된다, 그것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다음으로 그 개가 환상으로서 무대에 내속된다는 차원에서, 그는 숙례를 횡단하면서 숙례가 아닌 것처럼 동시에 그 너머에서 소영으로 횡단할 수 있는 잠재성을 내재한다는 점에서, 숙례의 사라짐을 ‘증명’하는 개는 숙례보다 오히려 소영과 가깝다. 

    그러니까 두 개의 서사가 독립성을 띨 수 있는 차원에서 동물의 언어를 구사하기에 그가 비가시화될 수 있는 대상으로 숙례에게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숙례가, 그리고 소영이 보살펴줄 손길을 기다리는 개의 위치에 내재적인 차원으로 최종 다다르기 위해서 숙례로 분한 개는 소영의 곁에 동시적으로 있다. 결국 개는 환상을 대리하(는 실체이)며 또한 환상으로 횡단하는 (실체로서) 이중적 지위를 획득한다. 처음 개는 집안 곳곳의 사물들을 지시하며, 심장이 뛰고 몸이 부양될 것 같은 “감각”의 정체를 묻는다. 이로써 숙례의 엄청난 부를 (소개하는 데 멈추지 않고) 소영에게 이양하는 작업을 하는 셈인데, 숙례의 부에 비해 소영의 부는 정확하게 다뤄지지 않지만, 그는 거의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정도의 역량으로 비춰지고, 이는 이른바 숙례(에 대한 묘사의) 효과이다.

    문제는 소영의 텅 빈 내면, 이따금 환각이 들리는 전체적으로 고양된 감각에는 무언가가 채워지지도 반대로 비워지지도 않은 상태로 지속된다는 것인데, 이 안에 모든 것이 그저 환원의 대상으로 격하하는 것이다. 하민이라는 새로운 희망은 하민에 대한 어떤 분석이나 접근 없이도 주어질 수 있는데, 곧 그가 주어준 선물의 몫이 그에게 새삼 소중한 것이었다는 사실, 곧 관계의 변화보다 하민이라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의 중요성, 곧 하민이 소영의 변화를 본질적으로 가져왔다라기보다는 소영에게 선취되는 것, 끼워 맞춰져야 하는 것에 가깝다는 차원에서, 하민은 소영의 전적인 타자라기보다 소영의 욕망에 소구되는 어떤 충실한 대리물에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개와 주인의 관계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작품 역시 그 같은 면을 길들여짐의 기제로 설명해 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도그 워커의 사랑은 무엇인가. 그것은 진정한가. 또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방만한 자유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신실하게 누군가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자신을 비워내는 존재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왜 도그의 사랑이 아니라, 도그 워커의 사랑인 것인가. 애초에 도그로부터 비롯된 사랑의 공허함이 도그 워커로부터 상쇄되지만 해명될 수 없는 도그와 도그 워크 간의 닫힌 구조적 세계의 원환을 이루고 있음의 어떤 한계적 상황은, 하나의 완성인가, 아님 공허함으로 그것을 비켜 가는가. 


    곧 욕망의 지시 불가능한 차원은 감각적 차원으로 증대되는 것처럼, 오로지 그것이 자연 발생적으로 소멸하기만을 바라야 하는 것인가. 도그 워커 하민 역시 소영처럼 무기력해지고 있음의 결론부의 사실은 그 욕망의 기저 없음의 차원을 확언하는 데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소영은 드디어 아니 처음으로 또는 애써 행복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는 자칫 누락될 수 있는 진실의 차원이 하나 더 있는데, 그 둘의 관계가 무언가를 보완할 것이라는 선제조건으로서 희망이 아니라, 그 둘의 관계의 충실성 자체에 어떤 기쁨, 충만함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막대한 부와 채워질 수 없는 존재의 허기를 진정 횡단할 수 있는 건 의외로 바로 그러한 존재 자체의 충실함이다. 곁에 있는 존재에 대한 충실함. 곧 하민이 소영에게 준 것은 선물이 아니라 바로 그런 존재에 대한 어떤 기대였던 것이다. 무심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그런 곁 말이다. 

     

    김민관 편집장

     

    기획·제작 두산아트센터
     강동훈
    연출 송정안
    드라마투르그 김지혜
    조연출 김성령
    출연 조영규 윤현길 박옥출 윤경 최정우
    프로덕션 무대감독 이지혜
    프로덕션 무대조감독 신범수

     

    무대디자인 조경훈
    무대제작 wa stage(와스테이지)(대표 조환준│이종민 윤진상 정병문 백종우 임학균 김대영)
    작화 작화공간(대표 이남련│박지원 이진경 이재형)

     

    조명디자인 성미림
    조명팀장 김휘수
    조명오퍼레이터 조애진
    조명크루 김세희 김은빈 양가영 유보민 유예찬 윤혜린 이재현 정찬영 주재현 한성민 허정현 홍주희
    조명장비 임차 세븐 컨트럴(대표 김재원)

     

    음악감독·음향디자인 조은희
    음향시스템디자인 최윤녕
    음향오퍼레이터 서정민
    음향크루 염신열 윤기선

     

    의상디자인 홍문기
    의상제작 이엘(대표 홍문기)
    의상 어시스턴트 송지민

     

    분장·소품디자인·제작 장경숙
    분장작업 정서연

     

    접근성 제작·운영 플랫폼안녕
    한글자막해설 디자인 이청
    한글자막해설 오퍼레이터 조세라

     

    그래픽디자인 박연주

     

    사진(포스터·프로필·설정) 정희승 스튜디오(대표 정희승)
    사진(연습·공연) Studio AL(대표 김윤희)
    사진(관객과의 대화) 스튜디오1024(대표 이재호)
    영상(공연 실황) 헤즈스튜디오(대표 김선우)
    영상(인터뷰) AWF 1/2(대표 윤성준)
    SNS콘텐츠제작·영상(연습, 인터뷰) 필루미에르(대표 이화승)

     

    인쇄 으뜸프로세스

     

    희곡집 출판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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